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01
밥만 먹고 레벨업 1202화
헤파이스토스를 만나러 갔던 민혁은, 로크와 그가 같이 있는 것을 보고 곧바로 몸을 돌렸었다.
그 이유는 급하게 온 알렉산더의 귓속말 때문이다.
귓속말을 받은 민혁은 곧바로 천외제국 전체에 비상령을 선포하고 주요병력을 한곳에 모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민혁은 어이가 없었다.
알렉산더의 자초지종을 들은 민혁이다.
놈이 천외제국을 습격한 이유. 그저 알렉산더보다 강하기 때문이란다.
천외제국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막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장 다 죽이겠다고 덤벼들려는 파브로의 분신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말 그대로 미치광이 같았다.
동맹국의 훈련장소를 쑥대밭으로 만든 놈을 통해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천외제국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다.’
당장 제국 내에서 벌어질 전투이기에 그 피해량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빠르게 모든 준비를 갖췄다.
성벽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던 때.
민혁은 경고 알림을 들었다.
[파브로의 분신의 출현!] [경고.] [경고.] [위험합니다.] [무구의 비는 적으로 인식된 모두를 죽일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성벽 위의 가신들이 그에 대비하려 했으나 하늘 위에서 무구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그녀가 빠르게 움직였으나.
[통제할 수 없는 힘입니다.]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민혁과 가신들이 다급해졌다.
대부분의 백성들이 피신하긴 했으나 아직 피신하지 못한 자들도 꽤 있는 상황이었다.
병사들의 죽음은 그렇다 쳐도, 그들은 순수한 민간인이었다.
가신들이 번쩍 뛰어올라 서둘러 쏟아지는 무구들을 쳐내 보지만, 수만 개의 무구를 한꺼번에 쳐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그 무기들은 백성들 인근에까지 도달했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땅으로 떨어져 내리던 모든 무구들이 허공에 두둥실 멈춰 버렸다.
무구들이 움찔거린다. 무기의 주인의 명에 따라 억지로 떨어져 내리려고 하지만, 어떠한 거대한 힘 하나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선 한 사내.
그를 본 민혁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헤파이스토스!’
* * *
천외제국의 실시간 상황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만 개의 무구의 비가 천외제국을 아비규환으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라는 것들이 워낙 작으며, 또 내구도도 상당한 것인지라 가신들이 부수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무구들이 백성들 틈에 떨어져 내립니다!]그러다 곧 하늘에 멈춰 선 수만 개의 무구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백 대의 카메라가 모든 무기를 멈추게 한 장본인을 쫓았다.
사람들은 기대했다.
천외제국에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새로 영입되었다.
그는 브로드처럼 남자답게 생겼을 수도, 대악마 엘피스처럼 미남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위기의 순간 기적처럼 나타난 ‘영웅’을 보며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을 생각한다.
수백 대의 카메라의 중심 속.
수만개의 무구들의 사이에 있는 그를 본 해설자들은 말을 아꼈다.
[아마 대장장이인 것 같은데…….] [굉장히 뛰어난 대장장이인 것 같습니다. 천외제국이 영입한 저 대장장이는 누구일까요.]그리고 해설자들의 그 반응과 대중의 실망에 커뮤니티 유저들은 직설적이었다.
[해설자들 절대 ‘멋지다’는 말은 안 하는거 봐랔ㅋㅋㅋ] [와이씨, 진짜 개존못이다.] [천외제국 외모순으로 강한 거 아니었냐……?] [아니, 진짜 멋있는 상황인데, 멋있지가 않잖아. 내 전율 돌리도~] [님들, 외모로 사람 판단하기 있긔 없긔?] [그럼 님은 저 대장장이랑 연애 가능? 마음 보고 만나는 거 아님?] [노, 불가.] [심지어 다리는 또 왜 저러냐. 어휴, X랄육갑꼴값…… 다 떠네.]물론 상당수의 커뮤니티 유저들은 침묵했다. 그러나 남들 깎아내리는 걸 좋아하는 소수의 유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현장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도망치던 유저들도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을 찾았다가 어이없어했다.
“아니, 저딴 게 우릴 구해줬다고?”
“와, 자존심 상하네.”
“니 남친 저깄다.”
유저들 중 그런 자들도 많았다. 감탄과 비난의 목소리가 섞인다.
그러나 모든 무기를 멈춘 헤파이스토스는 당당했다.
“어서 피신하세요.”
작은 웃음을 지으며 니엘을 병사들에게 인계한 헤파이스토스가 절뚝인다.
절뚝, 절뚝-
그러나 그 표정에서 보이는 위엄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날 때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인 이 세상에서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무시 받아왔다.
그러나 니엘과 천외제국 사람들 덕에 깨달았다.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쓸 필요 없음을.’
그리고 또 알게 되었다.
‘저런 자들의 동경은 얻을 필요가 없음을.’
나는 그저, 나를 아껴주고, 나를 위로해 주고, 나와 친구가 되어주겠다던 자들을 지켜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지금도 모두가 비웃는다.
“외모는 강함과 비례한다고. 쟤 대장장이다. 운 좋아서 한번 멈춘 것 같은데. 이제 다 쓸려 나갈 듯.”
“다리 꼬라지 봐라, 강하겠냐?”
하지만 신경 쓸 가치가 없는 말.
절뚝절뚝
온 세상의 카메라가 꿋꿋이 걸어가는 그를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다.
[야이 씨, 카메라 돌려!] [민혁이 보여주라고!]그렇게 걸어가는 헤파이스토스가 성벽 위의 민혁과 눈이 마주쳤다.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는 민혁을 보며 헤파이스토스도 마주 웃었다.
그리고.
쫘아아악-
하늘 높이 자신의 손을 펼쳐 올렸다.
헤파이스토스는 파멸의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다.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인 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타고난 특성이다.
그가 불리던 이름 ‘아티팩트 파멸자’.
헤파이스토스가 사기적인 이유는 그가 뛰어난 대장장이이면서도, 어쩌면 유일하게 강한 대장장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쫙 펼쳐진 짧고 짜리몽땅한 팔 끝의 손에 쥐어진다.
쩌, 쩌저저저적-!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수만 구의 무구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파브로의 무구들이 거칠게 저항합니다.] [저항할 수 없습니다.] [하찮은 무구들은 위대한 대장장이의 힘을 거스르지 못합니다.]와지지지지지직-
쿠콰콰콰콰콰콰콱!
하늘 위에 있던 수만 개의 무구가 헤파이스토스의 위대한 명령에 산산조각이 나서 땅에 흩뿌려진다.
흩뿌려지는 아티팩트의 잔해들 사이로, 헤파이스토스는 여전히 걷고 있다.
하늘 위에 떠오른 파브로의 분신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 뭣!?”
무구의 비는 사실상 파브로의 분신이 보유한 군단이었다.
비록 그 숫자는 수만에 불과했지만 인간과 다른 점이 있었다.
나약한 인간의 살점과 다르게 단단한 철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대부분이 인간들이 놀랄 만한 전설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그 무구 하나하나가 그 재료처럼 대부분 전설등급이라는 점.
그리고 공포와 두려움이 없으며, 오로지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모든 무구가, 고작 단 한 명의 사내의 손끝에서 파괴되어갔다.
“어떻게……?”
파브로의 분신은 깨달았다.
저 대장장이가 미치도록 강해서인가?
아니다.
헤파이스토스는 결코 강하지 않다.
대장장이로서의 능력은 1,000레벨에 가까우나 실제로 전투적인 능력은 고작해야 600레벨대 NPC 수준이었다.
이것은 헤파이스토스가 가진 능력에 의함이었다.
파브로의 원천은 강하고 뛰어난 아티팩트에 있었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는 그 아티팩트를 부수는 능력을 보유한 아티팩트 파멸자다.
아티팩트 파멸자 앞에 모든 무기는 나약하다.
민혁의 것과 같은 ‘영겁의 검’, ‘초월자의 갑옷’이 아닌 이상.
그러나 파브로의 분신은 그를 비웃었다.
고작 수만의 전설의 무기들을 잃었다고 좌절할 그가 아니다.
그것들은 수만 개, 수십만 개도 더 새로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파브로의 무기들이 진짜 무서운 이유.
그것은 바로 ‘신의 무기’에 있었다.
파브로는 수백이 넘는 신들을 상대로 승리했고, 그들의 자아가 담긴 신의 무기군단을 완성시켰다.
[신들의 무기축제.] [8기둥의 재앙입니다.] [경고!] [경고!] [경고!] [신들의 무기가 학살의 축제를 벌입니다.] [5분 동안 신들의 무기가 1.3배 더 뛰어난 힘을 발휘합니다.] [수백 자루의 신들의 무기가 파브로의 명에 따라 움직입니다.]파아아아앗-!
마치 신등급 무언가를 제작했을 때처럼, 혹은 신이 강림할 때처럼.
천외제국으로 수백 개의 빛의 기둥이 내리쳤다.
빛의 기둥 속 안에 있는 수백 자루의 신의 무기들이 일제히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파브로의 분신은 교활하고 영악하다.
그러나 다른 이들처럼 자만하지도 오만하지도 아니한다.
파브로는 성가신 가신들부터 싹 쓸어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혁이 다급해졌다.
“압도.”
[아티팩트에는 압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압도가 실패합니다.]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신들이 가진 스턴기 또한 모조리 제한받고 있었다.
더불어 대상을 약화시키는 디버프 능력기들마저도 대상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산되고 있다.
천외제국 가신들은 강하다.
그중 약 다섯 명 이상이 신보다 강했고, 열 명이 신들과 견줄 정도였으며, 스무 명이 아테네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지금 그들의 앞에 몰려오는 것이 수백의 신이라는 사실이었다.
창신 밴이 절대극창을 발동하며 밀집되어 쏘아지는 무기들을 쳐내려 했다.
그러나 창과 검, 화살 등에서 쏘아지는 강대한 스킬들이 밴의 절대극창을 소멸시켜 버렸다.
빌어먹을 경우다.
가신들의 스킬은 대부분 먹히질 않으나 무구들이 발동하는 힘들은 가신들에게 먹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총 열아홉 자루의 무기가 허공 위의 밴과 충돌했다.
“크흡!”
뒤로 밀려 나가는 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열아홉 자루의 무기들은 진짜 신들 같았다.
신들이 이룬 무의 경지에 도달한 무기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강했으며, 날카로웠다.
‘더 큰 문제는 그 크기가 작기에 공격도 쉽지 않다.’
민혁은 다급해졌다. 가신들이 끊임없이 밀리기 시작한다.
파브로의 분신은 정말 오래 전투할 생각이 없는 거다.
[천외제국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합니다.] [고위급 사제들이 서둘러 가신들에게 성스러운 빛을 내리고 있지만 회복력이 쫓아가질 못하고 있습니다.]민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일단 무기들을 늦추기 위해 패황지존도를 발동.
쿠르르르르르르-
하늘을 울리는 패황지존도가 무기들을 집어삼키나, 놈들은 붉게 달아오를 뿐.
큰 타격이 없어 보였다.
그 순간 민혁에게도 약 사십 자루에 이르는 무기들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 무기들을 보며 민혁의 미간이 찌푸렸다.
그때.
민혁은 본능적으로 헤파이스토스를 찾아 눈을 굴렸다.
어느덧 헤파이스토스는 빠르게 성벽 위에 올라온 때였다.
헤파이스토스는 민혁을 보며 빙긋 웃었다.
민혁은 그의 미소와 풍기는 위압감에서, 거대한 산을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어던진 헤파이스토스는 지금 그 누구보다 멋졌다.
[파멸의 울음.]콰아아아아앙-!
그가 그 거대한 도끼를 땅에 내려친 순간, 하늘에서 수백 개의 번개가 떨어져 가신들을 공격하던 모든 무구들과 직격했다.
파즈즈즈즈즈-!
스파크가 튀는 모든 무기들이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춰 선다.
“민혁아.”
친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민혁에게 동경심을 품게 한다.
민혁이 누군가에게 동경심을 품는 일. 흔치 않은 일이다.
오만하고, 위대한 미소를 짓는 헤파이스토스가 가신들과 민혁을 눈에 담는다.
그리고 오만하고 위대하게 말한다.
“나를 지켜라.”
그 순간 모든 가신들이 전율했다.
자신들이 누구인가.
이 아테네에서 가장 강한 집단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 앞에서 가장 오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헤파이스토스.
그들은, 그 말이 지금 상황을 파훼할 수 있는 절대적인 해결법임을 알았다.
민혁이 헤파이스토스의 좌를 지키고, 브로드가 뒤를 지키며, 밴이 하늘을 지킨다.
그렇다. 지금 천외제국 가신들은 헤파이스토스에게 거슬리는 존재들이었다.
왜 거슬리느냐?
‘내가 무기를 부서야 하는데 막고 있잖은가.’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된 헤파이스토스.
자기의 가치를 일깨워 준 자들을 지키기로 한 헤파이스토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
“우리 천외제국의 새로운 대장장이!”
“당신을 믿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그런 그들을 지키기로 한 헤파이스토스와 그런 그를 동경하는 백성들.
그를 비웃던 목소리 한 개가 그를 아끼는 목소리 백 개에 묻히고.
그를 조롱했던 목소리 열 개가, 그를 위한 환호의 목소리 수천만 개에 흩어진다.
신들의 무기.
자그마치 5분간 파멸의 울음 효과에 따라 움직임이 제약되어 버린 그 무기들을 향해, 선봉에 선 헤파이스토스가 나아간다.
그가 쥔 두껍고 단단한 망치.
[파멸자의 망치.]영겁의 검, 초월자의 갑옷은 부수지 못했을지언정.
고작 신의 무기들은 모두 부술 수 있는 망치이다.
그 망치가 가장 앞에 있는 철퇴를 가격한다.
따아아아아아앙-!
한 번의 가격에 금이 간 철퇴가 곧 빛을 흩뿌리며 부서져 내린다.
또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며 창대를 힘껏 내려쳐 부순다.
부순다.
나의 비굴했던 지난날을.
부순다.
나를 비난하는 이들을 신경 썼던 나를.
부순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헤파이스토스의 인생을.
쿠르르르르르르르르-!
아티팩트 파멸자가 왼팔을 뻗는다.
왼팔의 절대적인 명령에 뿔뿔이 흩어진 수백 자루의 신들의 무기가 그의 앞으로 빨려 들어온다.
그 신들의 무기를 양손으로 망치를 쥔 헤파이스토스가 힘껏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한 번에, 수십 개의 신들의 무기에 금이 갔다.
쩌저저저저저저적-
그리고 하나둘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