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98
밥만 먹고 레벨업 1199화
하늘 위의 세상 올림푸스.
크게 웨이브 진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모든 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우스 Lv 1611.]가이아 대륙. 더 나아가 아테네에서 가장 강력한 신일지도 모르는 그의 주먹이 꽉 쥐어지고 있다.
그는 결국 자신의 품이 아닌 다른 사내의 품에 있기로 한 헤라클을 보며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자란 이가 되면서까지……!’
헤라클은 오만한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택한 길에 제우스의 치아가 빠드득 갈렸다.
그리고 제우스는 볼 수 있었다.
당혹한 헤라가 민혁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 * *
천외제국의 가신들이 헤라클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단발로 길어졌던 머리가 다시 짧게 친 머리로 변화한 헤라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코니르, 왜 울고 있나! 울지마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헤라클은 코니르가 울자, 자신도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민혁은 한참이나 헤라클을 말없이 보았다.
기존의 헤라클은 실질적으로 영원히 잠든 셈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는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 보였다.
일순 민혁의 가슴이 지끈거렸다.
자식과 아내를 스스로의 손으로 죽였던 헤라클의 삶은 어쩌면 지옥 같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삶을 살아온 헤라클.
‘고맙다, 헤라클.’
그는 깊게 잠든 그에게 인사했다.
그때.
“미쳤구나, 미쳤어. 헤라클. 이 미친 녀석!”
헤라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헤라클은 실제로 죽음을 택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길을 스스로 걸어가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웃었다는 거다.
헤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질투의 여신’과 같았다.
자신이 개처럼 부리고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이대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이 가이아 대륙은 올림푸스 신들의 손아귀에 있다.
“그들이 너희와 다른 이방인들마저 배척하려 할 것이다.”
헤라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신들 뒤에 숨기를 좋아하는 헤라는 올림푸스 신들의 목소리가 그들을 위협하길 바랐다.
그리고 역시.
그런 신들의 목소리 속.
헤라는 기대했다.
가장 위대한 신 제우스가 명령을 내리면, 이 자리에 새롭게 뿌리를 내린 모든 이방인들을 내쫓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제우스가 주먹을 꽉 쥔 채 당신들을 바라봅니다.]민혁이 흠칫 몸을 떨었다.
신들의 미움을 받는 건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새롭게 개척해야 할 이 타 대륙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제우스가 헤라클을 부탁한다 말합니다.]그러나 곧 들려온 소리는 놀라운 말이었다.
민혁은 제우스가 다시 헤라클을 자신의 품으로 들이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그를 외면해 왔다 말합니다.] [죽어서도 당신과 함께하고자 함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알게 해줬다고 합니다.]그렇다. 제우스는 나쁜 아비였어도 헤라클의 진짜 아버지였다.
제우스도 알고 있었다.
[제우스는 그가 느꼈을 슬픔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화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빛의 길이 열렸다.
민혁은 그 빛의 길로 가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음을 눈치챘다.
[그런 그를 위로해 준 당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제우스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진짜 아비이고 싶었다.
그랬기에.
[올림푸스 12신들이 제우스에게…….] [제우스가 모든 신들의 목소리를 묵살합니다.] [더 이상 말할 시 제우스가 자신과 적대하게 될 것이라 엄포합니다.] [올림푸스 12신들이 입을 다뭅니다.]아버지로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어떠한 것도 해준 게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떠나는 이 순간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머리를 짧게 친 헤라클이 의아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 위의 제우스는 그런 헤라클을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바라보는 것 같았다.
민혁이 선두에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코니르가 헤라클의 손을 쥔다.
“가자, 헤라클.”
민혁이 그 빛으로 들어가자 하나둘 가신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끊임없는 알림이 민혁에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우스의 축복이 헤라클에게 내려집니다.] [헤라클의 모든 스텟이 7% 상승합니다.] [제우스의 찬사가 헤라클에게 내려집니다.] [헤라클의 모든 스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제우스의 강화가 헤라클의 몽둥이에 새겨집니다.] [그의 몽둥이가 제우스의 번개의 힘을 가지게 됩니다.]곧바로 그들 모두가 빛을 넘어갔다.
하늘 위의 제우스는 한참이나 아들 헤라클이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민혁과 천외제국의 모든 가신들이 복귀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이아 대륙에 가 있음으로써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
당분간은 가이아 대륙에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이아 대륙은 아직 10%도 오픈되지 않았으며 유저들이 개척해야만 새로운 곳을 가볼 수 있다.
민혁이 굳이 개척되지 않은 땅을, 개척하는 데 힘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민혁은, 가이아 대륙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어냈다.
골로디스 왕국은 동맹국이자 식신을 섬기는 국가가 되었다.
헤라클은 그전보다 조금 더 강해져 무사히 복귀했다.
역시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헤파이스토스다.
물론 민혁은 헤파이스토스를 친구로 두었지, 부하로 둔 것이 아니다.
헤파이스토스는 감히 민혁이 친구로 둘 수 없는 자였다.
가장 위대한 무기의 제작자 레오는 절대 데려올 수 없는 자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는 가장 위대한 무기에 버금가는 아티팩트를 제작해 낸 자다.
물론 올림푸스를 저버림으로써 모든 능력치가 10% 하향되었지만, 민혁은 확신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네 최고의 대장장이다.’
혜민아빠, 오르골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를 따라올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를 친구로 둔 민혁이기에, 헤파이스토스가 그저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가 돌아오자마자 대뜸 민혁에게 말했다.
“민혁아, 천외제국의 가신들, 그리고 군대의 무기를 손봐주겠다.”
“……아니, 헤파이스토스. 너도 감옥에서 나왔으니 좀.”
“쉴 틈이 어딨나. 내 친구한테 도움이 되고 싶은데.”
“…….”
민혁은 단호하게 말하고 나가는 헤파이스토스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갈 해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민혁은 느꼈다.
헤파이스토스는 여전히 외모에 대한 열등감에 크게 휩싸여 있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무시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민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컴플렉스라는 건 지워지는 게 아니다.’
더불어 퀘스트 알림마저 울렸다.
띠링!
[퀘스트: 마음의 치유.]등급: SS
제한: 헤파이스토스의 친구.
보상: 헤파이스토스의 대장장이 능력 3% 상승.
실패 시 페널티: 헤파이스토스가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감.
설명: 주눅 든 헤파이스토스는 인정받기 위해 많은 이들의 아티팩트를 제작해 주고자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 마음으로 훌륭한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을까? 헤파이스토스가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게 해라. 더불어 그의 마음의 치유가 80%를 넘어갈 시 그는 더 뛰어난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는 대장장이가 될 것이다.
때문에 민혁은 헤이즈를 불렀다.
“다리를 치료할 방법과…….”
“방법과……?”
헤이즈는 말끝을 흐리며 어색하게 웃는 민혁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외모를 변하게 할 방법을 찾아봐 줘.”
* * *
민혁의 생각 그대로다.
헤파이스토스는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여있었다.
바로 어제 이곳에 와놓고 헤라클을 참으로 부러워하기도 했다.
‘헤라클은 부족해도 잘생겼으니까.’
모든 이들이 헤라클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안에 있는 헤라클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자신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어딜 가든 괴물 취급을 받아왔던 그다.
최소한 여기서 사람대접이라도 받기 위해선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했다.
‘그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버려지지 않고 어울릴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의 그 생각은 참으로 아픈 것이었다. 그에게 진짜 친구는 여전히 ‘민혁’밖에 없으니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는 것이었다.
‘가신들의 것부터 손봐주면 그들이 나를 인정해 주겠지, 최소한 괴물이라고 부르진 않을 거야.’
언제나처럼 그는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대인기피증이 심했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시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여기요.”
한 아낙네가 그를 불렀다.
그녀는 아주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여인이었다.
헤파이스토스는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는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이 심했다.
또 그것이 방어기제로 나와 공격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
“왜 가는 사람을 붙잡으시오?”
그는 자신의 절뚝거리는 다리를 의식했다.
그에 아낙네가 다가왔다.
“천외제국에 아주 귀하신 분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한데 그렇게 걸으면 불편하지 않으신지요?”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다리를 이야기하는 걸 알았다.
그는 더 공격적으로 반박하며 그녀에게 큰소리를 치려 했다.
“지금 내 다리가 이렇다고 비웃으려고……!?”
홱 고개를 들었던 헤파이스토스는 볼 수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아낙네가 그에게 나무로 만들어진 목발을 내밀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것은 비웃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한 부분 불편한 것이라 생각해야 되는 거겠지요. 낡은 목발이지만 도움이 될까요?”
정말 낡고 보잘것없는 목발이었다.
“예전에 제 남편이 다쳐 사용하던 목발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그 목발을 보다 물었다.
“그래서 무얼 해주면 됩니까? 당신 가게를 좀 보수해 줄까요? 아니면 상점에 멋들어진 조각품이라도 하나…….”
헤파이스토스에게 선의는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그에 아낙네가 말했다.
“아무것도요.”
“……?”
“그저 당신의 불편함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
헤파이스토스는 말이 없었다. 그저 건네지는 선의였다.
헤파이스토스도 목발을 만들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만들지 않았다.
왠지 목발을 짚고 다니면 자신이 더 초라해질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목발을 받은 헤파이스토스는 대인기피증이 심해 제대로 된 인사도 못 하고 벗어나듯 그곳을 지나쳤다.
‘이상한 여인이군.’
헤파이스토스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받지 않고 그저 선의로 목발을 내밀다니?
물론 목발은 낡고 초라했다.
목발로 걷게 된 헤파이스토스는 걷는 게 훨씬 편해진 걸 느꼈다.
그 시각. 민혁은 들려오는 알림을 들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마음이 3% 치유됩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또다시 헤이즈가 들어왔다.
“폐하, 아벨 경을 통해 듣고 왔습니다. 장애를 가진 다리를 고치는 물건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나 외모를 바꾸는 건 찾기 쉽지 않을…….”
민혁이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니, 헤이즈. 다리를 고칠 수 있는 것만 찾는 걸로 해줘.”
“예?”
민혁은 곧 헤파이스토스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눈치챘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오늘 그의 마음이 치유될 것 같거든.”
마을을 거니는 헤파이스토스.
그는 왠지 모를 온기가 느껴지는 목발을 짚다가 문득, 뒤를 돌아 그 아낙네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처음 느껴보는 온기에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열등감 덩어리다.
‘서둘러야 해. 서둘러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이 천외제국에서 사람처럼 살 수 있어.’
그가 처음으로 향하는 곳.
그의 기억에는 아주 무섭게 각인 된 ‘창신 밴’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