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64
밥만 먹고 레벨업 1365화
지옥의 무저갱.
지옥의 무저갱엔 오블렌의 죄와 무덤이 존재했다.
그를 비롯해 가이아 대륙에서도 타르타로스를 이용해 크로노스를 비롯한 많은 신들을 가두었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이자 감옥은 그들만이 이용하는 게 아니다.
어둠이 가득한 지옥의 무저갱으로 환한 빛이 맺혔다.
그 빛은 한없이 성스러운 빛이다.
두 개의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편 존재가 어둡고 습한 무저갱을 내려서고 있다.
금색과 백색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갑옷을 입고 있는 자가 허리춤에 찬 검에는 ‘가브리엘’이라고 낙인되어 있다.
대천사장 가브리엘.
한때 거머쥐었던 이름이다.
그러나 대천사 가브리엘은 선악의 경계에서 만난 민혁에 의해 대천사장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감옥에 수감되었다.
본래 그녀는 아직 석방되지 말아야 함이 맞다.
그러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대천사장 자리에 재임하진 못했으나, 그녀가 다시 천계의 대천사들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오랜만이구나.”
끝없이 내려가던 가브리엘이 멈춰 섰다.
손목, 발목에 쇠사슬이 묶여 늘어져 있는 사내가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을 수감되어 있었으나 상체를 훤히 드러낸 그의 몸은 근육질적이다.
그가 영생을 살아가는 자 중 한 명이란 방증이다.
영생을 사는 자들.
신들의 땅의 신들.
천계의 대천사.
8기둥.
그리고 초월자다.
“신초월자 아나스.”
가브리엘의 고운 목소리가 잠든 그를 깨웠다.
“역겨운 천사 년이군. 이곳엔 무슨 일이지?”
날카로운 눈이 가브리엘을 흩는다.
신초월자 아나스는 누구인가.
헬레냐가 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에 신들의 땅, 천계, 초월자의 마을이 딱 한 번 힘을 규합한 적이 있다.
그는 바로 신초월자 아나스에 의함이다.
신과 초월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나스.
두 거룩한 자들 사이에서 태어나 그의 이름이 ‘신초월자’인가?
아니다. 초월자의 힘도 신으로서의 힘도 모두 초월했기에 불리는 이름이었다.
신, 천사, 초월자들이 규합하고 그를 잡은 이유는 하나였다.
“신살자 아나스를 보러 온 이유가 무엇이겠나?”
신살자.
단순히 한 명의 신을 살해한 게 아니다.
신살자 아나스는 수백 명의 신들을 살해했다.
신과 초월자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잡종으로 불리며 신들의 땅에서 쫓겨난 자.
그에 원한을 품고 강해진 힘으로 신들을 하나하나 죽여 나갔다.
또한 신살자 아나스에겐 ‘신력흡수자’가 존재한다.
죽인 신의 신력을 흡수해 강인해진다.
처음 그는 약한 신들을 살해하고 다녔고 갈수록 강한 신들마저 죽였다.
“날 잡은 새끼 중 하나가 할 말이냐?”
“언제적 일 가지고 그러냐. 그리고 난 뒤에 서 있었다.”
“……?”
아나스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죽이고 싶은 신이라도 있나?”
“아테네.”
“…….”
아나스의 눈이 고요해졌다.
“태초의 신을 죽이겠다? 이 땅의 어미를?”
“정확히는 아테네를 포함한 신들의 땅 전부다.”
“그게 그거지.”
“오랜 시간 아테네를 지켜봐 왔다. 선(善)인 그 자리에 앉아 마치 모두의 주인인 것처럼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지.”
“신들의 땅이 세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우리 천계 또한 세상을 유지할 수 있음이다.”
“네가 아테네를 죽여 세상의 어미가 되고 싶다는 말을 왜 어렵게 해?”
“…….”
가브리엘이 잠시 입을 닫았다.
“네가 대천사니까 너도 아테네처럼 할 수 있다 이거 아니냐?”
그 말이 사실이다.
어쩌면 모든 존재는 가장 전지전능한 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딴 게 가능하리라 보는 거냐? 절대신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봐?”
가브리엘이 웃었다.
“죽음의 신은 삶과 죽음의 주인이 되었고.”
“의지의 신은 노력하는 자란 기둥이 되었으며.”
“수호신이란 자는 악신의 길을 걷는다.”
“또 신들의 땅의 군신은 이방인이다.”
“이방인? 이방인이 뭐지?”
가브리엘이 그에 대해 설명해 줬다.
“그딴 자가 군신이 되었다? 신들의 땅도 끝났군.”
아나스는 가능성을 봤다.
가브리엘이 웃음 지었다.
“물론 세상에 풀려난 네가 허튼짓하지 못하게 꽁꽁 묶어놓을 생각이다. 단, 지상에 내려가서는 뭘 하든 상관치 않으마. 천계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브리엘은 아나스가 어떤 자인지 안다.
당장 자신을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다.
때문에 그 방편을 모두 준비해 둔바.
“천계가 함께하는가?”
“이미 모든 전쟁준비는 끝났다.”
고고한 척하던 천계의 이들도 결국 신들의 땅보다 앞서나가고자 하는바.
“함께하도록 하지.”
찰그락-!
신살자 아나스를 속박하던 쇠사슬이 풀어졌다.
* * *
제우스의 식이요법과 코루에 의한 탈모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늘 저녁은 두부조림입니다. ‘아테네가 아껴 키운 콩’이란 녀석은 분명 탈모에 도움이 되겠죠.”
민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장에서 한 모에 800원 하는 두부를 사 왔다.
[이렇게 귀한 두부를 먹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이건 얼만가.]“250만 플래티넘만 받겠습니다.”
[250만 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코루는 식이요법을 진행한 그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했다.
사실 코루는 마음만 먹으면 30초면 제우스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날 수 있게 할 수 있던바.
일단 그는 되는대로 시켰다.
거세게 떨어지는 폭포수 앞.
훤히 상체를 드러낸 근육질적인 제우스가 떨어지는 폭포수를 머리로 맞았다.
“느껴지십니까!? 머리에 어떤 느낌이 나십니까!?”
코루의 외침에 제우스가 감탄했다.
[따, 따갑네! 따갑고 차갑네! 이것이 바로 머리카락이 나려는 전조인가.]원효대사 해골물 치료법.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라 믿으면 그리 느껴지는 법이다.
‘당연히 따갑고 차갑겠지. 폭포수를 맞는데.’
그날 저녁도 마찬가지다.
“오늘 저녁은 미역국입니다. 이 역시 용왕이 아끼던 미역으로 만든 것이죠.”
[얼마?]“얘는 300만.”
[300만 플래티넘을 획득하셨습니다.]다음 날.
이번엔 제우스에게 한 여인이 찾아왔다.
바로 절대성녀 로이나였다.
“절대성녀에 대해선 알고 계시겠죠?”
[물론!]제우스도 이야기는 들었다.
모든 성녀 중 가장 높은 곳에 선 절대성녀.
당연하게도 그녀의 신성력은 가장 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절대성녀가 제우스 님의 머리에 ‘성녀의 신성력’을 내리치게 할 것입니다.”
제우스는 기대되었다.
그리고 이 황당한 상황에 로이나는 레벨 20짜리 견습 사제들도 배울 수 있는 ‘맑아지는 정신’ 스킬을 발동했다.
[으, 으어어어. 머리가 한결 맑아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일세!]“…….”
절대성녀 로이나가 그런 제우스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착취와 치료가 계속되고 있었다.
* * *
헤르메스는 도둑의 신인 자신을 등쳐먹은 사기꾼의 신에 가까운 민혁에게 그 기술을 배우고자 했다.
일단 민혁은 놈을 천외제국에 들였고, 헤르메스는 그에게 사기꾼의 기술을 전수받을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혁이 말했다.
-제우스에게 사기를 쳐볼 테니, 잘 보고 배워라.
헤르메스가 아는 제우스는 의심이 많은 자다.
그런 그에게 사기를 치겠다?
헤르메스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히 5일이 지난 후 헤르메스는 아버지 제우스를 보며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울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5일간 머리가 자란 것 같은데?]자라긴 개뿔.
헤르메스가 보기엔 한 가닥도 자라지…….
“응?”
어, 진짜 자랐네?
헤르메스는 놀랐다.
진짜로 아주 조금이지만 자라 버린 것이다.
민혁도 잔디처럼 자라난 검은 샤프심 같은 머리카락을 보며 놀랐다.
‘아니, 왜 자라는데……?’
정작 코루도 경악했다.
‘……폭포수 맞고 성녀의 신성력이 깃들어서인가?’
진짜 식이요법이 효과가 있어서였던 건가?
[보이는가? 물론 많이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네!]약 서른 가닥 정도.
짐짓 당황했던 민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다 제 식이요법 때문입니다.”
코루도 시치미를 뗐다.
“제가 자란다고 했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민혁은 원효대사 해골물 치료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헤르메스는 그 모습을 보곤 감탄했다.
그는 민혁이 사용한 재료들과 성녀에게 받은 힘 등을 이용해 제우스로부터 착취한 금액을 알고 있었다.
이제까지 사용된 것들은.
[두부 5모, 검은콩 우유 8팩, 콩자반 한 줌, 잡곡밥 열다섯 공기. 총 소요금액 35,131골드.]그리고 민혁이 착취한 돈은.
[13,178,010플래티넘.]“……?”
헤르메스는 감탄했다.
그리고 치료의 마지막 날이 도래했다.
* * *
제우스는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안대를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이건 왜……?]“아주 보기 끔찍한 광경이 펼쳐질 겁니다. 마지막 치료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예요.”
민혁의 말에 제우스는 그를 의심했다가 아차 했다.
이제껏 그의 식이요법과 치료법을 의심해왔다.
하지만 정작 머리카락은 자라나 있었다.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안대를 차자 한 여인이 나타났다.
뱀의 신 엘리자베스다.
그녀는 자신이 이러려고 뱀의 신 되었나, 자괴감 들어 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곧바로 코루와 민혁이 제우스의 텅 빈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크흐으으으으읍!”
“으으으으으으으으읍!”
동시에 엘리자베스가 시스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먼저 제우스에게 알림이 가지 않게 시스템부터 통제했다.
그다음 그를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게 만들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적-!
“크하아악!”
“커헉!”
제우스는 갑자기 땅이 흔들리자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안대를 벗을 뻔했다.
[자, 자네들 괜찮은가?]“벗으시면 안 됩니다!”
“이런 끔찍한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 그런…….]제우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윽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우드드득, 우득.
엘리자베스가 ‘소음의 통제’를 사용한 것.
소음의 통제는 상대방에게 끔찍한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상대방을 극한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 힘.
우드드드드드드득-
푹, 푸욱, 푸욱
콰르르르르르릉-!
이젠 천지마저 격동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둘이 일부로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대놓고 소리를 질러댔다.
제우스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 순간 클라이막스에 이른 코루가 그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찰싸아아아악-!
짜릿한 고통이 제우스를 감싼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고통만 할까.
이런 민혁을 이제껏 미워하고 시기했던 자신에 대한 회한이 들기 시작했다.
[제우스와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이윽고 코루가 힘을 발동하자 제우스의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쑤쑤수수수수숙-
그는 머리가 삐죽이며 자라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엘리자베스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곧.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주변이 고요해졌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을 안 제우스는 자신의 머리 쪽을 만져봤다.
자신의 반질거리던 머리 부분이 머리카락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서둘러 안대를 벗은 그가, 무릎 꿇고 온몸에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둘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제우스가 안대를 벗기 전 몸에 물을 한가득 뿌린바.
“이제 모든 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돌아가시죠.”
스르르르-
쓰러지려는 민혁을 제우스가 부축했다.
[고맙네. 서대륙의 지존이여.]다시 머리가 길게 자라난 제우스가 다짐했다.
[그대가 나쁜 이가 아니었음을 알았네, 나쁜 자는 나였겠지.]그 순간 알림이 들렸다.
파지지지지지직-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쳐 민혁에게 깃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아프지 않게 했다.
제우스도 살면서 단 한 명의 이에게만 내릴 수 있는 찬사.
[모든 스텟 2.8%가 상승합니다.] [모든 스킬 숙련도가 45% 상승합니다.] [번개속성 공격력이 55% 상승합니다.]제우스가 그를 애증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 약속하네. 자네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어떠한 일이든 한 번쯤 그대를 도와주겠노라고.] [이제부터 그대는 나 제우스와 친구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