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6
밥만 먹고 레벨업 1357화
생명의 촛불은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물품이다.
가이아 대륙과 서대륙을 통틀어서 생명의 촛불만큼의 힘을 가진 물품이 5개가 채 되지 않는다.
아랑드를 비롯한 아르도 제국 귀족들이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다.
‘우리가 아무리 찾으려고 애써봐도 찾을 수 없었다. 또 가이아 대륙의 제우스가 그런 물품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감히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제우스는 전지전능하며 괴팍한 성격을 가진 신으로 알려져 있다.
감히 그 누가, 그 신에게서 생명의 촛불을 얻어올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또 그걸 선뜻 콘스티누 황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겠는가?
콘스티누가 천외제국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을 약속했다.
그 상황에도 천외제국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모든 자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혈색을 되찾고 모든 병마를 이겨낸 콘스티누에게, 민혁은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주려 나서고 있었다.
그 옆엔 포승줄에 꽁꽁 묶인 헤르메스가 입에 재갈을 물고 있었다.
“민혁 님.”
아랑드의 민혁을 부르던 호칭이 바뀌었다.
‘네놈’, ‘당신’이라고 불러대던 아랑드가 어느새 그에게 존칭을 쓰고 있었다.
콘스티누 황제가 영면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던 아르도 제국의 귀족들은 이미 모두 황궁에 몰려온바.
제국 전설과 제국에서 살아가는 대륙신들도 많이 있는 자리였다.
민혁은 알고 있었다.
‘콘스티누 황제를 살렸고 그의 마음을 샀다고 하나 반기를 드는 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날 거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뽑아야만 했다.
“어째서 그 귀한 것을 사용하신 겁니까.”
“잠깐, 잠깐만.”
갑자기 민혁이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혁이 벽에 기대어 지친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군. 콘스티누 황제가 기운을 차려서.”
“서, 설마…….”
“민혁 황제님, 지금 혹시…….”
아랑드를 비롯한 귀족들이 눈을 부릅떴다.
민혁의 입술이 파리해진다. 그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생명의 촛불을 구하기 위해 제우스와 싸운 겁니까?”
민혁은 창밖 너머를 바라보며 그저 작은 웃음만을 지었다.
그의 맑은 눈동자에 제우스와의 전투 당시 치열했던 상황이 투영되는 듯하다.
“읍, 으으읍, 읍읍!”
헤르메스는 개 패듯이 맞고 나오는 순간, 입에 재갈을 물리는 민혁의 행동에 의아했었다.
‘그거 내가 훔친 거야! 그거 민혁이 가져온 거 아니라고!’
갑자기 발버둥 치는 헤르메스를 보며 모든 귀족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주르르륵-
벽에 기댄 민혁이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미, 민혁 황제!”
“싸우다가 바로 오신 겁니까? 하긴! 시간을 지체했으면 폐하께서 돌아가셨을 수도 있었으니!”
아랑드가 몸을 낮춰 민혁과 시선을 맞췄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제우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여가며!”
“쿨럭!”
민혁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토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 없었거든. 내가 이 제국을 얻는다 한들 그대들의 마음을 살 자신이.”
“백성들은 나를 욕할 것이고, 제국 곳곳에선 숨어 있던 많은 자들이 내게 검을 겨누겠지. 비록 지금 콘스티누 황제의 마음을 사긴 했으나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거야.”
사실 민혁의 이 말은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귀족도 포함하는 말이다.
사실이었다.
콘스티누가 살아났다곤 하지만, 여전히 대아르도 제국이 천외제국 휘하에 드는 것을 원치 않는 귀족은 존재했다.
“그것도 있지만, 그대들이 아끼는 황제이지 않은가.”
아랑드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서서히 민혁의 웃음이 흐릿해져 간다.
“그대들이…… 아끼는…….”
아주 천천히, 민혁의 몸이 옆으로 기운다.
“황제…… 이…… 니까…….”
풀썩-
기절해 버린 민혁을 보며 아랑드는 다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 자들이 있다면, 이 자리의 이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옳소!”
“내 그런 놈들이 있다면 직접 목을 칠 것이야!”
기절해 버린 민혁을 보며 아랑드와 귀족들이 소리쳤다.
소리 지르기를 멈춘 헤르메스가 벌레 보듯 민혁을 내려다봤다.
너 뭐 하냐……?
* * *
무수히 많은 제국, 왕국이 루브앙이나 천외제국과 동맹을 맺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도 많다.
그러한 국가들 중 한 부류가 아르도 제국과 동맹을 맺은 자들이다.
아르도 제국이 몰락해감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왕국들은, 사실 얻는 것이 많았기에 그들과 동맹을 유지하는 거다.
사실 그들의 속내는 하나였다.
‘아르도 제국을 우리끼리 나눠 먹자!’
‘몰락한 아르도 제국을 나눠 먹는 건 쉬운 일이지!’
그 발판도 마련해 뒀다.
헤르메스가 아르도 제국 도둑질을 시작하자 제국의 국고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아르도 제국민들이 국가를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자의로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국 더 빠르게 아르도 제국을 몰락시키고 만다.
그에 따라 콘스티누 황제는 동맹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왔다.
주변 왕들의 처음 반응은 이러했다.
-우리의 동맹이 벌써 300년도 넘었습니다!
-그깟 돈 얼마든지 빌려드리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색을 드러냈다.
-우리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이자를 조금 붙였으면 하는데…….
가면 갈수록 헤르메스는 계속 국고를 털어 갔고, 아르도 제국은 더욱 돈을 필요로 했다.
계속하여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오자 교활한 왕들은 아르도 제국으로부터 이자를 올려 배를 채웠다.
그리고 더 이상 아르도 제국이 갚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갚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헤르메스를 잡는 것뿐이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잡을 수 없었고, 그들은 빚더미에 앉은 아르도 제국을 나눠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떤 자가 찬물을 끼얹었다.
바로 민혁이었다.
헤르메스가 잡혔고 콘스티누가 죽지 않았다.
열댓 명에 이르는 탐욕스러운 왕들이 당장 아르도 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천외제국과의 동맹을 무산시키는 일이겠지.”
“어차피 아르도 제국 대다수의 귀족들은 천외제국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을 테니, 어려운 일은 아닐 걸세.”
천외제국과 함께하기로 한 아르도 제국은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다.
하나 아직 충분히 물릴 수 있다.
아르도 제국을 지탱하는 중심들은 천외제국을 끔찍이도 싫어할 테니까.
“헤르메스, 그 새끼가 문제요!”
한 왕이 말했다.
헤르메스는 아르도 제국을 털어먹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동맹국이란 국가의 모든 보물들을 싹 쓸어갔다.
그다음의 것들은 손대지 않았으나 자그마치 국가를 상징하는 상징체였던 바.
물론 그들은 모른다.
헤르메스가 잡혔다만 들었을 뿐.
“아직 아르도 제국은 우리에게 빚진 것이 많으니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있다네.”
“빚쟁이나 다름없는 황제가 감히 우리 말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그때. 아르도 제국으로 향하던 그들의 시선에 막 출구로 나오는 민혁 황제가 있었다.
그 옆에는 헤르메스가 있었다.
“저, 저 헤르메스. X새끼!”
“우리 왕국 보물! 그게 어떤 건데!”
왕들이 눈이 시뻘게져 달려갔다.
* * *
헤르메스는 객관적으로 민혁을 보기로 했다.
‘엄청난 사기꾼질(?)로 도둑의 신인 나를 털어먹고.’
‘엄청난 연기력으로 아르도 제국 모든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론이 빠르게 내려졌다.
재갈이 풀린 헤르메스가 민혁에게 외쳤다.
“형님!”
“?”
“앞으로 형님으로 모실 테니, 제게 사기의 기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사기라니? 난 살면서 그런 걸 쳐본 적이 없단다.”
“……?”
헤르메스는 감탄했다.
자신이 사기를 친 건지도 모르는 이 뻔뻔함!
아무튼 도둑의 신 헤르메스는 사기의 기술이 도둑의 기술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솔직히 싫었다.
‘이런 도둑놈을 데려다 키우면 더 큰 도둑놈만 될 뿐이지.’
그때, 먼 곳에서 눈에 불을 켜고 내달려오는 아르도 제국과 동맹을 맺은 왕들이 보였다.
민혁은 콘스티누 황제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원기를 회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미역국을 푹 고아서 주었다.
식사를 하며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왕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콘스티누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손을 쓰지 못했던 것.
‘그러고 보면…….’
헤르메스가 뭘 하고 다닌 건지 몰라도, 저 왕들의 왕국 보물들이 넘쳐났다.
왕국의 보물은 단순히 뛰어난 물품만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왕국을 대표하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저들은 그 모든 것이 민혁 손에 들어왔음을 모른다.
그러다 민혁이 좋은 생각을 했다.
그는 현재 최대한 많은 왕국을 흡수하면 좋았다.
아르도 제국의 경우 그 제국에 맞는 방식으로 회유한 것이고, 악질적인 왕국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야, 헤르메스. 쟤들이 때리면 얌전히 맞자, 그럼 동생으로 받아주는 거 생각해 볼게. 그리고 보물 내놓으라고 하면 넌 모른다고 시치미 떼.”
“예? 그게 무슨……?”
민혁은 콘스티누를 보며 알았다.
헤르메스에게 ‘미움받는 도둑’ 패시브가 있다는 걸.
이는 페널티적인 패시브 스킬이다.
도둑질을 하여 원망을 사는 것은 당연한데, 그 원망이 생각보다 크게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껏 헤르메스에겐 의미 없는 패시브였다. 잡힌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야기는 달랐다.
“제가 왜 저딴 인간들…….”
그렇게 말하던 때, 헤르메스가 날아오는 발차기를 맞았다.
“커헉!”
이윽고 왕들이 헤르메스를 미친 듯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민혁은 먼지 나게 두들겨 맞는 헤르메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늘이 아름답도다……. 응? 먹구름 꼈네.”
다행히도 헤르메스는 얌전히 맞았다.
“후, 이 도둑놈의 새끼! 빨리 우리 왕국의 보물을 내놓거라!”
“이 빌어먹을 애새끼!”
“애새끼는 아닐 걸세, 한 3천 살쯤 될걸?”
“아무튼! 빨리 내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헤르메스는 민혁과의 우애가(?) 깊었는지, 보물에 대한 행방을 말하지 않았다.
패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자 민혁이 말했다.
“그래도 헤르메스는 올림푸스 신인데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나들?”
“……!?”
“……!?”
민혁이 서둘러 헤르메스를 일으켜 세웠다.
“헤르메스를 내가 지금 잡고 있다곤 하지만, 쉽지 않은 존재야.”
“크흐흠…… 그, 그렇긴 하군.”
“천외제국 황제께서 꼭 놈을 벌하여주십시오. 곧 천외제국에 방문하여 인사 올리겠습니다.”
헤르메스에게 보물을 다시 찾기 위해 추궁하기 위함이리라.
지금 왕들에겐 헤르메스를 족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서둘러 아르도 제국에 가서 콘스티누와 귀족들을 만나야 했다.
“일단 최대한 꽉 잡아두고 있긴 하지.”
왕들이 헤르메스를 노려보곤 후다닥 달려갔다.
그들은 그래도 민혁을 믿고 있었다.
‘민혁 황제가 잡은 헤르메스를 놓칠 리가 없지.’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이 서대륙에서 유명한 강자이니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그들이 안심하며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눈탱이 밤탱이가 된 헤르메스가 길길이 날뛰었다.
“가, 감히 인간 왕들 따위가.”
그 심정도 이해한다.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너의 우애는 확인하였다.”
“정말?”
“헤르메스, 뭐 해?”
“응?”
“너 맞았잖아. 한낱 왕들한테.”
“어, 그게 왜? 형이 맞으라고…….”
“아니지, 헤르메스. 복수해야지. 넌 지금 한낱 인간 왕들한테 맞았고 ‘명분’이 생겼어. 얼레?”
민혁이 그를 속박했던 밧줄을 풀어줬다.
“이런 이런. 헤르메스가 도망쳐 버렸네?
헤르메스는 그 웃음을 보며 깨달았다.
“아, 내가 한낱 인간 왕들한테 맞았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복수를 해야지! 자, 그럼 그 복수는 날 때린 왕들의 왕국의 모든 국고를 털어버리는 거겠지.”
“그렇지, 그렇지. 헤르메스. 너 너무 심하게 맞았다. 털 거면 화끈하게 싹 다 털자.”
“응!”
헤르메스가 신나서 뛰어갔다.
민혁은 저 왕들의 왕국을 삼킬 방법이 생각나,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