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79)
10. 루이아스의 등장
초인끼리의 대결은 더없이 팽팽했다. 이미 절대자의 경지에 이른 이들인 만큼 약간의 실력이 처질지언정 결코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라이젠과 레이벨은 아토빌 공작과 맞서 싸우면서 한 치의 밀림도 없었다. 한 달 전의 패배는 그들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합공을 함에 있어 더욱 정교하게 해 주었고, 우위를 점함에 있어 결코 방심을 하지 않게 해 주었다. 아토빌 공작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10대 8클래스 마법사 중 상위에 속하는 라이젠과 레이벨의 합공에도 팽팽함을 유지하는 그의 실력은 왜 대륙 제1기사라 불리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 펑펑함을 깨려면 누군가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승부수는 아토빌 공작이 가지고 있다. 그가 지니고 있는 패왕의 검. 갓 소드의 능력을 발휘하면 라이젠과 레이벨을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갓 소드는 사용자의 체력을 급속도로 갉아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 한 차례 겪어 보았을 테니 적들 또한 그것을 알아 차렸을 확률이 높다. 강한 힘을 사용하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저들 또한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신의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좋다. 아니, 지금 이대로 팽팽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엘프의 수호검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실력은 한눈에 보아도 자신과 비슷한 실력이었다. 현재 그녀는 1명을 상대로 하고 있으니 조만간 적을 제압하고 합세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누구의 승리 일지 명백해진다. 그랬기에 아토빌 공작은 승부를 서두르지 않으며 적들을 붙잡아 놓으며 간간히 위력적인 일격을 가하기에 바빴다. 라이젠과 레이벨은 꼼짝없이 아토빌 공작에게 발을 붙잡혀 함부로 몸을 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
엘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중년인과 노인을 번갈아보았다. 그들은 의심할 나위 없는 그랜드 마스터와 8클래스 마법사임이 분명했다. 그는 그들에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엘리미스라고 합니다. 남들은 저를 금탑주라고 하더군요.”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명성이 자자한 금탑주를 만나게 되어 반갑네. 내 이름은 샤이어드라고 하네.”
“샤이어드…… 로이디스 제국의 자탑주님이 아니십니까?”
“허허, 내 이름을 금탑주가 알아주다니, 영광이로군.”
샤이어드의 너털웃음에 엘은 안색을 굳혔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가 대륙 10대 8클래스 마법사 중 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옆에 있는 자 또한 만만치 않을 터. 엘의 시선이 중년인에게 향하자, 그는 어깨를 피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내 이름은 밀바르폰 실로프다.”
“실로프 공작!”
엘이 소리쳤다. 예상대로 그 또한 로이디스 제국의 단 1명뿐인 그랜드 마스터였던 것이다. 즉, 지금 엘의 앞을 가로막은 두 사람은 로이디스 제국을 대표하는 두 초인인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데이제크 제국에 이어 로이디스 제국도 그들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말이 된다. 대륙의 최강국인 제국 세 곳이 적의 수중 안에 있다고 생각하자 엘은 사태가 생각보다 급하게 진전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샤이어드와 실로프 공작을 보며 말했다.
“사정이 있어 기습을 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길.”
“……!”
엘의 말에 움찔한 두 사람은 순간 뒤에서 엄습해 오는 강렬한 기운에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샤이어드는 순간 블링크를 전개하였고, 실로프 공작은 마나를 극도로 운용하여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
쑤엑!
대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그들이 끽한 자리에 거대한 칼이 스치고 지나갔다.
스스스!
기습이 무효로 돌아가자 마법이 풀리며 3m에 이르는 골든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은 골든 나이트를 미리 소환하여 그것에게 투명화 마법을 전개해 놓은 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기척을 지울 수 없었기에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느낀 적들이 피해 버려 실패로 돌아갔다. 30여 m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낸 샤이어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군. 정말 간담이 서늘했어.”
“마법을 걸 생각을 하다니. 골렘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생각이다.”
실로프 공작이 안색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 샤이어드 같은 경우 블링크로 안전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실로프 공작 같은 경우 직접 피해야 했기에 방금 전 공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골든 나이트의 힘은 정말 강력했다. 자칫 잘못 했으면 공격의 여파에 휩쓸리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뻔했으니 말이다. 정면대결로 상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면대결을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자신과 샤이어드의 합공은 뛰어나다. 그 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실로프 공작이 샤이어드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랫동안 서로에게 친분을 나눈 만큼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힘들겠군.’
엘은 실로프 공작과 샤이어드를 번갈아보며 생각했다. 골든 나이트는 그들 중 한 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아직 자신의 실력은 이들에 비해 한 수 처진다. 빠른 캐스팅과 제련제강의 마법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실력을 단번에 매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좀 더 수련에 매진해야겠어.’
자신의 부족한 실력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자 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각오를 다졌다. 대결이 생각보다 길어질 듯하자 엘은 수비를 중심으로 튼튼한 방어를 펼치기로 생각했다. 그 또한 아토빌 공작과 같은 생각이었다. 넬리어스와 카디어스는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아마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토빌 공작도 마찬가지이고 아이넨스도 마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쪽에는 엘리엔이 있다. 이미 그녀의 실력을 경험해 본 엘로서는 엘리엔의 실력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녀에게 고작 한 명을 붙인 건 큰 실수라고.”
엘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며 세이지 실드를 펼쳤다. 그들의 싸움 또한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
아토빌 공작과 엘의 예상대로 엘리엔과 데리오머의 대결은 일방적이었다. 데리오머는 의심할 나위 없는 8클래스 마법사다. 그의 수준은 이미 오래 전 8클래스의 경지에 들었으며, 데이제크 제국을 대표하는 갈탑의 탑주이기도 했다. 대지 계열 방어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그는 탄탄한 방어 마법으로 철벽의 마법사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방어에 정평이 나 있다. 그의 방어를 뚫으려면 최소한 그보다 두 수 위인 실력자가 공격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라이젠이나 레이벨이 데리오머보다 한 수 강했지만 그의 방어를 꿰뚫고 타격을 주기란 어려웠다. 때문에 데리오머는 그들에게 이기지는 못하지만 지지도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루이넨스는 그것을 모두 감안하고 데리오머를 엘리엔에게 붙였다. 자신이 최대한 아이넨스를 빨리 처리하고 데리오머를 도우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아이넨스는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루이넨스도 아이넨스를 단기간에 제압하기 어려웠다. 데리오머는 처음부터 엘리엔을 상대로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할 일은 탄탄한 방어로 시간을 끄는 것! 루이넨스의 명령이었기에 그는 군말 없이 처음부터 탄탄한 방어로 엘리엔의 공세를 막아 내기 시작했다. 엘리엔이 그런 데리오머의 의도를 모를 리 없다. 몇 차 례 공격을 퍼붓던 그녀는 데리오머가 공격에 별다른 뜻이 없다는 것을 단번에 간파했다. 그래서 강한 힘을 실어 몇 차례 공격을 하였지만 데리오머의 방어가 워낙 탄탄하여 타격을 주기 힘들었다.
‘이렇게 하면 부득이 신검의 힘을 쓸 수밖에 없어.’
엘리엔은 데리오머의 탄탄한 방어를 뚫기 어렵다고 느끼며 네이처 소드의 힘을 개방하였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검답게 네이처 소드는 모든 현상을 조화롭게 돌리는 현상을 지니고 있다. 네이처 소드의 힘이 순간 발휘되자 데리오머의 방어에 한순간 틈이 생겼다.
“헛! 이럴 수가!”
자신의 방어가 약화되자 데리오머가 헛바람을 삼켰다. 무적을 자랑하는 자신의 방어에 균열이 간 이유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틈!’
순간 엘리엔의 눈이 빛났다. 네이처 소드의 힘에 의해 데리오머의 방어가 현격히 약해진 걸 한눈에 간파한 것이다. 엘리엔의 검에 마나가 극도로 응집되기 시작했다. 200여 년 동안 엘프 숲에서 쌓아 온 정순한 마나가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지며 네이처 소드에 맺히기 시작했다. 단번에 방어막을 부숴 버려야 하기에 그녀는 검에 허용 되는 모든 힘을 끌어올린 것이다.
좌아아앙!
엘리엔의 검과 방어막이 충돌하자 데리오머를 감싼 방어막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러더니 곧이어 방어막 전체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급속도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쩌엉!
한순간 부서진 방어막은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그 틈을 타 엘리엔이 검을 휘둘렀다. 마법사는 순간의 틈을 주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쐐액!
눈부신 쾌검이 데리오머에게 향했다. 블링크를 전개하려던 데리오머는 어느새 엘리엔의 검이 코앞에 이른 것을 보고는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갔다.
‘피할 수가 없다.’
그것이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끝이었다.
푸욱!
쾌검은 단번에 데리오머의 심장을 꿰뚫었다. 심장이 꿰뚫린 데리오머는 그대로 절명하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탑주의 최후치고 너무나 허망한 결말이었다. 검을 뽑아 든 엘리엔은 허물어지는 데리오머를 보며 피를 털어 버렸다. 인간의 피를 검에 묻혔다니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느껴졌던 탓이다.
“이게 끝이 아니지.”
엘리엔은 시선을 옮겨 장내 상황을 살폈다. 이쪽은 이미 승패가 났지만 다른 곳은 한 치의 밀림없는 팽팽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아이넨스도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기에 엘리엔은 머뭇거림 없이 엘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토빌 공작과 엘 중에서 그나마 정이 가는 건 엘이었다.
콰앙!
엘리엔의 검과 실로프 공작의 검이 부딪쳤다. 눈부신 오러의 폭사와 함께 실로프 공작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크윽!”
실로프 공작이 신형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것은 엘리엔에 비해 오러의 위력이 한없이 처지는 것을 의미했다. 엘리엔이 가세하자 엘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와 주셨군요!”
“네가 말했던 것을 지켜 나가는지 봐야 하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지만 실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게 정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함께 지내고 함께 다니고 그랬으니 절로 배어드는 그런 정. 무뚝뚝하지만 그녀의 행동이 말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엘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시선을 옮기니 한쪽에는 데리오머가 시신이 되어 누워 있었다. 저쪽에 소속된 10명의 초인 중 1명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기회는 절호라고 할 수 있어 앞으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지도 몰라. 그러니 최대한 적을 제거해야 해.’
그렇게 생각하며 엘이 샤이어드에게 달려들려 할 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쿠우웅!
폭음이 들려온 곳으로 황급히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아이넨스가 낭패한 몰골로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맞은편에는 여기저기 우그러진 흑색 갑주를 입고 있는 한 인영이 서 있었다. 투구가 부서진 사이에 긴 생머리가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30대 초반의 미녀가 짙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런! 엘리엔 님! 아이넨스 님을 도와주세요!”
아이넨스의 위기라 여긴 엘이 외치기도 전에 엘리엔은 이미 몸을 날리고 있었다. 이미 루이넨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던 엘리엔은 네이처 소드의 힘을 발휘했다. 동시에 오러가 충만하게 뿜어지며 루이넨스의 검과 부딪쳤다.
꽝!
둔탁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엘리엔과 루이넨스가 서로 두 걸음씩 물러났다. 서로 평수를 이룬 것이다. 엘리엔과 루이넨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들이 한 생각은 서로 같았다.
‘나의 오러와 비슷한 위력을 품고 있다니!’
엘리엔은 무려 200년 동안 축적해 온 오러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위력이 대단하여 대륙에서 그녀보다 강한 위력을 지닌 오러의 소유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루이넨스는 특유의 오러 강화법으로 인하여 최강의 오러를 손에 넣었다고 자부하는 몸이었다. 설령 아토빌 공작과 겨룬다 해도 오러의 위력에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둘은 각자 신검의 힘을, 마검의 힘을 극대화 시켜 충돌했다. 그런데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자 상대가 특별한 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이기기는 힘들겠어. 수비가 탄탄한 데리오머가 당할 정도라면 저 여자는 아마 신검이나 그에 준하는 것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저 정도면 결코 나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
이쪽의 힘이 열세란 걸 느낀 루이넨스는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한창 싸우고 있는 라이젠 등을 향해 소리쳤다.
“데리오머가 당했다! 모두 물러난다.”
“물러난다고 했습니까?“
아토빌 공작과 한창 전투를 벌이던 라이젠이 인상을 한껏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그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아토빌 공작과 연이은 전투를 벌이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것은 레이벨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토빌 공작은 놀랍게도 두 마법사를 상대로 압도했다.
“더는 전투를 지속하기 어렵다.”
루이넨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아이넨스의 공격에 의해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방금 전 엘리엔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그 부상은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만약 엘리엔과 전투를 벌인 다면 그녀의 패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실로프 공작 또한 엘리엔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라이젠과 레이벨 또한 아토빌 공작에게 당하여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다가는 당할 것이 분명했고 말이다. 그렇다는 건 넬리어스와 샤이어드 빼고는 온전한 이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런 반면 적은 아직 대부분이 전투가 가능했다. 2명이서 6명의 초인을 감당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더 힘을 잃기 전에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
“……”
루이넨스의 말 한마디에 내포된 뜻을 파악한 라이젠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난 뒤 레이벨을 보며 말했다.
“더 이상 힘들 것 같다. 물러나자.”
레이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로 물러났다. 싸움이 모두 멈추자 카디어스와 넬리어스도 싸움을 멈췄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던 곳에는 삽시간에 침묵이 감돌았다. 루이넨스는 그들을 모두 둘러보며 말했다.
“물러난다.”
“알겠습니다.”
상황이 어렵게 되었음을 느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공간 이동 스크롤을 꺼내 들자 엘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외쳤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엘은 단전에 웅크린 마나를 모두 개방했다. 그가 지닌 마나의 양은 그랜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무시무시한 양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강력한 마법 방해장을 만드니, 스크롤에 새겨진 마법의 발현이 상당히 늦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기회였다. 스크롤에 새겨진 텔레포트에 의해 몸이 분해되는 그들의 몸에 작은 타격만 줘도 그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최소 중상, 십중팔구 공간의 틈에 끼여 미아가 되거나 신체 일부가 텔레포트 되지 않아 불구가 되어 버릴 것이다.
“이럴 수가!”
마법에 해박한 라이젠 등은 설마 엘이 이토록 강력한 마법 방해장을 만들 줄 몰랐는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설사 그들이라 하여도 이토록 강력한 방해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엘이 단전호흡으로 익힌 마나의 양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걸 그들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엘은 텔레포트를 펼치는 그들에게 곧장 공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들려온 박수 소리에 의해 엘의 행동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짝짝짝!
“빠른 판단이었다, 루이텐스. 그런 판단력이라면 앞으로의 일도 믿고 맡길 수 있겠어. 하지만 금탑주가 지닌 숨은 한 수를 간과한 게 실수였다. 이것만 없었다면 너의 판단은 정말 완벽했을 텐데 말이지.”
모두의 시선이 말을 꺼낸 이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곳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청년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며, 행동 하나하나에 는 여유가 넘쳤다. 루이렌스 등이 청년을 보고는 반가운 듯 외쳤다.
“마스터!”
그들이 마스터라 부르는 존재는 딱 1명뿐이다. 이 모든 일의 주모자! 대륙 최초 9클래스 마법사이자 마도 제국을 염원하는 자! 루이아스. 마침내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거, 꽤 일이 재미있게 되었군. 강적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주다니.”
루이아스는 하얗게 웃음을 지었다.
(골든 Wl이지 9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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