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2
밥만 먹고 레벨업 1303화
황제의 알현실.
데메테르가 황좌에 앉아 있는 민혁을 바라보고 있다.
다행히도 데메테르가 누군가를 해했다는 오해는 풀렸다.
그러나 차디찬 민혁의 시선이 데메테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건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올림푸스 신들에겐 ‘계승’이란 의미가 없다.
잉태되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신인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오만했고 한 명의 인간의 목숨을 벌레처럼 취급했다.
지금 자신을 보낸 것도 가이아인들을 위함이라 하지만, 아니다.
저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한 명의 백성조차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민혁은, 다른 신들 중 거의 ‘유일하게’ 인간을 사랑하고 아끼는 데메테르의 마음을 앗아가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가 뱉어야 할 말은 사랑의 속삭임 따위가 아니다.
“제우스의 말을 전한다.”
데메테르는 사모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아닌 서리가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가이아 대륙과 서대륙은 ‘공존’의 길을 걸었다. 그 공존의 길 앞에서 가이아 대륙이 많은 양보를 해준 것이 사실이다.”
“서대륙인들은 가이아 대륙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어떠한 신의 위상이 추락하였고 생각보다도 더 많은 우리의 것을 빼앗아가 배를 채웠다.”
“이제 우리도 보답을 받아야 할 때이다. 그 보답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서대륙과 공존을 이어갈 생각이 없다.”
데메테르가 서대륙에 있다는 것은, 곧 모든 올림푸스 신들이 이곳에 걸음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대륙 간 전쟁이 가능함도 말하고 있다.
‘제우스 님은 서대륙을 짓밟고자 하신다.’
그렇기에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서대륙을 지탱하는 기둥이여. 나의 백성들을 위한 요리. 또는 재료를 요구한다.”
“그것은 밀과 벼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어야 할 것이며.”
“가이아 대륙인들 전체가 맛있게 먹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요리이든, 재료이든 수백 개의 형태로 다르게 요리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요리라면 해당 요리의 주재료를 대체해서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데메테르는 농경의 신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인간들은 수만 년 이상 대를 이어왔고 그동안 꾸준히 발전하여 왔다.
기술이든 요리든.
그렇기에 대부분의 재료 개량은 한계에 달했고, 한 가지의 요리를 여러 형태로 수백 번 변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서대륙이나 가이아 대륙 모두 재료 개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밀’이 있다. 밀은 수백 개, 수천 개 이상의 요리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것이 존재할 리가 없다.’
곧 월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가이아 대륙이 서대륙에 어떠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가 요구한 것에 따른 것만큼을 충족시키지 못할 시 평화협정을 깨고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릅니다.]가이아 대륙을 탐험해본 모두는 동감하는 말이 있다.
현재의 서대륙은 결코 가이아 대륙을 능가하지 못한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그들의 레벨 자체가 서대륙보다 훨씬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데메테르도 이것이 억지임을 알았다.
올림푸스는 이것을 빌미로 서대륙인에 대한 학살을 감행하려 한다.
이미 올림푸스는 전투준비에 들어갔고, 하달된 명령은 ‘서대륙인 1/3을 죽여라.’다.
그것이 마음 아팠기에 데메테르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그녀가 보자기에 싸져 있는 걸 내밀었다.
그녀는 ‘농경의 신’이다.
“해내신다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보자기에 싸져 있던 건 공정을 거치지 않은 밀이었다.
민혁이 상세정보를 열람했다.
(농경의 신의 밀)
등급: 가이아의 명약.
특수능력:
⦁가이아 대륙인과의 친밀도 상승.
⦁손재주 180 상승.
⦁모든 스텟 10 상승.
⦁농사와 관련한 스킬 보유 시 각 1레벨씩 상승.
⦁원할 시 곧바로 밀가루로 변화 가능.
⦁가이아 대륙 최고의 밀.
“……!?”
민혁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서대륙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과거 서대륙에도 이 정도 힘을 내는 명약들이 있었다.
그러나 업데이트를 거듭할수록 사라져갔다.
명약은 얻는 것이 무척 희귀하다. 하나 세계 대부호들이 이 명약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점차 이 정도 힘을 내는 것들은 없다시피 했다.
즉 이것은 가이아 대륙에서, 그것도 오로지 농경의 신만이 줄 수 있는 보상이다.
이 보상에서.
[농경의 신 데메테르가 농경의 신의 밀을 한층 더 뛰어나게 만들어냅니다.]“……?”
아까 전 민혁은 데메테르에게 실수를 범했다.
물론 데메테르도 천외제국에 숨어들어 온 죄를 범했었다.
그런데 민혁이 손목을 잡아챘음에도 그녀는 볼을 붉게 물들였고 이런 알림이 들렸다.
올림푸스 신과 친밀도를 쌓는 건 매우 좋은 일임이 분명했다.
(농경의 신의 밀)
등급: 가이아의 명약.
특수능력:
⦁가이아 대륙인과의 친밀도 상승.
⦁손재주 350 상승.
⦁모든 스텟 30 상승.
⦁농경의 신의 농사 스킬 획득.
⦁원할 시 곧바로 밀가루로 변화 가능.
⦁가이아 대륙 최고의 밀.
종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밀로 변화했다.
물론 해낸다는 전제하에다.
“또한.”
데메테르는 짓궂은 제우스를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해내신다면 제우스 님의 밭을 이용하실 기회를 드린다고 합니다.”
제우스의 밭은 많은 재료가 있다. 그곳을 일군 자가 데메테르다.
뛰어난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제우스는 놀랍게도 그 밭을 이용할 기회를 주겠다 했다.
‘왜?’
못 캘 걸 아니까.
농경의 신인 데메테르는 그것들을 수확하는 데 자유롭다. 자신이 키웠으니까.
그러나 외부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높은 손재주를 가졌다는 자도 함부로 데메테르의 밭의 농작물을 얻진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손재주를 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용할 기회를 주겠다는 건 말 그대로 농락하겠다는 거다.
“밭을 이용하실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 그 일주일 안에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보상이 너무 짜다고 생각되는데. 물론 당신이 더 뛰어나게 해준 농경의 신의 밀은 훌륭해.”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다.
“어쩌면 가이아 대륙과 서대륙의 미래가 달린 일을 나에게 하게 했다.”
데메테르도 인정한다.
사실 이것은 제우스가 민혁을 저격한 것이다.
그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게 떠넘기는 거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워. 그에 버금가는 요리나 재료가 그 밭에 있다고 생각하나?”
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민혁은 ‘이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메테르는 그 사실을 모르기에 그녀도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여겼다.
“아레스에게도 밭이 있던가?”
“모든 올림푸스 12신들은 제가 선물한 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아레스의 밭의 것도 내가 얻을 수 있게 조율해 줬으면 해.”
“…….”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밭도 애초에 수확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개체가 늘어난다 하여 못 얻으면 끝 아니던가?
“또 아레스의 밭에 있는 건 내가 그 자리에서 먹는 게 아니라, 가져가도 되는 걸로.”
“알겠습니다.”
데메테르는 그가 가져가지 못할 것은 알았지만 수긍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그 ‘재료’나 ‘요리’ 중 하나만 가져다주면 되나?”
“네, 그것만 가져다주시면 올림푸스의 위대한 힘에 따라 가이아인 전체에 보급될 겁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치기 시작했다.
‘이것도 잘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전명은 올림푸스 벗겨 먹기다.
“저는 그럼…….”
데메테르가 용무를 끝내고 나서려 했다.
하지만 민혁은 그녀에게 한 가지 은혜를 입었다.
그것은 그녀가 ‘호의적’인 마음으로 밀에 대한 보상을 뛰어나게 해준 것에 있다.
때문에 밥이라도 해서 먹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혹시 보쌈 좋아하나?”
야들야들한 고기가 일품인 보쌈이었다.
* * *
[가이아 대륙이 서대륙에 어떠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가 요구한 것에 따른 것만큼을 충족시키지 못할 시 평화협정을 깨고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릅니다.]전 대륙에 울린 알림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일단 유저들은 가이아 대륙이 무엇을 요구했는지 일체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협정을 깨고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상황.
가이아 대륙의 수준을 알고 있는 유저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가이아 대륙이랑 우리 대륙이랑 싸우면 누가 이김?] [가이아 대륙 압승. 제우스 레벨 1,600대인가 그럼.] [포세이돈도 1,500대는 될걸?] [절대신들 레벨이 이제 막 1,000대 되고 있는데…….] [야, 거긴 병사들도 레벨 700대야. 우린 480대이고.] [오, 새로운 에피소드는 ‘멸망전’인가.] [솔직히 우리 대륙인들이 가이아 대륙 가서 많이 나대긴 했지…….] [ㅇㅈ…… 루브앙 제국이랑 천외제국은 전쟁준비 중이려나?]위기에 몰린 자들은 당연하게도 높은 자를 찾게 마련이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천외제국이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먹는 자들의 기둥과 군신이 된 민혁의 행보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는 무엇을 하는가란 의문 사이에서, 그를 목격한 누군가 스크린샷과 함께 글을 올렸다.
[(스크린샷.)] [민혁이 김장철이라고 김장하는데……?] [……?]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크린샷에는 천외제국 성벽 위에서 목욕탕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김장하고 있는 민혁이 있었다.
[아…… 지금 김장철이지?] [어. 응. 김장철임……. 딱 겨울 넘어가는 대목이긴 한데……. 옆에 솥에선 보쌈 삶나 본데. 먹을 줄 아네…….] […….] […….]커뮤니티 이들은 말문을 잃었다.
그 시각.
세계 지부장들이 한국지부 회의실에 모였다.
각국의 지부장들이 배를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김장이라니, 말이 됩니까?”
“‘서대륙 방어전’ 에피소드가 발발할지도 모르는데요?”
“어이가 없습니다. 뭐 저딴 작자가 먹는 자들의 기둥입니까. 심지어 서대륙의 운명이 본인에게 달렸는데요!”
세계 지부장들이 모인 이유는 화목을 다지기 위함이다.
가이아 대륙과 서대륙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그러나 민혁과 제우스의 충돌이 이를 1년 이상 앞당겼다.
생각보다 긴급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작 유저 지존이란 자는 ‘김장철’이기에 김장을 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들끓으며 비난할 이유가 충분하다.
더불어 일본 지부장 이토가 박 팀장과 강태훈을 비웃게 만들기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이 자리의 이유 중 하나는 각 세계 지부장들이 계속 박 팀장과 일본 지부장이 충돌하자 화해를 하라며 만든 것이기도 했다.
화해는 개뿔.
반한 감정을 가진 이토는 옳다구나 하며 껄껄 웃었고 다른 세계 지부장들도 민혁의 이 멍청한 행동을 지적했다.
“박 팀장. 말 좀 해보시게. 이것이 그대들이 인정하는 기둥이고 군신인가?”
“단면만 보지 말고 양면 좀 보십시오.”
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 헛소리냐는 듯.
“가이아 대륙이 요구한 요리는 어떠한 것을 충족해야 합니까?”
첫 번째. 매일 먹을 수 있는 것.
두 번째. 수백 가지 요리로 변형시킬 수 있는 것.
세 번째. 기존의 메인재료가 아닌 타 재료를 이용해도 요리할 수 있어야 할 것.
그런 재료나 요리는, 밀이나 벼와 같은 것들뿐이다.
그런데 김치가 무슨 상관인가?
“지금 본인의 나라 음식이라고 그딴 말을 하는가?”
이토가 황당하단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먹을 수 있는 거라지 않는가.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 일본인들은 회를 매일 먹는 줄 아나!?”
이토가 눈을 부라렸다.
“자넨 김치를 매일 먹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럼 인도인들은 매일 카레만 먹고 베트남 사람들은 쌀국수만 먹나? 억지를 부려도 적당히 부려야지!”
“……?”
“……?”
그 말을 들은 강태훈과 박 팀장이 눈을 끔뻑였다.
박 팀장이 답했다.
“네…… 매일 먹습니다…….”
“?”
박 팀장이 강태훈에게 물었다.
“대표님. 오늘 아침 뭐 드셨습니까.”
“김치찌개에. 배추김치, 열무김치를 먹었네.”
“……?”
모든 지부장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고.
“전 오늘 아침에 김치 볶음밥에 김치 얹어 먹었습니다만.”
“……?”
박 팀장이 벨을 눌렀다.
어떤 여인이 들어왔다.
이민화 대리다.
“이민화 대리, 어제저녁에 라면 먹었댔지? 라면이랑 뭐랑 같이 먹었나?”
“라면엔 김치죠.”
이번엔 회의실 바깥의 직원들 몇몇을 불러 먹었다.
“오늘 아침 뭐 먹었나?”
“고등어 김치찜이요.”
“콩나물 김칫국이요.”
“먹을 게 마땅치 않아서 밥에 김치만 먹었습니다.”
“볶음김치에 밥 비벼 먹었어요.”
“꽁치 김치찌개요.”
“두부김치요.”
“……?”
“……?”
박 팀장이 구내식당 아주머니를 호출했다.
“아주머니, 오늘 점심 뭐 나와요?”
“돼지고기 김치찜!”
“……?”
박 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오늘 저녁 뭐 드실 거예요?”
스피커폰 너머 박 팀장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오늘 저녁에 참치 김치찌개 먹을 거야.]이토 지부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황한 그가 목에 핏대를 세워 소리쳤다.
“하, 한국엔 김치만 담는 김치 냉장고도 있다고 하지!? 차라리 그게 더 신빙성 있겠구만!!!”
“……?”
“……?”
박 팀장과 강태훈이 눈을 끔뻑였다.
“있는데요…….”
“있다네…….”
“……!”
“……!”
“……!”
지부장들이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