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94
밥만 먹고 레벨업 1195화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을 안아주는 민혁에게서 따스함을 느꼈다.
민혁처럼 다가왔던 이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친구라 믿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친구’라는 말로 포장했던 것임을.
하지만 민혁은 달랐다.
그 따뜻한 목소리와 진정성 있는 눈빛이 진짜임을.
헤파이스토스가 물었다.
“날 보고 괴물이라 부르지 않을 건가?”
“적어도 친구를 괴물이라 부르는 일 따윈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슬프고 힘들 때 곁에 있어줄 건가?”
“힘들고 슬플 때 네 옆에서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헤파이스토스의 목구멍으로 울음이 차올랐다.
아직 그는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는 그를 위해 개가 되겠다 했고, 민혁은 그를 스스로 거절했다.
‘개’가 된다는 건 부리기 편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민혁은 ‘친구’를 말했다.
그 순간부터, 그는 편한 길을 버린 것이다.
헤파이스토스가 자신이 쥔 망치를 온 힘을 다해 쥔다.
“나는 헤파이스토스. 대장장이의 신이다. 너는?”
“민혁. 군신이며 식신이기도 해.”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짓는다. 여전히 실감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헤파이스토스도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난 친구인 널 위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값진’ 것들을 만들어줄 것이다.”
[헤파이스토스가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맹세합니다!]그러나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말하지만 너에게 내 사심을 채우기 위해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
[민혁이 당신의 맹세를 거절합니다!]민혁은 알았다.
자신이 헤파이스토스를 친구로 두게 됨으로써 훨씬 더 큰 것을 얻었음을.
물론 얻고자 하기에 친구가 되자고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명령하여 그 일을 행할 때와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그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 될 뿐.
그때.
띠링!
[돌발 퀘스트: 올림푸스의 12신 헤파이스토스.]등급: SSS
제한: 헤파이스토스의 친구.
보상: 헤파이스토스의 믿음.
실패 시 페널티: 헤파이스토스가 이곳에 영원히 갇힘.
설명: 당신은 헤파이스토스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헤파이스토스의 마음 깊숙한 곳에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헤파이스토스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며 자신이 가진 위대한 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 더불어 아직 그는 올림푸스 12신이 아니다. 그런 그를 올림푸스 12신으로 만들어라.
과거엔 헤라가 그를 가둔 것이었지만, 이젠 헤파이스토스 스스로가 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
설명에서처럼 헤파이스토스는 자존감이 낮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신인지조차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헤파이스토스가 올림푸스 12신 중 후보라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신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헤파이스토스. 나와 함께 이곳에서 나가자.”
민혁의 말에 그는 두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이 그에 자신의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을 내밀었다.
선뜻 내밀어지는 그 검과 갑옷을 보며 헤파이스토스는 진정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인정받길 바라는 건…… 가?”
“내 친구가 인정받으면 나 또한 무척 뿌듯할 테니까.”
헤파이스토스는 그 말에 커다란 용기를 얻었다.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을 건네받은 헤파이스토스가 그것들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는 그것들을 살피며 경악을 금치 못하기 시작했다.
‘검과 갑옷이 민혁의 것이 된 것에 무척이나 행복해하고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남들이 꿰뚫지 못하는 본질마저 들여다볼 줄 아는 대장장이다.
그리고 이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을 만들던 당사자들의 노력도 느껴질 정도였다.
[헤파이스토스의 무기창조에 대한 이해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갑옷창조에 대한 이해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지금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자 합니다.]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에 대해 더 자세히 보던 헤파이스토스는 코끝을 간질이는 맛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신이다.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아도 죽지 않기에 매번 물만을 마셔왔다.
그런 그도 한 번씩 생각나는 요리가 있었다.
바로 카레라이스였다.
헤파이스토스가 고개를 돌리자 민혁이 카레를 만들고 있었다.
“친구한테 맛있는 밥 한 끼 해주고 싶어서.”
“아, 그럼 나는 너에게 가이아 최상급의 아티팩트를…….”
“아니, 만들어주지 마. 그냥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들어주고 싶을 뿐이니까.”
헤파이스토스는 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그린 민혁이 카레라이스 만들기에 열중한다.
당연하게도 이 카레라이스는 ‘레시피 창조’를 사용했다.
이 카레라이스가 헤파이스토스의 힘을 더 뛰어나게 해줄 것이다.
이내 카레라이스가 완성되었다.
따끈한 쌀밥 위에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노란 카레라이스가 얹어져 있다.
그 옆으로는 잘 익은 김치와 단무지도 있었다.
민혁이 헤파이스토스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같이 먹자.”
그러나 민혁은 헤파이스토스와 마주 앉았다.
어색해하는 헤파이스토스와 민혁이 카레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민혁이 수저로 카레라이스와 밥을 쓱싹쓱싹 맛깔나게 비벼줬다.
당근, 감자, 애호박, 실한 고기가 들어간 카레라이스를 한가득 퍼 들었다.
입안에 넣자 카레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번져 나간다.
씹을 때마다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곧바로 민혁이 또 한 수저 크게 퍼서 그 위에 김치를 올렸다.
입에 넣는 순간 아삭이는 김치와 카레라이스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싹싹-
어느덧 카레라이스를 다 먹은 민혁이 헤파이스토스를 보았다.
헤파이스토스는 눈물 흘리며 카레라이스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먹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누군가 바라는 것 없이 해주는 요리.
심지어 그 맛은 헤파이스토스가 먹어본 요리 중 최고였다.
민혁은 이 정도면 헤파이스토스를 울보스토스라 불러야 하는가 싶다.
그리고 카레라이스를 다 먹은 헤파이스토스가 알림을 들었다.
단순한 요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헤파이스토스를 보며 민혁이 말했다.
“넌 만들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
* * *
올림푸스의 수호창.
헤파이스토스가 올림푸스를 지키기 위해 만들려던 창이다.
더불어 헤파이스토스는 꿈꿨다. 매번 무시 받던 자신이 이 올림푸스의 수호창을 완성함으로써 올림푸스 신들 앞에서 당당히 서는 것을.
그러나 완성하기 쉽지 않았다.
올림푸스 수호창은 실질적으로 가이아 대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창이었으며 최고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민혁의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을 봄으로써 헤파이스토스는 어떤 식으로 올림푸스 수호창을 완성해야 할지 깨달았다.
현재 올림푸스 수호창의 완성도는 약 60% 정도.
대장간 안에 들어간 헤파이스토스가 망치를 쥔다.
영겁의 검과 초월자의 갑옷을 사용하기 위한 방식을 곱씹어본다.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올림푸스의 수호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앙-!
헤파이스토스의 대장장이 능력이 민혁의 카레라이스를 먹음으로써 약 27%가량 상승한 때였다.
그리고 이해도에 따라 정체되어있던 올림푸스 수호창의 완성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 수호창이 62% 완성됩니다.] [올림푸스 수호창이 64% 완성됩니다.]헤파이스토스는 오늘, 민혁이란 친구가 생기어 기뻤다.
처음 이 올림푸스 수호창을 만들려던 이유가 모든 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함이라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민혁.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
첫 번째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겠노라 말했던 그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따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아앙-!
따아아아아아앙-
그 마음이 헤파이스토스를 깊게 빠져들게 한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이 발동됩니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이 발동됩니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이 발동…….]헤파이스토스가 완전히 빠져들기 시작한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은 이제껏 이 창을 만들면서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이유가 자신을 위한 창이 아닌 남을 위한 창을.
부려지고 짓밟히는 상황에서 만들고 있었음에, 헤파이스토스가 진심을 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대장장이의 염원 발동이 그를 더 뛰어난 대장장이로 만들어낸다.
[올림푸스 초월창이 81% 완성됩니다.]파지지지지지직-!
백색의 창대를 가진 올림푸스 수호창이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이 창을 올림푸스의 가장 위대한 신인 ‘제우스’를 빗대어 만들기 시작했던 바 있다.
[올림푸스 초월창이 85% 완성됩니다.]그리고 완성되어 가는 창에 따라.
[올림푸스 12신들이 올림푸스의 가장 위대한 창을 만들어내는 헤파이스토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그 목소리를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열 명이 넘는 신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제우스가 당신을 보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헤라가 당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데스가 당신이 진정한 대장장이의 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자신이 바랬던 것들이다.
그들의 인정을 받고 더 이상 짓밟히는 신이 아닌 우러러 보이는 신이 되고자 했던 것.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흔들린다.
그런데 그 순간.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이 해지됩니다.]염원이 해지되는 순간 헤파이스토스는 혼란에 빠졌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염원은 해지되어 버렸다.
그때 민혁이 말했다.
“헤파이스토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의 뜻은 내가 그들의 품에 머물고 싶으면 그곳에 있어도 괜찮다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더욱더 헤파이스토스의 가슴을 울린다.
깨닫는다.
지금 그들의 미소가 오로지 그 창을 쥘 올림푸스 12신의 탐욕에 지나지 않음을.
그런 그들과 다르게, 내 친구는 탐욕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제우스가 당신을 진정한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자 합니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합니다.]그 소리와 함께 헤파이스토스가 미소 지었다.
그가 다시 빠져들기 시작한다.
[가장 위대한 대장장이의 염원이 발동됩니다.]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내 친구에게 어깨를 으스대고 싶을 뿐이다.
따아아아아아아앙-!
거칠게 튀는 스파크와 뜨거운 화염을 머금은 망치가 충돌한다.
[올림푸스 수호창이 91% 완성됩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올림푸스 12신의 자리를 거절합니다!]“더 이상 짓밟히지 않겠다.”
따아아아아앙-!
“더 이상 내가 만든 아티팩트를 주지도 않겠다.”
따아아아아아아앙-!
“더 이상 당신들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도 않겠다.”
따아아아아아아아앙-!
[올림푸스 12신들이 당신에게 분노해합니다.]그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제우스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당신에게 분노합니다!]그것은 호의가 아니다.
탐욕이지.
[헤라가 어미를 저버린 당신을 욕합니다.]먼저 저버린 것은 당신이다.
[하데스가 가장 추악하게 생긴 신을 보며 미간을 찌푸립니다.]“…….”
이 순간 헤파이스토스는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무슨 소리냐.”
“…….”
헤파이스토스가 민혁과 눈을 마주했다.
“지금 그 누구보다 멋지고 강한 신인데.”
헤파이스토스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따아앙-!
따아앙! 따아앙! 따아앙! 따아앙-!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로 한 헤파이스토스의 손에서 완성되어 간다.
[올림푸스 수호창이 94% 완성됩니다.] [올림푸스 수호창이 95% 완성됩니다.] [헤라가 경고합니다.] [올림푸스 신들의 승인 없이 이곳을 벗어나면, 당신의 모든 능력이 15% 하향될 것입니다.]상관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밌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을 이곳에 가둔 건 헤라뿐만이 아니다.
지금 올림푸스 신들이 대거 등장한 것을 보아, 그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해왔던 거다.
그랬기에.
따아아아앙-!
[올림푸스 수호창이 99% 완성됩니다.]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따아아아아앙-!
헤파이스토스가 마지막 한 번 올림푸스 수호창을 두들겼다.
그와 함께.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무기를 창조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제우스가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말합니다.] [헤라가 자식의 도리를 지키라 말합니다.] [하데스가 필요 없는 무기의 제작 의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필요 없는 무기.
그렇다. 필요 없는 무기다. 누군가에게 줄 것이 아니라면.
그러나 그들은 모두 틀렸다.
[제작자가 올림푸스 수호창의 이름을 변경합니다.] [올림푸스의 수호창의 이름이 군신 수호의 창으로 변경됩니다.]헤파이스토스.
그는 민혁의 따스했던 미소를 기억한다.
그 미소처럼 따스한 미소를 지은 헤파이스토스가 자신이 쥔 창을 단 한 명의 사내.
단 한 명의 친구인 민혁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