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89
밥만 먹고 레벨업 1290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 알고 있을 거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우스는 가장 전지전능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엄청난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제우스는 정말이지 많은 이들을 탐하였다.
그만큼 많은 자식을 낳았고 개중엔 반인반신이 된 신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헤라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많은 자식이 있기에, 또 반인반신의 자식이기에, 민혁은 제우스의 헤라클에 대한 부성애를 부정해 왔다.
애초에 부성애를 가졌다면 헤라가 헤라클을 핍박하고 억압할 때 그를 제지하지 않았을까 했던 거다.
그렇게 아비로서의 모든 걸 저버린 듯 보였던 제우스였으나, 헤라클이 완전히 떠나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그는 부성애를 드러냈다.
신도 결국 인간과 같은 인격을 가졌다.
신이라고 하여 더 똑똑하거나 천재적이진 않다.
민혁은 수십 개의 귓속말을 통해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리고 ‘미친놈’처럼 아레스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놈의 심장에 검을 박아넣고 비틀기 전이 클라이막스다.
물론 제우스가 멈추게 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재앙이 벌어질 뻔했으나, 민혁의 행동엔 확신이 있었다.
[멈춰라!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하늘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제우스이 목소리가 그 증거다.
엄청난 숫자의 번개를 떨어트려도 멈추지 않는 ‘민혁’을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택한 거다.
아레스는 제우스의 자식 중, 아내인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신이었고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쓰레기 새끼이긴 하지만.’
그런 아레스의 죽음을 제우스가 두고 볼 리 없다 민혁은 확신했던 거다.
그립을 쥐었던 양손을 슬며시 놓았다.
꺽꺽, 거리며 숨넘어가기 직전의 아레스를 밀쳐내 넘어트렸다.
그다음 가신들을 바라봤다.
“내 가신들을 치료하고, 죽은 자들에 대한 보상을 해라.”
“……!?”
“……!?”
우리가 먼저 아레스가 아끼는 에베야의 대지의 황소를 건드렸다.
명목상으로는 전쟁이 일어나기 충분한 일이다.
더불어 이 자리의 모두는 ‘전쟁 중’에, 적장에게 자신의 아군을 모두 치료하고 살리라는 말을 하는 자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낱 제국의 황제여, 이해할 수 없는 소릴 하는구나. 전쟁 중에 죽은 자들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억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제우스 역시 황당하단 목소리를 뱉어냈다.
[더불어 그건 규율에 어긋나는 일. 들어주고 싶은 생각 없다. 아레스의 몸값으로 1,000만 플래티넘을 지불하겠다.]제우스는 아레스의 몸값으로 아레스를 돌려받고자 그와 대화를 시도한 것이란 분위기다.
실제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제우스는 아레스의 아비였으니까.
그렇지만 민혁은 본질을 꿰뚫었다.
“올림푸스 12신들은 이제껏 가이아 대륙에서 우리 대륙 사람들의 일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 있다.
“올림푸스 12신들 대부분은 아레스처럼 우리를 경멸하고 있을 터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진작에 우리들을 쓸어버리고 싶을 텐데.”
우리들을 죽이는 게 어려워서?
절대신들과의 충돌이 두려워서?
아니, 그런 이유 따위가 아니다.
“상생(相生)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이란 결국 그를 섬기고 존경해야 할 대상이 필요하나, 가이아 대륙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할 거다. 가이아 대륙의 몬스터들은 턱없이 수준이 높고, 신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지. 인구는 빠르게 감소했고, 자연을 지켜주는 일을 해야 하는 인간은 사라지고, 가축을 관리해야 하는 이들도 사라지고 있겠지.”
그래, 결론은 이거다.
“가이아 대륙은 인간을 필요로 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 대륙은 너희의 뛰어난 문명을 필요로 하는 거고.”
이 상생을 위해 어떤 것이 뒷받침되었을까.
“제우스. 그대는 아테네와 협약을 맺었을 것이다.”
유저들은 업데이트를 통해 ‘가이아 대륙 오픈!’을 접했다.
그러나 아테네는 하나의 세상이다.
대뜸 오픈이 아니라 그 업데이트를 위한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스토리와 인물들의 접촉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것은 올림푸스 12신들의 직접적인 관여가 불가능한.”
민혁이 쇄기를 박아넣었다.
“아레스는 그 규율을 어겼다. 황소를 빌미로 우리들을 학살하려 하였다.”
“여기까진 규율위반이 아슬아슬했겠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레스’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해 시작된다.”
“아레스가 관용을 베풀 듯 ‘나는 최대한 참전치 않겠다’라 한 것은, 그 규율을 어기지 않기 위함이었으나, 놈은 기어코 직접 참전을 시작했고 규율은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한들 하늘이 가려지는 건 아니지. 물론 더 이상 저 아레스를 죽이려 하진 않겠다.”
왜?
“이미 올림푸스 12신들은 아레스의 처분을 준비 중일 테니까.”
“……!”
천천히, 다시 회복되어 가던 아레스가 현실을 깨달았다.
민혁이 일부러 이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모든 현실을 깨달은 아레스가 무릎 꿇고 제우스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관용을 베풀어주십시오! 제발! 제발!”
민혁은 정답을 얻어냈다.
아레스의 반응이 곧 민혁의 말이 사실이란 증거다.
소름 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이끌어간다.
“아가리 닥쳐.”
“…….”
아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으나, 지금의 갑은 민혁이다.
물론 ‘그’를 살려둬야만 한다는 현실이 언제든 갑과 을의 관계를 변경시킬 수도 있긴 했으나, 그건 어쩌지 못하는 일이다.
제우스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너의 가신들을 모두 치료해 주마. 죽었던 이방인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도 사라지게 해주지.]무게란 페널티를 뜻하는 거다.
천외제국 측 모든 유저들이 받았던 페널티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네가 잃은 병사들에 대한 보상도 치르겠다.]“와아아아아아아!”
“민혁 폐하 만세!”
“민혁 폐하 만만세!”
뜨거운 환호성이 천외제국 측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이미 죽은 병사들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죽은 이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민혁은 그들의 환호성을 받기 충분한 일을 해낸 셈이다.
그런 환호성을 들으며 신의 검 알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숨소리가 미약해져 거의 죽음에 이른 바카만 공작과 라그만 공작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제기랄…….”
바카만 공작과 라그만 공작뿐만이 아니라 많은 신의 검들이 죽기 직전에 이르고 있었다.
단순히 군사력의 약화로 인해 알렉이 슬픈 것이 아니다.
이제껏 동고동락하였던 자들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슬픈 거다.
루브앙 제국 측과 천외제국 측 반응이 전혀 달랐다.
그들의 옷깃을 부여잡고 알렉이 흐느낄 때.
“……내 말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나 본데.”
민혁이 단호히 말했다.
“나는 이 전쟁에서 피해 입은 ‘모두’를 대상으로 말했다.”
“…….”
루브앙 제국 사람들이 민혁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쉽지 않은 일이다. 죽음에 이르러가는 자들의 숫자도 많다. 더군다나.]제우스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대의 제국이 아니지 않은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않았는가.]누군가는 이리 생각할 거다.
되려 제우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여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랬지, 사실 아직도 저들이 미워.”
민혁은 솔직했다. 루브앙 제국이 여전히 싫었다.
군사협동작전?
브로드가 황제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곳의 황제 브로드는 사랑하나 루브앙 제국을 받치고 있는 뼈대는 여전히 경멸스럽기 그지없었다.
여전히 약탈과 짓밟음을 일삼고자 할 것이고 브로드의 개혁에 반기를 드는 자들투성이일 거다.
우린 대루브앙 제국이다는 자만감에 차서 어깨를 으스대는 자들도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의 등을 맡기고 싸웠다.”
적어도 이곳에선 전우였다.
“같이 싸웠고 같이 이겨냈다.”
루브앙 제국 병사들의 가슴이 크게 두근거린다.
우리는 하지 못할, 우리는 감히 그렇게 여기지도 못할 생각을 민혁은 하고 있다.
바보 같지 않다.
그의 눈은 또 다른 탐욕에 이글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탐욕을 루브앙 제국군은 보지 못한다.
왜냐.
이 순간.
“그랬기에 우리만 살아나가지 않을 것이고, 물러서지 않겠다.”
민혁에 대한 존경심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 그란 황제에게 ‘현혹’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단호함에, 민혁이 물러서지 않을 것을 제우스는 깨달았다.
한참이나 침묵을 고수하던 제우스가 입을 뗐다.
[알겠다. 모두 치료하고 보상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 섰던 이들을 완전히 치료할 순 없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 그는 완전히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얻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것은 오로지 ‘가이아 대륙’에서만 얻을 수 있다.
* * *
필립은 자신의 세상의 요새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새의 지저귐도 없고 풀벌레 우는 소리조차 없다.
어떠한 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곳에 필립은 멍하니 있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을 헤아릴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더 씁쓸해졌구만.”
모든 가족들을 다시 만난 것. 그것에 후회는 없었다.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고 가슴 속 응어리를 덜어낸 기분이다.
그러나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필립이었기에 더 공허해졌다.
‘나도 그들 곁에 함께하고 싶다.’
한낱 한시에 환생의 강을 건너 다시 아비와 아내, 자식들로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가 받는 죗값은 끔찍했다.
외부 누구의 정확한 정보도 들여다볼 수 없고.
세상을 내려다볼 수도 없고.
누군가와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한다.
절대무신이자 만들어가는 자 필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독한 자였다.
가슴이 뜯길 듯 아프다.
민혁이란 아이가 떠나가 찾아온 적막이 그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늘의 가족들이 슬퍼할까 봐 그조차 숨죽여 운다.
그때.
공간이 찢어졌다.
그는 민혁에게 딱 한 번 이곳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그 공간을 찢고 나온 민혁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다.
민망했던 필립은 헛기침을 하며 일어선다.
“하고자 한 일은 다 했고?”
필립이 딴청을 피우며 물었다.
민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왜 그렇게 나를 보는 거냐, 손주 녀석아.”
민혁이 품에 잘 감싸고 있던 사과를 꺼냈다.
특이한 사과다.
사과답지 않게 백색의 색을 가진 그 사과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풍기고 있었다.
“필립.”
그는 사뭇 진지했다. 천천히 다가온 그가 필립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어쩌면 이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를거라 생각해서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필립이 사과를 확인해봤다.
확인해 본 필립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잉태의 사과’라 이름 붙은 이것의 효과는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게 존재한단 말인가.
허나 이것을 자신에게 내민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귀한 걸 왜 내게…….”
“……이것이 당신을 억압한 제약을 풀어줄 겁니다.”
“……!”
필립은 몰랐겠지만, 민혁에겐 퀘스트가 생성되었었다.
퀘스트명은 ‘필립의 자유’다.
퀘스트보상은 그와의 친밀도 상승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필립을 살려낼 시 그를 억압한 제약이 풀린다’는 거였다.
실감하지 못하는 필립이 벌벌 떨며 사과를 베어 물었다.
입안에서 상큼하게 씹히는 사과는 맛이 좋았다.
입안으로 터지는 과육이 기가 막혔다. 필립은 미친 듯이 그 사과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잉태의 사과를 드셨습니다.] [당신은 죽었으나 어떠한 누군가의 힘에 의해 깨어나 어떠한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되살아납니다.]띠링!
필립은 믿을 수 없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
자신이 수억년 이상을 살았던 이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무너지는 세상 속.
내 손주이자 내가 인정한 이 남자아이가 말했다.
“인간은 언젠간 죽어요.”
필립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가족분들은 당신이 죽을 수 없는 걸 알기에 슬퍼 보였어요.”
안다.
자신도 알고 있다.
그들의 씁쓸함과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그런데 이제 달라요. 세상을 돌아보세요.”
“…….”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의인이 되어 누군가도 구하고, 때론 나쁜 짓도 하며 세상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죽어 그들 품에 돌아갔을 때.”
필립이 무너졌다.
털썩 주저앉은 그가 행복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에게 말해주세요. 혼자 유람했던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겪었고 느꼈는지요.”
민혁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당신은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