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32
밥만 먹고 레벨업 1133화
헤이즈는 잔뜩 뿔이 나 있었다.
불라이아의 광물 협상을 위해 루브앙 제국으로 향했던 민혁.
그가 갑작스레 천외제국의 간부진들을 루브앙 제국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루만 빠져도 천외제국이 입게 되는 손실은 굉장히 큰 편이었다.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수십 명을 데리고 가지 않았는가.
물론 그 이유는 들었다만, 헤이즈는 솔직히 ‘오바’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돌아오시면 크게 꾸중을 드려야겠다고 헤이즈는 다짐했다.
그리고 민혁이 돌아왔을 때.
“헤이즈, 루브앙 제국에서 200만 플래티넘을 줬어.”
“……여행은 편안하셨나이까. 폐하?”
“아, 또 루가만이란 자와 아킨토마키아를 사냥함으로써 약 50만 플래티넘도 얻었어.”
“외투 받아드릴까요?”
“아쉽게도 놈들은 특별한 건 드랍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팔면 한 300만 플래티넘 정도 나올 것 같아.”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빛보다 빠른 태세 전환을 보였다. 엄청난 자금력을 확보에 왔기에, 헤이즈는 연신 헤헤 웃었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에서 200만 플래티넘을 받아왔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이 설명해 줬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바카만 공작의 목숨을 실질적으로 천외제국에서 구한 것이니, 오히려 적게 받은 셈이군요.”
바카만 공작의 몸값은 수백만 플래티넘으로도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니까.
“새싹 아카데미의 브렐린이 결국 금메달을 걸었구요.”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순탄하게 풀린 듯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어낸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불라이아의 강의 소유권도 넘겨받았어, 어떠한 것도 주지 않고.”
헤이즈는 감탄했다.
어쩐지 1,000만 플래티넘은 뜯어오실 만한 일이었는데, 적게 받아오신 감이 없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불라이아의 강으로 가십니까?”
“아니, 아직.”
민혁은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물론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가신들부터 돌려보낸 후, 로그아웃하여 푹 자고 돌아오긴 했다.
하지만 그의 ‘피로’가 풀리지 않음은 배고픔에서 오는 것이었다.
“아직 그것을 못 먹었거든.”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헤이즈가 나섰다. ‘그것’이란 바로 혼돈에서 얻어온 재료다.
바로 경이적인 재료.
[경이적인 재료는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재료로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경이적인 재료는 작은 돌 형태다. 놀랍게도 이 재료는 민혁이 원하는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설명에 따르면, 경이적인 재료는 다른 높은 등급의 재료들과 다르게 요리하는 데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애초에 이끄는 자들의 땅 난이도가 낮지 않았으니, 요리하는 것에 대한 난이도도 높으면 말이 안 되지.’
민혁은 근래 갖은 스트레스로 인해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화닭볶자면이었다.
땀이 뻘뻘 날 정도로 매운 이 화닭볶자면은, 혀가 아릴 정도로 맵긴 하지만 맛있게 당기는 맛이 있는 녀석이다.
민혁이 이미지를 상상하여 재료를 설정하자 화닭볶자면의 면이 나타났다.
[경이적인 재료가 튀긴 면으로 설정됩니다.]곧바로 민혁이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라고 해봤자 끓이고 비비는 것밖에 없기에 빠르게 끝났다.
접시 위에 놓인 빨갛게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화닦볶자면이 민혁의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냄새부터가 식욕을 자극하네.’
그리고 완성된 화닭볶자면의 위로 민혁이 치즈를 얹자, 사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또 화닭볶자면의 옆에는 진정 먹을 줄 아는 민혁이 준비해 놓은 핫바도 놓여 있었다.
민혁이 젓가락을 들어 치즈가 살살 스며들기 시작한 그것을 가득 퍼 올렸다.
매운 향이 벌써 코끝을 찌른다.
가득 집어 든 화닭볶자면을 한입 크게 넣었다.
“후루루루루루룹!”
입안 가득 화닭볶자면이 차오른다. 씹는 순간 적당한 달콤함과 적당한 매운맛이 함께 어울린다.
또 부드러운 풍미의 치즈맛도 함께 느껴진다.
“크, 엄청 맛있네.”
아직 맵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나 한 젓가락 두 젓가락을 반복할 때마다 입안 가득 얼얼함이 차오른다.
급기야 입에 불이 난 듯 매워진다.
“쓰읍, 하-”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는 민혁이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핫바를 크게 베어 물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갈수록 그 매운맛은 더욱 민혁을 고통스럽게 했으나, 화닭볶자면은 계속 당겨왔다.
“후루루루룹, 크으- 매워.”
맵지만 계속 먹어치우는 민혁은 스트레스가 완전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다 먹어치운 민혁이 아이스크림 엄마는 외동딸을 먹음으로써 불난 입안을 식혀줬다.
그렇게 엄마는 외동딸을 먹을 때 알림이 들려왔다.
[경이적인 재료로 만든 요리를 드셨습니다.] [모든 스텟 1.7%가 상승합니다.] [궁극과 관련한 존재와 마주했을 시의 공격력 및 방어력이 15% 상승합니다.] [궁극 스킬 레벨업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아직 800레벨을 달성하시지 못했습니다.] [800레벨 달성 시 궁극 스킬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들려오는 알림이 민혁을 아쉽게 했으나 연연하지 않았다.
‘이제 온 세상에 내 재료를 뿌리내리러 가볼까?’
민혁이 불라이아의 강으로 향했다.
* * *
가상현실게임 아테네의 이용자수는 십억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또한 전 세계 극소수의 몇 개의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아테네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는 각 나라의 지부들이 존재한다.
미국지부, 중국지부, 프랑스지부 등.
수십여 개의 지부가 존재한다.
㈜즐거움 측이 이렇듯 많은 지부를 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아테네가 세계적인 게임인 만큼 각 국가들도 아테네라는 게임 자체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유저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자신들을 관리해 주길 원하였고, 다른 나라 유저라고 하여 차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각 정부의 우려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들이 반응한다는 건, 아테네가 가진 힘의 방증이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아테네는 한국 본사를 주축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렇게 따로 운영되는 만큼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공평함’을 위해 각 지부가 존재하나 그 지부가 ‘공평성’을 버리고 어떠한 유저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 지부마다 존재하는 스토리팀이 해당 유저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거나.
혹은 어떤 퀘스트 보상을 유출한다거나 하는.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에는 불시에 운영하는 ‘특별감사’가 존재한다.
특별감사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특별감사팀’에서 다른 나라로 불시에 감사를 온다.
또한 이 특별감사는 본사도 피할 수 없었다.
바로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승인한 중국 특별감사팀이 본사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장 강태훈도 비리가 발견된다면 세계지부에 그 사실을 고발하고 끌어내릴 수 있는 자들.
이번 특별감사팀의 팀장 천시호는 한국의 아테네 비리를 낱낱이 파헤칠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아주 작은 ‘비리’가 발견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거대하게 키워 한국지부를 물갈이할 생각이었다.
천시호가 위풍당당 걸어가는 감사팀에게 명령했다.
“특히나 민혁 유저와 대한민국 하이랭커들에 대한 비리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도록.”
“예.”
“예.”
사장 강태훈은 아니라고 했지만 중국 측은 여전히 본사와 민혁 간의 은밀한 거래가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천시호가 직접 발걸음한 곳은 다름 아닌 특별유저관리팀이었다.
천시호는 이곳에서 민혁을 중심으로 한 한국랭커들을 모니터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다른 지부들도 엄중히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한바.
그리고 특별유저관리팀에 들어온 천시호는 잠깐 당황했다.
“……?”
웬 여성 주변에 엄청난 주전부리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또 멍한 눈으로 특별감사팀을 바라보는 그녀.
천시호가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과 팀원들을 소개했다.
“우린 중국에서 온 특별감사팀이다. 한국의 특별유저관리팀은 돼지우리같이 냄새나고 더럽군.”
“네, 안녕하세요. 저는 사원 이민화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3일간 야근을 해서 업무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녀가 아주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해 보인 후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타, 타타타탁-
“……?”
순간 천시호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특별감사팀이 등장하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거나, ‘잘 좀 봐주십시오.’ 하면서 굽신거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성은 관심조차 없다.
그들이 데이터를 긁어가고 서류뭉치를 챙기는 것에도 관심 없다.
천시호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일개 사원 따위가 자신들이 있는데도 업무를 한다?
“이봐, 우리는 자그마치 세계 지부가 승인한 특별감사팀이다. 그런데 감히 인사만 하고…….”
“아, 네. 제가 좀 바빠서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여기 커피 한 잔씩들 하세요.”
몸을 일으킨 그녀가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서둘러 커피 한 잔씩을 타 감사팀에게 돌린 후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지?
천시호가 원하는 반응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였다.
사실 천시호는 중국 지부장의 아들이었다.
어딜 가나 극진히 대접받는 그였기에 회사 내에서도 개차반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화가 치밀던 그는, 이민화가 모니터하고 있는 인물이 민혁임을 알아채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잔뜩 비웃음을 머금은 그가 그녀가 앉은 의자 위로 손을 얹었다.
“아주 기고만장하군. 우리는 한국 특별유저관리팀이 유저와 가장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별유저관리팀에서 민혁 유저에게 앞으로의 업데이트, 좋은 퀘스트, 그리고 클리어 방법 등에 대해 은밀하게 알려주지 않을까 하고 예측하고 있지.”
“저희는 떳떳합니다.”
실제로 사원 이민화는 누구보다 떳떳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당당할 수 있는 거다.
그에 대한 대답에 천시호는 더욱더 화가 끓어올랐다.
“일어나서 내 눈을 보고 말하란 말이다. 어디서 건방지게…….”
“먼저 들어오셔서 ‘한국의 특별유저관리팀은 돼지우리 같고 더럽다.’라며 비하하시지 않았나요?”
“……?”
“그럼에도 저는 정중히 예의를 갖춰 인사하지 않았나요?”
“……?”
“그럼 지금 예의가 없는 건 감사팀인가요, 아니면 저인가요? 들어오셨을 때 그저 ‘잘 부탁한다’라고만 하셨어도 최대한 예의를 차려 인사드렸을 겁니다. 비록 3일간 야근하고 있더 하더라도 말이죠. 제 말 틀렸나요?”
“……!”
너무 맞는 말이다.
한데, 그런 사람들이 있다. 논리적인 상대방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으면 화가 나서 몸부터 움직이는 사람.
그게 바로 천시호 특별감사팀 팀장이었다.
참지 못한 그가 이민화가 앉은 의자를 발로 찼다.
쿠우우웅-
깜짝 놀란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떨어져 내렸다.
“꺅!”
그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천시호를 보자 그가 몸을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모든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온 특별감사팀 팀장이다. 다음부터 말대답하면 없던 것도 만들어서 탈탈 털어 짤리게…….”
그때.
“뭡니까.”
열린 문 사이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천시호는 그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대한민국 특별유저관리팀의 팀장 박민규라고 했던가?
무척 유능하고 똑똑하여 어지간한 임원들도 터치하지 못한다 하였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니 이야기하기 편하겠지.
천시호는 생각했다.
이 건방진 직원의 만행에 대해 말해주면 그녀는 호되게 혼날 것이고 상황은 종료될 것임을.
“박민규 팀장님, 저는 특별감사팀의…….”
그는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박민규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민화를 보다 천시호 팀장 앞으로 다가갔다.
“상황을 이해하셨으니 쉽겠군요. 저 건방진 당신 부하를…….”
천시호는 입술을 비틀며 여전히 놀라 그를 바라보는 이민화를 비웃었다.
그런데 그때, 그 앞으로 다가온 박 팀장이 그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다.
퍽-!
“억!?”
“당신 부하 귀한 줄 알면 내 부하 귀한 줄도 알아야지.”
“……?”
“난 쪽팔리게 나보다 계급 낮은 사람한테 손 안 대. 어디 내 부하직원 몸에 손을 대.”
그 소름 끼치는 눈이 천시호 팀장을 바라본다.
박 팀장은 문득, 한 유저가 했던 명대사를 떠올렸다.
“감사팀장? 그게 벼슬이냐?”
“…….”
맞다, 벼슬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