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02
밥만 먹고 레벨업 1103화
양은냄비에 짜파게띠 네 그릇을 받아온 미카엘은 기가 찼다.
인간들 말로, 민혁은 자신들을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은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대천사들이 분노했다.
“대놓고 우릴 조롱하고 있군요.”
“이 음식은 그저 우릴 놀리기 위함에 불과합니다.”
“인간 세상에서 이 요리는 고작 800골드에 불과합니다.”
800골드.
인간 세상의 어린아이들도 하루에 그보다 더 많은 용돈을 받을 것이다.
화가 난 대천사 하나가 양은냄비를 집어 던지려 했다.
그 제스처 자체가 앞으로의 차세대 군신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냄새는 좋군요.”
던지려던 이가 팔을 멈췄다. 확실히 냄새는 그랬다.
“하찮은 인간의 요리 따위에서 이런 냄새가 나다니, 그러고 보면 우린 이 짜파게띠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지.”
미카엘도 냄새가 좋음은 인정했다. 그렇기에 궁금하긴 했다.
내심 한입 먹어보고 싶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이다.
“인간들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는지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다른 대천사들도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이 쓰레기 같은 걸 먹음으로써 천계가 얼마나 위대한 곳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도 있겠죠.”
자신들이 얼마나 이곳을 잘 이끌어가는지, 천계에 살아가는 자들은 얼마나 맛있는 걸 먹는지 말이다.
대천사 미카엘이 거북한 것을 보듯, 검은빛을 띠는 그것을 포크로 뒤적거렸다.
자르르, 흐르는 윤기가 파스타완 다른 느낌이다.
그가 그것을 우아한 손짓으로 포크 사이로 돌돌 말아 한입 넣어본다.
입에 넣는 순간, 못 먹을 걸 넣는듯한 표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씹는 순간, 알 수 없는 맛이 입안 전체를 감쌌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짜파게띠라는 음식은, 단순히 비비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볶아낸 것인지, 면에 양념이 기가 막히게 배어 있었다.
미카엘이 이번엔 크게 한입 먹어봤다.
먹는 순간.
여러 마리의 아기 천사들이 악기를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마치 천상의 하모니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미카엘은 그 엄청난 맛에 허겁지겁 그것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민혁이 함께 건네준 ‘김치’라는 것도 먹어봤다.
아삭아삭-
기가 막힌 식감이다. 시원하게 입안에 들어온 김치는 짜파게띠의 느끼한 맛을 싸악 씻어내려 줬다.
단숨에 먹어치운 미카엘은 미소를 머금고 우아하게 입가를 닦아냈다.
‘끝에는 알 수 없는 단맛도 느껴지는구나.’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치운 미카엘은 곧 ‘에픽 등급을 드셨습니다’라는 알림을 들었다.
다른 대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시한 게 아니라 우리를 배려한 거였군요.”
순식간에 민혁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
“고작 이 한 그릇의 짜파게띠에 에픽이란 힘을 담는 건 쉽지 않을 테죠. 낮은 등급의 재료는 낮은 등급의 요리를 만드니, 아마 꽤 뛰어난 재료가 들어갔나 봅니다.”
민혁은 묶음으로 할인받아 구매했다.
“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 같습니다. 양심은 있었던 건지 너무 많은 보상을 요해 우리에게 이 짜파게띠를 대접하고 싶었나 봅니다.”
민혁은 한 봉지에 400골드를 주고 산 셈이다.
“너무 양심 없는 자는 아니었나 봅니다.”
“처음 넣었을 땐 달짝지근하고 알 수 없는 감칠맛이 느껴지며, 끝에는 더 깊은 단맛이 남았지. 도대체 얼마나 귀한 재료를 넣은 건가?”
그건 민혁이 강화된 바다의 꿀을 소중히 넣었기 때문이다.
400골드짜리 짜파게띠를 먹은 그들이 민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있었다.
* * *
세계가 열광하고 있었다.
아테네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둥후보!
그들을 자신들이 투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에 대한 알림이 들려온 후, 곧바로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한 동영상이 게재되었다.
해당 영상에서는 이번 후보들에 대한 설명이 차례대로 이어졌으며, 유저들은 자연스레 로그인할 때 이 영상을 무조건 한번 시청할 수 있게 하였다.
유저들의 눈앞에 각각의 후보들이 보인다.
흰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중년 사내.
그저 허허벌판을 걷는 그의 주변의 공간이 나뉜다.
한곳에선 거대한 천둥번개가 쉴 새 없이 치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선 거센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또 어떤 곳에선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천둥, 번개, 비, 눈, 폭우, 폭설, 한파, 폭염. 그 모든 것을 다스리는 자.] [첫 번째 후보, 자연의 주인 베로던.]곧바로 다음 후보로 넘어갔다.
한 사내가 거대한 포효를 터뜨리는 거북이형 네임드 몬스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검을 든 그의 곁에 빛이 되어 한 명의 엘프가 나타났다.
또 그 옆으로는 오크가, 또 그 옆으로는 웨어울프가, 또 용족이.
쉴 새 없이 전혀 다른 종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놀랍게도 검으로 몬스터를 겨누는 그의 명령을 따라 모든 종족이 받들었다.
[엘프, 오크, 웨어울프, 용족, 요정족. 수십 종을 이끄는 힘을 가진 자.] [두 번째 후보, 종들의 왕 레이칸.]이런 식으로 계속하여 영상이 지나가며 후보들에 대해 하나씩 소개했다.
[세 번째 후보, 암살자들의 신 볼레인.] [네 번째 후보…….] [다섯 번째 후보…….]그리고 또 다른 영상.
거대한 루브앙 제국 앞으로 붉은빛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검을 늘어트린 한 명의 여인.
그녀의 주변으로 각기 다른 문양을 가진 왕국, 제국의 군대가 모여들고 있었다.
그녀가 힘껏 소리쳤다.
‘진격하라!’
[아홉 번째 후보, 대륙황제 엘레.]그리고 마지막 영상.
키 185㎝에 이르는 사내가 메마른 땅을 쉴 새 없이 가격했다.
좌측 상단에 하루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리고 빨리감기한 것처럼 빠르게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이 되는 걸 반복하며 좌측 상단의 글자가 바뀐다.
이틀, 사흘.
끊임없이 곡괭이를 내려치는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농작물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일주일,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사내가 거대한 트레일러를 꺼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쿠구구구구구-
트레일러의 분화구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오며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위험해 보이는 트레일러 위로 올라간 사내가 자라난 농작물로 빠르게 요리하는 모습이 비친다.
그 요리하는 모습을 끝으로, 또 한 번 문구가 떠올랐다.
[열 번째 후보,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화면이 깜깜해지며 이윽고 하얀 글씨가 떠올랐다.
[사전투표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사전투표는 오늘 내로 진행해 주셔야 합니다.] [두 번째 사전투표는 투표일 마지막 날에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의 투표한 자에 대한 결과가 다를 시 최종적 투표를 한 후보가 투표권을 얻습니다.]세계 곳곳에서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 * *
공교롭게도 사전투표 시작일은 대륙 전체에 50년 만에 꼭 온다는 ‘재앙의 날’이었다.
이 재앙의 날은 온갖 재앙이 모든 대륙 전체를 휩쓰는 날이다.
처음 이 재앙이 펼쳐졌을 땐 많은 자들이 죽어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500년을 거쳐 꼭 같은 날에 재앙이 오기 때문에 인류는 미리 대처를 해나갔고, 그 피해량은 처음으로 재앙이 발발했을 때에 비해 4% 정도로 적어졌다.
아무튼, 그 재앙이 지금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아테네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거센 폭우, 돌풍, 천둥번개.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토네이도까지.
이미 유저들에겐 알림으로 대피령이 떨어진 상황이었으며 각 왕국, 제국 등도 뛰어난 마법사들을 배치시키거나, 건설사들을 이용해 대비해 나갔다.
거센 재앙이 아테네 전체를 휩쓰는 이때에 민혁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아직 천외제국에는 그 재앙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사전투표율 9위라…….”
투표 시작 후 둘째 날까지 모든 이들은 첫 번째 사전투표를 완료해야 한다.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3시간이 흐른 이때, 민혁의 순위는 9위였다.
[사전투표율.]현재 투표를 진행한 자. 29.8%
1위 자연의 주인 베로던. 투표율 24.1%.
2위 죽음의 기둥 볼레인. 투표율 23.9%.
3위…….
4위…….
9위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 투표율 2.7%
10위 대륙황제 엘레. 투표율 1.9%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본래 대부분의 투표는 후보가 아무리 많다 해도 1등과 2등이 압도적이었고, 대부분 1등과 2등이 맞붙게 된다.
그로 인해 다른 후보들의 투표율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헤이즈가 말했다.
“폐하가 계신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투표권도 사실상 힘을 발하지 못하니까요.”
확실히 그랬다.
지금 이 열기는 월드컵만큼 뜨거웠다.
아테네는 세계적인 게임이었으며, 아테네 올림픽 시청률은 월드컵의 시청률보다 조금 높을 정도였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민혁을 투표할 확률이 높았고, 아테네는 사전에 방지한 거다.
민혁을 투표할 시, 자국민들은 40%의 경험치 하락을 겪는다.
물론 민혁이 사전투표율 1위를 기록하면 1레벨업 포션을 지급받지만, 과연 민혁이 1위를 할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민혁이 10위에 기록된 엘레를 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재앙이 가고 나면 후보들이 활발히 움직이겠네.”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폐하도 준비하셔야죠. 6시간 후면 아스간 대륙에도 재앙이 들이닥칠 겁니다. 천외제국에는 정확히 6시간 47분 후 재앙이 몰려올 예정이고요.”
헤이즈의 그 말은 내일 활약할 준비를 하라는 말이었다.
일단은 천외제국도 재앙을 막을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나는, 오늘부터 투표율을 크게 올려보려고.”
“예?”
헤이즈의 반문과 함께 모든 길드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모든 후보들이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재앙이 온 세상을 뒤덮는 이 날, 어떠한 활동을 해도 효과가 전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 압도적 1위인 것이기도 하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재앙은 자연의 주인 베로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들은 이것을 ‘자연의 순리’라 보고 있다.
때론 날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는 것처럼.
재앙이 오는 날도 있다.
우리들이 폭우에 의해 침수되고 한파에 의해 많은 게 얼어붙는다고 특정 누군가를 원망하진 않는다.
애석한 하늘을 원망하지.
그렇기에 유저들은 세상 전체를 뒤덮을 재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베로던에게 끊임없이 투표하고 있다.
“애초에 재앙이 되기 위한 기준에 좋은 이와 나쁜 이가 구별되지 않으니까.”
이런 이유도 있다.
헬레냐와 오블렌이 기둥이 되었던 것처럼.
썩어버린 교황 크로나드가 기둥이 된 것처럼.
누가 가장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가가 이번 사전투표율을 결정하게 된다.
“천외제국의 전군은, 재앙에 대비하지 않는다.”
“폐, 폐하!?”
“민혁아, 무슨 소리야?”
“대비하지 않는다고?”
과거처럼 피해가 적은 이유는, 각 왕국과 제국이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앙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민혁의 말.
천외제국은 많은 것을 날리게 될 것이다.
“너, 미쳤어……?”
오죽하면 로크가 민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그때, 민혁이 말했다.
“애들아, 만약.”
민혁이 자신을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천외제국만, 재앙이 비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내놓을 수 있었다.
헤이즈가 입을 열었다.
“재앙조차 어쩌지 못하는 천외제국. 설령 먹는 자들의 기둥과는 연관이 없다 해도, 그 정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만으로도 민혁 폐하께선 꽤 많은 투표율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때마침 누군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모두에게 생소한 사람이었다.
민혁이 말을 이었다.
“재앙의 일부를 우리가 소멸시킨다면?”
헤이즈가 상상만 해도 경이롭다는 듯 답했다.
“사전투표 1위는 폐하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