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Investment Portfolio RAW novel - Chapter (300)
금수저 투자백서 300화(300/308)
300. 그것도 사장님 사비로 지원하실 겁니까.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 상어급 잠수함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무장공비 소탕 작전이 오늘로 7일째를 맞이하면서 상황이 점차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이번 작전을 지휘 중인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잠수함이 좌초된 강릉시 안인진리를 중심으로 반경 50㎞을 삼중 포위하고 내곽 봉쇄선에서부터 점차 안으로 조여들어 가는 식의 압박 작전에서 벗어나 보다 공세적으로 작전을 펼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군 간 오인 사격을 우려해 길목을 지키며 매복만 하던 상황에서 수색까지 병행하여 공비와의 직접적인 교전 상태가 아니더라도 이상징후 발생 지역에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작전을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방침에 따라 군은 어젯밤 공비들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칠성산과 괘방산 및 화비령 등 강릉 일원의 산악지역에 공군 전투기들의 지원을 받아 다량의 조명탄을 터트려 하늘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채 야간 작전을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대흥 창투 자금운용부 직원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 특보를 보고 있었다.
“야간 작전을 벌이면 사상자가 크게 늘어날 텐데. 걱정이네요.”
평소와 달리 장난기가 전혀 없는 정환엽 과장의 말에 실크 넥타이를 맨 최호근 부장이 한쪽 손에 커피를 든 채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러자 원피스를 입은 홍재희가 옆에 있던 유석현에게 물었다.
“야간 작전을 하면 왜 사상자가 많이 생긴다는 거예요?”
“공비들이 숨어 들어간 칠성산 일대는 나무가 우거지고 풀이 높게 자라 있어서 낮에도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거든요. 가뜩이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역인데 어두운 밤에 작전을 벌이다 보면 아군끼리 오인 사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자칫 숨어 있는 공비들한테 역으로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있으니 낮에 작전을 펼치는 것보다 몇 배는 위험해져서 그런 거죠.”
“아. 그렇구나.”
홍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최호근 부장이 유석현 대리를 보며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참 그러고 보니 유 대리 너 공비가 침투한 68사단에서 현역 복무를 했었다고 그랬지?”
“예. 30개월을 꽉 채워서 제대했습니다.”
그러고는 텔레비전에 작전 중인 군인들의 모습이 나오는 걸 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 남 일 같지가 않네요.”
“너 아직 예비군 아니냐?”
“네. 맞습니다.”
그러자 정환엽 과장이 어이쿠, 하면서 혀를 찼다.
“병력이 부족해서 예비군도 소집돼 작전에 투입된다던데 설마 너도 불려가는 건 아니지?”
“어머! 그럼 석현 씨도 강릉으로 가야 되는 거예요?”
홍재희가 깜짝 놀라 목소리를 높이자 유석현이 당황해 양손을 흔들었다.
“제대한 지 오래돼서 저까지 동원은 안 될 거예요. 그리고 소집된 예비군들도 강원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유석현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홍재희를 애써 안심시켰다.
“하여튼 넌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하고 말을 해.”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였다니까요.”
정환엽 과장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노려보는 최호근 부장의 시선을 피했다.
“어이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한마디 더 하려다가 그냥 참은 최호근 부장이 머리를 절레 흔들었다.
정환엽 과장도 실수를 한 건 아닌지 미안한 얼굴로 쩝 입맛을 다셨다.
“이제 오후장이 시작됐을 텐데 시장 분위기는 좀 어때?”
다 마신 종이컵을 휴지통에 던져넣으며 최호근 부장이 화제를 전환시켰다.
그러자 유석현이 얼른 자리로 가서 컴퓨터로 지수 움직임을 확인했다.
“오전장보다 1포인트가량 더 오르며 소폭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정환엽 과장도 유석현 대리 옆으로 가서 모니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반등이 크진 않지만 이틀 연속 바닥을 다지는 걸 보면 이제 하락이 멈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최호근 부장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봤자 어제하고 오늘 이틀을 다 합쳐도 겨우 17포인트 조금 넘게 오른 거잖아. 강릉 공비 사건이 터지고 미끄러져 내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티도 안 나는 거지.”
“그건 그렇습니다.”
신규 통신 사업자 선정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주식 시장은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터지자 일부 방산주들을 제외하곤 큰폭으로 떨어지며 결국 연중 최저치를 깨버리고 말았다.
“가뜩이나 시장이 안 좋았는데 이번 일로 지수가 완전 박살 나 버리는 바람에 증권 쪽은 다들 죽상이더라고요.”
대흥 증권에 남아 있는 예전 동료들을 떠올리며 최호근 부장이 살짝 안타깝다는 표정을 했다.
“안 그래도 실적이 별로였을 텐데. 분기 말에 그나마 벌었던 수익까지 다 까먹어 버렸을 테니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겠지.”
“내일모레가 추석인데 명절 보너스도 제대로 못 받게 생겼다고 한탄하던데요.”
아무리 날고뛰는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번처럼 돌발 변수에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빠져 버릴 때는 아무런 소용없이 그저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 오래 있었던 만큼 이런 걸 여러 번 겪어 봤던 최호근 부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니까요.”
“뭐가?”
시선을 받은 정환엽 과장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우리 사장님 말입니다. 정확히 고점에서 기가 막히게 포지션을 매도한 것도 놀라운데 트레이딩을 중단한 덕분에 이번 폭락장에서 전혀 손실을 입지 않았잖습니까.”
연중 최저점을 갱신할 정도로 주식 시장이 박살 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최호근 부장을 비롯한 자금운용부 직원들이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이렇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건 주식 포지션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들고 있는 주식이 없으니 지수가 얼마나 폭락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게요. 이번 폭락장을 그대로 얻어맞았을 걸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데요.”
유석현이 진저리를 치면서 맞장구를 쳤다.
어쩔 수 없이 보유한 종목을 손절하고 소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있었을 걸 떠올리자 최호근 부장 역시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과장님 말씀대로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맞아. 덕분에 추석 보너스도 듬뿍 받고 말이야.”
정환엽 과장이 웃으며 홍재희의 말을 받았다.
바로 어제 대흥 창투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150%씩 명절 보너스가 지급됐는데 특히 큰 성과를 낸 자금 운용부는 여기에 350%의 특별 성과금이 더해져서 총 500%나 되는 보너스를 받았다.
두둑해진 통장에 최호근 부장을 비롯한 자금운용부 직원들의 입이 귀에 걸린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현금을 가득 넣은 보너스 봉투를 집에 갖다주고 오랜만에 아내한테 남편으로서 체면을 제대로 세운 최호근 부장은 오늘 아침에 상다리가 부러져라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던 걸 떠올리며 괜시리 어깨에 힘을 줬다.
물론 보너스 가운데 일부를 몰래 빼서 비상금으로 꿍쳐둔 건 아내한테 절대 비밀이었다.
“다 좋은데 매주 기업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만 빼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야.”
“얌마. 트레이딩도 안 하고 있는데 그거라도 해야지. 회사에서 탱자탱자 놀기만 할 생각이야!”
최호근 부장은 배부른 소리를 하는 정환엽 과장에게 핀잔을 줬다.
“사장님이 너 괴롭히려고 기업 분석을 하라고 시키셨겠어. 시간이 있을 때 이렇게 기업들을 살피고 공부를 해놓으면 그게 다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야.”
“아. 저도 그 정도는 안다니까요. 하여튼 저만 가지고 이러신다니까.”
정환엽 과장이 입을 쭉 내밀고 투덜거렸다.
“뭐야?”
눈썹이 확 치켜 올라가자 눈치 빠른 정환엽 과장이 호들갑을 떨며 화제를 돌렸다.
“참! 이번에 미도파 백화점 M&A 사건을 계기로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하면서 우리 사장님이 창투와 증권을 넘겨받게 될 거라는 소문 들으셨습니까?”
그러자 최호근 부장이 심드렁한 태도로 대꾸했다.
“그거야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잖아.”
홍재희와 유석현도 머리를 주억거리며 그다지 놀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흥 창투 같은 경우에는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대흥 증권 역시 적지 않은 주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박태홍 회장이 이 두 회사를 둘째 아들 몫으로 넘겨주려 한다는 건 그룹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것뿐이면 제가 이야기를 꺼냈겠습니까.”
“그럼 또 뭐가 있는데?”
정환엽 과장이 중요한 정보를 털어놓듯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단순히 지분 정리를 하는 걸 넘어서 아예 증권과 창투를 그룹에서 떼어내고 대흥이라는 이름까지 바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정말이야?”
최호근 부장이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홍재희와 유석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정환엽 과장이 팔짱을 끼고 으스댔다.
“본사 쪽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진짜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러면 대흥 그룹에서 완전히 계열 분리가 된다는 거네요.”
“그렇지. 회사 간판을 바꾸어 단다는 것이 그런 의미니까 말이야.”
유석현의 물음에 정환엽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보통은 모 그룹에서 나와 계열 분리가 된다고 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호근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그저 놀라기만 할 뿐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석원의 뛰어난 능력을 알기 때문인지 대흥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본인만의 회사가 됐을 때 얼마나 크게 키워나갈지 기대하는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 * *
“강릉 무장공비 사건 사상자들을 돕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윤기훈 상무가 금테 안경을 고쳐쓰며 묻자 소파 상석에 자리한 석원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까지 토벌 작전에 나선 아군 병사 다섯 명과 민간인 한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건 뉴스를 봐서 알고 있을 거예요.”
“예.”
신문과 방송에서 뉴스 특보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했다.
“아무리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숭고하게 희생된 거라지만 생때같은 아들과 남편을 앞서 보낸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겠어요.”
“그렇지요. 전사자들 대부분이 25살도 채 안 된 젊은 청년들인 걸 보고 저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윤기훈 상무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에서 국가 유공자로 대우를 해주겠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했으면 해요. 물론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돈 몇 푼으로 위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힘이 되지 않겠어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회사 홍보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그러자 석원이 살짝 손을 내저었다.
“아. 이건 회삿돈이 아니라 내 개인 사비를 쓸 생각이에요. 물론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지도 않을 거고.”
당연히 회사 차원에서 지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윤기훈 상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사비로 도우신다고 하셨습니까?”
“맞아요. 그러니까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국방부를 통해 유족들과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해요.”
홍보 수단으로 쓸 마음이 전혀 없이 정말로 순수하게 전사자들을 도우려 한다는 걸 깨달은 윤기훈 상무는 내심 깜짝 놀라며 새삼스러운 눈으로 석원을 쳐다봤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밤낮으로 토벌 작전을 벌이느라 고생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물품을 지원해줬으면 하니까 뭐가 필요한지 알아봐요.”
“그것도 사장님 사비로 지원하실 겁니까.”
“물론이에요.”
윤기훈 상무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은근히 감동을 느낀 표정으로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윤기훈 상무가 자리를 떠나자 혼자 남은 석원은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착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사상자가 더 나온다는 걸 알지만 딱히 막을 방법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무려 49일간 계속 이어지는 토벌 작전에서 군인과 예비군, 경찰 그리고 민간인을 포함해 무려 18명이 희생되고 27명이나 중상을 입는 큰 피해가 발생할 터였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미국에 있는 랜든한테 연락해 베트남전에서 쓰던 구형이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는 최신 방탄복 수천 벌을 급히 사들여 공수해 오도록 한 것 말고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욱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