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0
밥만 먹고 레벨업 1271화
[익명의 누군가 요리로 세상을 지탱하는 중심에 다가갑니다.] [그는 기둥의 요리를 만들어냈습니다.]환관 브로드는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웃음 지었다.
‘폐하, 그렇게 계속 나아가십시오.’
브로드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고자 한다.
환관의 모습을 한 그가 카르딘 황제를 뵈었다.
“폐하, 인사드리옵니다.”
최대한 가늘게 목소리를 냈지만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카르딘 황제는 세뇌에 빠져있기 때문인지 그러한 것엔 신경 쓰지 않았다.
공허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그를 보던 때.
“폐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반역입니다. 루든느 황자가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루든느는 누구인가.
네르바와 천한 핏줄 사이에서 태어난 자다.
여느 황제와 다를 바 없이 네르바도 한때 많은 여인을 품었고, 그로 인해 황제의 피를 받고 태어난 사내이다.
그러나 루든느의 출신은 워낙 천한 것이었기에, 그 누구도 그를 황자라 부르지 아니했다.
또 그는 루브앙 제국이 아닌 타 제국을 유람하며 살아오던 자.
재밌는 사실은 그가 ‘죽었다’란 소문이 돌았으나 네르바와 루브앙 제국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브로드는 진실을 알고 있다.
‘네르바는 그 소문을 접하자마자 확인에 나섰고 당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지금 반역을 일으킨 루든느는 누구인가.
‘볼레인이 만들어놓은 가짜 루든느 황자이다. 루브앙 제국에서 네르바를 제하고 루든느의 얼굴을 아는 자는 없으니.’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볼레인이 엄청난 강자를 루든느로 위장시켰을 터.
또한 반역의 중심에 선 그를 지키는 건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조직 이뮨의 사람들이라는 것일 거다.
브로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발했다.
“반역을 틈타 천외제국이 수도를 급습했습니다.”
“천외제국에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정보가 빠르게 퍼진 것 같습니다.”
“창신 밴을 중심으로 가신들이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폐하이십니다. 서둘러 대피하셔야 합니다!”
“……!”
브로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천외제국 가신들이 수도를 급습하고 황궁까지 밀고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딘 황제는 볼레인이 주입한 대로 움직인다.
“피하지 아니한다. 싸우겠다.”
검과 갑옷을 챙겨 움직이는 카르딘 황제의 뒤를 환관 브로드가 빠르게 쫓았다.
* * *
[1위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 35,131,010점.] [유저 민혁이 첫 번째 전쟁에서 기둥과 가장 가까워졌습니다.]스크린을 보는 각 지부장들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경악했다.
박 팀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물품들을 모두 모아냈을 때 이변을 만들어낼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8인 중 1위에 오를지는 몰랐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이토 지부장을 제외한 모든 지부장들은, 민혁이란 유저가 보인 기염에 실로 감탄했다.
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기둥이 되어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과연 지존이라 인정받는 유저답다.’
하지만 유저가 기둥이 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두려운 건 바로 기둥이 되었을 시 얻는 8기둥의 재앙이다.
“민혁 유저가 요리와 관련된 8기둥의 재앙을 얻는다면, 어떤 힘을 발휘할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8기둥의 재앙 자체는 기둥들의 전유물이기에, 만약 유저가 가지면 밸런스 붕괴를 일으킨다.
그러나 합당한 밸런스 붕괴다. 모두가 기둥은 그 정도의 힘을 거머쥐어도 괜찮다고 예상하니까.
하지만 곧 미국 지부장을 비롯한 다른 지부장들과 박 팀장도 기우임을 깨달았다.
“기둥후보 7인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다.
이번 전투의 경우 ‘물품’이란 변수가 존재했고, 민혁이 기둥급 요리를 만들었다는 변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전쟁에서 더 이상 변수는 일어나기 힘들다.
“5천 명의 병사들이 비약적으로 강해지긴 했다지만, 후보들에 비하면 애송이에 불과하니까요.”
“점수 시스템을 살펴보니 두 번째 기둥의 전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자가 얻는 점수, 그리고 첫 번째 전쟁에서 볼레인이 기록한 점수 등을 합산하면 기둥이 되는 건 볼레인입니다.”
볼레인은 이미 첫 번째 기둥의 전쟁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바.
비록 첫 번째 전쟁에서 1순위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두 번째에서 1순위를 기록하면 기둥이 된다.
곧 미국 지부장이 말했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 민혁 유저가 집중공격을 당해 가장 빠르게 죽음을 맞이하겠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두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향한다.
스크린 속에서 분노한 일곱 명의 기둥들이 첫 번째 기둥의 전쟁 종료와 함께 흩어지는 적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적군들이 흩어지자 볼레인의 손바닥이 땅 위에 얹어졌다.
볼레인은 암살자이며 정보기관의 수장이다.
그리고 기둥후보들이 그에게 협조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땅속에서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눈과 코, 입이 없는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오로지 단도만을 들고 있는 그들은 바로, 볼레인의 분신이다.
볼레인은 하루 동안 죽인 자들의 70%의 숫자를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분신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300만에 이르고 있다.
미국 지부장이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분신은 개체가 많아질수록 현저히 그 능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볼레인은 무시하죠.”
볼레인의 이 힘은, 개체가 많다고 약해지지도 않고, 적다고 강해지지도 않는다.
모두 동일한 힘을 가진다.
볼레인의 60%에 이르는 공격력과 방어력.
심지어 그 노련함은 볼레인과 닮았다.
상상도 되지 않는 힘이다.
기둥후보이자 암살자인 볼레인을 본떠 60%의 힘을 가진 그들이.
하지만 이 힘도 무적일 수는 없다.
“대신 볼레인에 대비해 HP양과 MP양이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
“생각해 보면 저들은 암살자인 볼레인을 본떴으니 사실 HP양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있죠.”
애초부터 암살자들은 빠른 움직임으로 적의 공격을 최대한 회피하며 싸운다는 거다.
그런 대군이 지금 나아가고 있었다.
* * *
볼레인의 분노는 컸다.
자신이 1위에 올랐다고 확신하는 순간, 갑자기 순위가 역변하며 민혁과 자신의 점수 차이가 확연히 벌어졌다.
그리고 거의 확정시켰던 1위를 빼앗겼다.
볼레인은 자신이 기둥이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없었다.
단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틀어진 적이 없었던 자신의 계획을 틀어버린 민혁에 대한 분노가 클 뿐이다.
[두 번째 기둥의 전쟁을 위해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본래 각기 다른 곳에서 첫 번째 전쟁을 치르나 동맹을 맺은 자들은 같은 곳에서 치른다.
그리고 두 번째 전쟁은 결국 이들이 어떠한 곳에서 함께 만나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볼레인이 일으켜 세운 암살자들 300만에 생존한 25만의 아군.
총합 325만의 병력에 일곱 명의 기둥후보들이, 고작 5만에 불과한 적군과 고작 기둥후보 한 명에 불과한 민혁을 잡기 위해 이동한다.
곧 그들의 시야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민혁이 보였다.
민혁은 가장 앞에 서 있었다.
선두에 선 그는 300만이 넘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군단의 등장에 놀라고 있었다.
선두에 선 볼레인과 기둥후보들이 성큼 나아간다.
[두 번째 기둥의 전쟁이 시작됩니다.]민혁과 마주 선 볼레인이 말했다.
“거래를 하지.”
민혁 스스로가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330만에 이르는 대군에 기둥후보 7명이다. 그리고 곧 나는 기둥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민혁조차도 평소처럼 작은 확률로라도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크게 없었다.
“그대의 유능함은 충분히 알았다.”
볼레인은 민혁이 탐났다.
곧 그의 것이 될 루브앙 제국에 천외제국. 그리고 그곳의 황제마저 삼킨다면 정말 자신은 두려울 게 없는 자가 된다.
“지금이라도 나와 협력하겠다고 하면 너의 모든 것을 손대지 않겠다. 되려 부흥시켜 주지.”
그것은 유저에게는 정말이지 달콤한 속삭임이다.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죽음의 기둥이 된 볼레인에 의해 보호받는 천외제국은 나날이 더 커질 거다.
단, 볼레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
그를 마주 보는 민혁이 조소를 머금었다.
“어떻게 범이 고양이 밑으로 들어가나.”
민혁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지배하에 부흥하는 천외제국이 아니다.
자신의 힘에 의해 지켜지고 나아가는 천외제국이지.
볼레인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럼 보여주겠다. 5분 후. 네 군대는 전멸한다.”
볼레인은 확신했다.
그리고 민혁의 뒤에선 5천의 요리를 먹은 병사들이 그들을 비웃었다.
지금 그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300만? 방금 전 그들은 민혁과 함께 고작 5천으로 200만을 단숨에 지워냈다.
그만큼 요리의 힘이 컸다는 거다.
자만이다.
일시적으로 오는 거대한 힘 앞에 사리분별이 쉽지 않다.
민혁은 그런 그들에게 굳이 그를 이르지 않았다.
그런 말은 결국 ‘사기’를 저하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전군, 전하를 호위하여 적들을……!”
신등급 요리를 먹은 사령관 제임이 외치려 했다.
그것이 초탄이 되었다.
“즉살.”
푸우우우우욱-!
“……?”
사령관 제임의 심장이 꿰뚫렸다.
[즉살.] [100% 확률로 적중하며 적의 HP를 50% 하락시킵니다.] [10초간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당황한 제임은 곧 사방팔방에서 튀어 오르는 300만의 검은 인영들을 볼 수 있었다.
단도를 양손에 하나씩 쥔 그들이 삽시간에 자신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제임의 HP가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그 굳건했던 5천의 병력이 숫자에 주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강함은 볼레인의 분신이라 하여 쉬이 찍어누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나.
그들은 기둥후보들이며 남들이 가진 특별한 힘마저 갖췄다.
성기사의 교황 엘스.
그의 성스러운 검에서 뻗어 나간 힘이 민혁을 포함한 모두에게 빛의 쇠사슬을 내렸다.
[3분 동안 모든 스킬을 통제당합니다.]결국 병사들도 스킬에 의지하곤 한다.
스킬이 억압되자 5천의 강자들, 그리고 요리버프를 먹지 않은 4만 5천이 휩쓸리기 시작했다.
민혁이 빠르게 합류하여 적들을 상대하지만. 그 역시 스킬을 통제당한 채라 한계가 있었다.
기둥후보들이 거리를 좁혀온다.
그들이 발동시키는 힘들이 떨어질 때마다 그들은 죽어 나가고 있다.
“돌파할 방법이 있나?”
“우린 일곱 명이다. 식신.”
“네가 발휘할 수 있는 힘들? 그 힘들은 우릴 어쩌지 못하지. 아 그러고 보면 지금 그 모든 힘이 억압당했지?”
그들이 비웃는다.
심장에서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죽음에 이르는 제임.
그도 어떤 돌파구도 없음을 깨달았다.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간다.
자신도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의 모든 힘이 통제당하셨다. 우린 강해졌지만 껍데기뿐이었다. 전하…….’
그때 제임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민혁을 보았다.
제임의 근처에 있는 적들을 걷어내고 지나치는 민혁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자신의 병사들을 등지고 섰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지키겠단 말은 못 해서 미안하다.”
민혁은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지킬 수 있다 말하진 못할 상황임을 알았다.
고작 이곳에서만 함께한 그들이나 함께한 순간이 영광이었음을 알린다.
“너희를 지키지 못할 것 같지만 약속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300만 대군을 죽여 너희의 한을 달래겠다.”
“……전하?”
제임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자신들을 등지고 선 민혁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저 묵묵히 몰려오는 적군들을 바라보고 있다.
민혁이 말한다.
“그들은 내게 5분이면 우리군을 모두 전멸시킬 수 있다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민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검은 인영과 7명의 기둥후보들이 살려 데려온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3초 안에, 7명을 제외한 모두를 전멸시켜 너희에 대한 사죄를 보이겠다.”
“3초!?”
“으하하하하하하.”
“미친 새끼!”
“개소리 좀 작작…….”
“3.”
민혁이 죽어가는 병사들을 돌아보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2.”
기둥후보들은 어이없는 상황에 비웃었다.
그때.
피이이이이이이이잉-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검의 울음?”
“검 소리?”
그것은 검면을 검지손가락으로 두들겼을 때 나는 청아한 소리다.
그 청아한 소리가 전장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1.”
그가 어떠한 이의 이름을 읊조린다.
“코니르. 모두 베어라.”
[가장 위대한 검신이 심검의 마지막장을 발동시킵니다.] [만리검(萬里劍).] [적이 어디에 있든 베어내는 검이 그 자리의 모든 적을 15,000%의 추가 데미지로 베어냅니다.] [만리검에 당한 자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보이지 않는 검이 300만 대군을 베고 지나쳤다.
300만 대군이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한다.
기둥 후보들.
그들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푸화화화화화확-!
검의 울음이 끝났을 때, 7명의 기둥후보를 제외한 어떤 이도, 서 있는 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