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42
밥만 먹고 레벨업 1143화
무기와 방어구는 자연스레 존재하는 ‘공기’와 다르다.
자연스레 존재하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민혁은 과거 ‘영겁의 검’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이 검을 얻을 당시에 들었던 알림을 잊을 수 없었다.
[영겁의 검은 현존하는 검 중 가장 위대한 검입니다.]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검.
그것이 바로 민혁이 가진 영겁의 검이다.
“제가 그 가장 ‘위대한 검’의 소유자입니다.”
경악을 금치 못하던 대장장이들이 민혁의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랭스도 두 동강 난 자신의 검을 보며 그것이 꼭 거짓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 님을 모셔오지.”
그가 황급히 걸음했다.
민혁도 뜻밖의 일에 가슴이 뛰었다.
‘영겁의 검의 제작자라고?’
도대체 이 혼돈의 나라는 어떻게 되어먹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그 어떤 대장장이보다 키가 크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대장장이가 들어왔다.
그 키가 자그마치 2m를 넘어가는 듯했다.
“길 막지 마라.”
“아, 죄송합니다. 레오 님.”
곧 사내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서둘러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건 키가 아주 작고 왜소한 남성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바로 ‘맹인’이라는 점이었다.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민혁의 앞에 섰다.
“진짜로구나.”
그는 보지 못하나 보는 듯했다.
“영겁의 검의 공명이 이곳까지 느껴져.”
[영겁의 검의 제작자를 만나셨습니다.] [영겁의 검의 공격력이 0.5% 상승합니다.]“……!?”
민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진짜다.
‘진짜 가장 위대한 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내 앞에 있다.’
심지어 그는, 모두 보고 있었다.
“무척 뛰어난 갑옷이구나. 그 제작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져. 심지어 지금 쓰고 있는 왕관도 내가 만든 것이고. 한 인간이 내가 만든 걸 두 개나 가지고 있다니. 호오, 그 목장갑은 뭐지? 엄청난 힘을 가졌구나.”
민혁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찬란한 왕관은 ‘중복에 중복’ 가능이라는 기능 때문에 사실상 영겁의 검 급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더 강화할 수 없는 아티팩트를 더 뛰어나게 해주는 셈이니까.
“애석하게도 아직 마지막 봉인은 풀지 못했구나.”
그 말은 영겁의 검에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민혁은 아직 마지막 3차 봉인을 풀지 못했다.
민혁이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영겁의 검은 마지막 조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겠지.”
레오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 검의 마지막 봉인을 푸는 방법은 나만이 알고 있으니까.”
“……!”
민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레오를 바라봤다.
정말 뜻밖의 수확이다.
어쩌면 영겁의 검이 또 한 번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전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 낙인조차 새기지 않고.”
그에 민혁은 가르뎅에게 받아온 임시 혁명가의 증표를 내밀었다.
아티팩트가 아니면 그 힘을 느낄 수 없는 건지, 레오는 그것을 더듬거리곤 놀란 기색이 되었다.
‘임시 혁명가?’
임시 혁명가는 아직 낙인이 새겨지지 않은 자만 임명된다.
또한 무척 강한 자여야만 한다.
‘감옥에서 그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 증표를 받았다는 건 누군가 그를 인정했다는 거일 거다.
확실히 임시 혁명가의 증표에선 ‘그 누군가’의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는 가르뎅 님께서 레오 님께 들으라 하셨습니다.”
레오는 고개를 주억였다.
“상황을 보다시피 이제 낙인은 우리를 더 강하게 억압하게 되었네.”
민혁도 해당 알림을 들은 바 있다.
“이대로면 이제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혼돈의 왕국의 대부분의 이들이 죽을 걸세.”
민혁이 보아도 그렇다.
이대로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의문인 게 있었다.
“위대한 검을 만드신 분처럼 대단한 분이 계신데, 왜 왕을 숙청하지 못하는 겁니까?”
가장 위대한 검을 만들었다는 건, 어쩌면 기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가 얼마나 오래전의 이인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이들은 무한을 찾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네.”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나 또한 마찬가지일세. 불가능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찾아 이곳에 왔지.”
레오는 씁쓸하게도 자신의 두 눈을 가리켰다.
그가 찾고자 한 것, 세상을 보는 두 눈이었을 거다.
“그런데 우린 이곳에 오자마자 강압적인 힘에 의해 ‘낙인’이 새겨졌지. 낙인은 본래의 힘을 대부분 약화시킨다는 건 들어서 알 것이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가르뎅에게 듣기로, 낙인이 새겨진 자들은 마음대로 힘을 쓸 수 없게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 왔을 때 낙인이 새겨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 번의 혁명이 성공했던 적이 있기 때문일세. 혁명의 성공으로 인해 들어오는 모두에게 저절로 ‘낙인’이 새겨지던 것이 멈춰졌지. 이제 그들은 직접 낙인을 새겨야만 해.”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저는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가르뎅은 말했다.
‘혁명을 돕는 것’이 민혁이 원하던 영토를 얻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라고.
“반복의 감옥으로 가 그곳의 죄수들을 구원해 주게. 반복의 감옥에 갇힌 자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혁명을 해낸 자들.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네. 그곳에 가면 내 친우이자 ‘군대의 혁명가 바랄’이 있을 걸세.”
띠링!
[퀘스트: 혁명의 시작 완료.] [경험치 100,000,000을 획득합니다.]띠링!
[연계 퀘스트: 반복의 감옥에 수감된 자들 구출.]등급: SSS
제한: 레오와 만난 자.
보상: 초월자의 갑옷 진화, 임시 혁명가의 증표에 새겨지는 인정의 낙인.
실패 시 페널티: 임시 혁명가 자격 박탈.
설명: 반복의 감옥을 부숴 그 안에 있는 혁명자들을 구원하라.
민혁은 보상을 보고 경악하고야 말았다.
‘초월자의 갑옷을 진화시켜 준다고?’
초월자의 갑옷도 현존하는 갑옷들 중 가장 뛰어나다 말할 수 있다.
대장장이의 신과 견주거나 그 이상인 넥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시킨 그의 역작이니까.
그 방어력은 신등급보다 높았고, 그 갑옷이 가진 특수능력은 사기적이었다.
그 마음을 읽었는지 레오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알지 않나, 이 혼돈에선 어떠한 한계도 없음을.”
그리고 민혁이 질문했다.
“그런데 정말 위대한 검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검인가요? 이런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유저로서 궁금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에 레오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네.”
그 짧은 말이 민혁을 이해시켰다.
‘결국 업데이트로 인해, 언젠가 영겁의 검보다도 뛰어난 검이 나타날 것이다.’
민혁이 또 한 번 말했다.
“혹시 다른 아티팩트의 진화도 안 될까요? 물론 원하시는 걸 들어드리겠습니다.”
레오는 그 말에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걸세.”
“죄송합니다.”
민혁은 입안이 썼다. 레오가 말한다.
“그저 세상을 한 번쯤 바라보는 것. 할 수 있다면 내 한 번쯤 해주지.”
“그런데 낙인에 의해 힘이 봉인되셨는데, 어떻게 아티팩트를 진화시켜 주시나요?”
“자네, 질문이 많군?”
민혁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그 정도 방편도 안 만들어놨겠나. 혁명의 날, 우리는 딱 한 번 온전한 힘을 낼 수 있네. 그리고 혁명이 끝난다면 당연히 낙인은 사라지겠지.”
궁금했던 질문을 모두 끝낸 민혁에게, 레오가 열쇠와 비밀지도를 건넸다.
“이 지도를 따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복의 감옥 안에 들어갈 수 있을걸세.”
그것을 받아든 민혁이 곧바로 반복의 감옥으로 떠났다.
랭스가 다가와 물었다.
“해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거야.”
“그가 가진 영겁의 검은 정말 레오 님께서만 푸실 수 있는 건가요?”
그 질문에 레오가 답했다.
“이미 풀려 있네.”
“예?”
의아한 표정을 지은 랭스를 뒤로하고 그가 중얼거렸다.
“껍데기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 * *
군대의 혁명가 바랄.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반복을 보고 있다.
수십만 명의 갑옷과 검을 든 수감자들이 성을 지키기 위해 나아간다.
이 반복의 감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거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았다.
나아가는 수감자들은 반복의 괴수들에 의해 온몸이 갈가리 찢겼다.
또는 먹이가 되어 삼켜졌으며.
또는 허망한 표정으로 이미 포기한 듯 스스로 자결했다.
끝내 성은 함락되었고, 바랄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번쩍-!
눈을 뜬 바랄은 다시 처음과 똑같은 상황을 보게 되었다.
수감자들이 나타났고 자신은 성벽 위에 나타났다.
나타나자마자 품에 간직한 종이에 작대기를 그었다.
‘벌써 133만 번째.’
그동안 반복되었고 계속 죽어왔다.
1,000번째 동안은 고통스러웠다.
몸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온몸이 씹어 삼켜지는 것에 괴로웠다.
또 짓밟혀 으깨지는 것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러나 1,000번이 지날수록 무감각해졌다.
미쳐야 정상 아니냐고?
‘빌어먹을 궁극대놈들.’
궁극대의 왕 브라크는 자신들이 미치지 않게 이 감옥을 설계했다.
반복할 때마다 그들의 정신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
2,000번째부터 그들은 감옥을 돌파할 방법을 찾았다.
5,000번째에 좌절했다가, 다시 1만 번째에 찾아 나섰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제발, 그만하고 싶다. 차라리 죽여줘!’
그만하고 싶어졌다. 매일같이 아프고, 뜯기는 이 고통을.
그런데 결국 반복된다.
수만 번도 더 바꾼 전략, 그 전략의 하나로 나아간다.
초반에 가장 많은 아군을 살려야 한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아군들이 휩쓸린다.
‘그래도 이번엔 좀 잘 버티는군.’
이렇게 잘 버틴 게 약 4,133번째 되었나?
벌써 절반이나 되는 수감자들이 사망했다.
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복의 오우거.]고작 오우거라 볼 수 없다.
혼돈에서도 최상위층에 속하는 포식자다.
하늘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놈은 수만을 휩쓸었다.
찢어지지 않는 강철과 같은 피부에 무기가 박히지 않았다.
언제나와 똑같다.
“돌격하라!”
바랄이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 반복의 오우거를 향해 돌진한다.
약 120만 번을 놈에게 막혀 죽었다.
놈이 땅을 도끼로 가격한 순간, 바닥이 뒤틀리며 수천이 죽어 나갔다.
거대한 함성을 터뜨리는 순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천 명이 귀에서 피를 흘리며 졸도했다.
바랄이 모든 공격을 퍼부었다.
그렇다, 언제나와 같다.
‘달라지지 않는 반복.’
정말이지 끔찍한 이 감옥 안에서, 바랄은 자신의 모든 것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여전히 놈의 HP는 1/3가량 남아 있다.
반대로 바랄은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하고 지쳤으며,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아아, 이번이 133만1번째.”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가 중얼거렸다.
주변의 다른 수감자들도 다음의 반복을 그저 기다린다.
곧바로 바랄의 몸에 놈의 도끼대가 적중했다.
쿠화아아아아앙-!
뒤로 퉁겨져 날아간 그가 성벽에 박혀버렸다.
꿈틀거리는, 그의 의식이 흐릿해진다.
그리고 반복의 오우거가 또 한 번, 언제나처럼 괴성을 질러 남은 수감자들을 모두 죽이려 할 때.
타다다다다닷-
누군가 달리고 있었다.
“……?”
바랄의 눈에 의아함이 물들었다.
달리는 이가 생소한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크와 나이프?’
펄럭이는 백색 망토에 그려진 생소한 문양.
그와 함께, 이제까지의 수백만 번의 전개와 전혀 다른 전개가 일어난다.
“압도.”
쿠콰콰콰콰콰콰콰콱-!
갑자기 움직임이 제한된 반복의 오우거의 몸이 60회 이상 두 자루의 검에 베였고.
“천우검.”
하늘에서 쏟아진 수백 자루의 검이 놈을 유린했으며.
“절대방어. 섬멸자의 검.”
놈의 몸이 섬광 같은 검에 베이며 피가 솟구쳤다.
133만 번을 반복하며 본 적 없는 전혀 다른 전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반복의 오우거 앞에 선 그가.
“절대군주.”
쿠우우우웅-!
오우거를 무릎 꿇렸다. 무릎 꿇은 반복의 오우거를 향해 검을 치켜든 그가 힘껏 내려쳤다.
콰자아아아악-
처음으로 쓰러지는 반복의 오우거를 보며 바랄이 두 번 경악했다.
첫 번째 경악은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서였다.
두 번째 경악은.
‘왜 내 왕관을 가지고 있는 거지?’
절대군주. 찬란한 왕관에 깃들어 있는 그 힘은 바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