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91
밥만 먹고 레벨업 1092화
베락은 ‘지옥의 대행자’라는 전설 클래스를 가진 유저이다.
이 지옥의 대행자라는 전설 클래스는 지옥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군이다.
지옥의 대행자는 지옥에 필요한 물품을 지상에서 조달해 주기도 하며, 지옥의 땅 곳곳을 연구하기도 한다.
또 탐험가처럼 지옥 곳곳을 탐험하여 새로운 곳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런 베락이 최근 지상에는 없는 엄청난 명당을 찾아내었다.
문제는 인간들이나 어떤 종도 지옥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거다.
설령 그것이 신들이나 절대신들이라고 할지라도 ‘지옥’은 마음대로 침범할 수 없다.
‘지옥은 신들의 땅과 별개로 봐야 하는 곳이다.’
지옥의 존재들은 마음대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규율에 묶여 있다.
이 지옥 안에는 환생하지 않거나 못한 수천 년 전 과거의 강자들도 존재한다.
지옥의 신은 그런 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신들의 땅과 지옥이 충돌하면 지옥이 이긴다.’
그것이 베락이 지옥이라는 곳에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무튼 베락은 명당을 찾아냈지만 이 쓸모없는 곳을 의외의 인물이 원하고 있자 놀랐다.
다름 아닌 천외제국의 황제였다.
천외제국 유저의 숫자는 이제 수천만 명을 훌쩍 넘어선다.
천외제국에 속한 유저들에게 민혁은 우상 그 자체였다.
이곳에 오기 전, 민혁이 악수를 권하며 하는 말에 그는 전율했다.
-지옥의 대행자 베락. 실제 이름은 민우라고 알고 있는데, 맞지?
소문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민혁은 그 많은 유저의 이름을 달달이 외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것은 사소한 것 같았지만, 유저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거였다.
그러나 함께 걸어오며 베락은 우려 어린 목소리를 냈다.
-폐하, 지옥의 출입은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나 군신 신분이라면 모든 존재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릅니다.
-아, 헤이즈한테도 말했지만 난 죽음의 신하고 밥도 먹고! 응? 전 연인 환생의 강 건너가는 것도 함께 보고! 응? 다 한 사람이야.
-오, 오오오오오……!
베락은 경악했다.
세상에 지옥의 신과 밥도 먹고 전 연인이 강 건너는 것도 함께 보다니?
역시 우리 폐하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민혁이 죽음의 신 루이스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눈을 굴린다.
“어, 어떻게 안 될까?”
죽음의 신을 지키는 신하들이 더욱더 그의 목에 병장기를 가져갔다.
어떠한 데스나이트의 검이 민혁의 목과 불과 1㎝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내 말을 기억 못 하나 보군. 다음에 지옥에 들어오면 찢어 죽이겠다 했던 것 같은데.”
베락은 알 수 있었다.
‘폐하도 결국 사람이셨다…….’
남자들의 흔한 허세!
나 누구누구랑 친해!
나 치킨 열 마리도 혼자 다 먹어!
그런 허세의 최후였다.
심지어 죽음의 신은 폐하를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격은 하지 않는다.
민혁과 죽음의 신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
“…….”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다.
죽음의 신은 헛기침만 해댔고, 민혁은 머리만 긁어댔다.
그러다 너무 어색하게.
“있잖아.”
“그보다.”
동시에 말했다.
두 존재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다시 한번 흘렀다.
또 한 번.
“너 먼저.”
“네놈 먼저.”
“…….”
베락은 알았다.
‘와, 이건 친한 것도 아니고 안 친한 것도 아니고 완전 어색한 사이였던 거였어!’
안 친한 사이보다 더 껄끄럽다는 어색한 사이!
마치 친구들끼리 있을 땐 왁자지껄하지만, 단둘이 남으면 어색하다는 그 사이 말이다.
그 어색함에 베락은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네놈 먼저 말해라.”
다행히도 그 어색함이 끝났다.
“다음에 맛있는 것도 해주고 부탁 같은 거 있으면 들어줄 테니, 이번 한 번만 안 될까?”
“방문 이유부터 밝혀라.”
민혁은 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 말을 듣던 죽음의 신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선악(善惡)의 경계를 말하는 건가?”
“맞아.”
민혁은 오면서 이미 바렉에게 그 명당이란 곳에 대해 모두 들었다.
‘손재주가 일시적으로 15~ 30%까지 상승하고 더 높은 등급의 요리가 나올 확률도 크게 상승하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옥에 있는 거겠지만.
아무튼 그러한 선악의 경계는 말 그대로 지옥과 천계 사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경계에는 지옥이나 천계보다 더 수준 높은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신이 한참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다 말했다.
“선악의 경계 안에 내가 해결하지 못한 골칫거리들이 있는데 그 녀석들을 해결해 준다면 지옥을 가로질러 그곳에 가는 걸 허락하마.”
“골칫거리?”
“선악의 경계의 악마들이다. 놈들은 지옥과 천계를 넘나들며 많은 이들을 죽이고 있다. 예전에 네가 죽였던 악마들 대부분일 거다. 지옥에서 다시 태어난 놈들은 통제를 받지 않으려 하지.”
“직접 하면 되잖아?”
“규율상 지옥의 수장과 간부들, 천계의 수장과 간부들은 선악의 경계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이런 식으로 지옥출입이 가능하다면 민혁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맨입으로?”
“…….”
민혁에게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선악의 악마사냥’이라는 이 퀘스트는 놈들을 처치할 때마다 랜덤으로 스텟 하나를 올려주는 훌륭한 퀘스트였다.
“가서, 통행증을 받아오라. 그 통행증을 보유하면 지옥의 어지간한 존재들은 공격하지 않을 거다.”
“아, 넵.”
함께 있던 베락이 통행증을 받기 위해 사라졌다.
베락이 사라진 후.
죽음의 신은 흠, 흠 헛기침만 하며 자신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파리들에게 손을 휘휘 저어댔다.
민혁은 머리만을 벅벅 긁었다.
“…….”
“…….”
어색이 흐르고.
“감기 조심해라.”
“어, 응…… 너, 너도…….”
죽음의 신이 어색함을 깨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로부터 15분 동안 그들은 말이 없었다.
정말 조금도.
그리고 베락이 돌아왔을 때.
숨통이 조금 트인 죽음의 신이 말했다.
“아, 그리고 되도록 그곳에 있는 에밀라라는 여인과는 접촉하지 않도록 해라.”
“에밀라?”
“에밀라는 너희의 목적인 명당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다.”
“……!”
민혁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명당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라고?
“그녀는 땅의 신과 비슷한 힘을 가졌다. 그녀는 선악 안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녀와 엮이지 마라, 경고다.”
“알겠어, 절대 엮이지 않을게. 절대루.”
“이만 가라. 피곤하군.”
대화를 끝낸 민혁이 베락과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한테 인사하듯, 손을 들어 흔드는가 싶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죽음의 신도 맞추어 손을 흔들어줄까 하다 머리를 매만졌다.
“…….”
“…….”
마지막 순간까지 둘은 어색했다.
그들이 떠나고, 죽음의 신에게 그의 보좌관이 다가왔다.
“지옥의 군주시여, 군주께서 에밀라와 엮이지 말라 하였으니 그에 따르겠지요?”
보좌관은 민혁을 잘 모른다.
때문에 확답을 듣고자 그에게 물은 것이다.
죽음의 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자는 에밀라와 엮이려고 발버둥 칠 거다.”
“……예?”
“나는 저 녀석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
“그런데 왜 그렇게 어색해하십니까?”
“…….”
그 질문엔 차마 답하지 못했다.
* * *
대악마 베로스.
그는 민혁에 의한 치욕을 잊지 못한다.
대악마 베로스를 따르는 72악마들의 상당수가 그에게 죽음을 맞이했으며,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해 베로스는 지옥에서도 편치 않았고 일부러 ‘선악의 경계’로 갔다.
선악의 경계에는 죽음의 신과 대천사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으며 군대를 보낼 수도 없다.
어이없게도 대악마, 악마라는 이름이 붙은 절대자들조차 지옥과 천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나 천계의 존재들은 신성한 검을 사용하는 존재들이다.
때문에 대악마 베로스와 악마들은 지옥을 넘나들며 자잘한 놈들을 먹어치웠다.
이는 32서열의 악마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폭식자의 권능’을 가진 놈은 자신이 먹어치운 놈을 알 상태로 낳을 수 있다. 그 알은 거대한 영양분과 경험치 덩어리였다.
대악마 베로스와 악마들은 쉴 새 없이 그것을 먹어치웠다.
이전에는 이처럼 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알을 먹는 순간, 그들 몸에 있는 마기가 역류했고 온몸의 뼈가 가루가 되었다가 다시 붙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분노’라는 감정이 고통을 참으며 그 알을 먹어치우게 했다.
그들은 강해졌다. 훨씬 더.
그리고 규율을 어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오로지 천외제국의 같잖은 것들을 쓸어버릴 생각으로.
그런데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민혁이 직접 지옥에 방문했고 선악의 경계로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혁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 * *
솔직히 말하자면 베락은 민혁에게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허세심 가득했던 그의 말.
물론 인간이라면 대부분 ‘허세’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숱하게 벌어졌다.
민혁은 지옥을 걷다가 쉴 새 없이 곡괭이나 호미질을 해대며 무언가를 채집해 댔다.
“히히, 이걸로 국 끓여 먹으면 맛있겠다.”
저 사람이 황제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다른 것에 있었다.
민혁이 갑자기 자리에 앉아 밥 먹을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폐하, 죄송하지만 우리 악마들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는 겁니까?”
베락은 선악의 경계에 갔다가 명당을 발견하고 악마들을 마주쳐 죽음을 맞이했기에, 그곳에 악마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죽음의 신은 그와 관련한 퀘스트를 준 거다.
문제는 그 악마들의 숫자와 강함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거라는 점이었다.
치이이익-!
“자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베락도 한술 떠. 크흐, 소고기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너무 태평한 소리에 베락은 입맛도 없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 또 강제 로그아웃 당하는 거 아냐?’
601레벨에서 1레벨 하락해 600레벨이 된 베락이다.
여기서 또 죽으면 599레벨까지 하락한다.
속이 타들어 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 민혁은 태평하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닌데.’
물론 친구 같은, 친근한 황제는 좋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때 아닌가?
“크흐흐!”
“키햐아!”
“육즙이 기가 막힌다!”
“베락, 진짜 안 먹어? 이렇게 맛있는데?”
“전 속이 안 좋아서 괜찮습니다.”
민혁에게 퉁명스레 답한 베락은 몸을 일으키는 민혁을 보았다.
“선악의 경계는 곧인가?”
“네, 곧입니다.”
베락은 경계를 향해 걸으며 이 난관을 헤쳐 갈 방법을 생각했다.
“악마들을 무더기로 만나지는 않을 테니, 하나씩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폐하께선 원체 강하시니 그렇게만 해도 꽤 승산이 올라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한 마리씩 찾아다녀야 하는데, 우리의 주목적은 명당에서 요리하는 건데 번거로워지잖아. 쩝.”
“그렇다고 대책 없이 갔다간…….”
말을 잇던 베락은 갑자기 몸이 어딘가로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베락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대악마 베로스의 출현!] [대악마 베로스의 강대한 마기가 공포로 다가옵니다.] [오금이 저리며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스텟 20%가 하락합니다.] [사기가 크게 하락합니다.] [일반적인 인간들은 그에게 전의를 상실할 것입니다.] [베로스의 마기가 일반적인 인간들의 숨통을 조입니다.] [베로스의 분노.] [베로스의 분노가 3분 동안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3분 동안 대악마 베로스 앞에 만인이 평등해집니다.]베락의 몸이 얼어붙었다. 공포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른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이럴 줄 알았다.
대악마 베로스와 악마들은 민혁이 올 것을 알고 대기하고 있던 거다.
거대한 대악마 베로스가, 72서열 악마들과 함께 있었다.
입에서 침을 흘리며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베락은 다리에 힘마저 풀릴 지경이었다.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마기가 주변을 잠식하여, 그의 숨통이 턱 하니 막히게 한다.
“커억, 컥컥.”
마치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에 베락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로그아웃인가?’
그가 절망할 때.
누군가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군신의 명.] [지정한 대상의 상태이상을 비롯한 모든 버프효과를 무력화시킵니다.]그 순간 베로스에 의한 디버프와 상태이상이 모두 해제되었다.
그제야 다리의 떨림이 멈춘 베락의 앞으로, 어깨에 손을 얹었던 민혁이 나섰다.
“그러니까, 밥 좀 먹지. 괜찮아?”
“……?”
어깨에 검을 걸친 민혁의 태연한 목소리에 베락은 다소 놀랐다.
민혁이 말한다.
“그 요리, 신성력 대폭 올려주거든. 먹었으면 악마들의 마기를 어느 정도 저항했을 텐데.”
그 순간 베락은 알았다.
그는 대비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지옥처럼 음식이 드문 곳에서, 연기가 나는 요리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
베락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서, 설마……!”
군인들은 전쟁터에서 적과 가까운 위치라 판단될 때 ‘흡연’을 금지한다고 한다.
물론 음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이며 특히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과 굽는 것은 더더욱 통제된다.
그 이유는, 냄새를 통해 적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이, 일부러 구워 먹는 음식을 먹어 베로스와 악마들이 대비하게 했다고!?’
민혁이 그것을 증명하듯 말했다.
“너희가 날 기다린 걸까.”
민혁이 인벤토리에서 투구를 꺼내 착용했다.
그것은 판도라의 투구.
착용하는 순간 신성력을 2배로 상승시켜 주며.
민혁이 이전에 먹었던 소고기는 신성력을 대폭 증가시켜 준다.
물론 과거 신성력에 대한 업데이트에 의해 신성력이 아무리 높아도 공격력과 방어력은 1.5배밖에 상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민혁의 지금 레벨은 700이며, 여기서 1.5배가 상승하면 1000이 넘는다.
또한, 민혁의 신성력 개수 자체는 이미 5천을 훌쩍 넘겼다.
더불어 판도라의 투구와 방금 전 먹은 요리에 의해 신성력이 일시적으로 1만4천까지 늘어났다.
민혁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교황’이나 ‘성녀 로이나’ 같은 높은 신성력을 가진 자들만이 뿜어낸다는 신성력의 기류.
“내가 너흴 모은 걸까.”
민혁이 다시 베락을 돌아보며 말했다.
“베락.”
“……?”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민혁이 그에게 질문했다.
“내가 이놈들 다 죽이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
그 말을 들은 베락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리 답할 뻔했다.
‘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