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9
밥만 먹고 레벨업 1280화
바카만 공작은 울컥하고 화가 솟아오르려 했다.
새로운 경지에 이른 요리사들이 모두 천외제국으로 이주하겠다는 발언은 납득할 수 없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천외제국으로 이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주는 소꿉장난이 아니다.
그때 민혁이 나섰다.
“에빗 재상과 이미 모든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자들 중 원하는 자는 이주를 허락하기로요.”
“……!”
바카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장 검이라도 뽑아 위대한 루브앙 제국을 저버리고 천외제국에 가려는 요리사들을 징벌할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요리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알던 썩은 동태눈깔이 아닌 생기가 가득한 눈빛의 그들은, 자신이 알던 이들이 아니다.
‘제국이란 무엇인가.’
그의 입가에 씁쓸함이 감돈다.
제국이란 배고픈 백성이 없게 해야 하고, 뒤처지는 병사들을 이끌어 육성시켜야 했다.
그들이 만들어준 요리를 받고 알았다.
그들도 전장에서 함께 싸우는 자들이다.
루브앙 제국은 뒤쳐진 그들을 뒤돌아보지 않고 버렸다.
그립에 뻗었던 손을 거둔 바카만 공작이 요리사들을 바라봤다.
움찔-
바카만 공작의 화가 불같이 높아졌다는 것을 아는 요리사들은 안색이 파리해졌다.
‘나였어도 갑자기 우리 천외제국의 요리사들 수만을 데려간다 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터.’
그러나 바카만 공작이 말했다.
“제국을 저버린 만큼 더 뛰어난 요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어떤 요리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루브앙 제국까지 들리게 해야 할 것이다.”
그들로 인해 아들을 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진정한 제국이란 무엇인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카만 공작과의 친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그 깨달음엔 민혁이 있었다.
“다른 귀족들의 입은 내가 막겠다. 모두 떠나라.”
끝으로 바카만 공작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멀어져 갔다.
* * *
라그만 공작은 천외제국 병사들의 궁술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과녁을 맞히지도 못했던 병사들이 이젠 과녁을 넘어 10점을 맞히는 이들도 태반이 되었다.
최소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고작 2주 만에 거둬들인 성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또한 뛰어나고 강한 라그만 공작을 병사들은 믿고 따랐고 높은 유대감마저 쌓였다.
라그만 공작이 물었다.
“나와 함께 루브앙 제국으로 갈 자들 있는가?”
그도 협상 테이블에서의 계약서 내용을 알고 있다.
이들을 데리고 가 더 훈련시킨다면 루브앙 제국에서 분명 각광받는 자들이 될 거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라그만 공작님.”
“우리는 이 제국을 떠날 수 없습니다.”
“라그만 공작님과 함께한 2주가 무척 값졌으나 우리는 천외제국을 지키고 싶습니다.”
“…….”
라그만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비록 천외제국이 이제 루브앙에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하나 그래도 루브앙보다는 그 규모가 훨씬 작다.
그런데도 그들 중 한 명도 자신을 따라오겠다고 한 이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제국을 만드신 겁니까.’
그가 한 인물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라그만 공작과의 친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응?”
루브앙이 지불해 준 돈과 새로운 이주민들을 이끌고 천외제국에 복귀한 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루브앙 제국의 바카만 공작, 라그만 공작과 친밀도가 상승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좋은 일이다.
“헤이즈, 2만 명의 이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줘.”
1억 플래티넘 이상은 천외제국을 1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거금이다.
“현 상황은?”
“다행스럽게도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의 평화협정에 납득하기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자칫 커다란 반감을 살 수 있던 일이다.
그러나 하나둘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가봐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전쟁은 끝났으니까요.”
민혁에겐 중대한 일이 있었다.
8기둥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8기둥의 재앙이었다.
민혁은 8기둥들의 재앙 중 몇 개를 알고 있었다.
첫 번째는 헬레냐의 ‘백화의 불꽃’이다.
아직도 그때의 그 힘이 잊히지 않는다.
백화의 불꽃은 연합군을 덮쳤고 2초 동안 7억 명 중 약 2억5천 명을 불태워 버렸다.
두 번째는 기둥이 될 자격이 차고 넘쳤으나 스스로 그를 걷어찬 베라든의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다.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는 퀘스트를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유저들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특별한 퀘스트를 원한다.
그러나 원한다고 그런 퀘스트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는 본인에게 맞는 퀘스트를 창조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사기구나…….’
꼭 백화의 불꽃처럼 강하다 하여 뛰어난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오블렌.
오블렌의 8기둥의 재앙은 직접 보지 못했다.
이름은 알고 있다.
‘악신강림.’
악신강림이 발동된 순간 모든 적들이 상태이상 ‘극한의 공포’에 걸린다고 한다.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등장만으로 그 자리에 수억 명이 있든 그들 모두가 두려움에 움직일 수조차 없게 만든다 한다.
그 공포에 죽어 나가는 자들도 태반이라 들었다.
그런 ‘기둥의 재앙’을 민혁이 얻을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민혁도 아홉 번째 재앙이라 명명된 ‘필멸’ 보유자다.
하지만 설명에 따르면, ‘완전한 힘을 찾는다면 8기둥의 재앙과 맞먹는 힘을 가질지 모른다’고 적혀 있다.
‘아직 완전체가 아니라는 의미.’
더불어 백화의 불꽃에 비하면 애송이 같은 힘이라 볼 수 있다.
‘먹는 것과 연관된 기둥의 재앙은 어떤 힘을 가졌을까.’
그 해답은 바로 만능손 로카더가 알고 있다.
“다녀올게. 헤이즈.”
민혁이 곧장 이끄는 자들의 땅으로 향했다.
* * *
민혁은 만능손 로카더와의 대결을 통해 8기둥의 재앙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스킬이 존재한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스킬.
스킬의 신이 만들어 신들에게 나누어주고 또는 지상에 내린 스킬.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선택된 극소수의 자들에게 8기둥의 재앙을 만들어주는 ‘만들어가는 자 필립’에 의한 스킬이다.
8기둥이란 이름의 뜻은, ‘여덟 개의 기둥이 세상을 지탱한다’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공석이 생기면 새로운 기둥들이 자리를 메우곤 했다.
그때마다 그들에게 8기둥의 재앙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만들어가는 자 필립이다.
필립은 8기둥이 아니나, 8기둥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다.
가르치는 자 베라든과 같은 맥락이다.
태초부터 아테네와 함께 존재해 왔던 필립은 8기둥으로 임명된 자들의 특징들과 다양한 것들을 감안하여 기둥의 재앙을 내린다.
다만, 이제까지 무수히 많은 기둥들이 있었으나, 모두가 8기둥의 재앙을 얻었던 건 아니다.
소수의 뛰어났던 자들만이 필립으로부터 8기둥의 재앙을 받아냈다.
그러한 필립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모른다.
세상을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누군가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필립이었다.
아테네는 그렇기에 그가 가장 뛰어난 힘인 8기둥의 재앙을 만들 수 있다 말하였다.
필립은 누군가 8기둥이 되면 그가 어떠한 8기둥인지, 그가 어떠한 업적과 어떤 것을 가장 잘했는지에 대해 짤막한 정보를 얻는다.
그 짤막한 정보를 통해 필립은 그가 얻으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은 힘을 떠올린다.
예시를 들자면 오블렌이 기둥이 되었을 때 그는 그에 대한 짧은 평가를 받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수천만 명을 살해한 악신.]당시 필립은 그에 대한 이 표현만을 가지고 악귀 오블렌을 대표하는 악신강림의 기반을 잡았다.
악신하면 떠오르는 건 공포, 강림이란 때론 멸망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필립은 알았다.
그렇기에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디버프기와 오블렌과 마주치기만 해도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는 8기둥의 재앙을 탄생시킨 거다.
그리고 헬레냐는.
[모든 인류를 학살하고자 하는 대마도사.]학살하고자 하는 자라는 것과 대마도사라는 것을 통해 백화의 불꽃의 기반을 잡았다.
이처럼 짧고 굵게 표현된다.
이제껏 기둥들에 대해 표현된 것들을 정리하자면.
크로나드.
[교황들의 신이 된 자.]파브로.
[세상 모든 무기를 다스릴 수 있는 자.]로카더.
[손재주만으로 세상을 평정한 자.]이런 식으로 그들의 나이, 성별, 특징, 그들이 가진 진짜 힘, 신분 등을 막론하고 짧은 표현만을 받았다.
그럼에도 필립은 천재적이었다.
고작 이런 적은 정보만으로 그들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것들을 만들어주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간만에 자신을 찾아온 아테네가 내민 양피지에 적힌 그것을 보며 필립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아테네는 말이 없었다.
“그래, 기억은 난다. 아테네 당신과 카오스가 나에게 ‘기둥의 자리들이 오랫동안 공석이니 나보고 기둥이 되어달라’고 했던 건.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하여 이런 막무가내식 기둥 임명을 했단 말인가? 아테네. 정말 그에 대한 표현이 이게 다인가?”
필립이 어이가 없고 황당한 이유가 있었다.
살면서 기둥들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먹고 맛있게 먹는 자.]어이가 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재차 질문해도 아테네는 같은 말을 했다.
[그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필립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기둥의 자리의 공석이 컸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한숨을 쉰 필립이 말했다.
“그를 내게 안내하는 건 로카더겠지. 그는 지금 이끄는 자들의 땅에 있을 테고 내가 직접 가서 보겠다.”
화가 난 필립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자애롭고 위대한 여신 아테네가 조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 * *
이끄는 자들의 땅.
필립은 한 기둥후보의 몸을 빌려 그 안에 숨어들었다.
필립은 알고 있다. 이 땅의 이들은 어떠한 시대를 평정했고 한때 기둥을 노리던 자들이다.
그 기세만으로도 인간들을 죽일 수 있는 자들.
그들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곧 민혁이가 온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허허. 곧 민혁이가 올 걸세.”
‘베라든?’
베라든은 필립도 실제로 마주한 적이 있다.
그런 베라든과 이끄는 자들의 땅의 이들이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상기되어 있다.
“기대되는군요.”
“오늘은 뭘 만들어줄까요?”
“허허, 민혁이 녀석. 기둥이 된 기념으로 더 맛있는 걸 해주려나?”
필립은 눈치챘다. 민혁이란 자가 바로 8기둥의 재앙을 얻을 자격을 갖춘 새로운 기둥이다.
그때 빛이 되어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처럼 깎아 만든 듯 잘생긴 사내였다.
“모두 하이요.”
“어서 오게.”
“허허, 왔는가!?”
“오랜만이다!”
이상한 인사법으로 손을 흔든 그들에게 아기새처럼 모여든 자들.
한편으론 대단하다.
‘저자가 뭐이길래 저리 많은 자들이…….’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아기새처럼 모인 이들이 초롱초롱 눈을 빛내자 민혁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기둥이 된 기념으로…….”
“기념으로?”
“흠흠.”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교르촌치킨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민혁이가 치킨을 내리신다!”
“오, 오오오오…… 그 튀긴 닭을 말하는 건가?”
‘요리사였군. 한데 그에 대한 표현과 맞지 않는다.’
뛸 듯이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필립은 이해할 수 없었다.
요리하는 자이기에 그랬다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를 만드는 자’란 수식이 어울렸다.
한데 어째서?
곧 민혁이 수천 마리의 교르촌 치킨이란 것을 튀겨내고 나눠줬다.
그들에게 모두 나눠준 후에 민혁이란 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래, 먹으면 얼마나 먹고 또 얼마나 맛있게 먹길래 그렇게 알려줬는지 한번 보자. 가만두지 않겠다. 아테네.’
아테네가 자신을 놀린 것이리라 필립은 생각했다.
그리고 민혁이 먹기 시작했다.
10마리를 먹고 20마리.
“후움, 오늘은 배가 빨리 차는데?”
‘사람이야……?’
이제 다 먹었나 싶었건만.
100마리째.
“하, 역시 오늘은 배가 좀 빨리 차.”
‘코끼린가……?’
300마리째.
“헐……? 나 먹으면서 소화됨!”
‘저게 도대체……?’
500마리째.
어느새 다음 날이 되어 있었다.
‘트리케라톱스……?’
그렇다.
필립은 깨달았다.
아테네는 자신을 놀린 게 아니다.
‘진짜 세상에서 가장 잘 먹고 맛있게 먹는 자였나……?’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