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8
밥만 먹고 레벨업 1279화
바카만 공작.
루브앙 제국 별 중 한 명이라 불리는 그가 한 던전 앞에서 망연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고, 공작님……!”
기사가 다가와 서둘러 그를 부축하려 했으나 바카만이 제지했다.
그 주변으로 유족들이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공작님,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루브앙의 별이시여, 제발 내 아이를 구원해 주소서!”
유족의 목소리가 귓가에 박힌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던전 탐험가가 보고를 올렸다.
“아직까지 사상자는 없습니다. 병사와 기사들은 던전의 안쪽에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던전 탐험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를 버티기 힘들 겁니다. 하필이면 보스 몬스터가 깨어나다니…….”
암브롱스 던전.
루브앙 제국 병사들이 훈련과정에서 거치는 곳이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이 크고 방대한 던전은 이방인들이 흔히 말하는 레벨제한이 있다.
400에서 450의 병사들, 유저들만 입장 가능하다.
몬스터들도 그 수준이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가 깨어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100년이란 시간 동안 한 번도 깨어나지 않은 보스 몬스터가 어째서…….’
이곳의 보스 몬스터가 깨어난 순간, 몹들의 레벨이 70가량 상승한다.
더불어 보스 몬스터의 레벨은 약 600대이다.
절대 병사들과 기사들 수준으로 공략이 불가하다.
“앞으로 몇 명이 입장할 수 있지?”
“고작 한 명입니다.”
바카만 공작이 침착함을 잃은 이유는 안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카만 공작의 가문을 이을 유일한 이였고 냉혈인이라 불리는 그조차도 끔찍이 아낀다.
“그 한 명에게 폭탄을 쥐여주는 건…….”
“폭탄이 터지면 던전은 무너집니다.”
바카만은 진퇴양난의 상황임을 알았다.
이 난관을 파헤치는 방법은 안에 있는 자들이 강해지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 리가…….
“요리…… 이방인이 요리들을 가득 채워 안으로 들어가면 되려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루브앙 제국에 신등급 요리는 얼마나 남았지?”
“안타깝게도 천외제국과의 전쟁으로 모두 소진한 상태입니다. 서둘러 요리들을 확보할까요?”
“그럼 늦어.”
몇 그릇, 아니, 수십 그릇 이상의 뛰어난 요리가 필요하다.
문득 민혁 황제가 떠오른 바카만 공작이다.
하나.
‘나는 민혁 황제에게 요리를 요할 수 없다.’
바카만 공작은 전쟁 당시 수만 명의 천외제국 병사들을 죽였다.
휴전을 맺고 평화협정을 진행 중이라 하나 무슨 염치로?
머리를 굴리는 바카만이 말했다.
“우리 요리사들은 지금 어디 있지?”
“무박 15일의 요리교육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민혁 황제에게?”
“맞습니다.”
바카만 공작이 서둘러 명을 내렸다.
“병사를 보내어 그들에게 신등급 요리를 만들어내라 하라! 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바카만 공작님…….”
바카만은 다급히 외쳤으나 현실을 깨달았다.
“우리 제국 요리사들은 ‘신등급’ 요리를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만들기 힘듭니다.”
그러나 현재 바카만 공작이 쥘 수 있는 지푸라기는 그뿐이다.
“내가 직접 가겠다!”
충혈된 눈의 그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유저 앗센은 루브앙 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게임 시작 이유는 부족한 요리실력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그는 부단히 노력해 왔고 요리사로서 전설등급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유저가 되었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으로 이주해 왔다.
루브앙 제국은 이주 후 섣불리 다시 떠나면 커다란 페널티를 입는다.
루브앙 제국에 온 유저 앗센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곳 요리사들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그 또한 나태해지게 했다.
조금 솔직해지자면, 어떤 곳을 가든 무시받는 ‘요리사’라는 직업이 그에게 커다란 무기력증을 일으켜 왔다.
그는 전설등급 요리 만들기에 정체되어 있다.
실제로 요리사 중 신등급 요리를 만든 유저의 숫자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신등급 요리 하나 만든다고 나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까?
앗센은 의심했고 최근엔 요리사이면서도 사냥을 다니며 재미를 충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사내가 자신의 생각과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의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들이 요리사들을 별 볼 일 없게 여기면, 우리를 필요로 하게, 미친 듯이 가지고 싶게 만들면 된다.’
깨닫는다.
요리사가 별 볼 일 없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고 나태하게 지내던 우리가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나도 만들고 싶다.’
‘나도 그들이 안달 나게 하고 싶다.’
‘그들이 나를 찾아와 제발 요리 좀 만들어달라고 하게 만들고 싶다!’
타오른다. 어떠한 사내의 말에 의해 정체되었던 나의 요리사로서의 열정이.
[기둥의 자애.] [당신이 요리사로서 가장 필요한 긍지에 대해 깨닫습니다.] [모든 스킬이 1레벨업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모든 요리가 20% 더 뛰어나집니다.] [패시브 스킬 불꽃 같은 요리가 2레벨업합니다.]화르르르르르르륵-!
요리하는 안센에게서 뜨거운 화마가 피어오른다.
민혁의 ‘무아지경’, ‘신의 의지’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힘이다.
[어쩌면 당신은 오늘 당신의 한계를 뛰어넘을지도 모릅니다.] [불꽃 같은 요리가 발동됩니다.] [불꽃 같은 요리가 발동됩니다.] [불꽃 같은 요리가…….]살아오면서 이토록 몰입해본 적은 처음이다.
요리를 만든다.
전설 등급.
또 한 번 만든다.
전설등급.
계속 전설등급이 나온다. 게임을 한 이래 이렇게 연속적인 전설 등급을 만들어낸 적이 없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만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자리의 모든 요리사들이 작은 불꽃에서 거대한 화마로 변화하고 있다.
그들 모두 같은 꿈을 품었다.
‘한계를 뛰어넘어, 그들이 나를 미치게 갖고 싶게끔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틈에 보였다.
1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잠을 자지 않고 모범이 되어 나아가는 민혁 황제가.
‘이랬기에 당신이 유저 지존입니까?’
‘이래서 당신이 유저 최초의 기둥입니까?’
살면서 한 번쯤 볼까 말까 한 인사.
민혁과의 만남은 그를 새로운 사람으로 일깨우고 있다.
그때.
“모두 들어라! 암브롱스 던전에 수만 명의 병사들이 고립되었다.”
제국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바카만 공작이 찾아왔다.
“그들 모두가 너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들은 바카만 공작이 이처럼 흥분한 모습을 처음 본다.
그가 충혈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몸과 입술 사이로 뱉어냈다.
“제발, 그 안에 있는 내 아들을 구해다오!”
바카만 공작이 또 한 번 무너졌다.
냉혈인, 감정 없는 공작, 검의 지존.
그에 대한 수많은 수식언이 있다.
그런 바카만 공작조차도 혈육의 죽음 앞에 한낱 아비에 불과했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은 매번 마주할 때마다 썩은 동태눈깔을 하고 있던 자들이다.
발전이란 것을 모르며 지금에 안주하는 제국에서 하등 쓸모없는 자들.
그것을 알던 그이기에 희망이 없기에 바카만 공작이 얼굴을 감쌌다.
그런데 그때.
“공작님.”
안센이 이를 드러내 웃었다.
모든 요리사들이 바카만 공작을 바라본다.
그들은 한낱 요리사이고 병사들처럼 전장에서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민혁의 말로 깨달은 바가 있는 그들은, 지금 던전에 갇힌 자들과 함께 자신들도 처절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여겼다.
“우리가 구하겠습니다.”
“……!”
바카만의 눈이 커다래진다.
자신이 경멸했던 그들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곧고 결의에 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루브앙 제국에서 한 달 동안 만들어지는 신등급 요리는 기껏해야 5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들의 중심에 서서 여전히 요리하는 민혁이 말했다.
“수백 그릇의 신등급 요리를 피워내라.”
그것은 마치 메인 쉐프가 내리는 오더 같았다.
그 오더에 따라.
“예!”
“예!”
“예!”
수만 명의 요리사들이 일제히 답했다.
[기둥의 자애.] [당신이 한계를 넘어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당신은 그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요리스킬이 1레벨 상승합니다.]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확률이 20% 상승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더 굳건한 의지를 태울 때마다 기둥의 자애가 당신의 힘을 더 크게 일깨워 줍니다.] [아직 깨어나지 못했던 당신의 잠재력이 비로소 깨어납니다.] [기둥의 자애가 당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최고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시작된다.
수만 명의 요리사가 각자의 요리를만들어간다.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그들에게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곧 쓴웃음을 지으며 또다시 요리를 준비한다.
재료는 루브앙 제국이 지원해준 것들이 차고 넘친다.
민혁은 미친 듯이 몰입한 그들을 바라봤다.
[기둥의 자애에 의해 요리사들이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뜹니다.] [그들이 성장한 만큼 특혜를 받습니다.] [손재주 1,431을 획득합니다.] [모든 요리스킬 숙련도 19%가 상승합니다.] [성장도 69%를 달성합니다.]요리사로서 그들 개개인의 잠재력은 결코 적지 않다.
무기력하고 나태했던 그들이었기에 그 잠재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것일 뿐.
‘기둥의 자애는 그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변화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성장도 73%를 달성합니다.]바카만 공작이 서둘러 달려오는 병사들에게 보고를 들었다.
“보스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내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거라는 암시다.
1시간 내에 모든 병력이 전멸하고 바카만 공작의 아들도 죽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금은 한낱 아비에 불과한 바카만 공작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른다.
“고, 공작님!”
“바카만 공작님!”
사실상 이미 아들을 잃었다 믿어버린 바카만 공작이 실신했다.
그리고 심연 속에서 다시 끄집어지는 바카만 공작은 슬피 울었다.
‘아들아…….’
아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심연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그의 입이 열렸다.
“몇 분이나 지났지…….”
“20분 지났습니다.”
20분. 아직 던전에서 아들이 몬스터와 충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뜬 바카만은 보고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흥분감에 격양되었음을 알았다.
‘왜……?’
마침내 눈을 힘겹게 떠낸 바카만 공작은 보았다.
수만 명의 요리사들. 그들 중 약 500여 명에 이르는 자들에게로 빛의 기둥이 내려치고 있었다.
그들의 앞으로 수백 그릇의 신등급 요리가 밝게 빛나고 있다.
더 이상 신등급 요리를 만들어도 빛의 기둥은 내리치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한번 신등급 요리를 만들어본 자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한 요리사가 처음으로 신등급 요리를 탄생시켰을 땐 달랐다.
민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의 기둥의 자애가 수백 명의 요리사들의 한계를 딛고 나아가게 하였습니다.] [루브앙 제국의 요리사들의 수준이 대폭 상향됩니다.] [그들이 성장한 만큼 특혜를 받습니다.] [손재주 5,431을 획득합니다.] [모든 요리스킬 숙련도 39%가 상승합니다.] [성장도 138%를 달성합니다.]수백 그릇의 요리를 얻은 바카만 공작이 던전으로 달려갔다.
* * *
바카만 공작은 무사히 아들을 구출했다.
자그마치 500여 개에 이르는 신등급 요리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한계를 무너뜨렸고, 놀랍게도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게 하였다.
바카만 공작은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이 이토록 성장한 것에 기뻤고 감격스러웠다.
또 이로써 든든한 요리사들을 얻게 되었으니 루브앙 제국의 발전이다.
그가 무박 15일의 요리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했다.
그들은 500그릇에서 이제 총합 2,000그릇에 이르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요리사 약 1천여 명이 한계를 딛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거다.
“이제 자네들은 우리 루브앙 제국에서 각별히 대접받는 요리사가 될 걸세.”
[성장도 164%를 달성합니다.]민혁이 듣고 있는 알림이다.
사실 민혁은 바카만의 말이 역겨웠다.
‘이제껏 요리사들을 방관하고 있던 제국이다.’
요리사들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고 도움이 될까 하니 이제부터 존중하고 존경한단다.
사실 그들은 민혁의 가르침에 의해 이젠 ‘미치도록 얻고 싶은 인재’가 된 자들이 상당수다.
그들이 뛰어난 요리사가 되니 갑자기 대접이 바뀌었다.
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눈을 뜬 인재들이 다시 도태되면 그들은 또다시 버릴 것을 알아서다.
물론 그들이 더 이상 도태될 일은 없을 거다.
깨우친 그들은 나아갈 테니.
“이제 돌아갑세. 자네들은 이미 루브앙 제국의 영웅…….”
“아뇨.”
그때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요리사.
발슨이 나섰다.
발슨은 과거에도 이미 신등급 요리를 빚어낸 적 있고, 이번에 자그마치 4개의 신등급 요리를 만들었다.
발슨이 말했다.
“70%에 이르는 요리사들은 천외제국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
“우리를 방치하고 방관했던 제국이 아닌, 우리가 흔들리고 도태되어도 일으켜 세워줄 천외제국으로 말입니다.”
이주를 택한 70%의 요리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민혁에게 예의를 취했다.
[루브앙 제국의 요리사 21,371명이 천외제국으로의 이주를 신청합니다.] [요리사들이 당신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