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30
밥만 먹고 레벨업 1231화
[돌발 퀘스트: 군신의 자격 완료.] [당신의 자격을 입증합니다.] [칭호 군신이 되는 자를 획득합니다.] [경험치 913,13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32,371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 [글래드의 검술 표본을 획득합니다.] [글래드의 궁술 표본을 획득합니다.] [글래드의 창술 표본을…….] [글래드의 기마술 표본을…….] [심연의 밀을 획득합니다.] [군신의 옥쇄를 획득합니다.]민혁은 재가 되어 흩어지는 글래드를 표정 변화 없이 바라봤다.
마지막 순간 그는, 민혁이 신들의 땅을 지켜줄 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권력다툼에서 패한 자의 최후.’
그의 꿈도 신들의 땅을 지키는 데 있었던 듯싶다.
결국 변질되어 버린 그였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글래드가 흩어지자 숲을 가득 채웠던 몬스터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쟁투를 이어가던 다섯 장군과 천군들이 실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창천으로 올라가는 잿가루들을 올려다보다 모두의 시선이 민혁에게 향했다.
놀라운 일이다.
궁신은 어떠한 말도 잇지 못했다.
절망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 자신들을 이끌었던 단 한 명의 지휘관이, 정말 모두를 지켜냈다.
5만의 천군 중 사망자 약 80여 명. 중상자 190여 명.
안가라가 말했다.
[지켜달라 했어요.]“…….”
다섯 장군과 천군들이 안가라를 돌아봤다.
[나를 믿고 따라온 내 병사들을, 내 백성들이 죽지 않게.]그들은 모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안가라가 그들에게 물었다.
[저자…… 아니, 민혁 폐하께서 좋아하시는 게 있나요?]그 물음에 다섯 장군들은 동시에 답했다.
“먹을 것을 심하게 좋아하십니다.”
“좀 많이요.”
의외라는 표정을 짓던 안가라가 쓰게 웃었다.
[정말 제 숲을 다시 일굴 수 있다면…….]그녀는 숲의 신. 숲에서만큼은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그를 위해 가장 맛있는 열매가 열리게 하겠어요.]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곧 당신은 죽습니다.]안가라는 페어리의 빛들, 그라판들의 검은 기류, 푸르갠의 털들이 자신의 곁으로 모여드는 걸 볼 수 있었다.
자신은 그들을 지켰고, 그들은 알지 못하게 나를 지켰다.
두 시간 후, 그들의 힘에 의해 특별함이 일어난다고 했다.
거미의 하체를 가진 그녀가 몸을 낮췄다.
죽음을 앞둔 그녀의 몸이 두려움에 벌벌 떨린다.
그때 페어리의 빛이 그녀에게 닿았고, 그라판의 검은 기류가 그녀의 곁을 맴돌았으며 푸르갠의 털들이 그녀의 몸 곳곳에 내려앉았다.
[신의 일곱 번째 괴물이 안식에 빠져듭니다.]다행히도 고통은 없었다. 앉은 자세로 잠에 빠져드는 안가라는 덧없이 편안해 보였다.
그녀의 미약한 숨이 완전히 끊어졌을 때.
[베그니 숲의 생명체들의 힘이 발동됩니다.]콰드드득-
그녀가 잠든 곳의 땅을 비집고 나무뿌리들이 생겨나 감싸기 시작했다.
그녀를 감싸는 나무뿌리들을 보며 민혁이 읊조렸다.
“알……?”
그녀는 말 그대로 알이 되었다.
[안가라의 알이 만들어집니다.] [그녀는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하나, 알은 더 강하고 많은 힘을 필요로 합니다.] [그녀의 힘이 충만합니다!]민혁은 이제야 알았다.
과거의 요리와 현재의 요리가 만나 그녀를 강하게 했던 이유가 드러났다.
새롭게 태어날 그녀를 위해 큰 힘이 필요했던 거다.
‘로카더 님, 당신은 정말.’
엄청난 선견지명을 가졌다 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은 끝이 아니었다.
페어리의 빛.
그라판의 검은 기류.
푸르갠의 털.
그것들이 알의 주변에 내려앉았다.
빛을 잃어가는 페어리의 빛들이 작은 씨앗이 된다.
그라판의 검은 기류도, 푸르갠의 털도 마찬가지다.
민혁은 천천히 걸어가 그 씨앗을 손에 쥐어봤다.
[페어리의 씨앗입니다.] [그들은 안가라와 함께 다시 태어날 겁니다.]신과 기사에 의해 울렸던 알림에는, 안가라가 다시 숲을 되찾을 수 있을 거란 말이 있었다.
그렇기에 신과 기사 시스템이 그녀를 인재로 인식한다.
페어리와 그라판, 푸르갠은 과거의 기억을 잃고 태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곁엔 언제나처럼 안가라가 있을 거다.
[부화까지 12시간 남았습니다.]민혁은 천군들을 시켜 안가라의 알과 그들의 씨앗을 소중히 챙길 것을 명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심연을 벗어날 때다.
* * *
그라니드의 평야는 신들의 땅의 이들이나 심연의 존재들이 서로의 땅을 침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땅이다.
본래 심연으로 넘어가기 위해 그라니드 평야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지금만큼은 완전히 개방되었다.
군신은 심연을 바라봤다.
곧 그 시간이 다가온다.
“군신님, 이제 10분 후면 약속했던 시간입니다.”
전술의 신의 말에 군신은 착잡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내 백성이고, 내 사람들이거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민혁은 군신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질 거다.
죽어서도 되살아나는 그는 분명 ‘혼자만 살아 돌아온 자’로 각인될 거다.
그때,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군신이시여!”
“에블레에에엔!”
“고르딘!”
그라니드 평야를 지나 5만의 천군들의 가족들이 들어서고 있다.
소식을 들은 수천의 신들과 절대신들도 함께였다.
군신이 전술의 신을 돌아봤다.
“그렇게 민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잠시 전술의 신은 입을 다물었다.
가족들은 무너지는 심연을 보며 천군들을 지키지 못한 민혁을 가장 큰 원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비난할 거다.
“군신이시여, 차세대 군신의 등장 이후 너무도 달라지셨습니다.”
전술의 신은 민혁의 힘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를 부정하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죽음을 이방인들은 어떻게 부르는지 아십니까?”
군신은 말이 없었다.
“데이터가 삭제되었다고 말합니다.”
신들은 지상에 함부로 발 디딜 수 없다.
자신의 힘이 약화되는 조건으로 세상을 유람할 수 있다.
많은 신들은 정체를 숨기고 세상을 유람했다.
그러면서 이방인이자 유저란 이름의 그들을 만났을 때가 있는데, 그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죽음을 ‘데이터가 삭제되었다’라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삭제. 누군가의 죽음을 삭제라 부르는 이가 절대신들을 이끌고 나아가 신들의 땅을 지킨다니요. 또 모든 군대의 주인이라니요.”
전술의 신은 납득할 수 없었다.
개미의 죽음도 ‘죽음’이라 부르건만, 자신들의 죽음을 그들은 단순히 ‘데이터가 삭제되었다’고 말한다.
“군신이시여, 그들을 데려온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민혁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히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분명 있다.
“그들에겐 천군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군신은 가족들을 둘러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군신은 가족들을 바라봤다.
“안 됩니다.”
“제발, 제발!”
“명을 거두어주십시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시체라도 건지게 해주십시오.”
“결정을 철회하여 주십시오!”
군신은 울부짖는 그들을 보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군신은 이미 천군의 대부분이 전멸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신들은 어떠한 강력한 힘에 의해 더 이상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확실한 건 초입에서 군신의 다섯 장군들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고 그들이 생존할 가능성은 말 그대로 0.01%에 불과하다는 거다.
‘내 무모함이…….’
전술의 신의 말처럼 곧바로 심연을 무너뜨렸다면, 차라리 그들의 고통을 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0초 후 무너트리겠습니다.”
군신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연을 무너트리기 위해 신들이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군신은 발걸음을 돌렸다.
울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씁쓸히 그를 지나친다.
신들의 숙덕거림이 들린다.
“글래드가 있는 심연을 5만의 병력으로 뚫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이미 전군 전멸하였을 거다.”
“그렇다면 차세대 군신께선 왜 나타나지 않지?”
“당연한 걸 왜 말하나. 창피하신 거겠지.”
“애초에 그런 자가 군신이어선 안 돼.”
전술의 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신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목소리가 번져 나간다.
“모두 물러나 주십시오!”
“안 돼에에에에!”
“물러나라, 명령이다!”
쿠그그그그그그그-
심연이 크게 흔들린다. 그 진동이 신들의 땅 전체로 번져 나간다.
군신이 절규와 비명 사이를 걷다가, 결국 우뚝 멈춰 눈을 감고야 말았다.
그 또한 소중한 병사들의 시체도 건질 수 없는 게 한스럽기 그지없다.
짙은 한숨이 허공에 흩어진다.
다시 발걸음을 떼려던 때.
“자, 잠깐!”
“멈춰라!”
“모두 멈춰라!”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혹한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울리고 환호의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군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붉게 물든 심연의 결계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지평선 너머.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눈을 잃은 펠로드와 팔을 잃은 리에드, 다리를 잃은 자, 뜨거운 화상의 통증에 신음 흘리는 자.
그 뒤에서 엄청난 위용을 뽐내는 5만의 천군들.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 속에서 살아남은 그들이 가장 앞에 선 한 사내를 쫓아 걸어오고 있었다.
군신은 실감할 수 없었다.
더 믿지 못하는 건 전술의 신이다.
“0.01%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도대체 누가……?”
자신의 힘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심연을 지나 땅과 닿았다.
환호하는 가족들 사이, 살았다며 뜨겁게 환호하는 천군들 사이.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는 다섯 장군들 사이.
새로운 군신이 있었다.
[심연을 벗어납니다.] [입었던 모든 상처와 장애가 회복됩니다.]펠로드는 다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뜨거운 환호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뻐하는 그들 사이에 선 한 남자를 보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신들이 귀담아들었다.
“뭐!? 안가라를 회유했다고!?”
“신의 일곱 번째 괴물을!?”
“신의 일곱 번째 괴물과 협력하여 심연을 무너뜨렸단 말인가!”
경악의 연속이다.
신들은 안가라가 도왔다면 그럴 수 있겠다 납득했다.
하지만 천군과 다섯 장군은 그 공이 안가라에게 돌아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들이 가족을 만나는 것도 뒤로한다.
다섯 장군이 그들 앞에 무릎 꿇는다.
신들이 경악한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다섯 장군들께서?”
그 뒤를 따라 기뻐하던 천군들이 무릎 꿇는다.
펠로드가 심장에 주먹 쥔 손을 얹는다.
“차세대 군신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죽지 않았습니다.”
“이 목숨은 이제 당신의 것입니다.”
군신은 실감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만 그토록 충성을 맹세할 것 같던 자존심 높은 군신의 다섯 장군들 아닌가.
모든 가족들이 민혁에게 고맙다며 소리치고 신들이 그를 인정한다.
지금 그는 모든 찬사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면목이 없습니다.”
민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 * *
이것은 며칠 후의 이야기다.
안가라는 알에서 부화해 새 생명을 얻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그녀는 거미의 하체를 가지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
천외제국 인근의 새로운 베그니 숲속의 안가라는 행복했다.
천외제국 농부들이 페어리, 그라판, 푸르갠의 씨앗을 심었다.
그러자 곧바로 자라난 씨앗들은 페어리들과 그라판, 푸르갠을 만들어냈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안가라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이 숲의 주인 안가라야. 여기서 모두 함께 살자.]그들을 내가 지키고 그들이 나를 지키는 건 변함 없을 테니까.
안가라는 다섯 장군들의 말을 떠올렸다.
민혁은 먹을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분께 보답하고 싶었다.
숲의 신의 힘은 놀랍다.
그녀는 숲의 나무들을 모두 바꿨다.
그 어떤 숲에서도 자랄 수 없는 진귀한 과일들을 열리게 하였고, 그중 특별한 힘을 품은 ‘명약’과 같은 과일들도 자랐다.
특히나 숲의 신의 생명이란 힘 덕분에 그 과일들은 썩지 않았고 맛은 그 어떤 곳보다 훌륭하다는 거였다.
안가라는 숲에서 자란 수십 톤의 과일들을 곧바로 민혁에게 선물로 보냈다.
선물을 보낸 당일, 민혁이 찾아왔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안가라, 너의 직책을 정했어!”
베그니 숲은 천외제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원치 않았지만 그녀는 신의 일곱 번째 괴물이었으며 지금은 천외제국 숲의 신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녀는 자신에게 내려질 막중한 임무에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잔뜩 상기된 그녀에게 민혁이 말했다.
“네 직책은 과수원 주인이다!”
“……?”
그녀는 신의 일곱 번째 괴물이었던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