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11
밥만 먹고 레벨업 1012화
민혁은 잠까지 줄여가며 자신이 처리해야 할 천외제국 업무를 서둘러 끝냈다.
‘일만 하다가 맛있는 걸 못 먹을 지경이야.’
차라리 서둘러 끝내놓고 맛있는 걸 먹는 게 낫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켠 민혁이 한숨 자기 위해 로그아웃했다.
로그아웃한 민혁은 거실에서 진환과 만날 수 있었다.
“진환 쌤, 안녕하세요.”
그와 인사를 나눈 진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차 한잔하겠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민혁은 그와 소파에 마주 앉았다.
“회장님께선 말씀하지 말아달라 했지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얼마 전 회장님께서 감기몸살로 쓰러지셨네.”
“감기몸살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민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찻잔을 기울인 이진환이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엔 우리도 회장님께서 나이도 있으시고 하니 특별한 병이 있나 싶어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무척 건강하시더군. 하지만 단순히 감기몸살로 쓰러지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닐세.”
실제로 감기몸살에 의해 정신을 놓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과로까지 함께 온 거지. 절대안정을 취하라 말씀드렸지만 회장님께서 내 말을 들을 리 만무하지.”
진환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평생을 일화그룹, 그리고 자네에게 바쳐오신 분이야. 회장님의 평균 수면시간은 4시간일세.”
“…….”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사람은 8시간 정도를 자야 딱 알맞게 잔다고 한다.
물론 민혁도 하루 수면시간이 약 6시간 될 정도였기에 일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4시간의 수면시간을 갖고도 그렇게 정정하신 게 놀라울 정도다.
“저도 그것까진 몰랐어요.”
민혁은 스스로를 반성했다.
그러나 진환은 그를 꾸짖고자 함이 아니었다. 그는 민혁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민혁 군은 일화그룹을 이끌 생각이 있나?”
진환은 강민후 회장이 하였던 말을 해주었다.
그것이 아들의 행복을 빼앗는, 자신의 과분한 욕심은 아닌지. 그랬기에 회장님이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
사실 이진환은 민혁의 대답에 따라 강민후 회장에게 조심스레 청해볼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는 민혁을 욕할 생각도 없었다.
‘폭식 결여증. 그리고 아테네를 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아.’
그런 이에게 또 다른 거대한 무게를 짊어지라 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민혁이 ‘사실 싫다’고 한다면, 민후에게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운영할 것을 권유할 생각이었다.
곧 진환은 민혁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랬군.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나도, 회장님도 몰랐겠지.’
그 답을 들은 진환은 아주 흡족한 대답을 들은 표정이다.
민혁이 몸을 일으켰다.
“자러 가려는 거 아니었나?”
“그러려고 했는데, 아버지께 선물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바로 그걸 얻으러 가려고요.”
아벨에게 들었던 정보.
용들의 땅의 용황제.
민혁이 그를 만나기 위해 곧바로 아테네에 접속했다.
* * *
흑염룡은 대왕하늘소들을 사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용들의 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끔찍한 참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게임이라 하나 용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였다. 또 인간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생명체다.
그런 생명체들을, 인간들은 채찍으로 때려 고통스럽게 하고,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
고작,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내는 참상. 그리고 자신의 친구 용황제의 절규를 보면서도 낄낄거리며 웃어대는 칭다오 왕국의 왕을 보면서 다짐했다.
‘내 네놈들은…….’
자신의 회장 이름을 걸고서라도 벌하고 말 것이었다.
또 그랬기에 말했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이 개X끼들아.”
“…….”
“…….”
칭다오 왕국의 병사들이 흠칫하고 놀랐다.
그것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맹수의 진정한 분노를 목도하는 것만 같았다.
단지 눈빛과 기세만으로 칭다오 왕국 병사들이 압도당했다.
특히나 흑염룡. 즉 강민후 회장을 아는 이들은 매번 TV에서 보던 인자한 모습과 전혀 다른 그의 모습 때문에 더 놀랐다.
“흑염룡……?”
특히나 가장 놀란 것은 쉬챠지였다.
쉬챠지도 그의 우스운 캐릭터명 뒤에 숨겨진 진짜 진가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결국 이것은 게임일 뿐이며, 강한 자가 쟁취한다.’
흑염룡을 죽임으로써 천외제국과 대립하게 된다?
물론 그럴 순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천외제국의 많은 유저들은 너무 쉬이 군대를 움직이는 민혁에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흑염룡은 황제 민혁의 아버지였으나 그저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것뿐.
그런데 개인의 분노로 칭다오 왕국을 공격하고 무너뜨리려 한다?
‘그렇게 되면 13억 중국인들이 천외제국을 맹렬히 비난하겠지.’
중국은 약 10여 년 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인구수에 있다.
그런 그들이 천외제국을 미친 듯이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때문에 흑염룡 하나의 죽음이 천외제국을 움직일 순 없다, 가 쉬챠지의 결론이었으며.
“동영상 촬영하고 있지?”
“물론입니다.”
결국 칭다오 왕국을 먼저 공격한 것은 흑염룡이란 사실.
“신흥 황제를 등에 업은 일개 하이랭커 한 명에 불과하다.”
쉬챠지가 감흥 없는 시선으로 흑염룡을 보았다.
그러나 쉬챠지는 그 말을 정정해야만 했다.
하늘로 떠올랐던 네 마리의 용들이 흑염룡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와 함께 창을 꽉 쥔 흑염룡이 용들과 함께 내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내달리는 흑염룡의 창이 단숨에 수십의 칭다오 왕국군을 휩쓸었다.
곧바로 뒤따르던 용들이 병사들을 몸으로 들이받으며 진격했다.
“……저 용들이 저렇게 강했나?”
“흑염룡도 대단하군요. 그가 600레벨을 넘겼다는 건 들었지만.”
칭다오 왕국에선 몰랐으나, 실제로 흑염룡은 레벨 600을 달성하고 사대 전설의 용들의 힘이 30%씩 더 상승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더불어, 흑염룡 개인의 스텟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새로운 스킬도 획득한 바 있다.
‘구해주겠네.’
흑염룡은 용황제와 약속했다.
이 땅의 용들을 지켜주겠노라고.
“살상창.”
콰아아아아아아악-!
반경 700m까지 뻗어가는 용의 형상을 한 창기가 흑염룡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열린 길을 따라 흑염룡이 매섭게 내달렸다.
곳곳에서 화살과 마법 폭격이 쏟아졌지만 괜찮다.
흑염룡에겐 든든한 사대용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의 가호를 받으며 내달리는 흑염룡의 손에 쉴 새 없이 적들이 쓸려나간다.
“……600레벨 달성 유저 세 명도 상대할 수 있겠군.”
솔직히 놀랐다.
탐이 날 정도로 뛰어난 솜씨와 힘을 가졌다.
하지만 쉬챠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직 칭다오의 랭커들은 움직이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곧.
일정 범위 안에 도달한 흑염룡이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선보이지 않았던 힘을 개방한다.
“승천.”
그 순간.
흑염룡의 몸이 약 30㎝ 정도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른다. 순식간에 모여든 네 마리의 용들도 함께였다.
흑염룡의 몸에서 검은 기류가 폭주한다.
다른 용들은 각 속성에 따른 색의 기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모든 스텟 –1의 페널티를 가진 흑염룡의 필살기인 승천.
다섯 마리의 용이, 승천을 시작한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승천하는 다섯 용들이 앞을 막아선 병사들을 엄청난 빠르기로 소멸시킨다.
소멸하는 병사가 단숨에 2만을 넘어서고, 또 3만을 넘어서며 5만을 넘어선다.
그에 쉬챠지와 사마천, 랭커들이 눈을 동그랗게 크게 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총 5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녹아내렸다.
정말 용이 승천하듯, 성벽 쪽으로 날아오르는 그들을 보며 사마천이 명령했다.
“전하를 지켜라!”
애초에 흑염룡이 노린 것은 쉬챠지의 목.
혼자서 자신이 이들을 상대할 유일한 방법이다.
칭다오의 정예들이 승천하는 흑염룡과 용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흑염룡과 용들은 승천의 힘에 의해 92%의 데미지를 감소시켰다.
반대로 자신들에게 스친 자들에게는 엄청난 데미지를 주었다.
“크흐으으읍!”
“크하아아악!”
“커허어억!”
되려 흑염룡과 사대용들을 공격한 용들이 튕겨 나가거나 손과 다리 등을 부여잡으며 땅에 떨어진다.
흑염룡은 가까워지는 용황제를 보았다.
쉬챠지를 죽이자마자 곧바로 용황제를 구출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풀려난 용황제에 의해 승산이 생긴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파공성을 내며 나아가는 흑염룡의 검은 창끝이 쉬챠지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쉬챠지가 당황했다.
‘나와 1:1로 붙었다면 내가 필히 졌다.’
반사술사는 사기적인 직업군이다.
하지만 흑염룡, 개개인의 무력과 사대용이 합쳐지면 엄청난 힘을 발한다.
하지만 쉬챠지는 혼자가 아니라는 점.
그랬기에 쓸 수 있는 스킬 범위가 넓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
그가 흡수하여, 저장하고 있던 스킬.
“무장해제.”
파아아아아앗-!
승천하던 흑염룡과 용들을 감싸던 기류가 단숨에 사라졌다.
절로 땅에 착지한 흑염룡이 당혹한 표정을 지을 때.
콰아아아아아앙-!
곧바로 랭커들의 총공격이 이어졌다.
먼저 흑염룡이 땅에 처박히고 곧바로 용들이 제압당해 땅에 처박혔다.
“끼에에에엑!”
“키히이이이익!”
“캬하아아아악!”
“사대용들을 속박해라.”
쉬챠지, 그가 용들에게 손을 뻗었다.
[공간의 통제.] [소환수의 방으로 용들을 일시적으로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쉬챠지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렇게, 전설의 용들까지 저희에게 바쳐주시다니. 기쁘기 그지없네요. 호호.”
웃음 짓는 쉬챠지의 눈이 더욱더 큰 탐욕에 물들어간다.
“끼에에에엑!”
“키햐아아아악!”
사대용들이 흑염룡에게 오기 위해 발버둥친다. 밧줄에 묶였음에도 놈들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병사들이 그런 사대용들을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대용들은 흑염룡에게 가고자 했다.
땅에 쓰러진 흑염룡이 힘겹게 일어서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랭커들이 또다시 흑염룡을 제압했다.
“친구여…….”
용황제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흑염룡이 주변을 돌아보자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용들이 아비를 부르듯, 울며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과 용들을 이은 고리를 끊어 사대용들마저 묶어 눈물을 채취하려 함일 것이다.
“안 돼!!!!!!”
흑염룡이 절규했다. 벌벌 떨리는 눈으로 사대용들을 바라보던 흑염룡이 용황제를 바라본다.
쉬챠지가 혀를 끌끌 찼다.
“회장직에 바쁘신 분께서 무슨 게임을 하시겠다고요. 너무 욕심이 과하시네요.”
흑염룡은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적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순간 쉬챠지의 말을 듣는 자신이 짊어진 모든 것이 너무도 무겁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걸어온 길이다.’
오랫동안 일화그룹을 지키기 위해 혼자 싸워왔다.
주가가 대폭락했을 때, 매각위기에 놓인 회사를 주주들을 만나 그들의 매각불승인 서류를 받아냈다.
위기에 놓일 때마다 그는 회장으로서 솔선수범했다.
아들 민혁을 위해 자신의 남는 모든 시간을 이용해, 폭식 결여증에 대해 공부했다.
그의 등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수천만 명 이상의 직원이 있었다.
그에게는 자신이 이끌어야 할 아들이 있었다.
또 그에게는, 세계 최고의 기업 일화라는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선, 용들을 지키고 이 땅을 지켜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흑염룡의 어깨를 짓누르고 괴롭게 한다.
“초라하군요, 일화그룹 회장이라는 대단한…….”
그러나 쉬챠지는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흑염룡.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떡 벌어진 등에, 큰 키를 가진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가 막 태어났을 땐 양손에 올려질 만큼 작았다.
이후, 첫걸음마를 떼고, 첫 네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또 유치원을 갔으며 초등학생이 되었고 처음 교복을 입었을 때 ‘내 아들 다 컸네, 허허!’ 하면서 웃게 했다.
그렇게 자라나던 청년.
그 청년의 등이 지금 너무도 넓고 듬직했다.
많은 아버지들은 말한다.
갈수록 커가는 아이들과 다르게, 갈수록 작아지는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지켜줄 수 없을 것만 같아 초라해진다고.
하지만 이 순간, 흑염룡은 그것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았다.
“늦어서 죄송해요.”
쉬챠지의 목을 잡고 땅에 꽂은 후, 수백만 적군을 보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이.
“함께 헤쳐 나가요.”
내가 짊어진 모든 무게를 그 커진 몸집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