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71
밥만 먹고 레벨업 1072화
알샤드는 자신이 본 환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억 명의 백성을 이끌어야 할 황제가 또 다른 자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모습이라니.
더 놀라운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쩌릿쩌릿-
그의 몸이 계속 반응하고 있었다.
또 한 번의 파노라마.
“흐아아아.”
마치 무언가에 취한 사람처럼 그가 숨을 들이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안경 사이로 보이는 그것.
가엽게도 인간이나 마기를 담는 그릇이 된 소년.
그 소년이 울고 있는 모습에서 어둠을 비집고 나온 정체 모를 손이 그의 손을 맞잡아 힘껏 끄집어냈다.
마침내, 또다시 환상이 보인다.
수백만의 마족과 마물을 등진 그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그 누군가는 서서,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이 역시 아까와 같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쩌릿쩌릿-
끊임없이 자극되는 것들.
정체 모를 아주 어린 소년이 검을 쥔 모습을 마주한 순간, 파르르 또 한 번 몸이 떨렸고, 은빛의 머리카락과 뱀의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를 보자마자 숨이 막혔다.
그런데 왜.
왜!
모든 검사들의 정점에 선 소년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무릎 꿇는가!?
뱀의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우나 추악스럽고 더러운 과거를 가진 그녀는 왜. 또다시 누군가에게 다가가 경배하는가!?
사방팔방에서 그를 찌릿찌릿하게 만들어 ‘후보’를 찾아내는 그것들.
수없이 쏟아지는 그것들에 알샤드는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몸을 배배 꼬며 파르르르 떨어댔다.
“알샤드, 알샤드!”
눈알을 까집고 떨어대는 알샤드를 누군가 일깨웠다.
번쩍-
“흐아아아!”
숨을 뱉어낸 알샤드가 고개를 돌리자 심사관 대장 루바가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심사관 대장 루바는, 알샤드가 후보 혹은 그에 걸맞은 자들을 관조하면 보이는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알샤드의 반응은 너무도 특이했다.
끊임없이, 계속해서 그는 무언가에 반응했고 심지어 ‘왜? 왜? 왜?’라고 계속 입으로 의문을 토해내는 것에 의아했다.
“도대체 뭘 본 것이냐.”
루바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알샤드.
사실 알샤드는 그들에 대한 것을 심사표에 기록할 순 있었지만, 자신이 파노라마로 본 그 어떤 것도 알려줄 순 없었다.
단지, 평가만 내릴 뿐.
“저도 도대체 무엇을 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들 끝엔 항상 ‘그’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놀랍습니다.”
“뭐가 놀랍다는 거지?”
“제가 이처럼 많은 자들의 파노라마를 본 것은 처음입니다.”
“이제까지 쉴 새 없이 떨었던 이유가 그들의 파노라마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루바는 실감할 수 없었다. 알샤드는 평소보다 약 몇 배 가까이 무언가에 취해 있었다.
“몇 명의 것을 느꼈지?”
“일곱 명 이상입니다.”
“……!”
“……!”
루바와 로이어. 다른 심사관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알샤드가 후보를 느끼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제국 하나에 알샤드가 후보로 인식하게 만드는 자들이 일곱 명 이상이란 말인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느낀 자들이, 지금은 후보로서도 적격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그것은 그들의 성장 가능성도 보여준다.
지금은 아니나, 추후 그들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그 영향력이 기둥의 후보에 도달할 것마저 예측하는 것.
루바가 물었다.
“그래서 당장의 후보 적격자도 있는가?”
가능성이 있는 자들도 느끼게 되는 걸 아는 루바의 질문에 알샤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두 명…….”
알샤드가 그 말을 끝맺기 전에.
“기둥의 심사관이라 하였는가?”
늑대와 닮은 사내. 알샤드가 보았던 수억 명 백성의 중심에 있던 자.
브로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루바가 말꼬리를 잡았다.
“하였는가? 지금 우리에게 하였는가라고 했나.”
기둥의 심사관. 비록 지금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둥의 심사관’ 자체만으로도 눈치 있는 그들은 알고 있을 터.
자신들은 하대받을 이들이 아니다.
되려 황제가 맨발로 뛰어나와 발에 입을 맞출 정도의 힘과 권력을 가진 자다.
그러한 오만함을 가진 루바가, 실수를 정정하라는 듯 눈을 치켜뜨고 보았다.
그런데.
“하였다.”
“……?”
사내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를 비롯해 그 주변에 있던 자들, 심지어 알샤드가 후보로 느꼈던 기운을 가진 자들조차도 그에게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처음 겪는 일에 루바는 황당해졌다.
“지금, 짐이 누구인지 알고 감…….”
“너희들은 우리 제국에 경비병들의 신원 절차도 밟지 않고 들어왔으며, 더불어.”
브로드의 치아가 빠드득 갈렸다.
“경비병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렇다. 그들에 의해 경비를 서고 있던 한 사람은 다리가 부러졌고, 또 다른 한 사람은 팔이 완전 아작 났다.
“물론 그 상처는 사제들이 치유할 수 있다. 하나, 그들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만으로도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 판단했다.”
루바는 묵묵히 그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 그렇지 않다면.”
브로드가 포승줄을 꺼냈다.
“포박하겠다.”
“……!”
심사관들은 너무도 당혹하여 말문을 잃었다. 이런 대접은 처음이다.
루바가 실소를 머금었다.
“결국 황제의 졸개에 불과한 너의 그 행동을 누가 허락…….”
어느덧 검은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밴이 한 걸음 나섰다.
“폐하께서 말씀하셨다네.”
그가 자신의 창을 꽉 쥐었다.
“그분의 백성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피해를 입힌 자들. 그러한 자들에 대한 심판의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시겠다.”
그가 창끝을 땅에 쿵-소리 나게 내리꽂았다.
“설령 그러한 자가 있다면, 그것이 ‘아테네’라 할지라도 베어라.”
“……!”
“……!”
심사관들이 당황했다.
고작 경비병 두 명이다. 인간 두 명 때문에 제국 전체를 건다?
루바는 알았다. 저 둘이 알샤드가 말하는 후보급의 힘을 가진 자들이다.
루바가 웃음 지었다.
“크흐흐흐.”
그가 허리춤의 검을 빼 들며 말했다.
“심사를 시작한다.”
그 의미를 자연스레 알아챈 다른 심사관들이 몇 걸음 물러났다. 밴과 브로드가 눈을 맞췄다.
그 행동이, 사과할 의미가 없음을 안 그들은 동시에 튀어나갔다.
날카롭고 정교한 창과 무엇이든 부술 듯한 검이 루바를 노렸다.
루바는 물 흐르듯이 노련하게 그 공격들을 흘리며 흥미를 느꼈다.
‘과연……!’
대단한 자들이다. 비록 루바의 힘이 상당수 봉인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그들의 창과 검을 동시에 막아내기에 부족했다.
창은 쉴 새 없이 급소를 교묘하게 노렸고, 검은 위협적으로 그의 목을 베려 했다.
순간적으로 몸의 힘을 끌어올린 루바가, 그것을 동시에 터뜨렸다.
쐐에에에에엑-!
쏴아아아아아아악-!
거친 파공음을 터뜨리는 그 힘들. 어떠한 적이든 갈가리 찢을 수 있는 것 같은 그 힘이.
밴이 부드럽게 쥔 창대에 강하게 힘을 실어 정확히 중앙을 찌르는 순간, 상쇄되어 흩어졌다.
화아아아아아-!
곧바로 브로드가 자신에게 뻗어오는 힘을, 힘으로 찍어눌렀다.
강한 힘을 가진 늑대왕이, 그 힘을 짓밟는 듯하다.
콰아아아아-
뿔뿔이 훑어지는 그 힘에 루바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닿지도 못했다?’
그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한 것이 놀랍기 그지없다.
그들이 찰나 부딪친 것처럼 보였으나 수백 번도 더 그들의 병장기는 부딪쳤었고, 그들이 상쇄시킨 힘은 바람이 되어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돌풍 속에서, 루바가 희열 어린 눈으로 두 사내를 보았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절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아하하하하, 훌륭하도다. 훌륭해!”
그리 박수를 친 루바는 알샤드를 보았다.
알샤드는 이미 그 둘을 후보로 인정했다.
그리고 대장격인 자신이 인정했다는 것은 그 자격을 충분히 채웠음을 의미한다.
알샤드가 루바에게 그들에게 적합한 이름을 말해주었다.
루바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희열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를 후보로 인정한다. 그대에겐 백성들의 주인이란 이름이 적합하겠지.”
[기둥의 심사관들이 누군가를 ‘백성들의 주인’ 후보로 선정합니다.]그는 마치 왕이 신하에게 좋은 자리를 하사하듯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엔 밴을 가리켰다.
“그대에겐 물러서지 않는 용기라는 이름이 어울리고.”
[기둥의 심사관들이 누군가를 ‘물러서지 않는 용기의 기둥 후보’로 선정합니다.]“물론 아직 그대들은 후보일 뿐이다. 굉장히 많은 후보들과 겨루어 그 자격을 증명해야 할 것이네만, 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겠지. 좋지 아니한가? 기둥이 된다면 그대들은 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이지.”
마치 자신이 그러한 영광을 거머쥔 것처럼 웃어대는 루바가 말한다.
“더불어, 기둥이 되면 그분께서 내리는 재앙도 얻을 수 있지. 어떠한가. 기쁜가? 기뻐서 미칠 것 같지 않은가!? 하하하!”
루바의 광소에 밴이 브로드를 보며 말했다.
“올해는 농사가 잘된 것 같네. 브로드.”
“맞습니다. 어르신.”
“어쩐지, 지랄이 풍년이다 싶었지.”
둘의 티카타카에 루바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곧 밴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줘도 안 가지네만?”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알림이 루바의 귓가에 강타했다.
[물러서지 않는 용기의 기둥이 후보 자리를 거절합니다.]그리고 브로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이미 그의 검에는 분노한 늑대 한 마리가 날뛰려 하고 있었다.
“그대나 많이 하시게.”
[백성들의 주인의 기둥이 후보 자리를 거절합니다.]“그것 말고.”
브로드의 눈에 더욱 큰 분노가 서렸다.
“병사들에게 무릎이나 꿇지. 용병극강검술.”
늑대왕 사냥.
크허허허허헝-!
거대한 한 마리의 늑대가 뛰쳐나갔다.
본능적으로 루바는 이 힘이 자신을 위협할 수준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분의 힘을 끌어올려 검으로 힘껏 붉은 검기를 찔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런데 그분의 힘은 갈가리 찢어발겨졌다. 그것을 더해, 거대한 늑대왕이 루바의 몸 곳곳을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강화되며 그 공격들로부터 육체를 보호했다.
그런데.
주르르르르륵-
그의 몸 곳곳에 꽤 큰 상처들이 생겨나 피가 주르륵 흘렀다.
처음이었다.
심사관 대장으로서, 후보의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와서 이런 수모를 겪은 적은.
늑대왕 사냥을 막아내던 루바가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심사관들도 경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봉인되신 상태라 하지만 루바 대장님을 이토록 몰아붙이다니…….’
‘도대체가, 이 제국은 어찌 되어 먹은 건가?’
물론 이보다는 못하나, 꽤 근접한 경지를 가진 자가 일곱을 넘어선다는 것.
루바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둘 다 죽여주겠네.”
루바의 몸에서 강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다른 심사관들도 앞으로 나섰다.
대장 루바. 손재주를 평가하는 로이어. 그들을 관조하는 알샤드.
이 셋을 제외한 둘은 브로드나, 밴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심사관들의 호위기사격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그런 그들이 앞으로 나섰다.
상황이 고조되어 간다.
그런데 그때.
루바는 갑자기 자신의 팔을 붙잡고 온몸을 떨어대는 알샤드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또 다른 후보의 기운을 느끼고 있다는 징조였다.
그런데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파노라마를 보는 것에 도달한 것인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벌어진 알샤드의 반응에 루바는 깜짝 놀랐다.
“무, 무슨……?”
알샤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등장했다.
그 누군가는 알샤드가 직감을 느끼게 한 장본인이다.
루바는 그나마 일이 편해졌음을 느꼈다.
로이어가 말했다.
“루바, 우리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있나. 저자가 우리가 찾던 그자인 것 같군. 우리의 정체를 아는 그가, 고작 경비 두 명 때문에 우리를 도발한 저 둘을 즉각처형 할 것이다.”
루바가 분노를 추슬렀다.
보고를 듣고 있는 그의 얼굴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일그러지고 있었다.
“후보여, 이자들이 나에게 벌인 무례를 들었을 테니, 어서 즉각처형…….”
“브로드, 저 새끼. 다리 분질러.”
“최선을 다해 분질러 보겠습니다. 폐하.”
“어르신은 쟤 팔 분지르세요.”
“허허, 이 노친네. 죽을 힘을 다해 분질러 보겠나이다.”
“……?”
“……?”
아니, 잠깐 뭐지?
“후보여,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가?”
“알지. 니들이 우리 소중한 경비병들 팔이랑 다리 부러트렸다며.”
“아니, 고작…….”
“고작? 이거 완전 미친놈들이네.”
“우리는 심사관…….”
그에 사내가 말했다.
“그게 벼슬이냐?”
“…….”
“…….”
아 맞다, 벼슬은 아니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