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Investment Portfolio RAW novel - Chapter (216)
금수저 투자백서 216화(216/231)
216. 여유가 없으니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바쁘신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특종을 얻어내서인지 마지막 멘트를 하는 데브라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얀. 녹화 잘 됐죠?”
“그럼.”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눈을 뗀 얀이 한쪽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바로 한 데브라는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석원을 보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숏포지션을 가지고 계신 것이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엘도라도 펀드가 숏포지션을 잡았다는 걸 알면 그걸 노리고 숏스퀴즈(short squeeze)를 내려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숏을 칠 때는 이쪽의 포지션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석원은 전혀 걱정 없다는 듯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관없어요. 날 공격하려고 들어왔다가 예상대로 크래시가 터진다면 투매가 더 크게 일어나 하락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커질 테니까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니 아까 한 이야기를 굳이 편집해달라고 하진 않을 것 같아 속으로 안도했다.
“증시가 폭락할 거라고 확신하시는 모양이네요.”
데브라가 약간 반발심을 섞어 도발하듯 물었다.
“그런 자신이 없다면 거액을 베팅하진 않겠죠.”
“숏에 얼마를 걸었는지는 말씀해주지 않으시겠죠?”
석원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 역시 딱히 이야기해 줄 거라 기대하진 않았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고 고개를 기울여 인사했다.
“어쨌든 좋은 성과가 있으시길 바랄게요.”
그때 약간 떨어져서 서 있던 보커스가 옆으로 다가와 석원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보스. 랜든 씨 전화입니다.”
석원은 소파에 앉은 채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나예요.”
[인터뷰는 잘 끝나셨습니까?]“뭐. 그럭저럭요.”
[언론 노출을 꺼려하는 것 같으시더니 갑자기 CNBC와 인터뷰를 한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거예요. 귀찮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아뇨. 꼭 필요하면 하겠지만 일부러 나설 마음은 없어요.”
[그럼 언론사들에 대한 대응은 지금처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해요.”
[참. 그리고 오늘 저녁에 열리는 NRDC 연말 기금모금 자선행사에 참석하시기로 한 거 기억하고 계시죠.]NRDC는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국제 환경보호 시민단체였다.
1970년에 설립돼 워싱턴 D.C와 시카고 등 여러 대도시에 사무실이 있고 전 세계에 240만 명이나 되는 회원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크고 영향력 있는 단체였다.
매년 연말에 기부금 모금을 위한 자선 파티를 개최했는데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월가와 정치권의 거물들이 참석했다.
딱히 환경보호에 큰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절세를 위해 엘도라도 펀드는 여러 곳에 꽤 큰 액수의 기부금을 내고 있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NRDC였다.
당연히 올해도 연말 자선 파티 초대장을 보내왔는데 평소라면 기부금만 보내고 참석하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엔 때마침 뉴욕에 머물고 있는 데다가 각 분야의 거물들과 자연스럽게 안면을 트기 좋은 자리였기에 킨슬리를 파트너로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아. 그렇지.”
깜빡하고 있던 석원이 뒤늦게 되물었다.
“파트너 동반 파티라고 했었죠?”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다들 파트너와 함께 오는데 혼자 참석한다면 조금 뻘쭘하긴 할 겁니다.]“그렇겠네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그게…….”
그때 석원의 눈에 얀을 도와 짐을 챙기고 있는 데브라가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예정대로 자선행사에 참석하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그래요.”
통화를 끝낸 석원은 휴대폰을 보커스한테 돌려줬다.
그러고는 앉은 자세로 데브라를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
“편집본은 언제 받아볼 수 있는 거죠?”
“늦어도 이틀 뒤에는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겠다는 데브라의 말에 석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쪽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그 부분은 들어내 주겠다고 한 약속 잊지 말아요.”
“물론이죠.”
보나마나 깐깐하게 참견할 것이 분명해 데브라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네?”
데브라가 멈칫하며 그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얀도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힐끔거렸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데브라가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어…… 그건 왜 물으시죠.”
“인터뷰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다른 약속이 없다면 저녁 시간을 나한테 좀 줬으면 해서요.”
옆에서 얀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설마 그사이에 썸이라도 탄 거냐고 묻는 눈빛이었다.
‘이거 설마 데이트 신청이야?’
데브라는 두근대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며 새침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취재 상대하고 개인적인 만남은 하지 않는 게 제 원칙이라서요.”
“그렇군요. NRDC 연말 자선 파티에 함께 갈 파트너가 필요해서 그랬는데 실례가 됐다면 사과하죠.”
“……!”
뜻밖의 말에 데브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방금 NRDC 연말 자선 파티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원래 같이 가기로 한 파트너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혼자 참석하게 됐거든요.”
이야기를 들은 데브라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재계 거물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참석하는 NRDC 연말 자선 파티는 언감생심 그녀가 꿈도 못 꾸는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파티에 참석하는 인사들과 조금이라도 안면을 틀 수 있다면 앞으로 기자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거물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특종이 될만한 기삿거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싫다니 어쩔 수 없죠.”
“자. 잠깐!”
데브라가 황급히 그의 입을 가로막았다.
뒤늦게라도 이미지를 챙기려고 했던 게 와장창 무너질 판이었지만 미끼가 너무 커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무슨 남자가 끈기도 없이 한 번만 묻고 그만두는 거야. 예의상 적어도 두 번은 물어봐야지!’
하지만 NRDC 연말 자선 파티가 걸린 이상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데브라는 겉으로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많이 곤란하신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예외로 할게요.”
“내키지 않으면 굳이 안 해도 됩니다.”
“아니에요! 아침에 무례하게 군 것도 있으니까 제가 파트너로 가드릴게요.”
말과 달리 간절한 데브라의 눈빛에 그녀의 속마음을 바로 알아차린 석원이 내심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탁해요.”
“네!”
데브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걸 애써 참으면서 옆에 엉거주춤 서 있는 얀을 돌아봤다.
“들었죠? 미안한데 뒷마무리 좀 부탁해요.”
얀은 이거 진짜냐는 눈빛으로 데브라를 쳐다보더니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알았어.”
짐을 주섬주섬 챙겨든 얀은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메면서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데이트 잘 하라고.”
그러자 데브라가 눈을 흘기면서 팔꿈치로 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퍽이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짐을 챙긴 얀이 먼저 펜트하우스를 떠났다.
그러자 데브라가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의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파티는 몇 시에 가는 거예요?”
“6시쯤부터 시작이라고 들었어요.”
데브라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으음. 그럼 준비하려면 많이 빠듯하겠네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무난하고 단정하긴 했지만 파티용은 아니었다.
그때 석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이에요?”
데브라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석원이 손끝을 까딱해 한쪽에 서 있던 보커스를 불렀다.
“컨시어지를 불러줘요.”
“예.”
얼마 있지 않아 펜트하우스 투숙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라면 어떤 것이든 제공하는 전담 컨시어지가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
VIP인 펜트하우스 고객들한테는 까다롭고 섬세한 서비스가 요구되는 만큼 전담 컨시어지도 경험 많은 깔끔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브랜든 라이트라는 명찰을 단 컨시어지가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오늘 저녁에 열리는 NRDC 연말 자선 파티에 이 숙녀분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보다시피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요.”
그러자 브랜든이 시선을 돌려 왼편 소파에 앉아 있는 데브라를 쳐다봤다.
빠르게 옷차림과 헤어 스타일을 훑어보고는 다시 고개를 바로하며 물었다.
“어디까지 준비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요.”
브랜든이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마음에 드실 수 있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따로 원하시는 것은 없으신지요.”
“아. 이왕이면 옷과 가방은 구찌 제품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이 와중에도 자기 소유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건 잊지 않는 석원이었다.
“마침 저희 호텔 옆에 있는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구찌 매장이 있으니 그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거 잘됐네요.”
“여유가 없으니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석원이 머리를 끄덕이자 브랜든이 잠시 실례하겠다는 말과 함께 객실을 나갔다.
“저…….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요?”
멀뚱하게 대화를 듣고 있던 데브라가 약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그냥 파티용 드레스만 준비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
“모금 행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각계의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이라는 건 알고 있죠.”
“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파트너로 참석하는 여자들 전부 힘을 잔뜩 주고 올 텐데. 혼자 어설프게 하고 있으면 너무 비교되지 않겠어요.”
하긴 그런 자리라면 누구라도 빡세게 꾸미고 올 게 분명했다.
반짝거리는 드레스와 휘황찬란한 보석들을 휘감고 있는 여자들 사이에 혼자 붕 떠 있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눈이 질끈 감겼다.
“그리고 부탁을 받아 함께 동행해 주는 데브라 씨가 행사장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긴 싫어요.”
데브라는 의외로 상냥한 면도 있구나 생각하며 의욕에 충만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잠시 후 어디서 데려왔는지 브랜든이 메이크업과 헤어 아티스트 팀들을 우르르 이끌고 나타났다.
“우선 머리와 화장부터 새로 하시죠.”
머리칼을 완전 빨간색으로 염색한 여자가 씩 웃으며 데브라를 안쪽에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저한테 맡기세요. 완벽하게 멋진 모습으로 바꿔드릴 테니까!”
샐리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다짜고짜 데브라를 의자에 앉히고 일단 옷부터 벗게 시켰다.
“입고 계시던 옷은 저희가 따로 챙겨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더니 한 사람은 호텔 가운을 입히고, 다른 한 사람은 발 마시지를 시작했고, 또 다른 사람은 부기를 빠지게 하는 물이라며 입에 빨대를 물려줬다.
“저, 저기요.”
“괜찮아요. 괜찮아!”
대체 뭐가 괜찮은 건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사람들이 정신없이 움직이자 데브라도 어어 하면서 끌려갔다.
“머릿결이 좋으시네요. 여기에 웨이브를 넣으면 훨씬 더 예뻐 보일 거예요!”
“아. 그래요.”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나더니 또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옷이 잔뜩 걸린 이동용 행거들을 잔뜩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거의 매장을 통째로 털어온 듯한 옷들에 데브라가 질린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급한 대로 일단 다 가져왔어요!”
“잘 했어. 가방이랑 구두는?”
“여기요.”
순식간에 구찌 로고가 박힌 상자들로 방안이 가득 채워졌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일단 제일 괜찮은 것들로 열 벌만 먼저 준비해 봐.”
“네!”
샐리의 말에 데브라가 기겁해서 끼어들었다.
“옷을 열 벌이나 입어봐야 된다고요?”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아니 힘들 거 같…….”
그녀가 살짝 저항해보려 했지만 샐리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지워져 버렸다.
그렇게 데브라가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머리 손질과 네일 케어를 받는 동안 뒤에서는 스탭들이 모여서 어떤 드레스를 고를지 한참 상의했다.
샐리는 고르고 고른 드레스들 중에서 또 다섯 벌을 추려 옷걸이에 쭉 걸어놓고 데브라의 눈앞에 펼쳐놨다.
“이 중에서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
다들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엄청 비싸 보이는 드레스였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브랜든이 살며시 끼어들어 조언했다.
“명사분들이 참석하는 행사니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주는 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그게 좋겠어요.”
“아. 그래요? 그럼 이 검은 드레스랑…… 푸른색도 잘 어울리는데. 으음.”
샐리가 다시 드레스 세 개를 골라서 한번 입어보라며 등을 떠밀었다.
“어때요?”
“와. 멋져요!”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전신 거울에 비친 데브라의 모습은 완전히 확 바뀌어 있었다.
“나쁘지 않은데 너무 점잖은 느낌이군요.”
“과감하게 어깨선을 확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브랜든과 샐리가 말을 주고받으며 재차 드레스를 골라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얼떨떨하게 끌려가던 데브라도 조명을 받으면 더 반짝거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어느새 꾸미기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 벌을 더 갈아입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우아한 디자인의 검은색 드레스였다.
목과 어깨를 드러내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을 강조했고 옷감 전체에 수놓아진 큐빅들은 움직일 때마다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골라야 할 것은 구두였다.
데브라의 신발장에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될 듯한 구두들을 쫙 펼쳐놓고 하나하나 신어보는데 또 한참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드레스와 구두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헤어 세팅과 화장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나자 어느새 오후가 훌쩍 지나가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게 정말 나예요?”
데브라는 몰라볼 정도로 바뀐 모습에 깜짝 놀라며 전신 거울에 이리저리 몸을 비춰봤다.
“너무 예뻐요. 이 정도면 파티에서도 눈에 확 띌 거예요!”
“휴우. 빠듯했지만 다행히 시간 안에 다 끝낼 수 있었군요.”
샐리가 박수를 치며 연신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고 브랜든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대표님께서 기다리실 테니 이제 나가실까요.”
데브라는 긴장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고는 브랜든을 따라 거실로 나갔다.
“다 끝났습니다.”
석양이 지기 시작한 센트럴파크를 뒤에 두고 소파에 앉아 있던 석원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조심조심 걸으며 방에서 나오는 데브라를 쳐다본 석원은 이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감탄했다.
“정말 아름답네요.”
석원이 활짝 웃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자 데브라도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어요.”
“만족하신다니 다행입니다.”
브랜든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허전한 부분이 있네요.”
“네?”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석원의 손에 어느새 고급스러운 벨벳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석원이 케이스를 열자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목걸이와 귀걸이가 드러났다.
“아름다운 숙녀분에겐 그만큼 어울리는 보석이 필요한 법 아니겠어요.”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착용하기 부담스럽다는 표정에 석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고가품은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그러고는 목걸이를 빼서 양손에 들고 직접 목에 걸어주자 데브라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피부를 스칠 때마다 심장이 두근대서 미칠 지경이었다.
“완벽하네요. 잘 어울려요.”
“……감사합니다.”
이러다 얼굴이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데브라가 거울을 쳐다봤다.
그때 거울을 통해 석원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