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07
밥만 먹고 레벨업 1208화
민혁은 아테네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유저 중 한 명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고작 A등급에 불과한 그 퀘스트에서, 어린 파브로가 가진 무기들을 빼앗아 오면 자신에게 큰 화가 닥칠 거라는 걸.
‘그런 이유만으로 파브로를 위로해 준 것은 아니다.’
민혁은 파브로의 어린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스스로를 고독에 빠트리고 외롭게 만드는.
또 이제껏 ‘자신이’ 쥐었던 수십만 자루의 무기들에게 위로받는 파브로.
민혁은 환상을 보았다.
어른의 파브로가 어린 시절의 파브로의 모습으로 울고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환상을.
놀라운 알림이 들려왔다.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진짜 무기의 주인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봉인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예상치 못한 전개다. 알렉산더와 민혁이 함께 당황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깨어난다는 건, 알렉산더가 더 이상 웨폰 마스터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기우였다.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스스로 봉인되는 걸 선택합니다.]곧바로 파브로는 모든 기둥, 그리고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알림으로 선언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을 지지한다고.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당신께 보상을 내립니다.]수십만 자루의 무기가 스르르 흩어져 사라진다.
어린 시절의 파브로가 쥐었던 열댓 개의 낡고 보잘것없는 무기들만이 그의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파브로는 애틋한 눈빛으로 그 낡디낡은 무기들을 보다, 민혁을 보았다.
“고맙다. 내게 진짜 무기의 주인의 의미를 알게 해줘서.”
무기의 주인은 고독한 천재였기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믿었던 파브로였다.
이젠 진짜 깨달았다.
“무기의 주인은 무기들과 함께이기에 그 이름을 가졌던 것.”
내가 그들을 지키고, 그들이 나를 지킨다는 의미.
파브로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깨달았다.
그랬기에 무척 많은 것을 고민했다.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여러 고민 끝에 파브로는 그에게 적합한 보상을 찾아냈다.
그가 민혁의 가신들을 한번 돌아본 후 말했다.
“기둥의 재료를 찾고 있나?”
민혁의 눈이 커다래졌다.
민혁은 두 개의 기둥의 재료를 요리해 먹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료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생각을 읽은 듯 파브로가 말했다.
“찾기 힘들겠지, 당연한 걸세. 그 재료는 내가 ‘과거’에 숨겨두었으니까.”
“과거요?”
민혁은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방금 막 숨겨두었네.”
파브로가 육해공의 기둥의 재료 중 마지막인 하늘을 뜻하는 재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민혁은 마지막 재료를 그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었다.
마지막 재료를 요리해서 먹는 데 성공하면 일단 목장갑의 봉인이 완전히 해지된다.
더불어 민혁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한 명의 유저가 세 개의 기둥급 재료를 먹으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특별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애초에 기둥의 재료는 요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찾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 기둥의 재료를 요리할 수 있는 자는 현시대에 손에 꼽는다.
그 때문에 한 명이 이 세 가지 기둥 재료로 무언가를 할 시,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민혁의 생각이었다.
그러는 한편,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파브로는 방금 전 자신의 입으로 말했다.
과거에 숨겨두었다고.
그저 이 자리에서 선뜻 내밀면 될 것을 어려운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하지만 받는 입장인 민혁은 그 의도를 이해 못 했으나 추궁할 수도 없었다.
파브로가 민혁에게 스크롤을 건넸다.
[꿈의 과거로 가는 양피지를 획득합니다.]“시간이 날 때 사용하지.”
여전히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후예인 알렉산더를 바라봤다.
파브로는 흠칫, 놀란 알렉산더에게 작은 웃음을 지었다.
“좋은 친구를 뒀군.”
조금 전, 다른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에 분노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로스골의 몸에서 빠져나왔던 파브로가 다시 스르르 그의 몸속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 * *
천외제국은 무기의 주인 파브로의 분신을 훌륭히 막아냈다.
더불어, 진짜 무기의 주인 파브로가 민혁을 지지한다는 알림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가자, 커다란 파장을 만들어냈다.
역시 전 세계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민혁과 알렉산더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는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었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민혁은 파브로가 건네줬던 양피지를 확인해 봤다.
(꿈의 과거로 가는 양피지)
등급: ?
특수능력: ?
설명: 양피지를 찢기 전에는 어떠한 것도 확인할 수 없다.
민혁은 파브로의 의도를 아직까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찢어봐야 안다는 거겠지?”
헤이즈가 동감했다.
“파브로는 폐하에 의해 새로운 것을 깨달았고, 오랜 상처로부터 치유 받았습니다. 그가 그저 폐하께 기둥의 재료를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양피지를 찢는다 해서 엄청난 고난이나 역경이 생기진 않을 것 같습니다.”
헤이즈의 말처럼이다. 민혁을 지지한다고 밝힌 파브로가 그를 위험한 일에 빠트리진 않을 것 같았다.
“현 상황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또 특별한 업무가 없으시니 양피지를 찢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또 마지막 기둥의 재료를 얻는 건 폐하께서 꿈꾸셨던 오랜 염원이니까요.”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어떤 맛있는 재료가 나올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짜릿하고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곧 헤이즈가 나섰다.
그녀가 나서고 민혁은 정체불명의 양피지를 내려다보다 곧바로 찢었다.
그의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꿈의 과거로 가는 양피지를 찢었습니다.] [파브로가 숨겨둔 효과가 발동됩니다.] [당신이 곁에 둔 가신들의 과거로 가게 됩니다.] [무작위로 세 명의 가신들의 과거로 가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그들은 당신이 미래에서 온 황제라는 사실을 알기도 하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가신이 아니라 가신의 주변 인물에게로 나타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가신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해야만 합니다.] [상황에 따라 가신이 아닌 그 주변 인물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데 성공할 시 파브로가 숨겨둔 보상을 얻습니다.] [모든 가신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할 시 기둥의 재료를 획득합니다.]민혁이 눈을 감았다 뜬 순간, 그는 자신이 전쟁터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진격하라!”
“멈추지 마라, 포로들을 구출하라!”
“극악무도한 벨레스 제국놈들을 죽여라!”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가신들의 과거, 혹은 그 주변 인물들의 근처에서 민혁을 나타나게 한다.
수만 명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전우들의 시체를 밟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화살 세례를 방패를 들어 막아내는 그들은 빠르게 내달리고 있다.
민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누구의 과거지?’
민혁도 가신들이 살아온 삶의 큰 줄기만을 들었을 뿐.
세세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마법 폭격이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자욱한 흙먼지 틈으로 눈을 뜬 채 죽어버린 병사들과 온몸에 상처를 입고 신음을 흘리는 자들.
또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자들도 있었다.
그 틈에서 민혁은, 쓰러져 살려달라며 아우성치는 한 병사를 부축하고 달리는 청년을 볼 수 있었다.
“조금만 버텨라, 조금만.”
“밴스. 제, 제바알! 사, 살려줘. 나 아직 죽고 싶…….”
솟구치는 불기둥 속에서도 전우를 부축하며 내달리는 밴스라는 청년은 아우성치는 전우를 위로했다.
그러나 곧 전우는 눈을 뜬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
민혁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쓰러진 전우의 눈을 감겨준 청년이 다시금 다른 부상자들을 향해 내달렸다.
쏘아지는 폭발마법 속에서도 그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죽어가던 한 병사는 밴스가 자신을 구하려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밴스…….”
그가 손을 뻗어 밴스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꼭, 꼭…… 네가 원하던 바를 이뤄……. 꼭 포로들을 구출해서…… 너의, 너의…….”
털썩-
“제기라아알!”
죽어버린 전우를 부둥켜안으며 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후퇴!”
“후퇴다!”
“퇴각 명령이다!”
“모두 도망쳐라!”
“포로들은! 포로들은 어떻게 합니까!”
“포로들? 엠병할! 다 뒈지게 생겼는데, 포로들은 무슨!”
밴스라는 자가 속한 왕국군이 귀족들의 명령에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밴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꽤 많은 자들이 귀족들의 명령에 반기를 들었다.
“고지가 코앞입니다.”
“구출해야 합니다!”
“2㎞만 더 가면 그들이 있는 곳입니다!”
“포로를 구출하겠다고? 남을 놈들은 남아라. 살고자 하는 자는 퇴각하라!”
뿌우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
거칠게 울리는 뿔 나팔 소리를 따라 병사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포로들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자들은 계속하여 나아갔다.
그중에는 밴스라는 청년도 있었다.
땅에 떨어진 창을 쥐고 포로를 구출하고자 하는 자들과 함께, 폭격 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민혁은 바로 그에게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파이어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혁이 내달려 그를 밀쳤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자신을 밀친 이를 발견한 밴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게도 민혁은 고작 파이어볼 따위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민혁은 밴스의 떨리는 동공을 보며 알았다.
그는 자신이 아는 누군가를 연상케 했다.
바로 ‘창신 밴’이었다.
* * *
수십 년 전 일어났던 ‘벤자스 왕국 포로 구출작전’은 해당 왕국에선 꽤 유명한 일화이다.
당시 작은 벤자스 왕국의 용기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포로를 구출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포로는 구출했지만 쫓아오는 추격대에 사망하고야 만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벤자스 왕국의 ‘영웅’으로 기록되었다.
민혁은 이 이야기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앞에 있는 청년이 밴의 죽었던 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시스템의 힘은 놀라웠다.
[밴스가 미래의 밴이 섬기는 사람이 당신임을 자각합니다.]그는 민혁과 밴이 얼마나 애틋한 관계인지, 밴이 지금 어떤 이인지.
또는 민혁이 어떤 영향력을 가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민혁이 미래에서 왔으며 밴의 주인임만을 알았다.
거칠게 밀고 들어오던 적군들이 힘을 내어 나아가는 벤자스 왕국군에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나기 시작한다.
거대한 폭발이 멈추고 민혁의 도움에 의해 살아남은 밴스.
민혁이 화색을 띠었다.
“밴스? 네 이야긴 많이 들었다. 나는 밴의…….”
“꺼지십시오.”
“……?”
민혁은 그의 반응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보다 용맹했고 정의롭던 청년이다.
부상자들을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달렸던 자다.
그런데, 밴과 연관된 민혁을 보자마자 경멸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혁은 아차 했다.
“극강팔인에 미쳐 버린 그 인간을 신하로 두었다?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겠지.”
민혁은 알고 있다.
밴은 한때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극강팔인이다.
물론 지금의 극강팔인은 민혁에게 견줄 바가 못 되나 왕국, 제국 등에서는 그들만 한 강자들이 없었다.
그들은 악명을 떨쳤고, 특히나 귀신창 밴은 많은 자들을 죽이어 악명을 떨친 바 있다.
“강함에 미쳐 자식을 내팽개친 그 인간이 뭘 하든 나와 상관…….”
“잠깐, 내 이야기 좀…… 아버지는 널…….”
밴스는 죽었다.
그것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얼마 후인지까지는 민혁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밴은 변했다.
극강팔인의 자리를 버렸고 아들의 회중시계를 찾아 용왕의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다.
밴은 늦어서야 밴스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고 오랜 시간을 후회로 살았다.
그러나 그것은 밴의 이야기이지 밴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밴스에게는.
“그딴 인간. 내 아버지 아니니까. 이만 꺼지십시오. 그 사람과 난 닮은 곳도 없습니다.”
어찌 보면 조금 그랬다.
밴은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반대로 밴스는 키가 큰 장군감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장신이다.
커다란 체격은 병사 여럿은 가뿐히 때려눕힐 수 있을 정도다.
눈 색깔도 밴과 달랐다.
예전의 밴을 생각해 보면 ‘정의감’ 넘치는 모습도 달랐다.
“알겠습니까? 나는 그 인간과 하나도 닮지 않았으니 그는 내 아비가…….”
그러나 한 가지 닮은 부분이 있었다.
“밴스. 자네도 대머리이지 않나.”
“……?”
밴스. 그의 나이 올해 스물셋이다.
갑작스러운 팩폭에 밴스의 눈에 알 수 없는 이슬이 차올랐다.
“X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