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16
밥만 먹고 레벨업 1317화
레전드 길드이던 시절 아스갈은 가장 뛰어난 딜러였다.
공격력은 일반 길드원들의 1.5배일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갈수록 그녀의 입지는 좁아져 갔다.
민혁이 영입하는 강한 NPC들과 유저들 때문이다.
물론 반신 아수라로 각성했으나, 다른 천재들에 의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리고 6개월간의 정체로 인해 다른 하이랭커들과 레벨이 10 이상 격차가 벌어져 버렸다.
인간은 누구나 도태되면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아스갈도 두려웠다. 계속 도태되어 가는 자신이.
그런데 민혁이 요리를 해주겠단다.
사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가장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내는 민혁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보잘것없는 자존심과 오기가 그녀를 그러지 못하게 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벤더와 관종들의 퀘스트를 받으며 깨달았다.
그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인간이 인간의 도움을 받는 건 당연시한 거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
그 누구보다 강해져서.
“네가 악신?”
“난 아수라.”
악신도 아수라의 이름은 알고 있다.
지옥의 살인귀.
비록 악신처럼 많은 자들을 살해한 것은 아니나 자신과 본질이 달랐다.
악신은 요리에 의해 이성을 잃었고 거대한 분노로 인류를 살해했다.
그러나 살인귀는 다르다.
그저 살인(殺人)을 즐기는 자다.
하늘로 떠올랐던 피 중 일부가 아스갈에게 빨려 들어온다.
[피의 지배자.] [피를 흡수한 당신이 3% 강해집니다.]달리기 시작한 아스갈에게 끊임없이 피가 빨려 들어온다.
[피를 흡수한 당신이 2% 강해집니다.] [피를 흡수한 당신이 4% 강해집니다.] [피를 흡수한 당신이 4% 강해집니다.]전장에 있는 피는 아수라의 원천이다.
그것도 무한하다시피 한 피는 그녀를 상식 이상의 존재로 만들어낸다.
그녀의 명에 응한 핏방울들이 악신 인근에 떨어졌다.
쿠콰콰콰콰코콰콰콰콱-!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핏방울에 악신이 수백 개의 실드를 형성해 방어했다.
그 틈에 이미 아스갈은 악신의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총 69% 강해집니다.]수화아아아아아아악-!
두 자루의 대검에 하늘에서 떨어진 피가 스며든다.
[발동하는 스킬이 55% 뛰어나집니다.] [살인귀의 난도질.]아수라의 대검이 악신의 실드를 깨부순다.
상식을 벗어난 힘에 악신이 다급히 악신의 서를 사용하려 하나, 늦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피들이 악신의 서를 적셨다.
[일시적으로 악신의 서의 사용이 통제됩니다.]악신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던 아수라는 이 정도까지 강하진 않다.
‘이 여인이 강한가?’
아니면 이 피들 때문인가?
둘 모두다.
살인귀의 난도질이 악신의 몸을 갈가리 찢었다.
[크흐으으으읍!]이윽고 뒤로 물러난 그녀의 손가락 끝을 따라, 허공에 떠올랐던 핏방울들이 일제히 송곳처럼 변화하여 악신에게 쏘아졌다.
푸푸푸푸푸푸푸, 푸푸푸푹-
끊임없이 악신이 꿰뚫린다. 그 속에서, 악신의 서 사용제한이 해지된다.
[악신의 창.]검은 기류가 맹렬히 회전하는 악신의 창이 그대로 아스갈의 심장을 꿰뚫는다.
심장 부근이 크게 파여 누군가 파낸 듯하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예상했으나.
화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떨어진 피가 그녀의 심장에 떨어진 순간,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었다.
“나는 피의 주인 아수라. 쉽게 죽지 않는다. 악신.”
아수라가 웃음 지었다.
“역시 방어력이 높구나.”
[……?]“충분히 버틸 수 있겠어, 더 오래, 더 많이 버텨다오. 너 같은 ‘신화’가 우리의 샌드백이 되어줄수록 우린 더욱 빛나니까.”
무슨 소리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은 적일진대 자신보고 더 오래 버티라니?
아스갈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씰룩였다.
‘이런 거였구나.’
[히든 퀘스트: 벤더와 관종들의 신입멤버 영입 완료.] [당신은 이제 벤더와 관종들의 일원 중 한 명입니다.]들리진 않지만 들리는 듯하다.
전 세계의 환호가.
실제로 전 세계의 해설자들은 흥분하여 소리치고 있었다.
[악신은 인류가 가장 두려워한 존재입니다.] [그런 악신을 아스갈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환호하는군요!]짜릿하다.
황홀의 숨이 자신도 모르게 흩어져 나온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모조리 타오르는 핏방울들이 보였다.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다만.]모든 핏방울이 소멸되어 사라졌다.
어느덧 악신이 그녀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어엉-
[HP가 2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단숨에 많은 HP양을 빼앗긴 아스갈이 추락한다.
추락하는 그녀의 심장을 또 한 번 터뜨리려 할 때.
[발렌티노의 벽.]거대한 벽이 허공에서 생성되며 그를 막아섰다.
“네가 악신?”
[……?]뭐지 데자뷰인가.
악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방패의 신.”
본래 발렌티노는 전대 방패의 신 벤티노의 벽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힘을 개방함으로써 스스로의 벽을 갖추게 되었다.
“감히 천외제국 사람들을 죽여?”
뭔 소리지?
[난 아직 한 명도…….]“이제 죽일 거잖아.”
그건 맞다.
[너희 왜 한 놈씩 나타…….]말을 끝맺기 전이었다. 만리장성처럼 기다랗게 하늘을 채우던 발렌티노의 벽이 둥글게 말리기 시작했다.
발렌티노의 말린 벽 안엔 악신이 갇혀 있었다.
발렌티노는 방패의 신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뛰어난 방패를 부린다 알려진다.
탱커의 신.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한계는 있다.
탱커이기만 하다.
막아내기만 할 수 있다.
그것이 그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콜로세움처럼 원의 형태가 된 발렌티노의 벽 안에 갇힌 악신은 모든 스킬이 벽을 뚫지 못하는 걸 알았다.
동시에 발렌티노의 등 뒤에서 솟구친 수십 개의 방패가 내벽과 충돌했다.
[이런 멍청한……! 자신이 소환해 놓고 벽을…….]벽에 직격한 방패들이 튕겨 나가며 가속한다.
[……!?]가속한 방패가 사방팔방 벽과 맞닿으며 처음보다 그 속도가 5배가량 증가했다.
탱탱탱탱탱탱탱-!
수십 개의 방패가 발렌티노의 둥근 벽 안에서 그 속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윽고.
열배 빨라진 그 사각방패 하나가 악신의 가슴팍을 때렸다.
퍼지이이이이익-!
[크학!]이윽고 둥근 방패가 놈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태애애애애앵-
이번엔 옆구리다.
콰지이이익!
[크학!?]악신은 강하다. 그러나 아스갈은 각성했고, 피의 도움으로 놈을 압도했다.
발렌티노의 경우도 비슷하나 다르다.
피는 없으나 ‘필살기’로 잠깐 압도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힘은 때론 수백 레벨을 초월하는 법.
탱탱탱탱탱, 태래애태애태탱-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악신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된다.
퍼서어어어어어억-
방패들을 깨부순 악신에게서 뻗어 나간 전류의 창이 그 단단한 발렌티노를 한 수에 꿰뚫었다.
이윽고 수차례 더 꿰뚫으며 HP를 20% 미만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악신은 눈을 끔뻑였다.
[야…….]“네가 악신?”
[니네 왜 계속 따로 나오는데…….]“난 바다의 신.”
[왜 나와서 궁극기만 펼치고……!]하늘이 출렁인다.
바다처럼 출렁이는 하늘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대해적 고르피도.
사실상 천외제국에서 가장 정체되어 있던 NPC이다.
그런 고르피도가 명했다.
“휩쓸어라.”
하늘의 파도가 악신을 끌어 올린다.
끌어 올려진 악신이 하늘의 바다에 삼켜진다.
격랑 하는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놈의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피가 솟구친다.
붉게 물든 하늘의 피바다를 바라보며 고르피도가 웃는 순간.
피이이이이이잉-
[이놈들……!]악신이 크게 분노했다.
자신이 진짜 샌드백이라도 된 기분이다.
순차적으로 나오며 궁극기를 퍼부어댄다.
살기 어린 그가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악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보여…….]“네가 악신?”
[아…….]“난 여제.”
악신이 말문을 잃었다.
그의 HP는 끊임없이 하락했다.
그리고 다시 회복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샌드백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여제 지니가 휘두른 채찍이 세상을 갈랐다.
쩌어어어어어억-!
악신이 망연한 표정 그대로 분리되었다. 그 육체가 다시 붙으며 회복했다.
또다시 반복된다. 여제의 심장을 꿰뚫었다.
추락하는 여제를 죽이려 하자 또 누군가 나타났다.
“네가 악신?”
[응.]“난 대악마.”
[응. 빨리해.]“대악마 가르기.”
쿠화아아아아아아악-
온 세상이 잠시 마기에 잠식된다. 8m 길이로 길어진 대악마의 검이 또 한 번 악신을 두 쪽 냈다.
대악마는 쉽사리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매한가지다.
역시 악신의 공격에 의해 날아갔고.
“네가 악신?”
[응.]“네가 악신?”
[그렇다고.]“네가 악신!?”
[맞아.]악신은 계속 두들겨 맞았다.
새삼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곳에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자신의 회복력이 원망스럽긴 처음이었다.
그들은 이제 꽤 많은 HP를 깎아냈다. 회복력이 데미지를 쫓아가지 못한 거다.
그리고 곧, 악신은 희열했다.
드디어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악신은 드디어 깨달았다.
이제 나올 새끼들은 다 나온 거다.
그때.
[수호신의 족쇄.]거대한 빛의 족쇄가 HP양이 크게 하락한 악신을 채웠다.
악신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수호신을 올려다봤다.
수호신 오블렌은 그가 모르는 힘이 존재하는바.
천외제국이 위험에 빠졌다 시스템이 판단할 때 거대한 힘을 발동할 수 있는 것.
특히나 HP가 하락한 악신을 잡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땅에 추락한 악신은 어이가 없었다.
[본체.] […….] [나 억울하다.] […….] [나 아무도 못 죽였어.] […….] [맞기만 했다.] […….]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오블렌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X신…….] […….]* * *
지옥의 무저갱.
크로노스의 팔이 균열이 일어난 바닥을 뚫고 완전히 빠져나왔다.
팔을 빼내는 데 성공한 그가 곧 몸을 완전히 꺼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완전히 헤집고 나온 크로노스가 다시 밑쪽으로 빠르게 내려서기 시작했다.
위쪽은 지옥이다.
괜히 지옥과 얽혀서 좋을 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밑을 향해 밖으로 빠져나온 크로노스가 간만에 마시는 산뜻한 공기를 취한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쪽인가?”
자신이 보낸 악신의 힘이 느껴지는 곳.
그곳을 따라 크로노스가 빠르게 움직였다.
* * *
속박된 악신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오블렌은 놈을 죽이면 자신 또한 죽는다고 한다.
오블렌은 그를 다시 지옥의 무저갱의 무덤에 가두는 게 해답이라고 했다.
[칭호 100개의 신등급을 해낸 자를 획득합니다.]100개째.
드디어 그를 끝낸 민혁이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의 영향도가 20%에 도달합니다.] [영향도 순위 2위를 달성합니다.]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올림푸스의 세 개의 재료를 이용해 낙곱새 요리를 해야 한다.
막 요리를 시작하기 전, 알림이 들려왔다.
[세개의 올림푸스급 재료로 요리를 시도할 시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출 시 당신은 강제 로그아웃 당할 것입니다.]민혁이 드디어 요리를 시작한다.
‘신등급도 아닌 기둥급 재료 세 개를 동시에 요리하는 것.’
이것을 해내면 자신은 기둥의 프라이팬을 가질 수 있으며 완전한 한계를 넘어선다.
요리를 시작하려 한다.
그런 민혁의 시야에 속박된 악신의 옷깃을 잡고 지옥의 무저갱으로 워프하려는 수호신 오블렌이 보였다.
[다녀오마. 요리하고 있어라.]작은 미소를 지은 오블렌이 빛이 되려 했다.
그때.
퍼서어어억-
워프하려던 오블렌의 팔이 날아갔다.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수호신의 시선이 거대한 신과 마주했다.
[경고.] [경고.] [크노로스의 출현!] [시간의 지배자 크로노스 Lv 1,517.]천으로 이루어진 바지를 입고 상체가 훤히 드러난 근육질의 신은, 오만한 미소로 오블렌을 바라봤다.
팔이 날아간 수호신 오블렌의 몸을 그의 펼쳐진 손날이 수차례 휘저었다.
퍼서서서서서석-
온몸이 찢기며 피가 솟구친다.
[수호신 오블렌의 HP가 1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경고.] [수호신 오블렌이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다.]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오블렌의 동공이 격하게 떨렸다.
수호신도 죽는다.
그도 결국 한낱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다.
아득해지는 시야 속, 수호신 오블렌이 무릎 꿇었다.
털썩-
그의 시선이 민혁에게 닿았다.
[…….]“……!?”
불과 몇 초 사이에 벌어진 일에 민혁이 반응하지 못했다.
아니, 반응하여 요리를 그만두고 달려간다 한들 요리 시작 페널티에 의해 곧바로 사망한다.
“오블레에에에에에에엔!”
민혁이 소리쳤다.
무릎 꿇은 수호신의 목을 향해 크로노스란 신의 손날이 움직인다.
그때.
그 휘둘러지는 손날을 하나의 검 끝이 멈춰 세웠다.
왼팔은 뒷짐 지고 오른팔로 가볍게 뻗은 검 끝으로 손날을 멈춘 사내가 크로노스와 눈을 맞췄다.
크로노스의 체구는 3m 높이에 이른다.
사내가 그를 올려다봤다.
[초월자의 정점에 선 자여.]사내가 살기를 피웠다.
[그대, 죽는다네.]초월자 벤더가 실소를 머금었다.
“죽여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