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8
밥만 먹고 레벨업 1309화
[누군가 가이아 대륙이 내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가이아 대륙과 서대륙이 잠시나마 평화협정을 유지합니다.]모든 올림푸스 십이신이 김치로 요리된 여러 음식들을 먹었다.
그들은 알싸하고 깊은 맛에 감탄했고, 헤파이스토스와 한 올림푸스 신의 맹세가 있었기에 그 음식을 부정하지 못했다.
‘내 밭과 아레스의 밭을 일주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라.’
그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가 먹는 자들의 기둥이었기에 이런 보상을 설정하긴 했지만, 자신들의 밭에 있는 재료들은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손재주가 높은 이도 쉽사리 수확하지 못한다.
쉽게 수확 가능한 자는 데메테르나 그 밭의 주인뿐이다.
농경의 신 데메테르는 뛰어나다.
사실상 가이아 대륙의 무수히 많은 요리재료들은 그녀로부터 비롯된다.
가축도 그녀로 인해 사료를 먹일 수 있었고, 그들을 도축하는 인간들도 그녀가 이 땅에 내린 곡식을 먹으며 배를 불린다.
그만큼 데메테르는 이 가이아 대륙에서 중요한 존재다.
그런 데메테르를 보며 제우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떠나겠습니다.”
데메테르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올림푸스는 데메테르를 속였다.
가이아 대륙을 피폐하게 만드는 서대륙인들에게 합당한 것을 요구하라는 말로 데메테르를 보냈던 제우스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오로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보낸 거다.
또 헤파이스토스가 왔을 때 자신조차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모든 신들이 헤파이스토스를 비웃고 조롱했다.
반대로 자신이 다녀왔던 천외제국은 어떻던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했다.
“너도 천외제국으로 가겠다는 거냐?”
데메테르는 제우스와 함께 크로노스에게서 태어난 자매다.
데메테르가 고개를 저었다.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자 함도 있었다.
“네가 그토록 아끼던 인간들은.”
데메테르는 제우스가 일순 역겨워졌다.
자신은 그에 대해 하나도 걱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걱정 어린 목소리를 뱉어낸다.
“제가 없어도 제 자애는 유지될 겁니다.”
제우스는 그녀의 확고함을 알았다.
헤라클, 헤파이스토스에 이어 데메테르까지.
“납치의 신인가.”
“예?”
중얼거린 제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데메테르는 천외제국에 가겠다고는 안 했으나 그럴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다른 신이었다면 제우스는 분노하여 벼락부터 떨어트렸을 거다.
그러나 데메테르는 그의 자매였고, 결정적으로 제우스는 그녀를 너무도 아꼈다.
그러나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났다.
“곧 먹는 자들의 기둥이 나와 아레스의 밭으로 향할 거다.”
약속된 거다.
민혁이 무사히 퀘스트를 해내면, 일주일간 아레스와 자신의 밭의 모든 것을 이용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정작 데메테르는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여인이다.
‘쉽게 캘 수 없어.’
제우스가 웃음 지었다.
“제우스의 재료와 아레스의 재료. 그리고 하데스의 재료를 얻는다면 승인하겠다.”
“……!?”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올림푸스 십이신들의 밭마다 상징적인 재료가 존재한다.
그 상징적인 재료들은 해당 신의 이름이 붙는다.
문제는 그 ‘재료’를 캐기 위해 주변에 있는 재료를 40% 이상 캐내야 한다는 거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그 재료는 캐는 것 자체가 어렵다.’
농경의 신인 자신도 그 재료를 캘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해당 밭의 신들의 승인을 얻는 거다.
그들이 허락하면 그 재료를 바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제우스는 그럴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고, 아레스는 민혁에게 호되게 당해 당장에라도 그를 죽이고 싶어 안달 난 신이다.
그리고 하데스는?
‘하데스의 재료는 올림푸스 신들의 재료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수확이 더 힘든 편이다.
그렇다는 건 하데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하데스는 명계의 주인이고, 데메테르, 제우스와 함께 자매 관계다.
또 원래 하데스는 올림푸스 십이신 중 하나는 아니지만, 헤파이스토스의 공석에 의해 그 자리를 채웠다.
‘하데스와 연을 맺을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렇다는 건 그 재료를 직접 수확해야 한다는 건데,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어찌 그런…….”
데메테르는 헤파이스토스 때도 지금도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제우스에게 환멸감마저 느꼈다.
그리고 그의 고집을 알았기에 그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그나마 유리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했다.
“제가 간접적으로나마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수락하겠다. 그러나 허락된 범위 안에서다.”
한숨 쉰 데메테르가 걸음을 옮겼고 뒤에서 제우스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기둥은 한 분야를 지탱하는 중심이다.
기둥은 도태되어선 안 되고 선도자가 됨으로써 다른 이들의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둥 퀘스트: 요리의 선도자.]등급: 기둥
제한: 먹는 자들의 기둥.
보상: 조리도구 선택 시 기둥의 아티팩트로 진화.
실패 시 페널티: 기둥의 자격을 의심받고 다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음.
설명: 먹는 자들의 기둥은 먹는 자들과 요리하는 자들을 지탱하는 자다.
당신은 기둥의 요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기둥의 요리를 넘어서는 또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라.
민혁이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발한 퀘스트다.
민혁은 기둥의 요리 세 개를 분명히 만들어냈다.
하지만 팩트를 알고 있다.
‘기둥의 재료로 요리했으니 기둥의 요리가 나왔겠지.’
물론 기둥의 재료로 했어도, 확률에 따라 신등급 혹은 그 이하까지 나올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재료의 덕택을 많이 봤다.
‘내가 가진 조리도구 선택 시 기둥의 아티팩트로 진화가 가능하다라.’
민혁이 가진 유일한 기둥 아티팩트는 로카더의 목장갑이다.
그 효과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민혁은 이미 이 퀘스트를 완료한다면 지정할 아티팩트를 선택했다.
‘헤파스의 전설의 프라이팬.’
민혁은 초창기 시절 프라이팬 살인마로 불렸다.
프라이팬 하나로 많은 이들의 ‘뚝배기(?)’를 깼으며, 많은 마법과 공격을 차단했다.
하지만 수준이 급격히 높아진 민혁에게 헤파스의 프라이팬은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아티팩트다.
그러나 기둥이 됨으로써 진화한다면 달라진다.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과거에도 굉장한 힘을 발했던 프라이팬이다.
더불어 요리와 관련된 다양한 효과들이 붙을 테니, 민혁에게 더할 나위 없이 최고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기둥의 재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육해공에 속하는 모든 재료를 자신이 먹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 대체재가 가이아 대륙에 분명히 존재할 거다.’
민혁은 확신했고 그 확신을 데메테르가 채워줬다.
올림푸스 신들의 이름을 딴 재료가 있다.
민혁은 총 세 개의 밭에 갈 수 있게 되었고, 그중 제일 먼저 하데스의 밭에 왔다.
하데스의 밭에 온 민혁은 우중충하게 검은 꽃봉오리를 발견했다.
꽃봉오리에 손을 뻗자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하데스의 재료)
재료등급: 올림푸스신.
특수능력:
⦁모든 스텟 3% 상승.
⦁암속성 저항력 22% 상승.
⦁암속성과 관련된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및 방어력 10% 상승.
⦁여러 올림푸스 신급 재료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킴.
⦁여러 올림푸스 신급 재료와 합쳐 요리할 때 위험도 하락.
⦁신등급 재료들과 비교했을 시 요리하는 것이 훨씬 더 까다롭다.
⦁꽃봉오리에서 내장류의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설명: 가이아 대륙의 기둥급 재료라 볼 수 있다. 각 올림푸스 신의 밭마다 그들을 대표하는 재료가 주로 자라난다.
‘유레카.’
민혁은 희열했다. 떡하니 적혀 있다.
가이아 대륙의 기둥급이라고.
설명처럼이다. 하데스의 밭의 것들은 소나 돼지, 닭의 부속이 주를 이루는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데스의 재료를 품은 꽃봉오리보다 훨씬 작은 꽃봉오리들이 있었는데, ‘검은 밭의 염통’, ‘검은 밭의 곱창’, ‘검은 밭의 막창’과 같이 널려 있다.
심지어 그것 하나를 확인해 보니.
‘암속성 저항력 2% 상승. 체력 1, 민첩 1 상승.’
“……?”
미친 수준을 넘어섰다.
더불어 민혁이 더 경악한 건 바로 이것에 있다.
‘여러 올림푸스 신급 재료와 합쳐질 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높은 등급의 재료들끼린 섞이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감히 섞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
높은 등급 재료 하나를 요리하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에 떡하니 적혀 있다.
여러 요리 올림푸스 신급 재료를 요리할 시 위험도가 하락한다.
즉 여러 재료로부터 받게 되는 위험도가 꽤 낮아진다는 거다.
물론 하나를 요리할 때보다 훨씬 위험할 테지만, 이게 어딘가.
그러다 뭔가 생각난 민혁이 데메테르에게 물었다.
“제우스의 재료와 아레스의 재료는 무엇을 대표하지?”
“제우스와 아레스는 둘 모두 해산물을 대표합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주재료’가 되는 요리들이 한꺼번에 섞이면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과유불급.
너무 과하면 좋지 않다.
만약 세 재료를 모두 얻었을 때를 가정해 본다.
부속물과 해산물류가 어울릴 법한 걸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민혁의 입에 갑자기 침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번뜩하고 생각난 요리가 있었다.
‘부속물’로 곱창을 넣고.
해산물 하나로 새우를 넣으며.
또 해산물 하나로 낙지를 넣는다.
우리는 이것을 ‘낙곱새’라 부른다.
‘미쳤다…….’
기둥급 재료 세 개로 만들어내는 낙곱새의 맛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러나 좋아하긴 이르다.
데메테르가 말했다.
“하데스는 절대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신입니다. 사실상 이 재료는 절대 캐는 게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민혁은 재료를 잡고 뿌리째 뽑으려 시도했다.
[손재주가 높다 할지라도, 혹은 주변의 다른 재료 수확률이 50% 이상을 넘어도 하데스의 승인 없이 절대 수확할 수 없습니다.]하데스의 승인 없인 절대 손대지 못하는 재료다.
제우스의 노림수.
데메테르가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하데스가 누군가와 연을 쌓을 리 없습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흠. 쉬울 거 같은데.”
“예?”
데메테르는 민혁이 그를 모르기에 하는 말이라고 여겼다.
수천 년 동안 그는 혼자였고, 그 누군가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제우스가 괜히 하데스의 밭을 운운한 건 아니다.
민혁이 말했다.
“아, 나 말고 내 친구 한 명 보냈거든.”
“?”
데메테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하데스는 수천 년 동안 누군가와도 연을 쌓지 않았다.
그의 명계에선 악취가 진동했고 삭막함이 내려앉아 있다.
그런 하데스는 누군가 스틱스 강을 넘어오고 있음을 알았다.
제우스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민혁이란 기둥이 방문할 거라고.
제우스는 ‘그를 잡아다 명계 한편에 영원히 박아두었으면 좋겠다’란 말을 했지만, 하데스가 남의 말을 들을 이는 아니다.
그저 겁을 준 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이윽고, 스틱스 강에 띄워졌던 배가 멈춰 서고 누군가 도착했다.
“……?”
도착한 이가 자신을 바라봤고 자신도 그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뭐지, 이 기분은.’
자신과 같이 우중충한 느낌이 드는 사내는 자신과 빼다 박았다.
우울한 분위기는 자신을 앞설 정도로 높았다.
이상한 일이다.
그가 먼저 어색하게 손인사를 했고 자신도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친밀감에 손을 흔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차를 한잔 대접하고 있었다.
차 한잔하며 이야기 나눴다.
“그대는 누구지?”
“삶과 죽음의 기둥. 루이스.”
“난 명계의 주인 하데스일세.”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처럼 서로가 너무 익숙하고 편할 뿐이었다.
몇 시간 후.
제우스가 구름 사이로 명계를 내려다봤다.
제우스는 민혁이란 자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보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영혼이 소멸되었을 수도 있겠군.’
예정되지 않은 자가 그곳에 걸음한 것은 죽음과 같다.
하데스는 결코 친절한 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곧 명계를 들여다본 제우스는 말문을 잃었다.
“……?”
두 사람이 체스를 두고 있었다.
하데스가 졌다.
손님이 낫으로 머리를 찍었다. 하데스가 ‘하하하하!’ 웃으며 머리에서 피를 흘리더니 재생시켰다.
이번엔 손님이 졌다.
하데스가 손목 때리기(?) 하듯 손목을 잘라 버렸다.
손님이 잘린 손목을 보며 ‘하하하하!’ 웃더니 다시 끼익끼익 붙였다.
“……?”
두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지네갈비탕이네, 더 드시게.”
“하하하하하! 배부르다니까. 자네도 거대개미 똥탕 좀 더 드시게.”
“하하하하, 나도 배부른데!”
“……?”
둘을 보며 제우스는 말문을 잃었고 손님이 말했다.
“민혁이란 친구가 재료 좀 얻을 수 있게 승인해 줄 수 있겠나?”
하데스가 너그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하하, 그럼 자네 영혼을 내게 10년만 팔게나!”
“하하하하하하, 9년만 파는 건 안 되겠나? 얻다 쓰려고?”
“하하하하하, 이 지옥에 가둬놓고 고문해 보려고!”
“하하하하하, 이 친구 농담도!”
“하하하하하핫! 농담 아닌데!?”
“……?”
두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자네 친구는 내 친구이기도 하지.”
[민혁이 하데스의 재료 얻는 것을 승인합니다.]“……?”
하데스가 재료 얻는 걸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