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1
밥만 먹고 레벨업 1292화
루브앙 제국에서 바카만 공작을 표현하는 수식언은 많다.
냉혈인 바카만, 제국검공 바카만, 궁극의 바카만.
그리고 두 번째 황제 바카만.
바카만 공작은 루피소 공작 사망 이후 새로이 공작 위로 오른 인물이다.
처음 제국은 루피소 공작을 잃어 제국 전체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 우려했으나, 바카만 공작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나서 도리어 더 크게 부흥했다.
바카만은 모든 것이 뛰어났다.
정치, 외교, 통솔, 그리고 강한 무력까지.
실제로 바카만 공작은 루브앙 제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이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그를 두 번째 황제라 부르며 만약 바카만 공작이 카르딘의 충신이 아니었다면 황제의 자리는 바뀌었을 거라고 한다.
말 그대로 바카만 공작은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다.
단 하나.
그 누군가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백성들을 위하기도 했고 귀족들을 보듬기도 했으며 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장의 선봉에 서는 인물.
그러나 일부러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지금의 바카만 공작이 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이러한 바카만 공작이었기에 무수히 많은 자들이 그와 친해지고자 했다.
그러나 바카만 공작과 친해지는 것이 루브앙 제국 황제와 친해지는 것보다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솔직히 민혁이 바카만 공작을 평가하자면.
‘적이기에 두려운 자이나.’
만약 민혁이 루브앙 제국의 사람이었다면 바카만 공작은 ‘영웅’에 가깝다 표현했을 거다.
그 정도로 바카만은 오로지 제국을 위해 살아가는 자이다.
그런 바카만이 넙죽 엎드려 고개를 땅에 처박고 흐느끼고 있었다.
라그만 공작과 함께.
[바카만 공작과의 친밀도가 MAX를 넘어섭니다.] [그는 친밀도로 표현할 수 없을 만한 감정을 당신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라그만 공작과의 친밀도가 MAX를 넘어섭니다.] [그는 친밀도로 표현할 수 없을 만한 감정을 당신에게 느끼고 있습니다.]민혁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민혁과 바카만의 관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당장 종족전쟁 당시만 해도 루브앙 제국이 천외제국의 공을 가로채려 하였고 그 선봉엔 바카만이 있었다.
그로 인해 민혁은 그 자리에서 보란 듯이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을 정도다.
민혁이 바카만 공작을 구한 것은 어찌 보면 사실이나 너무 과한 감이 없잖은가란 생각을 하다 깨달았다.
‘나는 결국 유저니까.’
민혁은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가이아 대륙에서 죽어가던 바카만 공작의 죽음은 실제 죽음이다.
그 극한의 공포 속에서 끄집어 내준 것이 바로 민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다.
바카만이 절하며 흐느끼는 채로 말한다.
“어려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궁극자의 가문의 아들. 그것이 저를 따라붙는 꼬리표였습니다.”
바카만의 조상은 다름 아닌 궁극자 룬달쿠다.
“강해져야 한다. 혼자 딛고 서야 한다. 누구도 네게 손 내밀지 않는다.”
그러한 말들이 지금의 바카만을 만들었으나, 그러한 말들이 지금의 ‘홀로서기’밖에 할 줄 모르는 바카만을 만들기도 했다.
“혼자 서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 앞에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바카만은 모든 것이 두려웠다.
“친구 하나 없는 내 삶이 끝날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살고 싶었습니다.”
“깊은 심연의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습니다. 정신을 놓을 때 ‘나는 이렇게 죽는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눈을 떴다.
“나를 구한 것이 내가 그토록 미워하던 적국의 황제랍디다!”
그의 펼쳐진 손이 꽉 쥐어진다.
“나였다면 비웃으며 돌아섰을 것을, 적국의 황제였던 자가 돌아서지 않고 ‘저들도 치료하라’ 말하였답니다.”
“바카만 공작. 아무리 그래도 지금 그대의 제국 앞에서…….”
“도대체 나는……!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
혼란스럽다. 그는 루브앙의 충신이나 다른 황제를 지금 가슴에 두게 되었다.
물론 브로드가 아닌 카르딘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거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이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것 같습니다.”
“……!”
“……!”
모두가 경악했다. 그것은 바카만이 할 수 있는 타제국 황제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그 발언이 바카만의 그에 대해 얼마큼 끔찍이도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반증과 같다.
사절단 이들이 숨이 넘어가려 한다.
특히나 방금 전까지 민혁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들었던 공작 후시먼은 두려움에 온몸이 발발 떨릴 지경이다.
‘내가 바카만 공작이 인정한 또 다른 태양을 가르치려 들었다?’
바카만 공작이 또 한 번 묻는다.
“어찌해야 하는 겁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고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도 위대한 일이니까.
“저는 어찌해야…….”
“아무것도 하지 마라.”
민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도 차가운 그 목소리가 바카만을 일깨운다.
“너는 루브앙 제국의 사람이다. 너의 제국을, 너의 백성을, 너의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라.”
“그리고 나는.”
민혁이 말했다.
“오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
민혁의 시선이 성벽 위를 본다.
성벽 위에 선 엄청나게 많은 병사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
더불어 신의 검들 상당수도 이번에 민혁에 의해 살아나게 되었다.
그들 또한 바카만 공작과 같은 마음으로 민혁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되었다.
사절단이 성벽 위를 채운 루브앙 제국에서 가장 강한 집단인 ‘신의 검’들을 바라본다.
그 중심에 신의 검들의 단장 안든이 있었다.
안든이 양손으로 그립을 쥐고 검을 세로로 세워 힘차게 상체에 붙인다.
“충!”
그를 따라 모든 신의 검 단원들이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안든이 검을 거두자 똑같이 거둔다.
그들 또한 민혁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 것.
민혁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있던 일을 들은 자 있는가?”
모든 병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신의 검의 단장 안든이 말했다.
“이제 막 도착하셨군요.”
바카만 공작은 알았다. 그가 자신을 배려한 거다.
자칫 이 모든 것이 루브앙 제국 내에 퍼지면 바카만 공작은 파면당할 수도 있었다.
라그만 공작 역시 마찬가지다.
감히 제국의 공작이 타대륙의 황제에게 절을 했다는 것부터가 중죄다.
민혁이 사절단을 돌아봤다.
“…….”
사절단은 파들파들 떨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기세등등했던 후시먼 공작이 얼굴이 붉어진 채 손사래를 쳤다.
“우리 이제 막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아무것도.”
“저도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사절단이 힘껏 소리쳤다.
상황을 파악하고 바카만과 라그만이 몸을 일으켰다.
감정을 추스르던 그들은 여전히 심란하고 복잡했다.
어떤 것이라도 해주어야 이 답답한 마음이 풀릴 것 같으나 천외제국 황제는 그러한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때.
“그렇게 고마우면 먹을 거라도 대접해 주든가.”
“……!”
“……!”
바카만과 라그만의 눈에 이채가 띈다. 모든 이야기를 끝마친 민혁이 활짝 열린 성문을 지나치려다 문득 멈춰 섰다.
그리고 멈춰서 사절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
“헤, 헤헤…….”
“…….”
“하, 하하하.”
“…….”
그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사절단을 보았다.
짧고 굵었다. 그저 그들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선 사절단원들을 향해 바카만 공작과 라그만 공작이 눈알을 부라리며 다가갔다.
‘X된 거 같다…….’
* * *
사절단과 함께 루브앙 제국에 방문했던 민혁이 다시 천외제국으로 복귀했다.
[받아들여라, 민혁. 이건 운명이다.]“…….”
민혁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선 가신들을 바라봤다.
특히 오블렌이 가관이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오블렌은 삼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루브앙 제국에 갔다 오자마자 갑자기 소집된 회의이다.
(필로스)
레벨: 48
직업: 식신, 신들의 아이.
HP: 6,449 MP: 3,644
힘: 351 민첩: 487 체력: 493 지혜: 598 지력: 2,087 마기: 4,250
포만도: 100%
보유 스킬 목록
⦁액티브 스킬 유아용 절대극창.
⦁액티브 스킬 유아용 용병극강검술.
⦁액티브 스킬 유아용 대악마의 검술.
⦁패시브 스킬 식신의 요리스킬.
⦁패시브 스킬 식신의 진가.
⦁액티브 스킬 재료추적.
⦁패시브 스킬 신들의 수호.
⦁액티브 스킬 나의 신들.
⦁패시브 스킬 신들의 재능.
⦁패시브 스킬 마음도둑.
⦁패시브 스킬 그들의 이야기.
보유 특별한 효과
⦁검신의 가호.
⦁대악마의 찬사.
⦁절대신수의 수호.
⦁뱀의 신의 절대적 가호.
⦁수호신의 절대적 가호.
⦁수호신의 넌 내가 지킴.
세계 두 번째 폭식 결여증 환자 필로스는 법적으로 민혁이 보호자다.
오랜만에 확인한 필로스의 상태창은 이랬다.
“아아니…… 뭘 받아들이냐고. 이 조카 바보들아아. 레벨 48짜리가 150짜리랑 싸워서 이길 판이잖아, 지금!”
그들은 자랑스러운 딸아이의 ‘성적표’를 받아든 부모처럼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주억였다.
“허허, 폐하. 이제 그만 받아들이십시오.”
“이건 못 피합니다.”
“필로스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호구’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밴이 더 가관이다.
“우리 필로스가 이렇게 훌륭하게 크다니, 이 노친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눈시울마저 붉히며 진짜 ‘손녀’의 성장을 기뻐하듯 하는 밴을 보며 민혁은 할 말을 잃었다.
오블렌이 다시 말한다.
[민혁. 받아들이자. 피할 수 없다.]“…….”
민혁은 말이 없었다. 아테네에서 제제가 들어올 거라는 생각에 민혁은 필로스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기 바랐던바.
그러나 여전히 필로스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 중이다.
“민혁아, 우리 가신들이 누군가를 성장시킨다는 게 버그는 아니잖아?”
“아아니. 지니. 너는 왜 거기서 흐뭇하게 웃는 고모 표정 짓냐고오~”
필로스는 지니도 매료시켜버렸다.
지금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
“폐하, 이제 포기하십시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민혁아.”
“폐하.”
그들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고 그들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어차피 강해진 거 필로스를 제대로 키워봅시다. 폐하. 허허!”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난 내 동생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꼴 못 봐.”
지니가 말했다.
“아테네에서 제재할 수 있는 게 없다니까?”
밴이 말했다.
“허허, 폐하. 우리 손녀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폐하’께서 막고 계신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민혁은 모든 가신들에게 필로스와 접촉하지 말 것을 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까 했던 생각처럼 아테네의 제재가 두려워서다.
그러나 지니의 말처럼 그들은 뚜렷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거다.
가신들이 스스로 필로스를 키우는 거고, 필로스는 그를 받아들일 재능이 있는 천재였다.
그것을 버그라고 할 수 없고 제재할 수도 없다.
그러나 민혁이 걱정하는 건 강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다.
그러나 오블렌의 한마디가 민혁의 마음을 흔들었다.
[민혁. 강해져야 필로스가 맛있는 것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민혁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팩트다. 필로스가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자신처럼 맛있는 것을 먹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발목 잡는 걸지도 모른다.’
그녀의 성장에 의해 벌어질 일이 벌써부터 두려워, 어쩌면 자신 스스로가 그녀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길을 막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필로스의 많은 언니, 삼촌, 할아버지가 있는 가운데에서 눈을 감고 깊게 고민하던 민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래, 한번 해보자.”
민혁이 품에서 가족 족보를 꺼냈다.
“필로스에게 이 족보들을 줘.”
필로스가 민혁의 누나 패황 엘레, 삼촌 패왕 라르도, 형 전대군신 밴스.
할아버지 궁극자 룬달쿠, 할머니 요리의 신, 증조할아버지 필립 등을 만나게 될 거다.
그 자리의 모두가 전율했다.
프로젝트명 ‘우리 필로스는 절대병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