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Mage RAW novel - Chapter (99)
9. 청탑의 골렘 생산 기지를 파괴하라!
금탑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 엘은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촤아아아!
드넓은 강물을 가르며 배 한 척이 나아가고 있었다.
바다 같이 드넓은 강을 바라보며 일반 여행객의 복장을 하고 있는 엘이 중얼거렸다.
“지금쯤……시작되었을 테지.”
금탑이 공격을 받고 있지만 엘은 금탑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바로 지금이 적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도 제국을 곧장 세운 지금 루이아스는 모든 초인들을 동원할 수 없을 거야.”
초인들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존재다.
만약 루이아스가 9명의 모든 초인들을 데리고 금탑을 치려 했다면 엘은 결코 금탑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루이아스를 제외한 초인들의 숫자는 마도 제국에 속하지 않는 자가 더 많다.
때문에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야 했으며, 혹시 모를 적의 습격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금탑에 존재하는 초인은 엘을 비롯한 골든 나이트, 그리고 아이넨스와 엘리엔 총 넷이다.
그중 엘리엔과 아이넨스는 초인 중에서도 상위 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골든 나이트는 룬 블레이드의 힘이 극도로 발휘되었을 때 중간 급, 그리고 엘은 하위권에 해당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해 볼 때 루이아스는 금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6명의 초인을 파견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엘은 가장 먼저 유클레이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하려 하였다.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아토빌 공작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검을 다루는 자, 텔레포트가 불가능했기에 금탑을 오가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엘은 유클레이와 멜뤼스, 코린트를 불러들임으로써 적들과 싸우려 했던 것이다.
유클레이에게 도움을 청한 엘은 그에게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바로 마도 제국에서 그를 견제하기 위해 2명의 초인을 보낸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루이아스와 반목을 해 왔던 만큼 유클레이는 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름대로 정보망을 구축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금탑으로 4명의 초인이 향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유클레이는 자신에게 오는 두 명의 초인을 막을 테니, 멜뤼스와 코린트를 파견하여 그들과 힘을 합쳐 적들을 제거하라 했다.
하지만 엘은 이미 자신의 계획이 있는 바, 그들에게 금탑을 부탁하고 자신은 금탑에서 나왔다.
유클레이는 초인들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라 했지만 엘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저번 아일라스 제국에서의 싸움으로 적들은 혹시나 벌어질 일에 대비하여 후퇴함에 있어 한층 강화를 이룩했을 확률이 높다.
즉, 자신과 골든 나이트가 있다면 그들은 바로 후퇴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엘은 금탑에 남아 있기보다는 자신이 세워 놓은 계획을 즉각 실행하기에 이른다.
바로 초인들이 금탑을 습격하는 사이 자신은 청탑을 습격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청탑을 공격하는 계획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립된 상태였다.
엘은 디벨 상단의 정보망을 바탕으로 대륙 각지의 매직 메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비록 카시아스 왕국에서 발견된 매직 메탈의 독점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각지에서는 많은 양의 매직 메탈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흘러 들어가는 경로는 각기 다르지만 그것들은 최종적으로 벨로세크 제국에 유입되었고, 그중에서 청탑으로 가장 많이 흘러 들어갔다.
아일라스 제국에서 골렘의 파편을 조사한 결과 매직 메탈이 상당히 많이 첨가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엘은 매직 메탈이 집중되는 곳이 곧 골렘이 생산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장 골렘의 생산지인 청탑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그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엘은 이대로 금탑에 오는 초인들을 제거해 볼까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후퇴할 때 엘이 방해했음을 루이아스가 알 터이니 그들의 후퇴 수단이 한층 강해졌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초인들은 자신들이 견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그는 골렘 생산 기지를 파괴하기로 결심하였다.
루이아스가 보유한 초인의 숫자는 도합 아홉, 반면 엘을 중심으로 뭉친 초인의 숫자는 열둘이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루이아스가 직접 전장에 첨가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초인의 숫자에서 이쪽이 우위였기에 그들을 견제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해지는 것은 일반 기사들의 수준이다.
초인들의 숫자는 이쪽이 유리한데 반해 기사들의 수준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당장 소드 마스터의 숫자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은 전쟁이 벌어지면 무척 심각한 문제로 야기될 확률이 높았다.
거기에 마스터와 비등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골렘들이 다수 투입된다고 하면 전장은 삽시간에 마도 제국의 우위로 흘러갈 것이다.
당장 초인들은 견제가 가능하나 아래쪽 수준에서 심각한 차이를 보인다면 전쟁은 승산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걸 계산한 엘은 일단 골렘의 생산 기지부터 파괴하기로 결심한 것이고, 디벨 상단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엘은 이틀을 타고 왔음에도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강을 보며 중얼거렸다.
“과연 제국의 젖줄이라 불릴 만한 곳이야. 정말 광활해. 옛날 중국인들이 장강을 건널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엘이 지금 건너고 있는 강은 과거 문명의 발생지인 키클로스프 강이었다.
동부의 젖줄, 혹은 제국의 젖줄이라 불리는 이곳은 대륙 중부 산맥에서 시작하여 대륙 동부까지 이어지는 긴 강으로, 동부의 젖줄이란 거창한 명칭답게 광활한 크기를 자랑했다.
본래 엘은 곧장 청탑으로 텔레포트를 하여 그곳을 파괴하려 하였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 동안 존속했던 청탑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 없을 터.
그들은 방대한 범위에 걸쳐 무단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공간 이동 방해 마법진을 설치해 두었다.
엘은 처음엔 어떻게든 방해 마법진의 틈을 꿰뚫고 이동 해 보려 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이 채 절반도 되지 않았기 에 모험을 감수하기보다 며칠 동안 강을 타고 내려간 뒤 청탑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3일 동안 배를 타고 간 끝에 마침내 대륙의 극 동부에 도착하게 되었다.
강이 끝나고, 육지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엘은 강력한 공간 이동 방해 마법의 기운을 느꼈다.
즉, 이곳부터 청탑의 영역이란 소리가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군.”
눈을 번뜩이는 엘, 그리고 이내 눈빛을 갈무리하며 평범한 여행객인 것처럼 위장한 채 발걸음을 옳기기 시작했다.
“만만치 않군. 과연 소문이 사실이었어.”
“헐헐헐, 평소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과연 제국의 벽은 높군.”
코린트와 멜뤼스가 레이벨의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을 막아 내면서 말했다.
그들의 몰골은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전신 곳곳에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내상을 입은 듯 얼굴색도 그리 좋지 못했다.
그에 반해 그들을 상대하는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모습이었다.
이는 두 사람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걸 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도 결코 좋지 못했다.
지크리스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평소의 느린 템포가 아니었다.
“늙은이들이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군, 꽤 피해를 감수해야겠어.”
“과연, 수십 년 동안 서부 대륙을 지켜 올 만하군.”
수백여 번의 공방을 펼쳤지만 그들은 저 둘에게 결정타를 먹이지 못했다.
오히려 반격당하여 회심의 일격을 허용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문에 실린 진실성은 어느 정도 포함된 법.
제국의 초인이 서부의 초인보다 한 수 높다는 평판에 걸맞게 지크리스 후작과 레이벨은 조금씩 멜뤼스와 코린트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함부로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멜뤼스와 코린트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아 그들을 죽이려 들 경우 최악의 상황에는 그들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 중상, 최악으로는 죽음이었다.
루이아스라는 사기적인 존재를 뒤에 두고 있는 그들로서는 모험을 걸 리 만무했기에 조금씩 승기를 잡아 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제국의 초인들은 그 저력이 만만치 않지. 서서히 승기를 잡아 나가면 먼저 나가떨어지는 것은 저들이 될 것이다.”
벨로세크 제국 출신 초인이란 걸 평소 자랑스럽게 여긴 지크리스 후작이었기에 그에게 결코 물러섬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신중한 레이벨로서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용히 지크리스 후작을 제지했다.
“굳이 저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크리스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째서지?”
“폐하의 말씀을 잊었습니까? 끝까지 승부를 본다면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 또한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후작님도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그건…… 으음!”
지크리스 후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레이벨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희에게는 아직 비장의 한 수가 있지요.”
레이벨이 손에서 마나를 뿜어내자 여태껏 초인들의 싸움을 묵묵히 관망하고 있던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목표는 금탑. 흔적도 남기지 말고 파괴하라.”
주인의 명령에 100여 기에 달하는 골렘들이 금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유리한 건 우리입니다.”
레이벨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치열하게 검을 나누던 그레시오스 공작과 아이넨스도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그토록 몰아붙였건만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니……“
뒤로 물러난 그레시오스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신검의 힘이 발휘되는 걸 막기 위해 쉴 틈 없이 아이넨스를 몰아붙였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연쇄 공격에 선기를 빼앗긴 아이넨스는 신검의 힘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기를 빼앗긴 아이넨스의 실력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수백 년 동안 가다듬어진 신검가의 검술은 선기를 빼앗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확실한 체계가 세워져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아이넨스는 그레시오스 공작의 공격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회가 온 순간, 아이넨스의 기도는 달라졌다.
여태껏 펼쳐온 검술과는 판이한 검술을 펼쳐 내기 시작 한 것이다.
역대 신검가 주인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오로지 신검에 의지해서만 발휘된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신검이 없는 때가 온다면 자신들은 변변찮은 검술만 펼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깨달은 검술의 정수를 한데 모아 검술을 창안했다.
여타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순수 검으로 펼쳐 내는 검술을 말이다.
그것을 그레시오스 공작에게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루이넨스는 이미 이 검술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 미처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레시오스 공작으로서는 이 검술은 처음 보는 것일 것이다.
디멘션 소드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순수 검으로 펼쳐 내는 공간의 검을 말이다!
“이것은?”
공간의 검을 펼쳐 내자 그레시오스 공작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디멘션 소드의 힘을 봉인시켰다고 생각한 순간에 공간의 힘 유사한 것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면에서 찔러 들어오자 그레시오스 공작이 역으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노련한 기사다.
아이넨스의 공세를 잘 막아 내고, 대등한 상황으로 이끌어 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인 듯했다.
전열을 가다듬으려면 필연적으로 시간을 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그가 아닌 아이넨스의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힘들겠군.’
앞으로의 대결이 힘들어질 것을 예감한 그레시오스 공작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 갔다.
한쪽으로 형세가 차츰 기울어 가는 두 대결에 비해 엘리엔과 루이넨스의 대결은 팽팽함 그 자체였다.
마검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루이넨스는 마검을 다룸에 있어 거침이 없었다.
두 여인의 대결은 똑같은 전개를 반복했다.
루이넨스는 마검에서 뿜어지는 기운으로 전신을 감싸는 갑옷으로 사용하다가 엘리엔의 틈을 발견하면 곧장 공세로 전환하여 빈틈을 비집었다.
엘리엔은 균형감 있는 공격과 방어로 착실히 루이넨스를 공략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여인 모두 그랜드 마스터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실력자들이 아니던가.
순간순간 드러나는 빈틈이 이미 빈틈이 아니게 된 지가 이미 오래였다.
거기다가 상대방의 실력을 대충 예측하고 있는 이상 결코 방심도 허용되지 않았기에 그녀들은 바짝 정신을 차린 채 대결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니 승부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엘리엔은 자신에게 한 치의 밀림도 보이지 않는 루이넨스를 보며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지 백 년이 넘는 나를 상대로 동수를 이루다니, 인간은 정말 두려운 종족이야.’
눈앞의 여인은 기껏해야 40년도 살지 않은 인간이다.
그렇다는 건 아무리 빨라도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지 십 년도 안 되었다는 뜻, 그런데 자신과 대등한 실력이라니……
‘여기서 끝을 봐야 해.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다면 저 인간이 나를 뛰어넘을 수도 있어.’
스스로가 대륙에서 제일 강한 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하던 엘리엔에제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 지난 시간이 의미 없이 허비 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복수심을 위해서.
그녀의 네이처 소드가 진한 녹빛을 뿜어내며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네이처 소드의 힘을 발휘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 찰나, 돌연 도열해 있던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엔이 그걸 보며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차!”
현재 금탑에는 엘과 골든 나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없다는 것은 즉, 지금 움직이는 골렘들을 막아 낼 이가 없다는 뜻이 된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골렘들!
이대로 간다면 금탑이 어떤 지경에 놓이게 될 건지는 빤히 보였다.
‘안 돼!’
비록 금탑에 오랫동안 머무른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 세상에 나온 뒤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머문 곳이 이곳이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금탑에 상당히 애정이 들어 있었다.
엘리엔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려 하자 루이넨스가 순간의 틈을 포착하여 공격을 해 왔다.
“이익!”
루이넨스의 공세에 엘리엔이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마주 검을 휘둘렀다.
창! 차장! 차자자장!
순식간에 십여 번의 공방이 오가며 순간순간 드러나는 서로의 빈틈을 예리하게 찔렀다.
하지만 두 여인 모두 그 공격을 차단하며 한순간 벌어진 공방에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루이넨스의 이득이라 할 수 있다.
루이넨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금탑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금탑을 구하고 싶다면 나를 먼저 이겨야 할걸?”
그녀의 태도에는 조금 전보다 더욱 여유가 깃들고,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그에 엘리엔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목숨을 걸어도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대를 한시라도 빠르게 이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금탑을 돕기 위해 온 2명의 8클래스 마법사는 조금씩 밀리고 있었으며, 그나마 아이넨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쉽사리 승부가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결국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뜻.
엘리엔의 기세가 처음과 달리 강렬하게 폭사되기 시작 했다.
“이제부터 전력을 다하도록 하지.”
루이넨스의 표정이 환해지며 마검을 까딱였다.
“세상에…… 이건 믿을수 없어!”
초인들 간에 치열한 싸움이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금탑의 집무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에리스 공주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는 지금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매일같이 왕궁 안에만 갇혀 있다가 단 한 수로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실력자들을 보고 느낄 충격을.
비록 초인 중 그녀가 본 것은 엘밖에 없지만 대륙의 대부분 왕족들은 초인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그들의 생김새와 특징, 이름 등을 외운다.
언제 그들을 만날지 몰랐고, 행여 그들을 만난다면 친분을 쌓아야 했기에 사전에 그들에 대해서 공부를 해 두 는 것이다.
그것은 에리스 공주도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지금 금탑의 입구에서 싸우는 이들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레시오스 공작과 지크리스 후작, 그리고 녹탑주 레이벨…… 거기에 멜뤼스와 코린트라니……’
그 외에 그녀가 모르는 3명도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초인에 비해 떨어지는 실력이 아니다.
아니, 부족한 그녀의 눈으로도 2명의 여인은 초인들 중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정체 모를 사내 또한 그레시오스 공작과 팽팽한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보아 어마어마한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초인들 간의 싸움에 그녀는 그야말로 혼백이 달아날 정도였다.
에리스 공주가 파리해진 안색으로 세레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초인들이 금탑에 쳐들어온 것이지요?”
에리스 공주의 물음에 세레나는 한순간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그녀에게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할지 아니면 적당히 각색을 해서 들려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어차피 모든 광경을 목격했으니 세레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말해 주기 시작 했다.
“현재 마도 제국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그 준비를 착실히 해 온 집단이에요. 엘 님은 우연히 그들의 계획을 분쇄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과 악연으로 엮이기 시작했죠. 엘 님은 혼자서 그들과 맞서는 게 불가능하다 고 여긴 바, 마도 제국에 포섭된 초인을 제외한 모든 초인 들을 끌어들여 하나의 거대한 연합체를 구성했어요. 그래서 마도 제국은 엘 님을 가장 눈에 거슬리는 적으로 간주 하고 지금 금탑을 지우기 위해 온 것이랍니다.”
본래 세레나도 자세한 사정을 몰랐지만 며칠 전 엘이 금탑을 떠나면서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 주었기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엘은 그때 자신의 계획을 틸어놓았다.
금탑에 쳐들어온 초인들을 모두 제거하기가 힘드니 차라리 자신이 청탑으로 가서 골렘의 생산 기지를 파괴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루이아스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으면서 아마 조만간 쳐들어을 거란 이야기와 함께 그 대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말해 주었다.
그때, 엘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때 자리에 있었던 인물들은 실피르, 세레나, 카이나, 엘리엔, 아이넨스였고, 매직 나이트들에게도 혹시나 적들이 쳐들어을 수 있다고 일러두어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
자세한 정황을 모두 알고 있는 세레나였으나 그녀 또한 실상 에리스 공주와 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초인들이 저토록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것은 세레나 또한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초인들이 겨루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하였다.
저렇게 강한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엘이란 이야기다.
거기에 골든 나이트도 저들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했다는 이야기.
세레나는 왜 사람들이 그토록 엘을 자신들에게 포섭하려는지 이해가 갔다.
저들 중 둘만 보유해도 그 국가는 능히 제국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성국으로부터 지켜 줄 엘의 노력이 훤히 보였다.
7클래스 마법사의 몸으로 다이어드 공작과 게이런즈를 막으려던 엘의 모습.
부족한 힘으로도 어떻게든 자신을 지켜 주려고 했으니 어느 여인이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치열한 접전을 거듭하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렀으며, 소강상태가 끝이 날 때, 여태껏 계곡 입구에서 꼼짝도 않고 있던 골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이 말하길, 초인들과 함께 올 골렘들의 힘은 하나하나가 모두 마스터에 근접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런 존재가 100여 기나 된다면 상당히 힘든 상황이 될 터, 세레나는 그때를 대비하여 엘에게 한 가지 임무를 부여받았다.
골렘들이 움직이자 세레나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에리tm 공주에게 말했다.
“저 골렘들이 쳐들어을 거예요. 저는 저들을 막으러 잠시 나가야겠어요. 에리스 공주님은 잠시 이곳에 계셔 주시겠어요?”
“예? 예에……“
에리스 공주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레나는 에리스 공주에게 고개를 한차례 꾸벅 숙여 보이고는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에리스 공주는 여전히 몽롱한 기색으로 대결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적들에게 저 정도의 힘을 기울이게 하는 존재…… 금탑주……“
뭇 여성이 남성에게 반하는 요소 중 가장 절대적인 것 하나가 바로 강한 힘이었다.
세레나가 금탑 입구로 나가자 그곳에는 이미 실피르와 카이나, 그리고 12명의 매직 나이트가 있었다.
매직 나이트들은 하나같이 골든 매직 나이트들을 소환 하고 탑승한 상태였다.
골든 매직 나이트의 탑승 상태에서 발휘하는 그들의 힘은 능히 마스터에 버금가니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실피르가 달려오는 세레나를 보며 외쳤다.
“세레나! 나는 뒤에서 후방 지원을 할 테니 너는 트롤 킹을 조종해 줘.”
세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머님.”
그렇게 대답한 세레나가 엘에게 받은 아티팩트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것은 트롤 킹을 조종할 수 있게 해 주는 아티팩트로서, 오로지 트롤 킹에게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세레나는 본신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
아니, 성녀로 선택받을 때 가이아 여신에게 받은 신성력이 전신에 상당량 녹아들어 그녀의 치료 마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신성력의 여파 때문인지 공격 마법의 위력이 약해져 공격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엘은 세레나에게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것보다 트롤 킹을 컨트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세레나 또한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카이나가 골든 매직 나이트를 소환하며 말했다.
“제가 앞장 설 테니 언니는 트롤 킹으로 절 엄호해 주세요.”
금탑 소속의 검사 중 가장 강한 것은 카이나였기에 가장 활약을 해야 할 존재도 그녀였다.
세레나는 한쪽에서 쿵쿵,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트롤 킹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카이나.”
“알아요, 언니.”
그 말과 함에 카이나가 골든 매직 나이트에 탑승했다.
그녀의 골든 매직 나이트가 들고 있는 검은 그녀가 사용하는 애검 프로스와 동일한 위력을 지닌 검으로서, 저걸 만드느라 상당히 피곤했던 엘은 그냥 큰 프로스란 뜻 에서 빅프로스라 이름을 지었다.
상당히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었지만 어감은 꽤 좋았기에 카이나 또한 이 검을 빅프로스라 불렀다.
“빅프로스만 있으면 문제없어요. 그럼……”
카이나가 앞장서자 매직 나이트들이 탑승한 골든 매직 나이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트롤 킹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저 골렘들을 처리해! 단 금색 골렘들은 보호하고, 선두에 선 골렘을 중점적으로 보호하도록 해.”
“크르르르르!”
한차례 길게 으르렁거린 트롤 킹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려 8미터에 해당하는 트롤 킹이었기에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가장 선두로 달리던 카이나의 골렘이 제일 먼저 적과 충돌하게 되었다.
그녀는 빅프로스에 한껏 오러를 불어넣으며 골렘과 부딪쳐 나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덩치를 지닌 골렘들이 부딪치는 소리답게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였다.
쿠구궁!
동체를 부딪치자 우위를 점한 것은 당연히 골든 매직 나이트였다.
평균 3미터에 해당하는 골렘들에 비해 골든 매직 나이트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다.
덩치 싸움에서는 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빅프로스에 적중당한 골렘의 팔이 단칼에 잘려 나갔다.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에도 어느 정도 버티던 골렘들이 빅프로스에는 맥을 못 추었다.
“이건……“
카이나의 눈이 빛났다.
엘이 말하길 골렘들의 내구도는 대략 오러 블레이드를 견딜 수 있는 정도라 하였다.
현재 매직 나이트가 골든 매직 나이트에 오러를 불어넣으면 대략 오러 블레이드에 필적하는 위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인 카이나가 오러를 불어넣으면 그 위력은 배가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래서 엘은 떠나기 전에 카이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이번에 골렘이 오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는 바로 너야, 카이나. 난 너를 믿을게.”
“저만 믿으세요, 엘 님. 제가 더욱 강해져서 엘 님을 지켜 드리도록 하겠어요.”
골렘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느낀 카이나는 자신감을 갖고 골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숫자에서 압도적인 열세였지만 그 기세는 팽팽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카이나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트롤 킹의 신위 또한 엄청났다.
비록 골든 나이트에게 맥없이 붙잡힌 트롤 킹이지만 본신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녔다.
게다가 트롤 킹이 엘에게 정신 마법으로 제압당하기는 했지만 트롤 킹은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닌 살아 있는 상태다.
뭇 생명체가 지니고 있을 흉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는 것이다.
그런데 요 근래에 들어 트롤 킹이 활약할 기회는 없었다.
트롤 킹에게 있어 오늘의 이 전투가 흉성을 마구 폭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크라아아아!”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 트롤 킹은 괴성을 지르며 그야말로 무아지경으로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쾅! 콰과광!
트롤 킹의 몽둥이에 맞은 골렘들의 동체가 푹푹 파여 나갔다.
오러를 다루지 못하지만 트롤 킹은 몬스터 랜드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상당량 축적한 존재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트롤 킹이 휘두르는 몽둥이에는 무의식적으로 마기가 맺혀 있었다.
그리고 파괴적인 성향의 마기는 결코 오러의 위력에 뒤지지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에 버금가는 마기를 몽둥이에 응축하여 골렘들에게 휘두르니 골렘들의 동체가 푹푹 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직 나이트들도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발휘하는 힘은 오러 블레이드보다 딱히 강하다고 할 수 없어 골렘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트롤 킹처럼 육중한 8미터의 덩치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힘과 결합된다면 골렘의 동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골든 매직 나이트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기에 골렘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숫자의 압도적인 열세였지만 카이나와 트를 킹의 활약 속에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 실피르가 마법을 전개했다.
“아이스 스톰!”
쏴아아아아!
마법이 전개되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더니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실피르가 마법을 전개하는 순간 카이나와 매직 나이트, 트롤 킹은 재빨리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 후 아이스 스톰은 곧장 골렘들에게 날아왔고, 차가운 온도로 인해 얼음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사실 실피르의 힘으로 골렘에게 큰 타격을 주기 힘들다.
오러 블레이드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그녀로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설사 7클래스 마법사라 해도 상황은 같다.
7클래스 마법의 위력이 분명 강하기는 하지만 힘의 응집력에서는 오러 블레이드가 우위였기 때문이다.
그런 오러 블레이드로도 제대로 타격을 주기 힘든 골렘인데 6클래스 마법사인 실피르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리 만무했다.
그래서 실피르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자신이 마법으로 타격을 줄 수 없다면 보조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이다.
그 결과 그녀가 택한 것은 얼음 마법을 전개하여 골렘들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계획은 성공했다.
아이스 스톰에 적중당한 골렘들의 다리 부위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격심한 움직임을 보이는 탓에 얼음이 조금씩 균열이 일기는 했지만 몇 초간의 틈도 무척 유용하다 할 수 있다.
골렘의 발이 묶인 틈을 타 카이나가 빅프로스에 오러를 집중하여 골렘의 가슴 부위를 찔러 들어갔다.
엘이 말했다,
골렘의 약점은 가슴 중앙이라고.
거기에 골렘을 움직이는 핵이 있다 했다.
빅프로스가 골렘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갔다.
거침없이 파고들어가는 빅프로스의 끝에 무언가 작은 돌이 박혔을 때, 거칠게 몸부림치던 골렘의 움직임이 멎어들었다.
핵이 파괴당한 골렘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카이나는 비교적 쉽게 골렘을 파괴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러하지 않았다.
트롤 킹은 골렘 하나를 아예 으깨 버렸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몸 곳곳이 몽둥이에 의해 처참하게 박살 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행동불능이 된 것은 된 것이니 카이나와 같은 성과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이들이었다.
비록 골렘의 발을 묶어 놨지만 그들은 단번에 골렘을 행동불능으로 만들 능력이 없었다.
때문에 매직 나이트들이 택한 것은 바로 도끼로 나무를 베는 원리였다.
그들은 검에 오러를 집중하여 가슴 부분만 집중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그 숫자가 10여 번에 달하니 마침내 골렘의 가슴은 부서지고 부서져 핵을 노출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핵을 발견하자 그들은 거침없이 핵을 부숴 버렸다.
가장 중요한 핵이 파괴되자 골렘들은 행동불능에 빠졌다.
삽시간에 10여 기가 넘는 골렘들이 작동을 멈춘 것이다.
그러자 카이나와 매직 나이트들은 기세가 올랐다.
“좋아! 이대로만 하자!”
아이스 스톰은 고위 마법이었기에 함부로 남발할 수 없다.
그래서 실피르가 앞으로 아이스 스톰을 전개할 수 있는 것도 몇 번, 그것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 나머지는 순수 실력으로 골렘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한 번 해 본 일은 그 뒤에 할 때 요령이 붙듯, 몇 번만 더 아이스 스톰을 전개해도 골렘들을 처리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골렘을 처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카이나가 골렘들을 베어 내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골렘들은 모두 부서져 대지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골렘들을 처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자는 바로 실피르와 카이나였다.
실피르는 골렘들이 가장 밀집한 곳에 연신 아이스 스톰을 전개해 주었으며,
카이나는 그 틈을 정확하게 노려 골렘의 핵을 파괴했다.
트롤 킹도 한몫 했다.
하지만 트롤 킹이 부순 골렘들은 대부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그들은 대단한 전과를 세웠다.
데이제크 제국의 근위 기사단 100명의 소드 마스터가 막아 내지 못한 골렘 군단을 금탑은 전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록 골든 매직 나이트 대부분이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였지만 그것은 승리의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실피르가 말했다.
“힘들겠지만 이 잔해들을 모두 수습해 줘.”
그녀의 안색은 과도한 마나를 사용한 탓에 파리했지만 골렘들을 성공적으로 막았다는 사실에 무척 표정이 밝았다.
게다가 부수적인 수입도 생겼다.
골렘들을 이루고 있던 것들은 대부분 진귀한 금속이다.
거기에 마스터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하려면 십중팔구 매직 메탈이 다량 사용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것만 따져도 이것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이것 또한 엘이 골렘을 모두 처리한 뒤 어떻게 해야 할 지 일러 둔 탓이었다.
실피르의 말에 골든 매직 나이트들이 움직이며 골렘의 잔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잔해를 한곳에 모으자 실피르가 아공간을 전개하여 잔해들을 보존했다.
그 사이 골든 매직 나이트를 소환 해제한 카이나가 실피르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저분들을 도와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카이나가 가리키는 대상은 아까 전부터 대결을 벌이고 있는 초인들이었다.
그러자 실피르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우리가 도와줄 영역을 벗어난 자들, 우리가 돕는다고 해서 승부에 영향을 줄 정도는 되지 않아. 게다가 엘리도 저들을 돕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니? 아마 엘리는 모든 걸 예견했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란다.”
저들이 쳐들어오고, 골렘이 습격할 것까지 예견한 엘의 말이니 만큼 맞아떨어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카이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도 그렇겠네요. 혹시 모르니 언제라도 도울 준비를 해야겠어요.”
실피르도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걱정된다면 그게 낫겠지.”
골렘을 모두 처리한 그녀들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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