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84
밥만 먹고 레벨업 1385화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는 민혁을 보며 해설자들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기둥 버티기에서 민혁이 42초를 버텨냅니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버티기 게임’에서 민혁이 두 명의 기둥을 죽이는 놀라움을 보여줬다는 겁니다.]해설자들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크흐, 지렸다…….] [42초…….] [ㅋㅋㅋ 42초 이 ㅈㄹ. 42초면 1분도 안 되는 시간인데 그거 버텼다고 감탄하는 놈들 뭐임ㅋㅋㅋ.] [지랄 ㄴ 일반 유저들은 1초도 못 버팀.] [소환과 동시에 뒈질걸요……?] [님, 아테네 안 해봤죠.]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심어진 인상은 강렬했다.
[기둥 버티기의 두 번째 출전자는 만들어가는 자 헤파이스토스입니다.] [아마도 헤파이스토스는 아티팩트를 강화시켜…….]그때 헤파이스토스가 선언했다.
“기권.”
[헤파이스토스가 기둥 버티기에서 기권합니다.]하늘 위.
참가자석에 앉은 헤파이스토스의 발언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헤파이스토스가 커다란 압박감을 느낀 듯합니다.] [똑똑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기권하였다고 해서 기둥 버티기에서 방어자로 출전하지 않는 것뿐이지 공격자로는 계속 출전하게 됩니다.]많은 이들이 헤파이스토스가 기권 하자 아쉬운 반응이다.
해설자들은 제각각의 이유를 갖다 붙였지만, 사실 헤파이스토스가 기권한 이유는 하나다.
‘민혁과 오블렌의 경쟁이다.’
그 경쟁 속에 자신이 낄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세 번째 순서인 오블렌이 곧 출전합니다.] [일전과 같이 기둥들이 모여 회의를 시작하는군요.]민혁과 기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작과 동시에 악신의 서를 제약해야 해.”
오블렌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악신의 서다.
악신의 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마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이들은 이 악신의 서를 가지고 있다 한들 사용할 수조차 없다.
반대로 오블렌의 마나량은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수준이다.
악신의 서는 그 ‘책’ 하나에 민혁조차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스킬들이 깃들어 있다.
“그건 내가 한번 막아보지, 내겐 스킬부라는 책이 있다. 이 스킬부를 통해 악신의 서를 1분 동안은 제약할 수 있을 거다.”
“악신의 서를 막은 후엔 내가 아까 네게 걸었던 대장장이의 명령을 통해 오블렌을 약화시키겠다.”
노력하는 자 벨레던이 말했다.
“내가 보유한 힘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이는 민혁 너이다. 아까 오블렌에게 적용시켰던 반복적 노력이 너의 멸이란 힘과 만나면, 상식을 벗어나는 힘으로 오블렌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짧은 찰나였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만약에 생기는 변수에 대한 것까지 이야기를 마쳤다.
[기둥 버티기가 2초 후 시작됩니다.]그들이 빛이 되어 나타났다.
오블렌을 가운데에 두고 나타난 그들이 긴장 어린 기색으로 준비한다.
[기둥 버티기가 시작됩니다.]시작과 동시에 삶과 죽음의 주인 루이스가 스킬부를 꺼냈다.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로 오블렌의 이름을 빠르게 적어 내려간다.
그때.
[악신의 이름 앞에.] [악신의 거룩한 이름 앞에 그 어떠한 것도 힘을 발하지 못합니다.]오블렌의 힘이 발동한 순간, 루이스는 그의 이름을 피로 적어 내려가던 행위를 멈추고, 그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대장장이의 명령을 준비하던 헤파이스토스도 전의를 상실하고 뒷걸음질 쳤다.
민혁을 위한 스킬을 준비하던 벨레던도 넋 나간 듯 악신을 바라봤다.
[5초간 극한의 공포 속에 빠져듭니다.]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오블렌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스킬이란 건 발동시간이 존재한다.
오블렌은 그 어떤 자보다도 훨씬 빠른 스킬 발동을 일구어냈다.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내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인간이든, 신이든, 그것이 기둥이든.
‘오만이었어.’
악신 앞에 그들은 똑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블렌이 보유한 마력의 절반 가까이를 악신의 서에 불어넣는다.
치이이이이익-
마력이 태워지는 악신의 서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악신의 서가 강화됩니다.] [악신의 서가 강화됩니다.]콰아아아아아아아앙-
낙뢰가 헤파이스토스를 삼켰다.
초에 32회 떨어지는 낙뢰가 헤파이스토스를 한 줌의 재로 만든다.
이번엔 노력하는 자 벨레던을 강타했다.
쿠르르르르르르륵-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낙뢰에 전의를 상실해 버린 벨레던은 순순히 그 낙뢰를 받아들였다.
찰나 삶과 죽음의 주인 루이스가 소멸부를 꺼내 들었다.
소멸부는 기둥의 재앙을 발할 수 있다.
두려움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소멸부를 사용할 수 없음을 잊은 거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미친 듯이 떨어지는 낙뢰가 루이스마저 한 줌의 잿더미로 소멸시켰다.
이 모든 과정이 지나가기까지 4초.
이 게임은 오블렌이 우리에게서 버텨내는 것.
그 모든 것을 무시한다.
악귀처럼 웃음 짓는 오블렌과 그 시선이 마주친다.
극한의 공포는 민혁의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원초적인 공포를 끌어올렸다.
아주 잠깐의 찰나가 생겼다.
그 찰나라면 절대방어를 펼쳐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스쳤다.
지금의 오블렌은 감히 민혁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산처럼 보였다.
[우리가 이야기했던 날을 기억하나?]오블렌이 민혁을 공격하기 위해 손가락을 퉁기려 한다.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이려는 민혁. 그의 머릿속에 지난날의 회상이 스쳤다.
* * *
날이 좋은 어느 날.
나뭇가지 위에 누워 있던 오블렌이 물었다.
[서대륙의 주인도 되고, 먹는 자들의 기둥으로서 자리도 확고히 다진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은 있나?]“음,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어야겠지.”
그 질문에 민혁은 한참이나 생각했다.
내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
무엇이 있을까.
남들이 보았을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며, 자신이 꼭 닿고자 하는 어떤 것일 거다.
“있다면 악신을 이기는 거?”
오블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악신이다. 어지간한 이들은 나를 보기만 해도 얼어붙고 전의를 상실하지, 악신이란 그런 존재다.] [인간의 가장 큰 원초적인 두려움을 이끌어내는 존재. 악신은 ‘두려움의 기둥’일 거다.]“맞아, 넌 두려움의 기둥이지, 하지만 나도 언젠간 그 두려움을 딛고 널 이겨보고 싶어.”
자신을 이긴다는 말.
그 말에 오블렌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바랐던 바다.
꼭 그여야만 했다.
오로지 그만이 나를 쓰러트릴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언젠간 그런 날이 오겠지?”
오블렌이 상냥하게 답했다.
[그런 날은 언젠간 온다.]* * *
겁먹은 강아지처럼 떨궈지던 민혁의 고개가 번뜩 들린다.
온몸을 감쌌던 두려움이 사라진다.
극한의 공포.
게임 속의 상태 이상기에 불과하다.
이도 결국 공포와 연관되어 있기에 실제 악신에 대한 공포만 이겨내면 해지시킬 수 있다.
푸른 배리어에 민혁이 휘감겼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내가 널 이기는 날.”
오블렌도 그날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가 웃었다.
“기권한다.”
[악신 오블렌이 기권합니다.]그러나 이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 버티기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다.
이것은 경기가 아니다.
이제 민혁과 오블렌의 진짜 싸움이다.
[악신이 기권하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권했다고 해도 오블렌이 사라지거나 하진 않는군요.] [대회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오블렌은 기둥 버티기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는 버티기가 아닌 다른 것을 갈망하는 눈빛이군요.] [민혁 유저도 그걸 원하는 눈치입니다.]눈치 빠른 강태훈 대표가 서둘러 오더를 내리기 시작한다.
전 세계인들이 숨죽여 민혁과 마주 보는 오블렌을 바라본다.
해설자들도 곧 펼치질 상황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두 사람에게 집중했다.
[기둥대전. 특별대전이 시작됩니다.] [특별대전은 오블렌 vs 민혁입니다!]전 세계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승자에겐 칭호 ‘아테네의 최강자’가 주어집니다.]파스스스스스스-
악신의 서에서 재차 연기가 피어올랐다.
[악신의 서의 마력이 흩어집니다.] [악신의 서가 20% 약화됩니다.]넷의 기둥을 잡아두고 단숨에 지워 버린 페널티다.
악신의 서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류가 민혁에게 스며들었다.
[스킬 저장에 축적된 절대방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이미 오블렌은 한번 당해본 적이 있다.
[네게 주어진 유리한 시간은 고작 10초.] [그 짧은 시간 동안 해낼 수 있겠느냐.]그 10초는 민혁이 발동한 절대방어에 의한 시간이다.
지면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지면이 갈라지며 민혁을 삼키려 한다.
10초.
짧디짧은 시간이다.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날아오른다.
9초.
악신 오블렌의 앞에 흑빛으로 이루어진 악신의 실드가 형성된다.
8초.
꿀꺽-
먹는 자의 별, 스킬의 별, 민첩의 별을 동시에 삼킨다.
7초.
검에 멸이 각인되며, 스킬의 별과 힘의 별이 실린다.
6초.
양손으로 쥔 검으로 온 힘을 담아 악신의 실드를 후려친다.
콰라라라라라라라라라랑-
백 개에 가까운 낙뢰가 거대한 파괴력으로 악신의 실드에 금을 만들어낸다.
거미줄처럼 번져 나간 균열.
이윽고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 나간다.
5초.
악신의 손가락 끝을 따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민혁의 시야를 가린다.
콰아아아앙-!
4초.
[번개의 신.] [1.3% 확률로 발동되는 번개의 신이 이동속도 3배, 공격속도 2배로 3초간 상승시킵니다.]민혁이 민첩의 별, 번개의 신의 힘으로 평소보다 4배 빨라져 악신을 사방팔방에서 공격한다.
그때마다 악신의 주변으로 생겨나는 악신의 실드가 그를 보호한다.
3초.
지존도가 공명한다.
오블렌을 비롯해 다른 기둥들이 만들어준 지존도(至尊刀).
그 검에 실린 힘이 힘을 발한다.
[동시발동.] [학살자의 검, 패황지존도, 광(狂).]2초.
광의 묘리가 악신을 베려다 실드에 막힌다.
그러나 찢어발기는 광의 힘이 마침내 악신의 실드를 처참히 깨부숴버렸다.
챙그랑
오블렌이 재차 생성하려 하지만 반응하지 못한다.
그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패황지존도와 학살자의 검이 오블렌을 강타한다.
화마에 휩싸인 오블렌이 미친 듯이 난도질 된다.
1초.
그의 머리 위에 있는 민혁이 흑빛 기류에 휩싸인다.
“초월.”
동시에 민혁을 감싸고 있던 절대방어가 완전히 해지된다.
0초.
[끝났다.]악신이 웃음 지었다.
그에게 유리했던 10초라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났다.
마치 오블렌의 표정은 자신이 이겼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악신의 힘이 하늘에서 떨어지려 한다.
하지만 민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0초.
절대방어가 풀렸다 해서, 꼭 진 것이 아니다.
쿠르르르르르릉-!
거대한 번개가 민혁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서둘러 프라이팬을 뽑아 들어 힘껏 퉁겨낸다.
파아아아앙-
다시 0초.
민혁이 양손으로 쥔 프라이팬으로 놀란 표정을 짓는 오블렌을 힘껏 내리찍었다.
태애애애애애애앵-
악신 오블렌이 추락한다.
[크읍!]콰아아아아아앙-
추락한 오블렌이 땅에 처박히며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난다.
다시 0초.
그를 쫓아 하강하는 민혁이 으르렁거렸다.
“네가 뭔데 나를 단정 지어.”
차가운 민혁의 시선 끝.
오블렌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