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11
밥만 먹고 레벨업 1212화
길치의 신.
그는 가이아 대륙에서 민혁과 만나, 미식가들과 그를 따르는 모든 이들을 영원히 길을 잃게 만들었다.
그다음 민혁에게 돌아가려다 다시 길을 잃었다.
길치의 신은 민혁과 한 약속이 있었다.
언젠간 만나면, 민혁은 밥 한번 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를 찾아 나선 지 총 300일째.
그에게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
길치의 신은 가이아 대륙을 넘고 넘어 마계까지 갔다가, 천계까지 다녀오고 나서 다시 지상에 도달했다.
그러곤 감격했다.
자신이 어떠한 인간들의 제국에 도달한 것이다.
“이 정도면 나는 길치의 신이 아니라, 길을 찾는 신 아닌가.”
길치의 신은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데 그때, 어떠한 유저가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왔다.
* * *
유저 조상복은 천외제국에서 활동하는 한 종교의 일원으로서 최근 이곳에 파견되었다.
그는 해당 이단교로부터 ‘천외제국의 많은 유저와 NPC들을 회유하라’는 명을 받았다.
천외제국은 한국 사람들이 많고 한국 사람 중엔 거절하지 못하는 선한 자들이 참 많다.
조상복도 그런 한국 사람이었고, 오늘도 먹잇감을 찾아 주변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딱 봐도 어리벙벙하게 생긴 사내가 두리번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사내를 발견한 그가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로 다가갔다.
“저기요.”
사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조상복이 많으시네요.”
“조, 조상복이요? 제가요? 호오, 제가 좀 복이 많긴 한데…….”
그는 다름 아닌 길치의 신.
예나 지금이나 그는 눈치가 없었고.
“어쩐지, 그래서 요새 길을 잘 찾았던 건가? 역시 나는 복이 많군. 전대 신들이시여, 조상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상복은 당황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제사를 핑계 삼아 어쩌면 엄청나게 등쳐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 사람이라면 다 당해본 ‘조상복이 많으시네요’란 말을 듣지 않은 자를 근래 찾기 힘들었었다.
그때.
띠링!
조상복은 경악했다.
갑자기 떠오른 알림.
그리고 히든 퀘스트였으며 SSS급 퀘스트다.
‘신전! 신전이라고!?’
조상복은 ‘이단전도사’란 특이 클래스를 가진바.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자들이 자신의 교에 제사를 지내게 하면 보상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자그마치 히든 퀘스트가 떠올랐다.
설명엔 이렇게 적혀 있다.
‘그와 함께 그의 신전을 찾기 위한 동행에 나서십시오. 그가 함께하겠다고 승낙하면 ‘동행자’가 됩니다. 동행자는 죽지 않습니다. 동행자는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 동행자는 그에게 길 안내를 할 수 없으며 그의 반경 20m 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그의 신전에 도달하기까지 멈출 수 없으니 주의하십시오.’
이상한 설명이다.
아니, 본인의 신전 찾아가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리겠는가?
심지어 보상은.
‘20레벨업!? 그리고 100플래티넘!?’
어리벙벙한 이 앞의 사내가 신이라는 게 놀라운 와중에, 이자와 동행하여 신전만 가도 위와 같은 보상을 받는다.
이건 완전한 개꿀 퀘스트!
심지어 자신의 교에 그를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조상복이 자연스레 말했다.
“신이셨군요. 인사 올립니다. 저 조상복. 신과 함께 신전에 걸음하여 조상님께 제사 올리는 걸 도와드리죠!”
“그럽시다! 요새 조상님들 덕에 제가 길을 잘 찾나 봅니다. 하하핫!”
“으하하하핫!”
둘이 쩌렁쩌렁 웃었다.
“아, 그런데 제가 길을 잘 잃는데 괜찮습니까? 조상님께 어서 인사 올리고 싶은데!”
“아아, 괜찮습니다. 뭐 못 찾으면 얼마나 못 찾겠어요!”
조상복은 웃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났다.
그리고 1시간 후.
사내와 함께 길을 잃었다.
조상복은 의아했다.
“아니, 길을 잃었는데, 왜 마계가…….”
10일 후.
“아, 아니, 저분 아테네 아니십니까? 여긴 어떻게…….”
100일 후.
“여긴 어딥니까? 천국……? 저 죽었습니까?”
1,000일 후.
“여긴…… 올림푸스……?”
한국 사람들을 괴롭힌 ‘이단 전도사’의 최후였다.
* * *
오블렌은 항상 있을 ‘자신의 자리’에 앉아 민혁이 만든 요리를 먹었다.
[두 번째 음식 먹이기를 성공하셨습니다.] [파브로가 숨겨둔 보상을 획득합니다.] [모든 스텟 0.7%를 획득합니다.]솔직히 말하면 이 꿈속에서 얻는 보상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파브로가 숨겨둔 보상 하나하나는 사실, 민혁이 어떠한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얻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심지어 이 끝엔 ‘기둥의 재료’가 있기까지 했다.
‘비로소 무기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니, 나 또한 가신들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해서인가?’
그렇다면 너무 고맙다.
이 정도면 거의 호구의 주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상이 후했고, 민혁은 자신의 가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으니까.
기둥의 재료의 유혹은 너무도 달콤했다.
조금 피곤하다 느끼는 민혁에게 곧바로 세 번째 꿈을 꾸게 했으니까.
다시 뒤덮인 어둠이 서서히 걷혀 나간다.
그가 마지막 꿈을 꾸기 시작했다.
* * *
애벌레.
알에서 나온 완전히 자라지 않은 벌레를 뜻한다.
지금 민혁은, 밝아진 시야에 맺히는 ‘그’가 마치 애벌레 같다고 생각했다.
호미를 들고, 파지지 않는 땅을 계속해서 판다.
그러다 그는 미친 듯이 요리했고, 먹었다.
그가 가진 중압감이 민혁에게 스며든다.
그 심정, 그 마음, 그 고통.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황제라는 잎사귀.
먹는 자들의 기둥이라는 잎사귀.
지존이라는 잎사귀를 먹고, 필사적으로 꿈틀거린다.
그는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다.
그 필사적인 꿈틀거림에는 살기 위한 발버둥이 존재한다.
여러 잎사귀를 먹고, 노력이라는 이슬을 마시며, 의지라는 풀 위에 앉아 살아남고자 하는 애벌레.
그런 애벌레는 지금 지쳐 보였다.
그가 나였기에, 내가 그였기에 서로가 알고 있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은.’
“이제 끝일까?”
꿈속에서 나를 발견한 나. 민혁이 민혁에게 묻는다.
그렇다. 민혁이 마지막에 꾸는 꿈은 조금 색달랐다.
파브로의 알림과 다르게, 두 명의 가신을 보여준 후 마지막엔 민혁을 보여주고 있었다.
끝이라는 질문.
그것의 정답을 민혁은 알고 있다.
여러 잎사귀들을 갉아먹으며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
민혁은 군신이었기에 기뻤고, 황제이기에 든든했으며, 지존이었기에 강했다.
그러나 순수하게 먹을 것을 좋아하는 그의 진짜 ‘목표’는, 식신의 다음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식신은 성장하지 못한다.
민혁이 가장 ‘좋아하는 것’인데.
가장 잘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가장 큰 기둥이 되고자 하는데.
식신은 정체되어 있다.
더 특별한 식신이 되고 싶다, 더 나은 식신이 되고 싶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식신이 되고 싶다.
애벌레는 소원했다.
하지만 민혁의 앞의 그가 멈췄고, 그를 바라보는 내가 멈췄다.
송골송골 흐르는 땀방울과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 그.
지친 기색이 역력한 민혁이 웃었다.
“끝이네.”
“…….”
자신을 보며 민혁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어떤 힌트도, 어떤 퀘스트도, 또 어떠한 다른 정답도 없는 ‘식신’의 길에서, 비로소 우리는 이것을 ‘끝’이라 생각하고 내려놔야만 하는 순간이 와버린 것이다.
호미질을 하다, 요리를 하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다.
민혁은 결국 멈춰 서버린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서로가 서로를 보았다.
민혁은 가신들을 위로했고, 이곳에서도 자신을 위로했다.
“민혁아.”
민혁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그래서 그만할 거야?”
애벌레의 끝이기에 ‘애벌레’가 할 수 있는 마지막에 도달했기에.
그렇기에, 너는 그만할 건가?
그 질문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그가, 답했다.
“아니.”
그는 또다시 쥔다.
꿈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
다시 호미를 쥔 그가 미친 듯이 땅을 두들겼다.
백 번이 빠르게 스쳤고.
만 번이 찰나에 지났고.
백만 번이 순간에 지나갔다.
“우리는 꿈이지만 알고 있잖아.”
민혁의 말에 민혁을 보는 그가 웃었다.
서로가 대답한다.
“우리가 걸어온 그 험난한 길이.”
“돌아보면 가장 아름다울 것이라는 걸.”
그렇게 마주 보며 웃는다.
민혁은 자신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호미를 휘두르던 애벌레의 진짜 끝이 다가온다.
스르르, 그 애벌레가 진짜로 이제 ‘식신의 끝’에 도달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끝을 애벌레는 죽음이라 생각했다.
* * *
강태훈 사장은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 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자회견은 매번 진행되어 왔다.
기자들은 시청자들을 대신해 질문들을 해왔고 오늘의 ‘주제’는 이것이었다.
“박 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기둥은 무엇입니까?”
“아테네에서 유저, NPC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며, 가장 불가능의 경지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어떠한 유저가 기둥의 아티팩트 재료를 얻음으로써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티팩트 재료를 얻거나 기둥급 스킬서를 얻은 이들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에 꼽히지만요.”
“그런데 민혁 유저는 벌써 두 개의 기둥을 얻었다 전해집니다. 밸런스가 조금 틀어졌다 생각하지 않습니까?”
같은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도 지존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박 팀장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렇다면 기자님께서도 기둥의 무언가를 얻으시겠습니까?”
“예?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자들이 당황했다.
뭐 이딴 답변이 있나 싶어서였다. 그랬기에 기자들이 강하게 반문했다.
“기둥의 어떠한 것을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운도 작용해야 하지만 일단 뛰어난 유저여야 할 것이고 또 알렉산더나 민혁, 또는 극소수의 몇몇처럼…….”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극소수의 누군가는, 놀았나요?”
“…….”
기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왜 밸런스가 이따위냐는 매번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 묻습니다. 우리는, 당신은,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나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저 몇몇이 그것들을 독식…….”
“누군가는 2의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10의 노력을 했는데, 그 결과가 같은 보상이라면 누가 이 게임을 합니까.”
“…….”
모든 기자들이 말을 잃었다. 정확한 팩트였으니까.
“딱 잘라 말하죠. 그럴 땐 밸런스가 무너졌다, 너무 독식이다, 그 사람만이 너무 앞서간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박 팀장은 확고한 신념을 가진 남자다.
“멋있다. 당신 정말 대단하다고 하는 겁니다.”
모든 기자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10의 노력을 할 때, 2만을 했던 자신들이 동등하게 서고자 하는 것이.
이제 기자들은 시청자들의 궁금증 말고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기둥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끝입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 유저들은 예측하고 있죠. 한 명이 ‘기둥’을 많이 얻게 되면,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이다.
㈜즐거움은 이러한 부분에선 숨기지 않기로 했다.
간단한 이유다. 자신들이 숨기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생긴다 말해도, 얻지 못한다.
그것이 인간을 더 자극한다.
나도 해봐야지, 나도 얻어봐야지, 나도 할 수 있겠지, 란 생각이 그들의 호승심을 불태운다.
그러다 끝내 포기하고 망연히 바라본다.
그 ‘끝’에 도달하였고 그 ‘끝’에서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박 팀장은 숨기진 않았으나, 정확히 말했다.
“여러 기둥을 모은 자라면, 필히 그 어떤 것과 연관된 자이겠지요?”
대장장이기에 아티팩트 재료를 모을 것이고.
세공사이기에 보석을 모으며.
조각사이기에 조각을 한다.
어떠한 기둥의 한 가지만을 지독히 찾아 나선 자라면 ‘그’와 연관되어 있다.
곧, 모든 기자들이 박 팀장이 한 대답에 경악한다.
그 경악과 함께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회견장을 가득 채운다.
강태훈 사장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했던 말은, 그 ‘끝’에 도달한 자에게 하는 말이었다.
또 그를 위로하듯, 응원하듯, 지지하듯, 박 팀장이 심사숙고 끝에 결정하여 넣었다.
한편으론 아쉽다.
멘트 고자 강태훈 사장은 이런 멘트를 넣고자 했었으니까.
‘꿈을 이룬 자여, 천공을 향해 날아라!’
강태훈이 입맛을 다시었다.
그의 개인적 생각으론, 이 말이 박 팀장 멘트보다 멋졌다.
* * *
민혁은 꿈을 보면서도 알았다.
이 꿈에서마저도 나는 결국 완전한 식신의 끝에 멈춰 서고야 말았다.
필사적으로 잎사귀를 먹으며,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애벌레가 결국 그 끝에서 안식을 기다리는 것처럼.
서서히 자신을 위로했던 꿈.
‘우리가 함께 내려놓을지언정 계속 노력하자’라며 위로했던 그 꿈에서 서서히 헤어 나온다.
그래도 마지막을 받아들이기에 마음은 조금 편해진다.
그때 멀어지던 시야가 다시 빠르게 돌아왔다.
[마지막 꿈을 모두 꾸셨습니다.] [변수로 인하여 요리를 먹이지 않았음에도 기둥의 재료를 획득합니다.] [변수로 인하여 추가적인 꿈이 보입니다.]민혁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은 끝이라는 결과물에서 비로소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애벌레는 자신의 끝이 죽음이라 여겼다.
내가 서 있던 그곳에 멈춘 ‘내’가 번데기가 되어 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그 증거다.
한데 그 번데기에서 뻗어 나오는 날개가 있었다.
그 날개를 보며 민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애벌레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 끝에서 마주한 ‘번데기’ 안에서 펼쳐지는 날개.
[기둥의 재료 세 개를 모두 모으셨습니다.] [당신은 먹는 자들의 기둥을 꿈꿉니다.] [당신은 식신입니다.] [직업 퀘스트: ??를 진행하기 위해 마지막 기둥의 재료를 요리하는 데 성공하셔야만 합니다.] [마지막 기둥의 재료의 요리는 더 특별합니다.] [당신의 증명을 필요로 합니다.]민혁은 알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신의 마지막 퀘스트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직업의 끝에 도달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애벌레가 세상이 끝났다 생각한 순간, 나비로 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