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73
밥만 먹고 레벨업 1074화
루바는 수천 년 이상을 심사관으로 살아오고 심사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분’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었다.
원체 강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심사관이 된 후로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래, 기둥의 후보들 중에서 몇몇은 심사관들을 압도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심사관들에겐 예의를 갖춰왔다.
그런데 지금.
쿠우웅-!
아직, 후보확정도 받지 못한 자.
그의 공격을 몇 차례나 받던 루바가 고통과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루바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이게 뭐지?’
너무도 황당하고 의아하여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도 모르게 되었다.
머리가 새하얘진 그의 시선에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 검을 겨누는 ‘그’가 있었다.
그 오만한 표정과 마주한 순간.
뚝-
루바의 이성이 끊어졌다. 하얘졌던 머리를 분노라는 감정이 채운다.
생소한 것이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분노하고 꼭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은.
그러한 분노가, 루바가 해선 안 될 짓을 하게 했다.
새겨져 있던 작대기 중 하나가 또다시 스르르 흩어졌다.
민혁의 눈이 꿈틀거렸다.
처음에 약 50레벨 정도가 상승했다면 지금은 자그마치 60 정도가 확 하고 상승했다.
또한, 루바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평범한 병사와 기사들은 숨통이 막히는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그들은 거대한 무언가에 억눌리는 것 같았다.
발 빠른 자들이 서둘러 그들을 피신시켰다.
“노오오오오오옴!”
눈에 핏대가 선 루바가 방금 전보다 훨씬 빠르게 민혁에게 쇄도했다.
“대장님!”
“2, 2단계를 푸시면……!”
심사관들이 우려 어린 목소리를 토해냈으나 루바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찌그더억-!
검과 갑옷이 맞닿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냥개의 광(狂).
그전보다 두 배는 강해진 힘으로 민혁의 몸 곳곳을 물어뜯었다.
“크흑!”
민혁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루바가 민혁을 빠른 속도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루바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월의 효과를 받는 민혁은 평소보다 1.5배 이상 강해진다는 사실이었다.
또 루바가 이성을 잃었다면, 공격을 성공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학살자의 검.”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끊임없이 루바의 몸에서 피가 솟구친다. 루바는 자신의 몸에 피가 솟구치는 와중에도, 민혁에게 공격을 가했다.
말 그대로 미친개와 같아 보였다.
그리고 루바의 공격이.
“먹이를 찾은 사냥개.”
콰아아아아아아앙-!
민혁의 몸에 꽂힌 순간 엄청난 데미지를 입혔다.
마치 찔린 부위가 회오리치며 뭉개진 기분이다.
“쿨럭!”
민혁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 그러나, 뒤로 밀려나는가 싶다가도 바로 바람같은을 사용.
다시 그의 앞에서 나타난 민혁이 온 힘을 다해 그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쿠우웅-!
아직 초월의 힘을 받고 있는 민혁은 상상을 초월하는 데미지를 발현할 수 있다.
심지어 루바는 방금 전 학살자의 검을 정면으로 맞은 상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여 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이이익……!”
루바는 더 크게 분노하며 자신의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렸다.
화아아아악-
그 순간 민혁의 몸을 감쌌던 초월이 해제되었다.
“사냥개의 사냥.”
루바가 터뜨린, 브로드의 죽음의 늑대보다 더 크고 강대한 검기들이 민혁의 몸 곳곳을 난도질했다.
“크흡!”
민혁이 뒤로 퉁겨져 나갔다. HP가 자그마치 약 30%가 한 번에 감소했다.
‘초월이 풀린 나는, 그에게 2분도 버티지 못한다.’
냉혹했으나 이것이 현실이었다.
분노한 루바가 터벅터벅 민혁에게 걸어가다가, 민혁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도 붕어빵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자들에게 향했다.
루바의 분노의 일부는 그들에게도 있었다.
“감히, 니 새끼들이 나를 무시해! 감히 심사관인 나를!?”
그 순간.
‘마지막 남은 붕어빵, 아껴먹어…… 응?’
그 붕어빵을 먹던 자.
민혁을 걱정하면서도 그의 명령 없이는 난입해선 안 되는 걸 알았기에 참을 수 없는 욕구로 붕어빵을 먹던 이.
벤더가 자신의 손에서 반으로 갈려 툭-하고 땅에 떨어진 붕어빵을 볼 수 있었다.
“…….”
그는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순간 알 수 없었다.
민혁이 쥐여준, 이 따뜻했던 붕어빵은 수천 년간 음식다운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먹을 때마다 웃음이 나게 했고, 먹을 때마다 비로소 행복하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해줬다.
초월자.
모든 것을 갖췄고 누구보다 강했기에 더 이상 어떤 경지에도 오르기 힘들어 삶이 공허해진다.
그런 초월자가 소소하게 느꼈던 행복이.
지금 땅에 초라하게 박혀 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
이는 벤더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초월자들도 루바가 일부러 겨냥하여 떨어트린 붕어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벤더의 얼굴이 슬펐다.
“마지막 남은 거였는데…….”
그 순간 몸을 추스르고 일어선 민혁이, 그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도 폭식 결여증 초기 때의 자신의 모습을!
민혁은 이 순간 알아챘다.
“야, 니네 튀어.”
“……?”
민혁은 그들의 다리와 팔을 분지를 생각은 있었으나 죽일 생각은 없었다.
또 그것을 감당할 자신조차 없었고.
루바는 민혁이 하는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떨어진 붕어빵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자 즐거움이 루바를 감쌌다.
그가 성큼 붕어빵 앞으로 걸어가 벤더의 앞에 있는 그것을.
콰지이익-!
부츠발로 힘껏 짓밟고 비벼댔다.
“아, 실수. 이렇게 찌그러졌지만.”
“…….”
벤더가 그를 올려다봤다.
“처먹든가.”
“…….”
민혁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큰일 났다…….’
벤더는 초월자 중 가장 강한 자다.
광물을 소유하고 있는 헬레냐는 감당할 수 없겠지만, 광물이 없던 헬레냐는 몇 번의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다.
솔직히 말해서,
민혁은 자신, 브로드, 밴이 한꺼번에 덤벼도 벤더를 이길 수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 벤더의 주변으로 다른 초월자들이 몰려들었다.
벤더가 민혁을 돌아봤다.
“민혁아.”
“…….”
민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가 분질러 줄까?”
“아, 아니. 하지…….”
민혁이 다급히 소리치려 했으나, 루바가 눈치 없이 광소했다.
민혁을 때려눕히고, 그들의 하찮은 것을 짓밟은 루바는 이성을 되찾은 상태였다.
“분지른다? 분질러? 이깟, 빵 쪼가리를 거지처럼 처먹던 너희들이?”
미친 듯이 루바가 광소할 때. 알샤드가 뒤에서 말했다.
“루, 루바 대장…….”
“?”
덜덜 떨리는 목소리의 알샤드에 의해 루바가 뒤를 돌아봤다.
“그들에게서 그 어떤 것도 읽히지 않아.”
“……!?
그 말을 들은 루바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알샤드가 관조할 수 없는 자들은 대부분 없다.
그가 괜히 후보격 인물들을 관조하겠는가?
그런 경우는 보통 두 가지다.
알샤드 혹은 루바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
아니, 뭔가 오류가 있을 것이다.
그래.
“오늘 네가 너무 많은 자들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가설을 세워 그 수를 세 개로 만든 루바는 확정 지었다.
“심지어 아무리 기둥 후보라고 해도.”
그 옆에 서 있던 것을 보면 저들은 민혁이란 사내의 부하 같았다.
알샤드가 민혁을 읽어낸 것을 생각하면 저들이 민혁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부하로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루바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런데.
“……?”
로이어는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2m에 이르는 거구. 심지어 근육질의 상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그는 대머리였다.
이 자리의 초월자들은 수백 명의 초월자 중 유일하게 생존한 이들이다.
그만큼 초월자 중 가장 뛰어난 자들.
그런 로이어를 보며 넥이 말했다.
“심사관들의…….”
그의 차가운 눈이 로이어를 흩었다.
“심사를 시작한다.”
“……!”
“……!”
심사관들이 경악했다.
감히, 심사관인 우리의 자격을 그들이 확인하겠다고?
그리고, 넥의 시선이 로이어의 모든 것을 관통한다.
“방어력 1900에 모든 스텟 26% 상승. 꽤 나쁘지 않은 갑옷을 입었군.”
자신이 입은 것을 관조당한 로이어.
보통 이런 게 가능한 경우는 한 경지를 초월했을 때다.
이방인들은 그 경지를 1,000레벨이라고 말한다.
로이어도 마찬가지다. 그도 봉인되기 전의 힘은 1,000레벨을 상회한다.
툭-
넥이 그의 손을 잡아채 자신의 갑옷에 올리게 했다.
그 순간 로이어에게로 그 갑옷의 해당 정보가 빨려 들어왔다.
“……!”
로이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도 훌륭하게 만들어진 갑옷이다.
이는 자신조차도 만들기 힘들 것이며.
‘만능손 로카더 급……?’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에 넥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불합격.”
“……!”
“……!”
“나보다 못한 자가 심사관이라니?”
로이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로이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호오. 그런 것도 아나?”
넥은 흥미를 머금은 표정이다.
지금 로이어의 행동.
과거 뛰어난 손을 가졌던 자들이, 손재주를 끌어올려 하는 팔씨름이다.
그가 이룬 경지, 그가 한 노력, 그가 만든 다양한 것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재주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꽈아아아아악-!
넥이 그 손을 맞잡아주었다.
주변에서 모두 긴장한 시선으로 그 둘을 보았다.
손재주의 심사관과 그를 심사하겠다던 넥이 힘겨루기를 한다.
“나쁘지 않아. 그런데.”
넥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이딴 경지로 누구를 심사하겠다고.”
그 순간, 허공에서 팽팽하게 이루어지던 팔씨름. 그 팔씨름에서 넥의 근육에 핏줄이 돋아오르더니 곧바로 로이어를 땅에 처박아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넥이 다시 한번 그를 보며 비웃었다.
“역시 불합격.”
“……!”
“……!”
그들이 놀람을 감추기도 전에, 알샤드의 앞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정신계 능력의 초월자, 벤자민.
초월자 중 막내였고, 그녀 또한 붕어빵을 먹으며 세상 행복함을 다 가졌던바.
그녀가 입술을 비틀었다.
“심사를 시작할게.”
“……!”
알샤드가 눈을 부릅떴다.
동그란 안경을 쓴 알샤드.
“해봐. 내 머릿속을 읽는다든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든가. 아니면.”
그녀가 우아한 손끝으로 그의 머리를 툭- 찔러 조롱했다.
“두려움에 떨게 하든가.”
알샤드의 안경알이 새하얀 빛을 터뜨렸다.
그가 온 힘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보이지 않아.’
자신이 힘을 끌어올려도, 이렇게 가까이에 있어도 그녀의 과거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상태이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그녀의 정신력이 자신을 상회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파즈즈즈즉-!
“그럼 내가 할게.”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다시 알샤드의 머리에 닿은 순간.
알샤드는 이질적인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기억이 읽히는 기분!
“호오, 이렇게 심사관이 되었구나?”
알샤드의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우아하게 웃은 그녀가 호호 입을 막고 웃었다.
“어차피 다른 이들에게 말할 생각은 없어.”
그런 말을 한 그녀의 표정이 곧 싸늘해졌다.
“대신에.”
그 순간 알샤드의 몸이 벌벌벌 떨려왔다.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에 빠져들었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자신 혼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상태이상 ‘공포, 두려움, 암흑’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이다.
“으, 으아아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는 알샤드를 보며 그녀가 차갑게 말한다.
“불합격. 아주 불합격.”
이 상황을 모두 보고 있던 루바.
그는 도대체 자신의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려던 때.
덥썩-
자신의 앞에서 짓밟힌 붕어빵을 보며 분노하고 있던 사내.
벤더가 그의 목을 움켜쥐고 차갑게 읊조렸다.
“심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