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85)
6. 백탑주 유클레이
하지만 그 이채도 곧이어 분노로 변했다. 연무장에 벌어진 참상을 목격한 것이다. 노마법사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엘에게 입을 열었다.
“이 일을 자행한 것이 그대들인가.”
의지 않은 음성이었지만 엄청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심신을 울리는 힘에 엘을 비롯한 아이넨스와 엘리엔의 안색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들이 인상을 찌푸릴 만큼 노마법사의 음성에 담긴 힘은 엄청났다. 엘은 재빨리 요동치는 마나를 안정시키며 앞으로 나섰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믿지 않겠지요?”
시기가 정말 좋지 않았다. 카르닐 공작을 죽인 흥수들은 이미 모습을 감추었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엘은 완전히 걸려들었다고 생각하며 노마법사를 응시했다. 노마법사는 그런 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카르닐 공작을 제거하고 나를 제거하려고 음모를 꾸민 것이겠지.”
“후, 아닌데……“
엘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지만 노마법사는 전혀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노마법사의 양손에 붉은 화염이 맺히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지 못한 채 그저 힘에 이끌린 마도 제국의 추종자들이여. 내가 오늘 그대들을 심판할 것이다.”
백색 로브가 한차례 펄럭이는 듯하더니, 공간 전체가 백색으로 물드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엘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아이넨스와 엘리엔에게 외쳤다.
“제가 상대할게요!”
엘의 양손에 붉은 화염이 맺히며 노마법사의 마법과 마주쳐 나갔다.
꽝! 꽈르릉!
붉은 화염이 대기 곳곳에 폭발하며 붉은 비를 수놓았다. 마법의 위력에서 차이가 났던 것이다. 이는 노마법사가 전개하는 마법의 위력이 엘보다 더욱 강력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노마법사는 엘이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자 놀란 기색을 띠었다. 엘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여태껏 자신이 마법의 파괴력으로 밀려나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단전호흡의 위력으로 극도로 빨라진 마나 호응과 캐스팅은 마법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위력도 월등히 향상시켜 준다. 그 덕에 동급 마법사 둘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자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마법의 위력에서 밀려 버린 것이다. 엘은 노마법사의 실력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유클레이다.”
노마법사, 유클fl이가 딱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소개에 엘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유클레이라면 현존하는 마법사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은 8클래스 마법사다.
“과연……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건가.”
“나의 소개를 했으니 너의 소개를 함은 당연한 예의일 터. 이름을 밝혀라.”
유클레이의 음성에 엘은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제 이름은 엘리미스. 남들은 저를 금탑주라 칭합니다, 선배님.”
“금탑주라…… 으음, 금탑주도 그들과 한패였다니.”
유클레이의 주변에 포진된 마나가 빠르게 유동하기 시작했다.
“오늘 벌인 일에 대하여 변명할 거리는 없을 터. 반드시 악의 싹을 제거해 주겠다.”
“자, 잠깐……“
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클레이의 공세는 시작되었다. 최고령 8클래스 마법사의 경험은 어디에 가는 것이 아닌지 유클레이의 주변에 수십 개의 마법이 생성되었다. 모두 무시 못할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자칫 실수를 한다면 몸이 성치 못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큭, 8클래스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니 어디 한번 해 보도록 하지요.”
현재 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경험이다. 보유한 마나 양도, 캐스팅 면에서도 8클래스 마법사를 웃도는 시점에서 그가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기에 엘은 이참에 유클레이와 제대로 한번 싸워 볼 셈이었다.
콰광! 콰과광!
엘의 마법과 유클레이의 마법이 부딪치며 허공을 수놓았다. 이번에는 엘 또한 섣불리 밀리지 않았다. 마법 하나하나에 극도로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클레이는 엘이 자신의 마법과 대등하게 맞서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유클레이의 주변에 수십 개의 마법이 재전개되면서 재차 엘에게 쇄도했다. “후우!”
엘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마법을 보며 가볍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는 곧장 마법을 전개했다.
“헤이스트! 리터레이트!”
몸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는 헤이스트에 리터레이트를 중첩시키자 그의 몸이 빛살과도 같이 유클레이에게 쇄도 했다. 중거리 혹은 원거리로 마법을 겨룰 경우 마법의 위력이 더 강한 유클레이에게 유리했기에 헤이스트를 중첩시켜 근접전으로 나가려 한 것이다.
파밧! 파바밧!
엘의 몸이 섬광같이 쏘아지며 유클레이의 마법을 모조리 피해 냈다. 수십 개의 마법을 모두 피해 내고 막 유클레이의 앞에 나타나 마법으로 그를 강타하려 할 때, 유클레이의 입가 에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거기에 불안감을 느낀 엘은 지체 없이 블링크를 전개하였다.
슈아악!
공간의 틈에 몸이 숨겨질 때 섬뜩한 기운이 엘의 머리 칼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갔다.
“후읍!”
순간 등골이 서늘해진 엘은 유클레이와 약 이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엘은 볼 수 있었다. 유클레이의 손에 붉은 기운이 응집된 예리한 칼날이 생성되어 있었음을. 만약 자신이 블링크를 전개하는 데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다면 자칫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유클레이가 여유를 찾은 안색으로 엘을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는 모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대륙 사람들이 우리 8클래스 마법사들을 칭할 때 분류를 정해 놓은 걸 못 들었나 보군? 8클래스 마법사 중에서 근접전에 있어 최강은 바로 나를 가리킨다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청탑주 라이젠과 적탑주 카로스만을 칭하지. 금탑주가 카로스만을 이겼다니 나를 상대로 얼마나 실력을 선보일지 기대하겠네.”
“큭!”
유클레이의 말에 엘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신 또한 근접전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사였으니 말이다.
“플레임 블레이드.”
엘은 양손에 불꽃의 검을 전개했다. 그러자 그의 양손에 기다란 불꽃의 검이 생겨났다. 그것을 양손에 쥔 엘이 다시 유클레이에게 쇄도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엘을 보며 유클레이는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언뜻 사라졌다. 그러더니 펼쳐진 손으로 이번에는 붉은 기운이 일렁였다. 플레임 버스터를 양손에 응집시킨 기운이었다.
콰아앙!
불꽃이 충돌하며 주변의 산소를 삽시간에 태워 버렸다 서로 힘을 겨루는 두 사람의 표정은 판이하게 달랐는데, 유클레이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는 반면 엘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조금씩 자신의 마법이 밀리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엘은 기합을 지르며 플레임 블레이드를 앞으로 내밀었다.
“흐아아압!”
파츠츠!
극도의 마나를 불어넣은 플레임 블레이드가 유클레이의 플레임 버스터를 깨 버렸다. 그 충격으로 유클레이는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엘은 그런 유클레이를 베어 버리기 위해 다가갔는데, 순식간에 유클레이가 블링크를 전개하여 자리를 벗어나는 게 아닌가. 유클레이가 사라짐과 동시에 엘은 자신의 뒷부분에서 섬뜩한 예기가 느껴짐을 알고는 경악했다.
“헉!”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몸을 돌린 엘은 손을 좌우로 교차하며 실드를 생성했다. 그러자 엘의 뒤로 날아오던 예기가 곧장 실드와 충돌하였다.
떵!
실드가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엘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 지면에 부딪쳤다.
콰당!
자욱한 모래 먼지와 함께 모습을 감춘 엘. 그 틈을 놓칠 유클레이가 아니었다. 어느새 엘이 밀려난 위치 바로 위에 도착한 유클레이는 수십 개의 마법을 전개한 뒤 엘이 모습을 감춘 곳에 마법 폭격을 감행했다.
콰광! 콰과과광!
무시무시한 폭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고, 그럴 때마다 모래 먼지는 더욱 자욱해졌다. 수백 수천 발의 마법 폭격을 감행한 유클레이가 마침내 마법 폭격을 멈추었다. 그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곳에 시선을 두며 장내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마법을 전개했다.
“클린.”
샤아아아!
유클레이의 마법 전개과 함께 자욱하던 모래 먼지가 빠르게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장내의 모습. 드러난 광경에 유클레이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멀쩡한 엘의 모습이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의 마법을 폭격했건만 엘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던 것이다. 양손을 들어 실드를 전개하고 있던 엘은 더 이상 마법 폭격이 이어지지 않자 실드를 해제한 상태였다. 그는 유클레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후, 역시 강하군요. 자, 그럼 이제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겠습니까? 저는 카르닐 공작을 해친 범인이 아닙니다.”
“……”
유클레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엘이 자신까지 제거하려 했다면 그와 함께 온 동료들은 물론 금탑주의 수호 기사라는 골든 나이트도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엘은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엘의 의사를 충분히 파악한 유클레이가 지면으로 하강 했다. 유클레이가 순순히 적의를 지우자 엘은 그를 향해 웃음을 띠며 말했다.
“하하, 정말 강하시군요. 일대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엘은 정말 유클레이 실력에 감탄한 상태였다. 유클레이는 수많은 실전을 쌓은 경험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그의 마법 응용과 마나 컨트롤 실력은 단순히 마나가 많고 캐스팅 시간이 빠르다고 하여 이길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백 번 머릿속으로 수련을 하는 것보다 딱 한 번의 실전이 나은 법이다. 엘은 유클레이와 전투를 겪으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 고, 그것은 후일 엘에게 뼈와 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유클레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카르닐 공작님을 해친 것은 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루이아스와 협력하는 관계가 아닌 대립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엘의 말에 침묵하던 유클레이의 눈이 빛났다. 루이아스란 이름이 반응한 것이다.
“루이아스를 아나?“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얼마 전 싸움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허어……“
엘의 말에 유클레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더니 엘에게 말했다.
“이곳은 이야기를 하기에 별로 좋지 않군. 내 탑에 가서 이야기를 하지 않겠나?“
엘은 아이넨스와 엘리엔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 저분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좋네.”
고개를 끄덕인 유클레이가 엘리엔과 아이넨스에게 다가가서는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메스텔레포트(Mas Teleport)!”
파앗!
유클레이의 전개어와 함께 엘을 비롯한 다른 이들의 몸이 새하얀 빛이 발하며 사라졌다. 백탑은 서부에 위치한 네 국가의 국경에 위치한 마탑이다. 백탑은 대륙에 단 10명뿐인 8클래스 마법사 유클레이에 의해서 세워진 마탑으로서, 인접한 네 국가의 지원을 모두 받음으로써 네 국가의 철저한 장벽이 되어 주었다. 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백탑에는 무려 500여 명에 이르는 많은 숫자의 마법사들이 머물고 있다. 7클래스의 경지에 이른 부탑주가 2명이며, 그 아래로 장로급 6클래스 마법사가 무려 10명이 넘고, 5클래스 마법사가 100명이 넘는다. 마탑으로서는 초인 둘을 보유하고 있는 금탑과 호각을 이루는 곳이 바로 백탑인 것이다. 유클레이와 엘 등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백탑의 텔레포트 마법진이었다. 그는 엘 등을 응접실로 안내하고는 짤막하게 입을 열었다.
“잠시 차를 들도록 하세.”
그리고 무슨 볼일이 있는지 모습을 감추었다. 유클레이가 사라지자 엘은 넓은 소파에 앉아 조용히 차를 들었다. 엘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첫 만남이 좋지 못한 만큼 조금 번거로운 일을 겪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백탑주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정도 힘이라면……”
아이넨스는 방금 전 엘과 격전을 벌이던 유클레이의 실력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8클래스 마법사들 중 상위권에 속할 것이 명했다. 그가 보기에 유클레이는 청탑주 라이젠보다 강해 보였다.
“엘리엔 님이 보기에는 어때요?“
엘이 엘리엔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엘리엔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방금 전 나간 인간의 실력은…… 아카벨 대장로님과 엇비슷할 정도다.”
“아카벨 대장로님과?“
엘리엔으로서는 적절한 비유를 든 것이겠지만 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로서는 아카벨 대장로의 실력을 알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엘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엘리엔은 다시 설명을 해 주었다.
“인간으로 치면…… 신검을 쓰지 않은 아토빌 공작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 같다.”
“……!”
그녀의 말에 엘은 물론 아이넨스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강한 것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아토빌 공작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일 줄이야. 놀란 그들에게 엘리엔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아까 너와 겨룰 때도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아마 본 실력을 발휘하면 오래 버티지 못했겠지.”
“……하하하!”
엘리엔의 말에 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내심 유클레이와 대등하게 맞서 자신의 실력이 괜찮아 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유클레이가 봐주었을 줄이야. 치밀어 오르는 자괴감……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겪는 일일 텐데. 전신에 엄습하는 자괴감을 느끼며 엘은 결심했다. 앞으로 이런 일을 져지 않도록 더욱더 열심히 수련하는 수밖에. 엘은 침묵을 지키고, 아이넨스와 엘리엔은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응접실 문이 열리면서 유클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 기다렸네. 손님들을 데리고 오느라.”
응접실로 들어서는 유클레이의 뒤를 따라 두 노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보기에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는 두 마법사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겉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모든 것에 초탈한 듯한 기운. 그것은 8클래스 마법사에 게서나 느낄 수 있는 기운이었다.
‘두 사람 모두 8클래스 마법사다! 그렇다면?’
한순간 엘의 눈이 반짝였다. 유클레이와 모습을 드러낸 2명의 8클래스 마법사. 그들은 서부에 존재하는 8클래스 마법사일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엘의 맞은편에 선 유클레이가 노인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소개하지. 이분은 코린트라고 하고 이분은 멜뤼스라고 하네. 방금 알아차렸겠지만 이 두 분은 서부에 존재하는 8클래스 마법사라네.”
엘이 인사를 먼저 하였다.
“서부 톨리안 왕국에 자리한 금탑의 탑주 엘리미스라고 합니다. 여러 선배님을 뵙게 되어 반갑군요.”
“허, 대륙을 술렁이게 하는 풍운아를 이렇게 보게 되어 반갑네,”
“정말 어린 나이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군. 정말 대단 해.”
두 대마법사의 칭찬에 엘은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상대방이 먼저 소개를 하였으니 이쪽도 자기소개를 해야 함이 응당 옳다. 때문에 엘은 아이넨스와 엘리엔을 소개하였다.
“이분은 당대 신검의 계승자이신 아이넨스 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대륙에 걷힌 암운을 걷어내고자 도움을 주시는 엘리엔 님이시고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아이렌스와 엘리엔은 짧게 인사를 건넸다.
“오오, 신검의 계승자와 엘프라니! 정말 놀랍구려.”
예상대로 놀라움을 표한 그들은 나직한 감탄사를 흘린 후 본격적인 대화로 들어갔다. 엘은 우선 유클레이가 초면부터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준 것을 걷어내야 했기에 자세한 정황을 먼저 풀어 나갔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아까도 말했던 바와같이 저와 이 분들은 현재 마도 제국을 세우려는 루이아스와 대립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그가 염원하는 마도 제국이 세워진다면 분명 대륙은 피로 잠길 터. 때문에 각국의 초인들과 교섭을 벌여 아토빌 공작님과 그의 아들이신 카디어스님, 그리고 블리어드 제국의 클라이언 공작님을 비롯하여 여기에 있는 두 분, 그리고 엘프 숲의 대장로님, 저와 골든 나이트까지 초인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 여덟 명을 끌 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덟 명이자…… 허어! 놀랍군!”
엘의 말에 유클레이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나직이 끄덕였다. 이미 5대 제국은 모두 루이아스의 손에 넘어갔을 거라 생각한 유클레이다. 그런데 아직 두 제국이 그의 마수에 무사했다는 점과 도합 8명의 초인이 한데 묶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코린트와 멜뤼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일찍부터 루이아스의 존재를 알아차린 유클레이와 합께 힘을 합하여 루이아스의 야욕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해 왔다. 그래서 눈앞의 젊은 대마법사가 단시간 내에 이룩한 것 에 감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엘은 유클레이를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여덟 명이 모였다고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아직 저 쪽에는 루이아스와 도합 아홈 명의 초인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그를 견제하기 위해 남은 열세 명의 초인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데…… 카르닐 공작님이 당하셨더군요.”
유클레이가 고개를 저었다.
“카르닐 공작뿐만이 아니네. 안티오네드 공작도 당했네.”
“안티오네드 공작님까지?”
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안티오네드 공작까지 당했을 줄이야. 그렇다면 서부에 존재하는 그랜드 마스터는 모두 당한 것이 아닌가. 놀란 엘에게 유클레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쪽과 이쪽이 힘을 합할 것을 우려했나 보군. 열세 명의 초인이 힘을 합하게 되면 제아무리 루이아 스래도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지.”
“그렇겠군요. 그에게는 아직 멀정한 수많은 초인이 존재하니까요.”
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리고 궁금해진 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배님은 언제부터 루이아스의 존재를 아시게 된 것입니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유클레이가 루이아스를 무척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악연으로 얽혀 버린 엘로서는 유클레이가 어찌하여 루이아스를 잘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엘의 말에 유클레이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루이아스는 나의 할아버지라네.”
“,,,,,,!”
유클레이의 충격적인 선언에 엘은 물론 응접실에 있는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클레이는 무려 100살이 넘은 노마법사다. 그런 그의 할아버지라니? 그렇다는 건 최소 150살이 넘었다는 게 아닌가? 아니, 그건 둘째 치더라도 유클레이의 할아버지가 루이 아스라는 건 무척 충격적이었다. 유클레이가 말을 이어 나갔다.
“대륙 그 누구도 내 나이를 모르지만 실은 내 나이는 올해 백이십이 넘었지. 그리고 루이아스는 이백 살이 넘었다네.”
“이백 살…… 그 정도라면 충격적이군요.”
엘로서는 전혀 실감이 안 나는 나이였다. 인간이 무려 200살이라니. 여태까지 그 정도로 길게 살아온 인간이 있다는 걸 들 어본 적이 없다. 유클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충격적이겠지. 8클래스나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백 살을 넘기기 힘드니 말이네. 하지만 9클래스의 경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9클래스에 이른다면 능히 오백 살을 넘게 살 수 있다네.”
정말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인간이 500년 동안 살다니? 단명하는 엘프의 수명이 오백 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거의 엘프에 버금가게 사는 셈이다.
“9클래스의 경지니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요. 그런데 루이아스는 확실한 9클래스가 맞습니까?“
“확실한 9클래스라네.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들었지.”
“인간이 9클래스 마스터라니…… 전무후무한 경지겠군요.”
엘은 루이아스의 엄청난 실력에 놀라며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여태껏 인간의 한계는 8클래스의 경지에 고착화되어 있었다. 과거 몇몇 9클래스 마법사가등장한 적이 있으나 마법 사들은 그것을 대부분 드래곤의 유희라 단정 지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으로 9클래스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간단하다. 인간의 몸이라는 것이 어느 한계까지 버텨 내는 견고함을 지니고 있지만 9클래스 마법을 실현할 때 유동하는 마나를 인간의 몸으로 견뎌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으로 9클래스까지 오르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놀란 엘에게 유클레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겠지. 하지만 루이아스는 정상적인 경로로 9클래스에 오른 것이 아니네.”
“예? 그렇다면……“
엘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클레이가 잠시 흠! 하더니 설명을 이어 나갔다.
“비록 깨달음으로 9클래스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나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는 결코 9클래스 마법을 전개할 수 없다네. 하지만 이야기를 바꾸어 보면 간단하지 9클래스 마법에 견뎌 내는 강인한 몸을 지니면 되는 것이 아닌가? 8클래스 로드의 경지에 거의 백 년간 머물렀던 루이아스 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네, 그리고 과거 신검에 의해 강제 귀환된 마왕의 심장, 데몬 하트를 자신의 몸에 이식 했다네.”
“데몬 하트를……“
거듭 놀라움이 이어졌다 데몬 하트라니! 과거 마왕의 심장을 이루었던 것이니 얼마나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루이아스는 데몬 하트를 자신의 몸에 이식함으로써 서서히 몸을 강화시켰지. 데몬 하트에는 엄청난 힘이 서려 있었기에 그것을 이식하면 인간의 몸은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서서히 강해지기 마련이네. 그렇게 오십 년 동안 데몬 하트를 견뎌 내기 위한 몸을 만들었고, 마침내 9클래스 마법을 전개할 수 있는 강인한 몸을 얻었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루이아스라 할 수 있지.”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마왕의 심장을 담다니! 제아무리 그 가능성의 한계가 없는 인간이라지만 이런 일은 일찍이 존재 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루이아스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것과 같았다. 데몬 하트는 말 그대로 마왕의 심장이니 그의 몸은 마족에 가까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을 안 엘은 무겁게 신음을 흘렸다.
“음…… 그럼 더욱 일이 어려워지는 셈이겠군요. 9클래스를 이루기 위해 설마하니 그런 선택을 할 줄이야.”
“인간의 욕심은 무한한 법이지. 솔직히 내가 그 입장에 처하더라도 나도 그렇게 행동할 것이네. 그만큼 마법사에 게 있어 9클래스는 염원과도 같은 경지이기 때문이지.”
유클레이의 말에 응접실에 존재하는 마법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엘은 유클레이의 말에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는 유클레이가 말한 것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를 생각 하고 있었다.
‘9클래스에 이르기 위해서는 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나는 7클래스에 오르면서 단전호흡에 의해 더욱 더 강한 육체를 지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깨달음이 받쳐 줄 시 9클래스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인데…… 나중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수련에 몰두하여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좋겠군.’
엘은 생각에 빠져나오며 입을 열었다.
“일단 루이아스는 마법사들로는 절대 대항할 수 없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엘에게 집중되었다. 엘은 자신이 겪었던 현상을 설명했다.
“루이아스에게는 저주받을 마병 중 하나인 카르마 링이 있습니다. 모든 마나의 흐름을 역행시켜 버리기에 마법사들에게 있어 최악의 아티팩트와 다름이 없죠.”
유클레이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런 것을 갖고 있다니……“
그렇다면 상황은 최악이나 마찬가지다. 카르마 링은 제 아무리 9클래스 마법사 아니, 드래곤이라도 마나를 사용 할 수 없게 만드는 희대의 마병이자 아티팩트였기 때문이다. 엘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리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책에 나와 있는 전설에 따르면 카르마 링은 드래곤들이 전개한 봉인에 갇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건…… 데몬 하트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죠.”
“데몬 하트라……“
데몬 하트가 언급될 때마다 아이넨스의 표정이 무겁게 변했다. 그것으로 루이아스가 9클래스의 경지에 이르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왠지 완벽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심정을 느낀 걸까? 엘은 아이넨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만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은 누구의 실수가 아닙니다. 단지 마법사로서 호기심이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이니 괜히 자책하실 필요 없어요.”
엘의 말에 아이넨스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아이넨스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맙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그때, 유클레이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자 마나가 움직이면서 온화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순간 엘은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그의 눈이 빛났다.
‘정신계 마법 인가?’
가볍게 주변을 환기시킨 유클레이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시급한 건 초인들 간의 확실한 통신망을 만드는 것이 되겠군.”
그에 엘이 자신이 해 둔 것을 말하였다.
“그건 제가 이미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여러 사람에 게 통신구와 스크롤을 주었습니다. 만약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그것을 사용하여 곧장 금탑으로 올 수 있게 모든 조치를 취해 두었지요.”
“일단 겉으로는 우리가 합류하는 형태로 하여 암묵적으로 집결 장소를 금탑으로 하겠네. 어디까지나 우리가 소수니 말이네.”
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두 각자 위하는 것이 있기에 이번 일에 가담한 것이지요. 거기에 다수와 소수를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말이로군.”
엘과 유클레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엘이 코린트와 멜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루이아스는 저희들이 눈치 챈 이상 더 일을 벌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그에게 마법사들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렇겠군. 마법사가 힘을 못 쓴다라…… 정말 문제로군, 하다못해 마법을 봉인할 수만 있다면……“
‘마법의 봉인이라?’
순간 엘은 뇌리에 무언가 번쩍 스쳐가는 충격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 그랬기에 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떠올랐기에 엘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차분히 유클레이의 이야기를 들어 나갔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던 것. 그것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무척 유익한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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