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Investment Portfolio RAW novel - Chapter (152)
금수저 투자백서 152화(152/231)
152. 이 정도면 내기에서 내가 확실히 이긴 거죠?
그렇게 네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랜든이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이제 10분 뒤면 상장이 이루어질 테니. 슬슬 밖으로 나가시죠.”
“벌써 그렇게 됐어요.”
석원이 나란히 앉아 있는 톰과 빌 부사장을 쳐다봤다.
“일생일대의 순간을 놓칠 수 없으니 그만 나가볼까.”
“그, 그래.”
다시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톰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대표실을 나온 네 사람은 곧장 넓은 트레이딩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새파란 이스트강이 내려다보이는 트레이딩 센터에는 평소와 같이 여러 개의 모니터를 앞에 둔 직원들이 분주하게 거래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넓다고 생각했던 트레이더 센터였지만 조금씩 인원이 늘어나 어느새 직원 숫자가 마흔 명도 훌쩍 넘어 버리자 꽉 차게 느껴졌다.
‘펀드 규모가 커지고 직원이 더 늘어나면 공간이 비좁아질 것 같은데. 그 전에 사무실을 확장하라고 해야겠네.’
석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정면에 있는 대형 시세판을 바라봤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시세판에는 다우와 나스닥 종합 지수를 비롯한 수많은 종목 코드가 빼곡히 표시된 채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숫자들이 쉴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 있는 톰을 보며 석원이 입을 뗐다.
“이제 곧 주식이 상장되면 앞에 보이는 시세판에 나스닥 위원회에서 승인한 4자리 거래코드가 생성될 거야.”
“후우.”
긴장되는지 숨을 길게 내뱉은 톰이 양손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말했다.
“이거 엄청 떨리네.”
함께 있는 빌 부사장 역시 불안과 기대가 뒤 섞인 얼굴로 대형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경쟁률 속에 공모가 마무리됐다지만 막상 주식을 상장했는데 주가가 폭락해 버린다면 절반의 성공이 되는 거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있는 석원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랜든을 봤다.
“100달러는 준비해 왔겠죠?”
“빳빳한 신권으로 가져왔으니 염려 마십시오.”
뜬금없는 이야기에 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뜻인지 물으려고 했으나 곧 이은 랜든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이제 1분 남았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트레이더들도 손에 든 수화기를 내려놓고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걸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대형 시세판을 바라봤다.
그만큼 이번 넷스케이프 상장이 시장의 기대와 관심을 끌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다들 숨을 죽인 채 기다리는 가운데 마침내 정각 오후 1시가 되자 넷스케이프 주식이 상장되며 대형 시세판에 NSCP라는 거래코드가 만들어졌다.
“떴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상장이 이루어지자 여태까지 담담하던 석원 역시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대형 시세판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서서히 의문이 서리기 시작했다.
종목 코드가 생성되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었기 때문이었다.
[NSCP 28 – 0.00]그걸 본 석원이 미간을 좁히자 옆에 있던 톰이 불안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거 왜 이러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어째서…….”
빌 부사장도 딱딱하게 굳은 채 그를 바라봤다.
주식이 상장됐으니 오르든 내리든 반응이 있어야 되는데 그대로 멈춰 버린 건 석원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심 당혹스럽긴 했으나 그는 허둥대지 않고 일단 차분하게 랜든한테 시선을 주며 말했다.
“나스닥 위원회에 연락해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요.”
“알겠습니다.”
랜든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기에 곧바로 가까이 있는 책상으로 가서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때 트레이더들과 함께 앞쪽에 있던 투자 선임 치프인 앤드루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어, 뭐라고. 그게 진짜야?”
그러더니 이내 굳어 있던 표정을 풀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알겠어.”
앤드루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석원에게 다가와 급히 말했다.
“보스. 방금 나스닥 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는데 전산에 문제가 발생해 넷스케이프 주식 거래가 잠시 멈췄다고 합니다.”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그런 사고가 발생해요!”
석원이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중요한 상장 첫날 거래 시작과 동시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으니 짜증이 날만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된 건지 같이 정색을 해도 모자랄 앤드루의 얼굴에 싱글거리는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전산 장애가 발생한 이유가 한꺼번에 너무 과도한 트래픽이 몰려서라고 합니다.”
“음?”
“그게 무슨…….”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해 눈을 깜빡이는 세 사람과 달리 석원은 곧바로 반색했다.
“설마 매수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전산이 다운됐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급히 회선을 늘려서 대응한다고 했으니 이제 곧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겁니다.”
앤드루가 머리를 끄덕이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톰이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다 무슨 말이야. 그럼 우리 회사 주식을 사려고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가 터졌다는 거야?”
“맞아.”
석원이 씨익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자 톰은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하하.”
함께 나란히 서 있던 빌 부사장은 흥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넷스케이프 주식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더 큰 것 같네.”
석원의 말과 동시에 트레이더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다들 고개를 돌려 정면에 설치된 대형 시세판을 바라봤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대로 멈춰 있던 넷스케이프 주가가 말 그대로 로켓트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NSCP 41.35 ▲ + 13.35].
.
[NSCP 72.15+ 44.15]
“단번에 두 배를 넘기다니 이거 완전 미쳤네!”
“지금도 미친 듯이 매수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미친…… 이게 말이 돼.”
“이러니까 나스닥 서버가 다운되지.”
“이 기세로 오르면 금방 80달러도 넘기겠는걸.”
그야말로 미친 듯이 오르는 주가에 트레이더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증시에 상장해서 잭팟을 터트린 주식들이 많았지만 넷스케이프처럼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두 배가 넘게 뛰어 버린 종목을 보진 못했기에 그럴 만도 했다.
더군다나 수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매달 수백만 달러씩 적자를 내는 회사인데 주당 28달러는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기에 결과가 더 충격적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단번에 70달러를 넘겨 버리고도 상승세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매수 주문이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는 거였다.
결국 거래가 시작되고 10분이 채 되지 않아 넷스케이프 주가는 80달러를 넘겨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NSCP 84.73+ 56.73]
눈 깜짝할 순간에 넷스케이프 시가총액이 3배가 늘어 48억 달러를 넘겨 버렸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대형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는 톰 하퍼의 자산 역시 실시간으로 뻥튀기가 되어 15억 달러가 훌쩍 넘어가 버렸다.
넷스케이프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석원 역시 재산이 크게 불어나긴 마찬가지였다.
석원은 양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그것 보라는 듯 톰을 어깨로 툭 쳤다.
“억만장자가 된 소감이 어때.”
“이게 다 꿈은 아니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쭉쭉 올라가는 숫자에 톰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왜. 못 믿겠으면 뺨이라도 한 대 때려줘.”
“그래 줄래?”
기꺼이 한쪽 뺨을 내밀 기세에 석원이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하하. 다 진짜니까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정말 고마워.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져 있는 톰을 보고 석원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더 고맙지. 덕분에 나도 큰돈을 벌게 됐잖아.”
그 말에 톰은 다시 한번 자신이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것을 실감한 듯 활짝 웃었다.
“그런가. 아무튼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이 정도로 만족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뭐?”
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를 거라는 말이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빌 부사장과 랜든 역시 설마하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자신에 찬 얼굴로 석원이 단언하듯 말했다.
“물론이야. 안 그래도 서로 가지고 싶어 하던 주식인데 눈앞에서 단번에 주가가 두 배, 세 배씩 뛰는 걸 봤으니 더욱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이미 이렇게 올랐는데 여기서 웃돈을 주고 주식을 사려고 할까?”
“많이 오른 걸 봤으니까 더 오르기 전에 먼저 사두려고 하는 거지.”
“그게 말이 돼?”
석원은 톰을 향해 두고 보라는 듯 말했다.
“사람들의 탐욕을 가볍게 생각하지 마. 원래 희망과 탐욕을 먹고 자라는 것이 주식이야.”
그러면서 석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탐욕이 광기에 이르는 순간 바로 버블이 만들어지는 거지.’
그런 생각을 모르는 톰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를 거라니…….”
“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야.”
지금까지 석원이 했던 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에 세 사람은 설마설마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여전히 계속 오르고 있는 주가를 바라봤다.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기세는 전혀 꺾일 기미가 없었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이 붙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다들 말이 없을 때 석원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면 내기에서 내가 확실히 이긴 거죠?”
“네.”
랜든은 아쉬운 표정도 없이 순순히 대답했다.
공모 단계에서 이미 시가총액이 10억 달러를 넘긴데다가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세 배나 폭등해 버렸으니 내기에 진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랜든은 지갑에서 빳빳한 100달러짜리 신권을 꺼내 석원한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잘 쓸게요.”
싱긋 웃어 보인 석원이 내기 판돈을 받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대형 시세판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톰과 빌 부사장의 등을 툭툭 치면서 슬쩍 한 눈으로 윙크했다.
“아직 장이 끝나진 않았지만 더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으니까 내 방으로 가죠. 오늘을 위해 85년산 로마네 콩티를 준비해 뒀어요.”
그러자 와인 애호가인 랜든이 벌써부터 입맛을 다셨다.
“이런 날 축배를 들지 않고 그냥 넘길 수는 없죠.”
“맞습니다.”
깐깐한 성격의 빌 부사장도 오늘만큼은 열기에 들떠 풀어진 표정이었다.
“나도 오늘은 좀 마셔야겠어.”
톰까지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머리를 끄덕이자 석원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럼 갈까.”
중간에 잠깐 상승세가 주춤하는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거래 첫날 넷스케이프 주가는 주당 89.31 달러까지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역사상 상장 첫날 상승률로 신기록을 수립한 거였다.
당연히 장이 마감된 이후 블룸버그를 비롯한 모든 언론사들이 이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크게 보도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인터넷 시대에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 주목받던 넷스케이프의 엄청난 잭팟에 투자자들이 더욱 열광하며 관심이 폭발했다.
뜨거운 열기는 다음날도 계속 이어져 결국 거래 이틀 만에 주당 100달러를 가뿐하게 넘겨 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미친 듯한 폭등이었지만 투자자들은 폭락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갈수록 매수 열기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90년대 후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린 닷컴 버블(dot-com bubble)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