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65
밥만 먹고 레벨업 1366화
㈜즐거움 회의실.
유독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스토리팀 팀장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가브리엘이 아테네의 자리를 대신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스토리를 구축하겠습니다.”
그 말에 침묵이 감돌았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자유도가 높은 아테네였기에 발발할 수 있는 에피소드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의 생각처럼 지금 신들의 땅은 불안정하다.
의지의 신은 노력하는 자가 되어 떠났다.
죽음의 신 루이스는 애초부터 신들의 땅과 무관하다시피 했지만, 삶과 죽음의 주인이 되었다.
수호신 오블렌은 악신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역시 민혁이 군신이기에 허점을 볼 수 있던 거겠지.’
민혁이 이방인인 것도 한몫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물론 신들의 땅이 불안정한 상태이기에 이런 일이 생겨났다고는 하지 못한다.
‘대천사장 가브리엘의 야욕이 가장 크지.’
천계는 마계보다 음지에 가깝다.
인간들은 천사를 떠올리면 고귀한 선(善)을 생각하지만 선이라는 것은 애초에 악(惡)과 공존하는 역할일 뿐.
김대일 부장이 물었다.
“만약 태초의 신 아테네가 죽어도 문제없는 겁니까.”
이미 이 자리엔 슈퍼컴퓨터 아테네가 함께하고 있다.
거대한 스크린 속.
슈퍼컴퓨터 아테네가 대답을 대신했다.
[큰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 [단지 아테네의 데이터가 삭제될 뿐.]슈퍼컴퓨터 아테네와 태초의 신 아테네는 동일인물인가?
같기도 하나 다르기도 하다.
[내 안엔 수억 명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또 나는 이 데이터와 가상현실게임 아테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통제한다.]슈퍼컴퓨터는 태초의 신 아테네를 중심으로 세상을 통제하고 관찰하며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변하는 건 딱 하나. 아테네의 데이터가 삭제되고 신들의 땅이 사라질 거라는 것뿐.] [그땐 가브리엘과 천계가 주축이 되어 아테네란 세상이 운영될 거다.]강태훈 사장의 입안이 썼다.
“역시 완벽하군.”
처음부터 이 아테네가 영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아테네가 죽어도 큰 문제가 없게 만들기도 했다.
그랬기에 입안이 썼다.
처음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이 가상현실게임을 만들어 나가며 강태훈은 게임의 이름을 정했다.
-아테네. 이 게임의 이름은 아테네다.
가상현실 게임 아테네가 태초의 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르는 자는 없다.
그런 그녀가 삭제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았다.
한낱 운영진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개입해선 안 된다.
단지 묻는다.
“아테네. 가브리엘이 신들의 땅을 점령하고 아테네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지?”
[가브리엘이 신들의 땅을 점령하고 아테네를 죽일 확률은…….]모두가 집중한다.
한데 슈퍼컴퓨터는 예상외의 대답을 내놨다.
[퍼센트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결론한다.]“……!”
“……!”
슈퍼컴퓨터 아테네는 슈퍼 인공지능이다.
또 그녀의 분석은 수억 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99% 정확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 아테네는 이제껏 자신이 계산했던 것들이 빗나가던 상황을 자주 접해왔다.
그녀는 학습하고 배운 거다.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강태훈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슈퍼컴퓨터였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강태훈이 물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을까? 신들의 땅과 아테네를 지켜내는 것.”
그에 슈퍼컴퓨터가 답했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 *
텃밭 관리인 로이나.
[이제부터 그대는 나 제우스와 친구일세.]로이나는 민혁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제우스를 보며 말문을 잃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본바.
‘민혁 님은 참 열심히 사시네…….’
그런 생각을 하던 로이나가 곧 작은 웃음을 지었다.
평소 밀짚모자에 부츠,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던 그녀가 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히는 자태다.
그런 그녀의 품에 빨간 리본이 달린 상자가 안겨 있었다.
‘어머니…….’
로이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절대성녀 로이나를 쫓아낸 자는 아테네다.
아테네는 매몰차게 그녀를 쫓아냈고, 로이나는 아테네를 원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그녀가 자신을 떠나보낸 이유를.
이제야 그 이유를 깨달은 로이나다.
그랬기에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절 반겨주시겠죠.’
로이나는 용기를 내볼까 한다.
그녀의 품에 안겨 들어볼까 한다.
감히 한낱 피조물에 지나지 않았기에 하지 못했던 걸 해보고 싶었다.
또 이 작은 상자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감자가 들어 있었다.
심지어 로이나가 직접 재배하고 키워낸 거다.
또 절대성녀 로이나는 과거 아테네교 성녀이던 시절의 대부분의 힘이 사라졌으나, 신들의 땅을 넘나들 수 있는 힘은 보존되어 있었다.
풀썩-!
막 출발하려던 로이나의 시선이 돌아갔다.
민혁이 실신했다. 정확히는 실신한 척하는 것이리라.
[친구여? 친구여! 친구여어어어어어!]민혁을 껴안고 절규하는 제우스를 보며 로이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신들의 땅과 천계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마계, 지옥과 달랐다.
때문에 반년에 한 번 절대신들 혹은 대천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곤 한다.
그렇기에 가브리엘을 비롯해 대천사들이 신들의 땅에 들어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군을 가장해 칼날을 벼르고 있던 가브리엘은 이미 신들의 땅의 모든 체계를 파악하고 있었다.
설령 일이 틀어져도 신초월자 아나스가 있었기에 돌파구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리라.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상황이었다.
신들의 땅을 지키고 있는 결계가 깨지는 순간 준비되어 있던 천계의 모든 존재가 강림할 거다.
가브리엘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군신께선 안 보이시는군요.”
가브리엘의 팔 하나를 날려 버린 민혁이 회의실에 없었다.
군신의 보좌관 벨슨이 말했다.
“군신께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으셔서 참석하지 못한다 하시더군.”
그 중요한 일이란 게 제우스의 탈모를 치료하는 것이리라곤 그들은 꿈에도 몰랐다.
“자네도 없는 게 낫지 않나.”
가브리엘은 고개를 주억였다.
더불어 자리엔 아테네도 없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텅 비어버린 자리들이 보인다.
요리의 신과 심판의 신이 입을 열었고 대천사들은 고개를 주억였다.
항상 비슷한 모양새였다.
절대신들이 말하고 대천사들은 그저 수긍만 해왔다.
‘이 짓도 끝이군.’
오랜 시간 협력이란 이름 뒤로 숨겼던 가면이 벗겨지는 것.
그때.
쿠르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진동이 신들의 땅 전체를 집어삼켰다.
[경고.] [경고.] [경고.] [신들의 땅의 결계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결계의 내구도가 6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결계의 내구도가 5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뭐지?”
“도대체 누가!”
절대신들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신들의 땅의 결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가브리엘이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그야 우리가 결계를 부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랬기에 결계를 무너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 결계를 무너트리는 이 중 하나가 신초월자 아나스였다.
절대신들은 깨달았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대천사들이었음을.
벨슨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대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나?”
가브리엘과 대천사들의 앞으로 찬란한 빛이 내리쳤다.
그들의 창과 검, 활 등 자신들의 무기를 쥐었다.
“알다마다.”
가브리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보좌관 벨슨.
사실 이제껏 가브리엘이 신들의 땅과 싸우지 못했던 이유는 그에게 있었다.
군신 벨슨의 힘은 막강하다.
대천사들과 자신이 덤벼들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군신’일 때의 이야기였다.
군신의 자리에서 물러난 벨슨의 힘은 전보다 훨씬 약화되었다.
[결계가 붕괴됩니다!]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진동이 또 한 번 울렸다.
천계의 군대가 신들의 땅을 급습하기 시작한다.
“계속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가브리엘의 검이 벨슨을 겨눴다.
“계속 하대하듯 말하는 당신이요.”
하얀 천 옷을 입고 있던 벨슨의 모습이 변화했다.
은빛의 풀 플레이트 아머에 검을 든 벨슨이 검을 늘어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가브리엘과 벨슨이 충돌했다.
그들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 * *
아테네는 빠르게 붕괴되는 신들의 땅의 체계를 보았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천계의 군대가 빠른 속도로 군대를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천계는 신들의 땅보다 특별하고 놀라운 힘을 가진 물품들이 많았다.
그러한 것들이 빠르게 모든 군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물론 신들의 땅도 호락호락 당하진 않고 있다.
아테네는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를 느꼈다.
뚜벅뚜벅-
[아테네의 첫 번째 결계가 부서집니다.]신초월자 아나스.
그는 결계를 부수자마자 곧바로 아테네의 알현실로 쳐들어왔다.
절대신들과 아테네가 함께 만들어낸 결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아테네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만물의 창조자 아테네는 생각처럼 강하지 않다.
그저 숭배의 대상이 될 뿐이고 이 세상을 만들어낸 자일 뿐이리라.
‘다행이구나.’
오늘은 콩이가 놀러 오지 않아서.
[아테네의 두 번째 결계가 부서집니다.] [아테네의 세 번째 결계가…….] [마지막 결계를 강한 힘이 강타합니다.]곧 마지막 결계가 완전히 부서지며 신초월자 아나스와 그가 이끄는 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테네의 성스러운 알현실로 끊임없이 천사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약 300여 명.
그러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천계의 최정예로 구성된 자들이다.
그들은 최정예의 신 300여 명과 맞먹는다.
솨하아아아아아아-
[아테네의 배리어.] [절대적인 배리어가 태초의 신을 지켜냅니다.]고고한 시선으로 아나스를 바라보는 아테네.
그 주변으로 푸른색 배리어가 생성됐다.
까아아아아앙-!
아나스의 검이 그를 수십 회 가격해 보지만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아테네의 배리어는 그 어떤 배리어보다 단단하고 뛰어나다.
하지만 이 배리어라는 것도 결국 부술 수 있는 힘에 불과했다.
아나스가 한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절대힘을 무력화시키는 양피지.]천계의 천사장들은 오랜 시간 이날을 고대하며 만들어냈다.
배리어는 다 같아 보여도 다르다.
아테네의 배리어는 ‘무한하다’.
대부분 이방인들이 배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못한다.
그러나 무한하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거룩한가.
찌이이이익-
하지만 그마저도 이 양피지 한 장이면 무력화된다.
아나스의 검 끝이 배리어에 닿았다.
치이이이이익-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배리어를 보며 아테네의 동공이 흔들렸다.
“태초의 신은 죽기 전 어떤 기분이 드나?”
“결국 두려움이란 감정에 사로잡히나?”
아니, 아테네는 두렵지 않았다.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긴다.
세상은 새로운 시대를 필요로 했으니까.
배리어가 완전히 녹아 사라진다.
아테네는 아나스를 제지할 수 없음을 알았다.
“허무하군.”
휘둘러지는 검을 바라만 봤다.
그러나 다른 이는 아니었다.
파가아앙-!
흑빛 창이 아나스의 검을 위로 올려쳤다.
동시에 흑빛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 피하세요!”
절대성녀 로이나였다. 그녀의 등장에 아테네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나의 죽음은 괜찮을지 모르나, 나의 딸의 죽음은 괜찮지 않다.
그녀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려움.
딸을 잃는 두려움에서 오는 공포다.
절대성녀 로이나 역시 ‘절대성녀의 배리어’를 두를 수 있는바.
그녀가 배리어를 두르기 위해 신성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아나스가 한 발 더 빨랐다.
배리어를 사용하기 전,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커헉, 컥컥!”
아나스가 비웃었다.
“절대성녀. 강한 존재지.”
그러나 이렇게 목덜미를 잡힌 순간엔 다르다.
아나스는 몸이 닿은 자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신력을 빨아들일 수 있는 그이기에, 신성력도 빨아들일 수 있었다.
서서히 절대성녀 로이나의 신성력이 빨아 먹힌다.
“멈춰…….”
로이나는 신성력이 빨아 먹혀질수록 죽음의 길을 걷게 된다.
아테네의 목소리에도 아나스는 더 힘껏 로이나의 목을 쥐었다.
로이나가 차오르는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비틀었다.
“어머니를 해하려는 이는…… 내가…… 가만 안 둬…….”
“하, 하하하하하. 아테네 아주 좋은 딸년을 뒀군!”
아테네가 움직이지 못하게 아나스의 힘이 그녀를 억눌렀다.
“로이나……!”
아테네가 절망했다.
애초에 아나스는 썩어빠진 자다.
누군가의 절망을 즐긴다. 특히 그것이 아테네라면 더 즐겁기 짝이 없으리라.
“이대로 네 딸이 죽는 걸 보아라.”
꾸우우우우우욱-
“크헉!”
로이나의 숨이 더 차오른다.
아나스가 물었다.
“어떻게, 나를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거지, 응!?”
“자, 아테네뿐만이 아니라 신들의 땅도 구해야지? 한데 네깟 년이 이 땅을 구할 수 있을까? 아니, 네 어미나 구할 수 있을까?”
스르르르릉-
아나스가 로이나를 죽이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녀의 복부를 힘껏 찌르고 그 흩뿌려진 장기를 아테네 앞에 놔줄 생각이다.
로이나가 히죽 웃었다.
피이이이이이이이잉-!
목이 붙잡힌 로이나가 울부짖었다.
“코니르으으으으으으!”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의 울음이 신들의 땅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검을 두들긴 듯한 맑고 청아한 그 소리는 회의실의 대천사들에게도, 천군을 무력화시키는 천사들에게도 들려오고 있었다.
로이나가 소리쳤다.
“모두 베어버려!!!!!!”
[만리검(萬里劍).]푸화아아아아아아악-!
아나스의 몸에서 피가 솟구친다.
“크하아아악!”
손에 힘이 풀린 그가 로이나를 놓으며 뒤를 돌아봤다.
300여 명에 이르는 최정예의 천사들의 핏줄기가 허공에 비산한다.
알현실의 부서진 벽 너머의 세상이 아나스의 눈에 담겼다.
모든 천사들의 몸에서 피가 흩뿌리고, 몸이 베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