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72
밥만 먹고 레벨업 1373화
가브리엘은 어이가 없었다.
아테네가 양손을 모으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한다.
“저분들은 과연 어떤 힘을 가졌을까요?”
이 말 몇 마디가 가지는 힘.
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는 호응받기에 익숙해져 설렁설렁 천사들이나 때려잡고 있었다.
그런데.
“캬하하하학……? 뒈져, 이 새끼들아!”
아레스가 불타올랐다.
“호오? 태초의 신께서 보고 계시는군요.”
디오니소스의 포도주가 천사들을 더 강하게 옥죄인다.
“……태초의 신이라니.”
아르테미스의 화살 연사율이 3배로 증폭되었다.
세상 모두가 얻고 싶은 것.
아테네의 인정이다.
그런 그녀가 호응해 주길 올림푸스 신들마저 바라고 있다.
왜?
아테네의 인정과 호응은 어쩌면 올림푸스가 더 낫다는 방증이 되어줄 수 있다.
또 서대륙의 어머니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마치 국회의원에게 열렬한 호응을 하는 대통령 같은 느낌이다.
‘노렸다.’
분명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설득되는가 싶던 신 넷이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제 가브리엘은 자포자기했다.
“타올라라.”
아폴론.
태양의 신이 손가락을 퉁기자 가브리엘의 몸이 말 그대로 타올랐다.
저항할 수 없는 태양의 불꽃은 그를 단숨에 해골로 만들고 이내 뼛가루가 되어 흩어지게 했다.
[가브리엘의 불사.] [세 번 남았습니다.]이미 포기한 가브리엘이 다시 나타났다.
아테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신마저 단숨에 태울 태양의 불꽃이라니!”
“하, 하하하핫!”
헤라의 의욕이 샘솟는다.
가브리엘은 멍한 표정으로 헤라에게 말했다.
“빨리 죽여.”
헤라의 주변에서 기간스 수십 마리가 나타났다.
하늘에서 몽둥이를 들고 떨어져 내리는 기간스들이 동시에 가브리엘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어머, 역시. 올림푸스의 어머니 헤라답네요.”
으쓱으쓱-
[가브리엘의 불사.] [두 번 남았습니다.]아테네가 호응할수록.
그들은 더 진심을 담고 온 힘을 담는다.
“넌 나 어떻게 죽일 건데, 살살해라.”
그리고 샌드백은 이미 모든 걸 내려놨다.
하데스의 낫이 땅을 내리찍었다.
땅속에서 솟아 나온 두꺼운 쇠사슬들이 가브리엘의 온몸을 칭칭 같았다.
그리고 땅이 열리며 거대한 마그마가 솟구쳤으며 그 안에선 수백 개의 타오르는 인간의 팔들이 가브리엘을 애원하듯 손을 뻗고 있었다.
그 손들이 가브리엘을 잡아채고 땅이 그를 삼킨다.
“역시 하데스. 명계의 신다운 모습이네요!”
코쓱-
[가브리엘의 불사.] [한 번 남았습니다.]마지막 한 번의 불사만 남은 가브리엘이 차갑게 착 가라앉은 눈으로 포세이돈을 바라봤다.
“안 아프게 좀.”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허공에 박았다.
까아아아아앙-
땅속에서 솟아난 창과 닮은 물줄기가 가브리엘을 밑에서 위로 관통했다.
“어마맛, 박력.”
후훗.
[모든 불사를 소모하셨습니다.]가브리엘은 올림푸스 신들을 보았다.
헤라는 어깨를 으쓱였고.
아폴론은 이를 반짝이며 웃었으며.
하데스는 코쓱을 했고.
포세이돈은 계속 늠름한 척 어깨를 쭉 펴고 삼지창을 땅에 박은 채 서 있었다.
가브리엘은 알았다.
이제 더 이상 이들은 자신을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가브리엘을 한 번씩 죽이자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래, 올림푸스 신들이 천계와 적대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 나를 진짜로 죽일…….’
하지만 가브리엘은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세상을 뒤흔드는 번개가 내리쳐 가브리엘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감당할 수 없는 힘에 가브리엘의 입에서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단 한 수에 가브리엘을 무력화시킨 존재.
제우스였다.
제우스는 벤더와 관종들처럼 자신들을 알리고자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순전히 민혁을 돕기 위해서였다.
한 번에 무력화된 가브리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이-”
민혁이 오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어떻게 해서든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다.
그러나 제우스의 번개에는 7초간의 절대적 스턴에 빠져들게 하는 너프기가 깃들어 있었다.
뚜벅뚜벅-
갈수록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가 가브리엘의 숨통을 조인다.
무력화되어 무릎 꿇은 가브리엘의 온몸이 분노로 파들파들 떨렸다.
우리가 이길 싸움이었다.
이길 확률 100%였다.
그 싸움 속에서, 민혁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방법을 떠올렸다.
‘올림푸스를 이용하다니.’
그 어떤 미친놈이 할 수 있는 발상이란 말인가.
민혁이 오만한 시선으로 가브리엘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거 알아?”
“…….”
“나 오늘 여기서 검 처음 휘둘러.”
그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뒤를 돌아봤다.
신들의 땅을 휩쓸 수 있었던 대부분의 천계의 군이, 아레스의 군대와 올림푸스 신들의 손에 사망했다.
미카엘과 라파엘.
대천사들도 이미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이 개 같은……!”
스가아아아악-
민혁의 검은 거침 없었다.
제2의 아테네를 꿈꿨던 가브리엘의 머리가 떨어진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빛이 되어 스르르 허공에 흩어진다.
죽음에 이르렀을 때나마, 그는 천사처럼 보였다.
짝, 짝짝짝, 짝짝-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천계의 괴수 사체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향했다.
신초월자 아나스다.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신초월자 아나스는 이제까지 방관했다.
대천사들의 아군처럼 보였으나, 아나스는 그저 자신을 풀어줄 이가 필요했던 것뿐이다.
지옥의 무저갱에서 풀려난 아나스는 가브리엘과 맹세함으로써 가브리엘이나 천사들을 공격할 수 없는 제약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올림푸스 신들이 그 제약을 풀어줄 것 같자 굳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장 큰 난관이 남았군, 하지만 올림푸스 신들이 있으니.’
민혁이 또 한 번 올림푸스 신들을 유혹했다.
“신초월자 아나스. 그를 죽이면 서대륙에서 영웅이 되어 떠받들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 혹시 올림푸스 신들이 두려운 건 아니겠지?”
“키히, 키키키킥, 크흐흐흐…….”
미친 듯이 광소하던 아레스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웃음을 뚝 그친 아레스가 적토마 위에 올랐다.
“즐기는 건 이 정도면 됐다.”
“……뭐?”
민혁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에 물들었다.
천사들과 괴수들 대부분을 정리한 올림푸스 신들이 하나둘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제우스가 미카엘과 라파엘을 번개의 쇠사슬로 묶어두었다.
“밥 먹는 애. 적당히 해라, 어디까지 이용하려는 거냐.”
“아니, 그냥 가겠다고? 쟤를 죽이면…….”
제우스가 나섰다.
[여기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그들은 민혁에게 당했다고도 볼 수 있으나, 제우스의 명령이었기에 이행한 사실도 있다.
그러나 전제가 붙었다.
‘우리가 위험하지 않을 거란 전제.’
그만큼 올림푸스 신들은 천계를 가지고 놀 자신이 있었기에 응한 거다.
하지만 아나스는 달랐다.
올림푸스 신들과 민혁, 신들이 합세해 싸워서 이긴다 해도, 모두가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가장 먼저 아레스가 적토마를 타고 사라지고 하나둘 그 자리를 떠났다.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신력흡수.] [신초월자 아나스가 신력흡수를 발동합니다.] [그에게 베이거나 공격당한 신들의 신력이 흡수됩니다.] [단 신력을 흡수당한다고 하여 스텟이나 스킬 데미지 등에 영향을 끼치진 않습니다.] [더 많은 신성력을 가진 자에게서 더 많은 신력을 강탈합니다.] [신력을 빼앗을수록 아나스는 더 강력해집니다.]‘우리의 적은 천계가 아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한 살기에 깨달았다.
진짜 적은 신력을 흡수할 때마다 끊임없이 강해질 아나스에게 있었다.
민혁이 다급해졌다.
“명령한다. 모든 신들은 지금 바로 신들의 땅 안으로 들어가라!”
신들이 빠르게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현재 이 자리에서 놈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자신과 유저들뿐이다.
신들은 그와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
“절대방…….”
[초살.]푸우우우우우우우욱-!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HP가 0%로 하락합니다.]순식간에 접근해 온 아나스의 검이 초월자의 갑옷을 뚫고 민혁의 심장을 관통했다.
아나스가 가진 무조건 적중하는 힘이자 무조건 죽여내는 힘.
[초살에 당한 자는 부활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민혁아!?”
“군신이시여!”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
민혁이 단 한 번에 강제 로그아웃의 전조를 보이고 있었다.
그의 몸이 천천히 흩어지려 하고 있다.
아나스는 최근 민혁에게 당했다.
그의 여러 스킬들을 겪어봤고 그와 오랜 전투를 펼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즐거운 만찬이다.”
“천계로 인해 신들을 잡아먹기 편해졌어.”
“절대신들의 모든 힘은 무력화되었고. 아테네는 지금 내가 보이는 곳에 있다.”
아나스가 민혁의 뺨을 쓰다듬었다.
“군신이여, 알지 않은가.”
아나스가 피식 웃음 지었다.
“나보다 강한 적도 있을 것이다.”
“무저갱의 깊은 곳엔 나보다 더한 괴물이 넘쳐날 거다.”
“네가 뭘 할 수 있는가.”
“이방인으로서 그 자리까지 오른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네가 뭘 할 수 있지?”
아나스는 잔인한 자였다.
거대한 무력감을 선사하고 민혁을 자근자근 짓밟았다.
거대한 공포가 민혁을 엄습한다.
그것은 아나스가 가지는 상태 이상기에 의한 힘도 있었다.
사람을 좌절시키고 무력화시키며, 자신이 그 앞에서 한낱 조무래기에 불과하단 생각을 하게 만드는.
누구라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죽음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고 상태 이상기까지 걸리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민혁도 마찬가지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지켜야 할 신들의 땅의 몰락이요, 아테네의 죽음뿐.”
“아테네를 먹어치워 가장 강한 신이 되겠다.”
아나스가 걸음을 옮겼다.
[아나스가 당신의 신력을 흡수하여 한층 더 강해집니다.] [아나스의 신력흡수를 중단시킬 방법은 HP를 70% 미만으로 하락시키는 겁니다.]모든 스킬엔 허점이 존재한다.
아나스의 신력흡수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민혁이 스르르 땅에 추락하기 시작한다.
흐릿한 민혁의 시야에 빛처럼 움직이는 아나스가 보인다.
유저들이 미친 듯이 달려 들어보지만 추풍낙엽처럼 쓸린다.
신들의 땅으로 절대신들과 피신하는 아테네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의 고운 입술이 ‘배리…… 어’라고 뱉어내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 아나스가 빨랐다.
피이이이이잉-
기다랗게 뻗어간 신력제어의 힘이 아테네의 배리어를 무력화시켰다.
당혹한 그녀와 아나스가 5m 거리로 가까워졌다.
아나스의 검이 정확히 아테네의 목을 치기 위해 젖혀진다.
[강제 로그…….]깊은 심연 속에 가라앉는 느낌이다.
거대한 무력감에 나를 돌아본다.
아나스의 말은 사실이다.
이 아테네란 게임은 끊임없이 더 강한 적을 만들어낼 것이고, 자신은 그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나는 그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거대한 무력감.
그것은 폭식결여증의 공포 앞에 섰던 때의 자신의 모습 같았다.
나는, 살고 싶었다.
그런데 포기했다.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사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런데 나는,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뭘 했더라?
스르르, 흩어지는 민혁의 몸에 힘이 깃든다.
내가 했던 것이 떠오른다.
죽음에 이른 그에게 들려온다.
[불멸의 군주.](불멸의 군주)
등급: 절대신.
액티브 스킬
레벨: 없음.
사용 시 페널티: 없음
효과:
⦁절체절명의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냅니다.
⦁단 5% 확률로 발동되며 그에 따른 후유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군신이 되어 얻었던 이 힘.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르렀습니다.] [돌파구를 만들어냅니다.] [이 순간, 당신은 당신에게 우호적인 기둥들의 힘을 1회에 한하여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비를 사용합니다.] [아테네, 헤파이스토스, 벨레던, 루이스, 오블렌의 힘을 허용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당신의 HP와 MP가 100%로 회복됩니다.] [강제 로그아웃 알림이 중단됩니다.]찌이이이익-
그의 손끝에서 텔레포트 양피지가 찢긴다.
아테네의 앞을 가로막은 그가 아나스의 검을 쳐냈다.
“절대방어.”
그의 목을 움켜쥐고 민혁이 질주했다.
“크흐흐흡, 어떻게!”
“나는, 살고 싶었다.”
“무슨 개소리냐, 이……!”
아테네와 멀어지게 질주하는 민혁이 팔에 더 강한 힘을 주었다.
초월.
힘껏 쥔 놈의 목을 놓았다.
온 힘을 다해 검을 뒤로 젖힌다.
“그 두려움 앞에서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변하지 않아. 내가 뭘 할 수 있냐고?”
힘껏 아나스의 몸을 베었다.
푸화아아아악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여는 것.”
내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일.
초월자의 창을 만들어내 힘껏 쏘아 보냈다.
“누구보다 늦은 밤을 맞이하는 것.”
그것은 변치 않을 민혁이란 사람의 삶.
푸우우우우우우욱-!
초월자의 창이 놈의 심장을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