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5
밥만 먹고 레벨업 1356화
살금살금-
헤르메스가 제우스의 보물창고 안에 숨어들었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잠깐만 쓰고 다시 가져다 놓을 거니까.’
패륜(?)을 저지르는 헤르메스의 눈앞에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밝히고 있는 ‘생명의 촛불’이 보였다.
‘이 생명의 촛불은 정말 귀한 녀석이지.’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가이아 대륙에도 이런 힘을 가진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며, 올림푸스 신들 역시 이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이것의 값어치는 천문학적이다.
헤르메스가 탐욕 어린 눈으로 촛불에 손을 뻗었다.
그때.
[누구냐.]“……?”
헤르메스가 얼어붙고 말았다. 그 모양새가 아버지 지갑을 슬쩍하다 들킨 어린아이 같았다.
막 자신의 보물창고에 들어온 제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너, 너어!]헤르메스는 방랑한다며 몇 년째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었다.
제우스로서는 말썽쟁이 헤르메스를 어찌해야 할지를 모를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다 하다 자신의 보물창고의 것을 훔치려 하는가?
그것도 제우스가 아끼는 물품 중 하나인 촛불을?
헤르메스가 서둘러 촛불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제, 제우스 님.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제우스의 궁극. 천뇌의 창이 작은 보물창고 안에서 일렁인다.
파지지지지지직-
강렬한 스파크를 튀기는 그 힘을 쏘아 보내려 했지만, 설령 제우스라고 해도 다른 이들이 헤르메스를 잡을 수 없던 것처럼 무의미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헤르메스를 보며 제우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어찌, 자식이란 것들이 하나같이…….]아레스는 ‘나 미친놈이에요’라며 반기를 들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무기 부서지고 싶지 않으면 무릎 꿇으라’고 했다.
아테나는 ‘저 가출할 거예요’라며 떠나갔다.
그리고 헤르메스란 놈은 몇 년을 방랑하다 집에 기어들어 와선 물건을 슬쩍하고 날랐다.
제우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한 움큼 잡히는 머리를 보며 제우스의 얼굴이 망연해졌다.
요새 제우스는 탈모를 앓고 있었다.
* * *
헤르메스는 가이아 대륙에서 미친 듯이 도망치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제우스 님 성격이라면, 아레스 님이 갇힌 통곡의 감옥 옆에 나를 나란히 수감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웃었다.
‘제우스 님, 이건 제가 훔친 게 아니라고요. 잠깐 빌린 거죠.’
민혁에게 당한 것이 많은 제우스다.
민혁의 검과 아티팩트를 모조리 털고 천외제국 국고를 비롯한 가신들의 아티팩트마저 싹 다 털어버린다면, 헤르메스를 용서해 줄 거다.
거기에 이 생명의 촛불은 어차피 다시 제우스의 것으로 돌아갈 테니, 자신은 되레 그에게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도 아버지께 인정받는구나!’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민혁의 앞에 그가 나타났다.
“야, 보이냐. 이게 생명의 촛불이란 것이다.”
헤르메스는 기고만장했다.
그럴 수밖에.
세상에! 제우스의 보물을 훔친 것은 서대륙으로 치면 아테네의 보물을 훔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자, 이제 그 검을 내게 줘.”
헤르메스가 흐흐 웃었다.
그러다 아차 했다.
그렇다고 놈과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내기의 마지막 내용 중 하나로는 끝까지 민혁에게 잡히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어 있었으니까.
“와, 너 정말 대단하다.”
민혁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고작 한 달도 안 돼서 천외제국 가신들 아티팩트랑 국고도 털고, 심지어 내 아티팩트들마저 이렇게 뺏어가다니?”
이건 진심이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도둑질이었다.
“크, 크흐, 음흐!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냐? 나도 이번엔 엄청 노오오력 했다구!”
헤르메스도 근 한 달간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자신의 도둑인생(?) 수천 년 동안 이렇게 많이 훔쳐본 적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만한 수고를 거쳤으니 이제 대가를…….
“고생했다. 그리고 잘 쓸게.”
민혁이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헤르메스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왜?
그것을 만든 자는 다름 아닌 헤르메스였다.
아버지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통해 더 뛰어난 무기를 탄생시킬 때, 헤르메스는 자신의 권능으로 그를 돕기 위해 11신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양피지를 만들어낸바.
민혁이 양피지를 찢었다.
[헤르메스의 11신의 양피지를 찢었습니다.] [올림푸스 신들의 도움을 각 1회 받을 수 있습니다.] [신들은 ‘불가능’하거나 ‘말이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부탁을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헤르메스. 내게 잡혀줘.”
“어……?”
“그동안 우리 헤르메스. 참 노오오오력 많이 해서 좋았다. 고생했어~”
“어, 어……?”
“네가 불철주야 자지 않고 훔쳐준 덕분에 내가 얻는 게 많네.”
아니지?
헤르메스는 현실을 부정했다.
민혁과의 내기가 진행되는 시간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불철주야 도둑질만 했던 그다.
거기에 근 1년간 아르도 제국의 것들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훔쳐왔던바.
[이행하셔야 합니다.]무엇보다, 헤르메스의 11신 양피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민혁을 보며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
“아, 안 돼.”
코앞에 다가온 민혁의 손이 그의 어깨에 얹어졌다.
“잡았다.”
[민혁과의 내기에서 패배하셨습니다.] [1년간 도둑질했던 모든 것이 민혁에게 귀속됩니다.] [아르도 제국에서 훔친 모든 것이 민혁에게 귀속됩니다.] [천외제국에서 훔친 모든 것이 민혁에게 귀속됩니다.] [민혁과의 내기에서 빼앗았던 모든 것이 다시 민혁에게 귀속됩니다.] [생명의 촛불이 민혁에게 귀속됩니다.]‘제우스의 생명의 촛불까지……!’
두려움에 헤르메스의 온몸이 벌벌 떨렸다.
제우스의 것을 훔친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빼앗겨 버리기까지 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헤르메스의 신발이 민혁에게 귀속됩니다.] [당신은 민혁이 원할 때 그의 부탁 1회를 이행하여야 할 것입니다.]헤르메스의 신발은 헤르메스를 대표하는 아티팩트 중 하나다.
신기만 해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며, 마법사들의 플라이 마법과 다르게 마력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보통 근접 직업군들이 하늘을 날게 되면 이동속도가 저하되고 행동이 둔해지게 되는데, 헤르메스의 신발은 신는 순간 허공을 지면처럼 밟을 수 있었고, 하늘 위에서 되레 이동속도가 20% 상승하는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 붙어 있는 스킬들까지 합치면 헤르메스의 신발은 올림푸스 신들이 가진 아티팩트들 중에서도 뛰어난 편에 속한다는 거다.
헤르메스가 검지 발가락이 구멍 난 자신의 왼발을 바라봤다.
민혁이 어깨동무했다.
“벌써 그렇게 슬퍼하면 어떻게 해? 아직 받아야 할 죗값이 더 많은데.”
민혁이 악마처럼 속삭였다.
* * *
“폐하아아아!”
콘스티누 황제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랑드가 귀족들과 함께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다.
아랑드가 눈물을 흘리며 침실로 들어섰다.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콘스티누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곯아 있었고, 입술은 퍼석퍼석하게 갈라져 있다.
또 병마로 인해 불과 몇 주 사이에 10㎏ 가까이가 빠진 그가 아랑드 공작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부복하며 오열하는 아랑드.
울음이 끊이지 않는 침소에 퍼지는 소리는 콘스티누 황제가 나쁜 황제가 아니었단 방증이리라.
“믿음직한 자네가 있어 즐거웠네.”
쇠약해진 목소리에 아랑드의 가슴이 더 아려왔다.
성군(聖君) 콘스티누의 만로가 너무도 초라했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한.
또 백성에 의한.
황제는 한낱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몰락하는 제국을 바라보며 눈을 감아야 했다.
가슴이 뜯기듯 아려온다.
그 슬픔 속에서 콘스티누가 말했다.
“헤르메스는…….”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르도 제국 몰락의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헤르메스다.
한낱 작은 도둑이 제국의 모든 것을 훔쳐갔다.
죽기 전 놈을 꼭 잡고 싶었다.
하나, 민혁이 헤르메스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그와의 내기로 천외제국의 것들마저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콘스티누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
변한 것이 있을까 싶어 물었으나 그들의 표정을 통해 읽었다.
실패했구나.
“유언을 남긴다.”
하나 콘스티누는 알고 있었다.
실패했든 실패하지 않았든.
“내가 죽음을 맞이하면 순순히 천외제국 황제에게 순응하라.”
한때 가장 강력했던 국가의 최후에 울음소리가 가득 찼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콘스티누 황제의 최선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때.
“헤르메스를 잡아 왔습니다.”
“……!?”
“……!?”
민혁이, 헤르메스를 속박하여 침실로 들어왔다.
“헤헤…….”
“저, 저 죽일 놈의 새끼……!”
“야 이 도둑놈의 새끼야!”
슬픔을 잠시 뒤로한 채 그에 대한 고성이 오간다.
“어떻게……?”
놀라는 그들을 보며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헤르메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민혁과의 내기로 건 것 중에 ‘콘스티누가 개 패듯이 때려도 가만히 있기’라는 것이 있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황제가 어찌 나를 해할 수 있겠어!?’
“콘스티누 황제. 마음껏 패도 되네.”
민혁의 그 말에도 헤르메스는 속으로 낄낄댔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죽어가던 콘스티누가 벌떡 일어섰다.
“……?”
아니, 방금 전 죽어가던 양반이?
마치 노인이 회춘이라도 한 듯하다.
“내 니 새끼를 팰 날만을 기다려 왔다.”
그 자리에서 회춘(?)한 콘스티누가 헤르메스를 때리기 시작했다.
“억! 악! 윽! 컥! 아니, 무슨 죽기 직전의 양반이 이렇게 강…… 크허어어어억!”
사정없이 헤르메스를 두들겨 팬 콘스티누는 여한 중 하나를 푼 표정이다.
가차 없는 폭행이 끝난 후, 그는 다시 침대에 풀썩 기절하듯 쓰러졌다.
눈탱이 밤탱이가 된 헤르메스를 혀를 쯧 차며 바라보던 민혁이 말했다.
“헤르메스가 훔쳐갔던 아르도 제국의 모든 것을 회수하였다. 이 모든 것을 다시 아르도 제국으로 넘겨줄 것이다.”
“또 그중에 국고를 채운 수백만이 넘었던 플래티넘도, 제국의 보물이라 불리었던 물건도 포함되어 있다.”
아르도 제국에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눈을 감기 전의 콘스티누가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수한 것 중 일부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건만. 아니, 모두 독식할 수도 있건만.’
민혁은 그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기에 했던 선택이 최선의 선택으로 변화한다.
“말했듯, 우리 아르도 제국은 천외제국의 휘하로 들어가야 할 것이며 천외제국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것…… 쿨럭.”
콘스티누가 크게 기침하자 입에서 피가 흘렀다.
이미 자신의 뜻을 모두 전한 그의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눈꺼풀의 깜빡임이 많아지며 서서히 온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콘스티누는 죽는 순간에도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민혁 같은 황제가 아르도를 이끌 것이기에.
이제 아르도 제국이란 이름은 사라질지도 모르나 그 뼈대는 남게 될 거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모든 감각이 닫히기 시작한다.
시각이 먼저 닫혀 어둠이 잠식한다.
촉각이 무뎌지며 마치 몸이 어딘가에 떠 있듯 부유한다.
마지막으로, 청각이 서서히 닫혀간다.
닫혀가는 청각으로, 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콘스티누 황제. 당신이 죽은 후 천외제국이 아르도 제국을 흡수하면, 반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 거야.”
“당장 도끼 눈을 치뜨고 있는 귀족들이 나를 제일 먼저 칠 것이고, 당신의 백성들은 당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평생을 나와 싸우겠다며 항전하겠지.”
“나는 자신이 없어.”
“이 제국 내에서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당신만큼, 이 국가를 온전히 이끌 수 있는 자신이.”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닫혔던 시각이 열린다.
하늘을 부유하는 듯했던 그의 등에 촉감이 느껴진다.
사라졌던 촉감이 돌아온 것.
그의 동공에 비친다.
뜨겁게 타오르는 촛대를 쥔 그가 있었다.
[생명의 촛불이 발동됩니다.] [당신의 온몸을 잠식한 모든 병마를 몰아내기 시작합니다.]콘스티누를 고통스럽게 했던 모든 병마가 씻은 듯 사라져간다.
“그래서 내겐 당신이 필요해.”
콘스티누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한때 최고의 제국을 이끌었던 당신이. 어때, 나와 함께 해보겠나?”
“무엇을?”
그 질문에 민혁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대륙 통합.”
처음 봤을 때 그는, 소국의 왕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최강국의 황제가 되어 있었고 이젠 서대륙 전부를 집어삼키려 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콘스티누는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함께하겠네.”
[콘스티누 황제가 선포합니다.] [아르도 제국이 천외제국 속국이 되어 천외제국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천외제국의 국력이 크게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