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87
밥만 먹고 레벨업 1388화
일화그룹이 민혁이 잠들어 있을 때 공식적인 발표를 내자, 기둥대전 경기장이 크게 술렁였다.
㈜즐거움은 한 개인에 의해 대련을 중단할 수 없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와 삶과 죽음의 주인이 기권을 선언했다.
실질적으로 경기가 끝난 것.
㈜즐거움은 아테네 전역에서 많은 이들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테네의 지존이자 우승자인 민혁이 깨어났을 때, 그가 친구들과 기쁨을 만끽하게 하기 위해 강태훈이 배려했다.
단순한 배려가 아니다.
민혁은 아테네를 통해 ‘폭식결여증’ 완치를 받았다.
가상현실게임 아테네로 병마마저 치료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즐거움에 이로운 효과를 일으킨다.
“난 이제 살았다아아아아!”
민혁이 기뻐한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어린아이처럼 방방 뛴다.
관중석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이 보인다.
민혁에게 천외제국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를 껴안아주거나, 울보라고 놀리거나, 새롭게 시작된 그의 삶을 응원한다.
민혁이 완치의 기쁨을 한없이 만끽할 때.
“하아하아.”
다급하게 경기장에 도착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민혁을 바라본다.
캐릭명 밥민화.
특별유저관리팀의 대리 이민화였다.
민혁이 게임을 처음 시작하던 때 이민화는 ㈜즐거움에 입사했다.
사람들이 만류했다.
특별유저관리팀은 가장 끔찍한 부서라고 소문나 있다며.
사실이었다.
유저들의 돌발행동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한 결막염, 거북목, 허리디스크.
초기에 이민화는 힘들었다.
그러던 때, 민혁이란 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가 빵 하나를 먹으며 행복해하는데 왜인지 자신에게서 눈물이 났다.
그를 보면 힐링 됐다.
그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어떠한 새로운 인연을 맺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나는 스무 살의 저 어린 청년을 좋아하는구나.’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세계의 많은 여성들의 마음과 같은 팬심이 아니다.
그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외모 때문도 아니고, 그가 쌓은 부와 명성 때문도 아니다.
그저 여자로서, 그 사람을 마음에 품었던 거다.
하지만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자신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되는 사람이다.
함께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그것이 자신의 욕심임을 알았다.
그는 자신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민화가 속으로 곱씹는다.
‘축하해요. 민혁.’
‘진심으로 축하해요.’
민혁이 사람들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 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 이민화가 있었다.
이민화가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그때 누군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팀장님?”
박 팀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민화는 한때 민혁을 사랑했던 것뿐, 지금은 아니다.
그를 축하해 주고 싶은 이유는 그저 그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하게 이민화를 스쳐 지나가려던 민혁이 걸음을 멈췄다.
“박 팀장님!”
민혁이 박 팀장을 발견하곤 화색이 되었다.
눈이 퉁퉁 부어버린 그를 민혁이 바라봤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다음에 밥 한 끼 해요. 크흐~ 저 이제 누군가한테 이렇게 밥 한 끼 먹자고 해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구요.”
박 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이고 움추러 든 이민화의 등을 살포시 밀었다.
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아차 한 이민화가 그의 시선을 응시했다.
맑고 깊은 눈동자.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때.
“아, 이분이 이민화 씨인가요?”
이민화의 동공이 크게 떨렸다.
자신만 그를 알고, 그는 자신을 모른다 생각했다.
“팀장님한테 이야기 몇 번 들었어요.”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알고 있었다.
이민화는 용기를 냈다.
그 어떤 사심도 없다.
“축하드려요.”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두 분 함께 식사 대접할게요.”
민혁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멀어져 간다.
이민화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더 이상 어떤 아쉬움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민혁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젠.
“업무 시간에 왜 여기 있는 거야?”
박 팀장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돌아가야지, 아직도 봐야 할 유저들이 태산 같은데.”
이민화는 박 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팀장님.”
“응?”
박 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저녁 드실래요?”
그 뜻을 박 팀장은 모르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오늘 저녁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겠어? 한강이 보이는 곳으로.”
먼 허공을 보며 말하는 그를 보며 이민화는 힘차게 답했다.
“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날 저녁.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 사주신다고…….”
두 사람은 야근이었다.
“후루루루루룹. 미, 미안…….”
함께 컵라면을 먹는 박 팀장이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브로드는 카오스와 계획하여, 마침내 루브앙 제국 황제가 되었다.
오로지 민혁을 위한 걸음이었다.
민혁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루브앙 제국으로 돌아온 브로드는 입가에 웃음을 띄워놓고 있었다.
내가 아끼는 그분께서 병마를 완전히 이겨내셨다.
너무도 기쁜 일이다.
그 앞에 무당벌레 모습의 카오스가 나타났다.
[일말의 후회도 없나?]브로드는 확고했다.
“없다네. 난 처음부터 군신이 되고자 했네만?”
브로드는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는 벨슨의 후계자로 살아가며 군신을 꿈꿨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뿐이겠지.”
[준비는 되었나?]브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준비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 뜻에 반하는 세력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히 민혁의 것으로 만들기엔 시간이 꽤 걸릴 거다.
하지만 그건 민혁이 감수해야 할 일이며, 다른 이들이 그를 도와줄 것이다.
“라그만 공작, 바카만 공작.”
두 사람이 브로드 앞에 부복했다.
사실 민혁이 루브앙 제국의 주인이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그 두 사람이다.
라그만 공작은 카르딘 전 황제를 섬겼던 자다.
그랬기에 카르딘을 섬겼던 파벌 대부분이 라그만 공작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바카만은 루브앙 제국의 또 다른 황제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황제에 대한 충심’만 없었다면 진짜 황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자네들이 힘써줘서 고맙네.”
처음 민혁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그들이다.
당연하다.
적국의 황제였던 이다.
브로드조차도 이 둘의 마음을 여전히 사지 못했다.
네르바와 카르딘 황제를 끌어내리고 비로소 진짜 황제가 되었다.
그들의 미움을 사는 건 당연한 일.
“민혁 황제가 우리의 목숨을 살려줬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라그만 공작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바카만 공작이 브로드를 바라본다.
“사실 전 브로드 폐하도 썩 내키진 않습니다.”
“그런가? 하하하하!”
브로드는 농담조로 던지는 그 말에 웃었다.
그 말이 가지는 힘을 알았다.
“제 목숨을 구해준 민혁 황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르겠죠.”
“반기를 드는 자는 우리들이 처단토록 하겠습니다.”
“백성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민혁 황제야 뭐, 어디를 가든 만백성의 사랑을 받는 자이니까요.”
브로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새로운 황제를 맞을 준비를 하시게.”
* * *
㈜즐거움 회의실.
“아테네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부 민혁 덕분이다.
“가상현실게임을 의심하던 많은 이들이 캡슐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의심.
초창기에 가상현실게임 아테네는 많은 부분에서 의심받았다.
정말 안전한 거 맞냐.
게임을 하다 뇌사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등 의심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희귀병도 치유할 수 있음을 증명한 민혁이다.
강태훈 사장이 깊은 생각에 빠졌다.
민혁 유저가 폭식결여증을 완치한 것은 너무도 기쁜 일이다.
자신도 너무 기뻐 소리를 질렀을 정도이니.
‘곧 민혁은 서대륙의 주인이 될 거다.’
기정사실이다.
유저가 서대륙의 주인이 된다.
생각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더불어 단순히 ‘서대륙의 주인’이란 이름이 아니다.
카오스는 민혁이 800레벨을 달성하고 루브앙 제국마저 흡수하면 또 다른 기둥 클래스 ‘서대륙의 주인’을 임명코자 한다.
“민혁이 루브앙 제국의 주인이 될 때를 맞춰 광고를 준비하는 건 어떤가?”
강태훈은 민혁이 서대륙의 주인이 되는 날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지금 이때 가장 많은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일 것 같군요.”
강태훈은 상상만 해도 즐거워졌다.
지존이 서대륙의 진짜 주인이 되는 때에 시작되는 광고가.
그리고 곧, 강태훈이 즐거움에 빠져 마지막 멘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제발, 하지 마…….’
강태훈은 모두가 알아주는 멘트고자.
잘 짜진 설정과 컨셉에 초를 치는 걸로 유명하다.
강태훈 사장이 마지막 멘트를 말했다.
모두가 놀랐다.
“괜찮은데요?”
“오…….”
“살면서 대표님이 말씀하신 멘트 중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민혁이 폭식결여증을 치료하자 강태훈은 멘트고자에서 벗어난다.
광고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 * *
[기둥 퀘스트: 서대륙의 주인.]등급: ???
제한: 민혁.
보상: ???
실패 시 페널티: ???
설명: 루브앙 제국 황제가 되어 서대륙의 진정한 주인이 되라.
근래의 민혁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신들의 땅에서 절대신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그는 잠깐의 틈에 이 알림을 확인했다.
기둥대전이 종료되고 들려온 이 퀘스트명은 대부분이 ‘???’로 되어 있었다.
‘도대체 뭐지? 뭘 보상으로 받는데.’
알 수 없었다.
회의에 아테네가 참석했다.
민혁은 아테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민혁은 아직 이 ‘아테네’에서 이루지 못한 게 딱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루브앙 제국의 주인’이 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아테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회의가 종료되자 절대신들이 물밀 듯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아테네만은 그렇지 못했다.
“아테네 님.”
그녀는 회의실에 남아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혁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 * *
사실 아테네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그렇게 되면 민혁은 군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나 괜찮았다.
브로드라는 인재는 민혁만큼이나 이 신들의 땅을 뛰어나게 이끌어가 줄 것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민혁이 자신을 부르자 의아했다.
혹시 그가 모든 상황을 눈치채고 있는 건가?
카오스는 그에게 유저들에게 적용되는 ‘퀘스트’를 발발시켰다고는 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요.”
아테네는 그저 민혁을 응시했다.
군신이자 먹는 자들의 기둥.
그리고 아테네의 최강자란 칭호를 얻은 민혁이, 하고 싶은 말이라니?
“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 중 하나예요.”
꿈이라?
그처럼 높은 자가 가지는 꿈?
그것을 자신에게 말한단 말인가?
아테네는 지금 민혁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
민혁은 아나스와 천계로부터 신들의 땅을 구했고, 아테네마저 구한 것이 맞다.
물론 보상을 주는 것에 시스템적 많은 제약이 걸리겠지만, 이 건에 대해선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민혁이란 자는 종잡을 수 없는 자다.
얼마만큼 대단한 보상을 말할지 알 수 없다.
그녀가 긴장할 때.
“제 증조할머니가 되어주시겠어요?”
“……?”
아테네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리고 너그러이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증조할무니이!!!”
민혁의 가족 족보가 완전히 완성되었다.
오늘부터 민혁의 증조할머니는 아테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