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
밥만 먹고 레벨업 10화
노른자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지만, 민혁은 개인적으로 터뜨리지 않고 반숙으로 간장계란밥을 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프라이팬 하나에 다섯 개를 구워준다.
그 후에 뒤집지 않고 밥을 한 냄비의 뚜껑을 연다.
솨아아아-
하얀 김이 올라온다.
그 위로 반숙의 계란 프라이 다섯 장을 얹는다.
그다음 다시 계란 프라이를 반복해서 한다.
계란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는 다른 첨가물 없이 계란 프라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민혁은 추가로 부친 계란 프라이 다섯 장도 냄비에 넣었다.
민혁은 간장계란밥을 할 때, 한 공기에 세 개 정도의 계란 프라이가 들어가는 걸 선호했다.
그다음 숟가락에 간장을 따른다.
한 스푼, 두 스푼, 세 스푼.
밥양에 따라 적당량을 넣고 참기름 뚜껑을 연다.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그것을 한 바퀴 휘이~ 돌려서 넣어준다.
그다음.
꾸울꺽-
입안에 고인 침을 한 번 삼켰다.
쓱쓱쓱-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민혁은 열심히 비벼줬다.
적당한 간장과 참기름이 들어간 것은 색깔부터가 달랐다.
민혁은 딱 좋은 황금색을 띠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숟가락으로 최대한 크게 펐다.
간장계란밥의 포인트는 크게 퍼서 입안에 가득 넣고 쌀알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그것을 씹어 삼켜 허기를 채우는 것 아닐까?
그는 입안에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이 맛이야……! 와, 확실히 계란이 더 맛있네!”
쾌재를 지르며 간장계란밥을 먹는 민혁이다.
여기에 조금은 익은 김치나, 깍두기, 열무김치, 또는 깻잎무침을 곁들이면 어지간한 금상첨화 부럽지 않다.
그렇게 순식간에 간장계란밥 일반인 기준 네 공기를 뚝딱 비워냈을 때였다.
[포만도가 100% /6로 상승합니다.]“음?”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알림으로 들었던 적은 없었다.
무언가 불길함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이 불길함.
‘뭐지?’
그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 *
민혁 유저의 포만도가 6이 되었다.
이민화의 보고를 받은 박 팀장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뭐야, 방금까지 간장계란밥 먹고 있던 거야? 그 황금 알로?”
“네.”
“크, 결국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놀랄 ‘노’자다.”
그런 말을 하며 박 팀장이 말했다.
“지금부터 민혁 유저의 등급을 1등급으로 올려. 7이 되면 ‘시련’이 시작된다.”
시련.
바로 신클래스를 받기 전에 가지게 되는 시험을 뜻하는 것이다.
이 시련은 알림형 시련과 미알림형 시련이 존재한다.
민혁의 경우 미알림형 시련을 받게 될 것이다.
해내지 못하면 얻을 수 없고 해낸다면 받으리라.
시련 내용이 적힌 걸 확인한 이민화는 이상하게도(?) 안타까운 표정이 되어있었다.
“이 시련…… 되게 어렵네요.”
“어렵지, 1시간 동안 일반 사람들 운동하는 것처럼 운동해 주면 1만 칼로리가 사라지지, 하루에 4~5만 칼로리를 먹은 사람이야, 4~5시간은 운동해 줘야 한다는 건데.”
“와…… 4~5시간. 확실히 신클래스 중에서도 어려운 조건이네요.”
“그래, 아무리 먹을 게 좋아도 저런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로는 게으르거든. 먹으려고 운동한다. 그게 이 시련의 포인트고 과연 신클래스에 도전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가졌냐는 걸 보는 거야, 근데 과연 하루에 4시간씩 운동하면서 먹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은 힘들 것 같다야.”
“하, 하지만…… 저는요.”
“의견이라면 환영이야.”
“저번에 저 유저 빵 먹으려고 허수아비 때렸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게으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 뭐, 일단 그건 지켜보면 알겠지. 첫 번째 시련이 가장 어려우니까, 해내느냐 마느냐.”
박 팀장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것이 문제로다.”
* * *
로이나 교관이 민혁에게 건네준 식재료는 쌀과 감자, 고추장으로 저번과 동일했다.
그 외에 그녀가 건네준 것에는 손편지 하나와 손수건이 있었다.
“이걸 교관님께 전해주고 오렴.”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로이나 교관님.”
“응?”
“다음에 갈 땐 식재료로 튀김가루와 밀가루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튀김가루, 닭을 튀길 수 있다.
밀가루는 더 말이 필요한가?
‘밀가루는 사랑입니다~ 흐…….’
하지만 곧 민혁의 기대가 와장창 깨졌다.
로이나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싫은데?”
“엑? 왜, 왜죠?”
민혁의 표정은 세상 전부를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너 치킨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
흠칫!
민혁은 정곡을 찔렸다.
세상에 지킴이가 치킨을 안다.
“내가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사람들이 닭 사냥하면서 ‘오, 치킨이 뛰다님.’이나 ‘저거 잡아서 치킨 먹으면 개이득이냐?’를 몇 번이나 들었는데. 사람들은 그걸 치느님이라고 부른다지.”
그녀는 거래하는 방법을 아는 여자였던 것이다.
“가장 맛있는 건 마지막에, 우리의 거래가 끝나면. 후후후후.”
“크흑, 치밀하십니다.”
“어서 다녀오도록.”
“예!”
민혁은 곱씹어봤다.
그래, 가장 맛있는 건 나중에!
이곳을 벗어날 때쯤에 먹는 치킨.
그것도 황금 닭으로 만들어 먹는 녀석이 진짜 별미가 아닐까?
민혁은 빵을 우물거리며 발렌 교관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보상 내놔 NP…….”
“꺼져라.”
역시나 발렌 교관님은 오늘도 쿨내를 진동하고 계셨다.
“교관님.”
“오,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교관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교관님의 얼굴이 매일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더군요.”
“허허, 이 친구 아직도 입만 동동 떠다니는군.”
“헤…… 사실은…… 로이나 교관님이 이것 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로이나?”
그 석자를 들은 발렌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가 빠르게 펴졌다.
그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민혁이 건넨 손수건과 손편지를 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손편지를 확인해 봤다.
“녀석답군.”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충성. 3분대원 로이나입니다. 분대장님께 안부 인사드립니다.]이게 편지의 끝이었다.
“참, 교관님 점심 안 드셨지요?”
“그렇지.”
“제가 닭볶음탕이라는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
“호오?”
민혁은 먹는 걸 좋아한다.
혼자 다 먹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고마운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별할 줄 안다.
또 거기에 더해 정말 자신이 할 일만 쏙하고 가버리는 것은 조금 꺼림칙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요리를 할 수 있는 것도 그가 빌려준 식기류들 덕분이기도 했고.
“참, 그리고 딱딱한 빵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자네 아예 우리 집을 내놓으라고 하지? 하하!”
물론 다른 목적도 있었다.
민혁은 닭볶음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 * *
로이나 교관.
그녀는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대장님…….”
그와 잘될 것을 생각만 하면 절로 미소가 감돈다.
‘건들면 혼난다’ 교관으로 불리는 두 명 중 한 명인 그녀의 이런 모습을 다른 유저들이 보았다면 매우 놀랐을 거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과거 발렌 분대장의 부하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거만했다.
그녀는 천재라고 불렸다.
그 때문에 자신의 기고만장함 때문에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발렌 분대장이 구해주었고 손수건을 주었다.
그때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그 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 후로 그녀는 발렌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의외로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민혁이 돌아오고 있었다.
“교관님이 뭐라시니?”
“고맙다고 하십니다. 잘 지내셔서 다행이랍니다.”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었어?”
“그냥 가기 머쓱해서 식사 대접해드리고 왔어요.”
“그래? 참 장하구나.”
“헤헤.”
딱딱한 빵 100개를 얻어온 것은 비밀이다.
[로이나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민혁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온 민혁은 다시 닭들을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준 재료 덕분에 찜닭도 해먹을 수 있었고 삼계탕의 남은 재료로 닭죽도 해먹을 수 있었다.
그러던 때였다.
[포만도가 100% /7로 상승합니다.] [더 이상 음식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패시브 스킬 ‘소화’가 생성됩니다.] [포만도가 0%로 하락하면 다시 식사를 하실 수 있으며 포만도가 0%가 되면 /7이 /6으로 하락합니다.] [포만도가 0%로 하락하는 시간은 24시간입니다.]“……!”
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그의 표정이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아, 안 돼!’
7 이상에 도달한 유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민혁은 몰랐던 거다.
이 수치는 결국 언젠간 제지를 가하는 수치였던 거다.
민혁은 혹시 몰라 입 쪽으로 음식을 가져다 대봤다.
[음식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포만도가 0%까지 하락하면 다시 섭취하실 수 있습니다.]불가능했다.
입에 음식을 넣을 수가 없었다.
마치 입을 누군가 묶은 것만 같았다.
‘희망은 아직 있어.’
‘소화’라는 스킬명을 보자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민혁은 곧바로 소화라는 스킬을 열어봤다.
(소화)
패시브 스킬.
등급: ?
레벨: 1
효과:
⦁빠른 칼로리 소모.
설명: 운동을 할 때마다 칼로리가 훨씬 빠르게 소모되게 해준다. ‘운동량’이라는 수치를 표기하며 이는 1시간 동안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운동한 수치를 나타낸다. 그걸 달성할 시 1시간에 1만 칼로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흠.”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운동량이라는 수치는 말 그대로 일반 사람들이 한 시간 동안 운동한 평균 수치 같았다.
‘운동량.’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좌측 상단으로 운동량이라는 수치가 표기되었다.
현재 0%
“운동량 상세설명.”
민혁은 이미 대부분은 발렌 교관에게 숙지했다.
상세설명 기능은 이렇듯 간단하게 작동된다.
[운동량 창이 띄어진 시점부터 1시간 동안 운동량 100%를 채우면 됩니다.]민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가 생각해 봤다.
그는 그렇게 절망하진 않았다.
‘난 현실에서 맛없는 걸 먹으면서 하루에 네 시간씩이나 운동했어.’
하지만 이곳에선?
그가 팔을 휘둘러봤다.
가볍다.
숨이 차던 육체도 없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 운동하는 거잖아?’
이 게임의 현실성.
그 현실성이 잠깐 민혁의 먹자 인생을 막으려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 4~5만 칼로리를 먹는데, 현실에서 이상이 없으면 이상한 거겠지.
그리고 답은 나왔다.
“고작 이딴 걸로 나의 먹자 인생을 막으려 하다니, 가소롭도다!”
할 수 있다.
그래, 고진감래.
고생 끝에 맛있는 걸 먹는 법.
운동 후에 먹는 밥맛은 더 꿀맛이렸다!
“한다.”
민혁은 발란의 검을 쥐었다.
그리고.
후우우웅!
힘껏 검을 휘두르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육체, 빠른 몸.
그리고 민혁이 가진 먹고자 하는 의지!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 * *
로이나는 갑자기 검을 휘두르는 민혁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흠?’
민혁에게 부쩍 흥미가 많이 생기고 있는 그녀였다.
사실 아직까진 많이 먹는 것 빼고 특별한 것은 발견 못 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 그가 특별함을 보이고 있었다.
‘시키지도 않은 수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