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08
밥만 먹고 레벨업 1209화
“저기…….”
“말 시키지 마십쇼.”
“나는, 네 아버지의…….”
“꼬챙이 되고 싶습니까?”
“난 너와 네 아버지의 닮은…….”
“그래요, 난 열아홉 살 때부터 대머리였습니다. 됐습니까?”
민혁은 밴스가 단단히 삐졌음을 알았다.
낭패다. 두 사람의 닮은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 찾아내어 말한 것인데.
‘그러고 보면 밴 어르신도 열여덟 살 때부터 대머리셨다지.’
지금은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이고 계시지만 말이다.
아무튼 제국군이 후퇴하자, 벤자민 왕국의 포로들을 구출하고자 하는 자들은 깊숙한 곳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민혁도 자연스레 그와 함께였다.
그는 밴스의 옆에 착하니 붙어, 밴에 대해 떠들고자 했다.
“아니, 네 아버지는 널…….”
“닥쳐!”
“들어봐, 밴 어르신께서는…….”
“내겐 그딴 아버지 따윈 없어!”
“지금도 여전히 널…….”
“뒈지고 싶습니까!?”
밴스는 귀를 닫았다.
시끄럽게 떠들던 민혁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이해하지 못했다.
“왜 계속 나아가는 거지? 이길 수 없는 싸움 아닌가?”
민혁은 제국황제다.
그것도 신흥하는 강한 제국의 황제.
현 전황을 볼 때 밴자민 왕국군은 절대 포로들이 있는 지점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포로들을 구하겠다는 강한 청년들 백수십 명이 있긴 했으나, 대부분의 왕국군은 후퇴한 상황이다.
물론 그 중심엔 밴스가 있었다.
‘아버지를 닮은 밴스.’
창에 대한 이해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아직 말단 병사였으나 실제로 그 실력은 기사들과 견주는 수준이었다.
알기로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전투라고 한다.
이 두 번째 전투에서 무리하지 않고 돌아갔으면, 그는 기사로 진급하지 않았을까?
“너, 이러다 죽어.”
민혁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밴스는 이번 전투에서 사망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꿈속의 과거다.
꿈속의 과거는 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속이기에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결국 밴스는 죽는다. 그래도 민혁은 밴의 아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싶진 않았다.
“병사가 포로들을 구하고 명예를 얻어 유명세를 얻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밴스의 말은 사실이다.
병사나 기사들은 어떠한 전투에서 거대한 공을 세워 영웅이 되길 바란다.
영웅으로 기록되는 그들은 벤자민 왕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테니까.
하지만 민혁은 밴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녀석은 부귀영화엔 관심도 없다네, 허허. 방구석에서 놀기나 좋아하던 놈이지.
-왜 그 녀석이 전쟁터에 간 건지는 나도 아직 알지 못한다네.
어째서일까.
혹시.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선가?”
“…….”
밴스의 경멸 어린 시선이 민혁에게 향했다.
“더 유명해져서, 아버지보다 더 강해져서, 더 큰 공을 세워서?”
어쩌면 밴스의 꿈은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밴은 오래전 자식을 버리다시피 했다.
민혁은 가슴이 답답했다.
밴스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나아갔다.
그들이 후퇴한 제국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밴스와 선두에 선 백여 명의 청년들은 강했다.
아니, 그냥 밴스가 강했다. 저 정도면 기사급 수준 정도가 아니다.
‘처음 밴 어르신을 뵈었을 때보다 조금 약한 정도.’
그 정도 수준이다. 놀랍도록 대단한 천재다.
그리고 민혁이 더 놀란 것은, 밤중에 기습 작전을 펼친 밴스와 그 동료들이 포로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그 모습을 먼 곳에서 보던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뜨겁게 전율했다.
‘멋지다!’
그는 밴스와 그 청년들, 그리고 함께 도망치는 수백 명의 포로들을 보며 감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밴스의 활약을 보는 건 오래가지 못했다.
휘이이이이이익-!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수백 개의 마법폭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민혁은 밴스에게 정확히 떨어지는 거대한 불을 보며 자신이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방해하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민혁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폭격에 밴스가 직격당해 바닥을 뒹굴었다.
민혁이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포로들과 병사들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상태에 빠져들었다.
민혁은 다급해졌다.
다행히도 제국군은 아직 쫓아오지 않고 있었다.
민혁이 서둘러 밴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왼쪽 다리가 사라져 있었다.
* * *
밴스는 왼쪽 다리가 있던 부위가 뜨거운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어댔다.
흐릿해지는 정신이 그에게 원치 않는 일을 보게 했다.
‘저 아이가 밴스?’
‘그 귀신의 아이?’
‘살인마의 아이잖아.’
‘썩 우리 마을에서 내쫓아야 해.’
그것은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의 환영이었다.
더 끔찍한 환상이 보였다.
‘이 애비는 꼭 첫 번째 극강팔인이 될 것이다. 밴스.’
그 말을 남기고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지고 있는 태양과 함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아버지를, 밴스는 한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오랜 시간을 홀로 고독히.
그가 누군가를 죽이고, 어떠한 몬스터로부터 승리할 때마다 이야기는 들려왔고 밴스는 더 고독해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비난했다.
그랬기에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다.
꽈아아아악-
의식의 끈을 붙잡는다.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밴스는 무언가를 더듬거렸다.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아줬다.
“밴스, 정신 차려. 지금이라도 후퇴해야 해.”
“후퇴하지…… 않습니다……. 포로들, 동료들이 살아 돌아가야 합니다.”
힘을 잃었던 밴스가 민혁의 손을 꽉 쥐었다.
“창…… 창을…… 주십시오…….”
민혁은 그의 손에 창을 쥐여주었다.
그 창을 쓰다듬는 밴스.
창엔 놀랍게도 ‘밴스’의 이름 두 글자가 낙인되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 밴이 준 선물이었다.
민혁의 얼굴이 혼란스러웠다.
‘왜 그를 죽이고자 하면서…….’
밴스가 물었다.
“……제가 없는 세상에서, 아버지는 어땠습니까.”
“……?”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당신. 그리고 당신이 날 바라보는 눈빛. 저는 곧 죽겠죠.”
민혁의 숨이 가빠진다.
“절 잃은 아버지는 어땠습니까.”
그 물음에 민혁은 말해줬다.
“절망하셨다. 아마도 제국군은 널 죽이고 용왕의 바다에 시체를 버렸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너희 아버지는…….”
민혁은 그간의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용왕의 바다에서의 만남.
그를 가신으로 받아들인 것.
그의 죽음.
그리고.
“쿨럭…… 아버지는 진짜 강해지셨군요.”
그가 창신이 된 이야기.
“당신을 아들이라 불렀다니.”
또 민혁을 아들처럼 여겼던 이야기까지.
모두 듣는 밴스가 고개를 주억인다.
그리고 민혁이 말했다.
“나를 위해 원두를 재배했지만, 너를 위한 원두도 재배했다. 밴스콩.”
“…….”
“밴 어르신은 밴스콩을 재배하셨어. 그 커피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씁쓸하지.”
허탈한 웃음을 짓는 밴스에게 민혁이 말했다.
“소원이라 하셨다. 이뤄질 수 없지만 너에게 이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 하셨다.”
“그랬습니까?”
민혁의 인벤토리엔 그 밴스콩이 들어 있었다.
“마셔보고 싶습니다.”
민혁은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빠르게 커피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꿈속에서의 첫 번째 요리가 되는 셈이다.
곳곳에서 소리가 들린다.
민혁은 이 커피를, 따뜻하게 마시게 해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내려진 커피에 얼음을 넣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차디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양손에 쥔 그가 그것을 쥐고 울었다.
“후회할 거면서 왜……! 왜……!”
오열하는 그가 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모두 마셔낸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아버지에게 전해주시겠습니까?”
밴스가 몸을 일으켰다.
“크허허허허허허헝!”
“크하아아앙!”
“크허허헝!”
먼 곳에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애초에 제국은 고작 포로들과 젊은 청년 백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자들을 상대하는 게 귀찮았다.
그에 거대한 웨어울프들 수백 마리를 푼 것이다.
웨어울프들의 울음 사이로 밴스의 말이 들려온다.
밴스의 말을 듣고, 그의 표정을 보며, 민혁은 그가 전장에 참여했던 진짜 이유를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발동해 본다.
‘바람같은.’
꿈속이지만 스킬사용이 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벌떡 일어나, 한쪽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 창을 목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밴스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곧 그가 벌이는 행동을 보다 말했다.
“안 닮았다며, 밴 어르신과 똑 닮았잖아…….”
* * *
한쪽 다리를 잃은 밴스가 창을 목발 삼아 나아간다.
그가 명령을 하달했다.
“전속력으로 후퇴하라, 부상자들과 포로들을 데리고 돌아보지 말고 달려라.”
밴스는 자신을 만류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밴스!”
“안 된다, 밴스!”
“밴스으으!”
“가서 말해줘.”
선두로 달려온 웨어울프 한 마리가 밴스에게 날아올랐다.
밴스는 자신을 덮쳐오는 웨어울프를, 고작 하나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도 꿰뚫었다.
그러곤 망설이는 자들에게 외쳤다.
“내가 귀신창 밴의 아들이라고!”
“…….”
“…….”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모두 민혁과 같은 생각을 했기에.
“내가 귀신창 밴의 아들이니까, 더 이상은 아버지를 욕하지 말라고. 이 내가, 포로들과 너희들을 구했으니까.”
그는 영웅이 되고자 했다.
“내가 영웅이니까. 이제 아버지를 욕하지 말라고!”
깨닫는다.
그가 영웅이 되고자 했던 건 비난 당하는 아버지를 끌어안기 위함이다.
자신이 영웅이 되어 못난 아비를 감싸기 위함이다.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가 밴스의 코앞까지 다다랐다.
“돌아보지 마라!”
민혁은 그 뒷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
밴스는 밴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웠다.
그렇게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사셨는지.
왜 지금도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그 뭣 같은 밴스콩은 무엇인지.
그저 지금 자신의 곁에 있어주면 안 되었던 것인지.
울음이 차오른다.
다리 한쪽을 잃은 밴스에게로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들이 내달려 왔고, 이제 후퇴를 하는 포로들과 수백 명의 백성들이 있었다.
도망친 자들은 자신을 영웅이라 부를 것이고.
포로들은 자신 혼자 희생하였다 할 것이며.
내 아비는 영웅의 아비라 불릴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밴스는 두려웠지만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콰지이이이익-!
민혁은 보았다.
‘밴스’라고 적힌 창이 땅에 굳건히 박힌다.
“나는…….”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들을 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밴과 닮아 있었다.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든.”
콰자아아아아악-!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들이 밴스와 충돌했다.
그를 지나쳐 포로들과 병사들을 쫓으려는 놈들의 몸통을 밴스의 창이 쉴 새 없이 꽂아댔다.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들 틈에 에워싸여 아름답게 지는 그 백합은, 붉은 장미로 변화해 갔다.
물어뜯기는 소리와 광기 속에서, 하늘 높이 들리는 그 창.
밴스가 적힌 이름의 그 창을 보며 민혁은 전율했다.
민혁은 밴의 말을 곱씹었다.
-폐하, 소인의 진짜 소원은 밴스에 제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습니다.
-그게 뭔데, 밴?
-그의 동료들에게 그가 쓸쓸히,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소인은 그저 그 아이가 그 전장에서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말뜻을 민혁은 알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 외로운 길에 함께 있어주고 싶던 거다.
콰지익, 콰직, 콰직-
살점이 뜯어 먹히는 끔찍한 소리가 들린다.
밴스가 전해달라던 그 말도 떠올린다.
-전해주십시오.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당신의 아들로 죽겠다고. 얼굴도 못 보고 가는 게 저도 슬펐다고.
밴스는 너무도 착했고, 밴은 너무도 나빴다.
민혁은 쓰게 웃음 지었다.
중요한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밴스는 죽고 밴은 그리워한다.
그리고.
‘나한테 떠넘기지들 마요.’
민혁이 읊조린다.
“소환. 창신 밴.”
* * *
밴스가 온몸에 힘이 풀려 무너져 간다.
쓰러지는 밴스가 마지막 힘을 담아 뒤를 본다.
포로들과 병사들은 무사히 도망쳤고, 밴은 영웅의 아비가 되었다.
작은 웃음이 지어진다.
이제 몰려오는 두려움이 그를 잠식해 나간다. 혼자 맞이하는 죽음 속에서 영원의 잠에 빠져드는 것이 두려워 절규한다.
아직 밴스의 나이, 고작 스물세 살.
살고 싶다. 영원한 죽음이라는 두려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러나 의식은 늪 안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살고 싶다는 절규 속에서 그의 손이 늪 밖으로 처절하게 뻗어진다.
그 절규 속에서.
파아아아아앗-
거대한 빛이 내리쳤다.
세상에서 이러한 빛은 본 적이 없다.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빛은.
그 빛이 내려와 자신을 꽉 껴안았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하고 투박한 손을 가진 노인.
자신이 아는 얼굴보다 몇십 년은 더 늙은 노인.
그리고 한 번도 내 앞에서 운 적이 없던 강한 노인.
그 노인이 두려움에 빠져 쓸쓸히 죽어가는 밴스를 꽉 끌어안는다.
묻는다.
“왜…….”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창신…… 이라면…… 서요?”
그런데 왜?
웨어울프들을 죽이시지 않는 겁니까.
당신의 손가락 한 번이면 이 모든 웨어울프를 죽일 수 있으면서.
그는, 자신을 대신해서 웨어울프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었다.
등이 파이고, 목이 물어뜯기고, 그 거대한 발에 내려쳐져도, 노인은 그저 끌어안고 말했다.
“허허, 저놈들을 죽이는 시간보다 너를 끌어안는 1초가 더 중요하니까.”
이제껏 그래지 못했으니까.
네가 이렇게 찢겼으니까. 비록 그 고통을 나누진 못하지만 얼마나 그가 아팠는지 알고 싶으니까.
강함에 눈이 멀었던 노인은 슬퍼했고.
“……이젠 두렵지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들은 후련했다.
그를 잠식했던 공포가 물러난다.
그리고 죽어가는 아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못난 노인을 사랑했다.
“이젠 후련해지세요.”
[첫 번째 음식 먹이기를 성공하셨습니다.]알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밴을 소환할 때 들었던 알림도 곱씹는다.
[밴을 소환할 순 있으나 그 또한 꿈을 꾸며 소환됩니다.] [밴은 자고 일어나면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민혁과 다른 곳. 천외제국의 자택에 누워 잠든 노인 밴.
그가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