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Investment Portfolio RAW novel - Chapter (264)
금수저 투자백서 264화(264/283)
264.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누구 거에 손을 대!
꽝!
우용갑 회장이 손바닥으로 앞에 있는 회의 테이블을 세게 내려치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미도파 백화점이 가지고 있던 대흥방직 지분을 전부 창투에 넘기다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넓은 임원 회의실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커다란 호통에 급히 소집된 중역들은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다들 몸을 움츠린 채 숨을 죽였다.
화가 치밀어 얼굴이 붉게 상기된 우용갑 회장을 보며 왼편에 앉아 있던 전해철 비서실장이 말했다.
“과한 흥분은 혈압에 안 좋으니 진정하십시오.”
미세한 차이로 평소보다 전해철 비서실장의 얼굴이 더 무표정했고 목소리도 사무적인 느낌이 들었으나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우용갑 회장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지금 수천억을 들인 베팅이 파투나게 생겼는데 내가 진정하게 됐어!”
우용갑 회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였다.
예전이었다면 혹시라도 혈압이 너무 올라 쓰러질까 봐 재차 만류했을 테지만 이미 실망과 모멸감을 느껴 버린 전해철 비서실장은 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았다.
씩씩거리며 숨을 거칠게 내쉰 우용갑 회장은 이내 고개를 돌려 오른편에 앉아 있는 우호근을 사납게 노려보며 재차 언성을 높였다.
“믿고 맡기라더니 일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소식을 듣자마자 급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온 우호근은 오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잔뜩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한방을 얻어맞긴 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바뀔 건 없습니다.”
“방직 지분이 없으면 대흥그룹 전체를 삼키는 것이 물거품이 되는데.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우용갑 회장이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말했다.
“고작 미도파 백화점 하나 가져오려고 수천억이나 되는 돈을 쏟아부은 줄 알아!”
다그치듯 내뱉는 말에도 우호근은 화가 난 우용갑 회장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분명 방직 지분을 다른 계열사로 넘겨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미처 대비하지 못한 건 제 실책입니다.”
“흥. 알고는 있구나.”
우용갑 회장이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바로 지분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니 방직 지분이 대흥 창투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우용갑 회장이 회의 테이블 한편에 앉아 있는 정찬원 법무실장에게 눈을 돌렸다.
“저놈 말대로 막을 수 있겠나?”
검사장 출신인 정찬원 법무실장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신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 상무님한테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그룹 오너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부당하게 매각했다는 걸 납득시킬 수 있다면 금지 처분을 받아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자 우용갑 회장이 대번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해볼 수 있다는 거지 확실한 건 아니지 않냐!”
예전 같으면 제대로 마주 보지도 못하고 눈을 피하기 바빴겠으나 홍콩에 가 있으면서 나름 성장한 우호근은 찌를 듯한 시선에도 위축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들었다.
“미도파 백화점이 난데없이 방직 지분을 팔아넘기는 게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란 건 세 살 아이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설사 매각금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건 또 뭔 이야기야.”
“저희가 필요한 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
미간을 좁힌 우용갑 회장을 보며 우호근이 자신 있게 대응책을 마저 이야기했다.
“가처분 신청으로 지분 매각을 막아두는 사이에 임시 주주총회를 최대한 빨리 여는 겁니다. 거기서 미도파 백화점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과 동시에 지분 매각 결정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면 상대의 꼼수를 간단히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럴싸한 계획에 우용갑 회장이 고개를 돌려 정찬원 법무실장을 보며 물었다.
“저게 가능한 이야기야?”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얼마나 임시 주총을 빨리 열고 안건을 원하는 대로 통과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러자 우호근이 문제없다는 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현재까지 매집한 미도파 지분에 오늘 마감된 공개 매수로 추가 확보한 주식을 더하면 35%가 넘습니다. 그러니 바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고 그사이 5% 정도만 더 주식을 사들인다면 충분히 상황을 다시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우용갑 회장이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자 곧바로 전해철 비서실장이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줬다.
“후우.”
하얀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으며 우용갑 회장은 아들이 한 이야기를 차분히 되새겼다.
그러다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고개를 돌려 전해철 비서실장 옆에 자리한 이경형 재무이사에게 시선을 주며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경형 재무이사는 맞은편에 있는 우호근을 힐끔 곁눈질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 M&A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우 상무 의견대로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우용갑 회장은 회의실에 모여 있는 다른 임원들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
“다들 같은 생각인가?”
그러자 재빨리 서로 눈빛을 교환한 임원들이 연달아 우호근이 낸 의견에 동조했다.
“예.”
“그게 제일 나은 선택 같습니다.”
“방직 지분이 넘어가는 걸 막을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용갑 회장은 다른 한쪽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우용갑 회장이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게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따라 유달리 전해철 비서실장이 말없이 조용한 걸 깨닫고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만 있는 모습이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고 한발 물러서 있는 것 같았다.
우용갑 회장은 낯선 기분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불렀다.
“전 실장. 자네 오늘따라 말이 별로 없는 것 같군.”
그러자 전해철 비서실장이 덤덤한 태도로 대답했다.
“우 상무가 제일 나은 방법을 이야기했으니 제가 따로 드릴 말이 없었습니다.”
“흐음. 그런가.”
우용갑 회장은 지그시 그를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바로 했다.
그러고는 반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테이블 위에 놓인 크리스털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결정을 내렸다.
“좋아. 지금까지 들이부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여기서 맥없이 물러설 수는 없지. 상대가 마지막 발악을 한다면 더 세게 밀어붙여서 숨통을 확실히 끊어 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우호근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경형 재무이사가 우용갑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한 가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바로 알아차린 우호근이 눈가를 찌푸리는 가운데 우용갑 회장이 몸을 뒤로 기대며 쳐다봤다.
“뭔지 말해봐.”
이경형 재무이사는 살짝 불안한 눈초리로 재차 우호근을 슬쩍 쳐다보고는 입을 뗐다.
“오전부터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오더니 오늘 하루 동해 유량 주가가 12% 넘게 폭등해 3만 3천 52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용갑 회장이 눈썹을 추켜 올렸다.
2만 원 후반대를 오가던 주가가 갑자기 3만을 넘겼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동해 유량은 식용유 시장 1위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배 구조의 중심에 있는 회사였기에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누가 동해 유량 주식을 매집하고 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다급하게 묻는 말에 이경형 재무이사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현재 파악 중에 있습니다만 대량 매수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볼 때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왜 그걸 이제 이야기하는 거야!”
우용갑 회장이 인상을 쓰며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이경형 재무이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놨다.
“평소 같았으면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공교롭게도 오늘이 공개 매수 마감일인 데다가 갑자기 방직 지분 매도 공시까지 올라오는 바람에 시선이 다른 곳에 팔려서 이상 조짐을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우용갑 회장이 짜증 가득한 얼굴로 야단을 쳤지만 이경형 재무이사 역시 큰 실책을 저지른 걸 모르지 않았기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우용갑 회장이 고개를 홱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우호근을 쳐다봤다.
“너도 알고 있었냐?”
“……예.”
열이 뻗친 우용갑 회장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런데도 말을 안 했다 이거냐!”
“보나마나 대흥그룹에서 지분 싸움이 힘들어지니까 성동격서 전략으로 동해 유량을 흔들어 시선을 분산시키려고 하는 술책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상대와 달리 저희는 우호세력까지 합치면 40%에 육박하는 지분을 쥐고 있으니 괜히 헛돈만 쓰는 걸 겁니다.”
우호근이 흔들림 없는 태도로 대꾸했다.
잠시 생각을 해본 우용갑 회장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 판단하고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그래도 상대가 동해 유량을 공격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까 대응에 나서도록 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도파 백화점 주식 매집에 쓸 자금이 줄어들겠지만 우호근 역시 동해 유량 지분을 대흥그룹이 사들이는 건 꺼림칙한 일이었기에 얌전히 받아들였다.
“젠장. 쉽게 넘어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썩어도 준치라더니 역시 호락호락하지가 않군.”
우용갑 회장이 인상을 쓴 채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때 갑자기 노크를 하며 오상현 과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만 급히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다급해 보이는 표정을 본 순간 전해철 비서실장은 오늘 회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등골을 서늘하게 훑는 불길한 느낌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가운데 오상현 과장이 우호근한테 다가가 귓속말을 하며 쪽지를 건넸다.
이내 쪽지를 펼쳐본 우호근의 눈이 순식간에 커다랗게 커지면서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우용갑 회장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졌다는 걸 눈치채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하지만 우호근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더욱 심각해진 우용갑 회장이 답답하다는 듯 아들을 채근했다.
“어서 말하지 않고 뭘 하고 있어!”
전해철 비서실장을 비롯한 다른 임원들 역시 궁금한 얼굴로 우호근을 쳐다봤다.
우호근은 마지못해 입을 떼며 방금 들은 소식을 전했다.
“조금 전 증시 마감과 동시에 대흥그룹에서 새로운 공시를 올렸습니다.”
그 말에 우용갑 회장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공시를 또 했다고?”
“그렇습니다.”
우용갑 회장이 허리를 바로 세우며 다시 물었다.
“내용이 뭐냐?”
잠시 머뭇거린 우호근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동해 유량 지분 18%를 매입한 걸 밝히면서 추가로 주식을 계속 매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그러면서 주식 매수 이유를…… 경영권 확보라고 명시했습니다.”
순간 회의실 안이 크게 술렁였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이럴 수가.”
“그게 가능한 겁니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한 이들 사이에서 어느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우용갑 회장이 주먹으로 앞에 있는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다.
“지분을 18%나 가지고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야!”
그러자 우호근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희가 쓴 방법을 그대로 써서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그동안 몰래 주식을 매집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우용갑 회장이 고함을 내질렀다.
“미도파 백화점만 쳐다보느라 정작 내 집이 털리고 있는 걸 몰랐다는 소리야!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누구 거에 손을 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던 우용갑 회장이 갑자기 한쪽 손으로 뒷목을 움켜잡았다.
“으윽!”
그걸 본 전해철 비서실장과 임원들이 화들짝 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이런! 어서 구급차를 불러!”
모두가 허둥지둥거리며 우용갑 회장 곁으로 몰려든 가운데 다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우호근은 갑자기 뒤집힌 판세에 짜증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를 부드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