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4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4화
민혁은 서글펐다.
헤이즈가 말했던 ‘절대 필로스가 가출할 수 없는 이유’.
그건 바로 민혁과 필로스가 같은 자택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가출?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택을 가출하진 않았지만…….’
민혁은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동생이 캡슐에서 나와 당황하더니 모른 척하며 쌩 지나갔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은 동일했다.
-폐하, 일단 필로스를 지켜보도록 하죠.
-사춘기가 오고 있는 필로스를 잡으려고만 해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필로스를 지켜보는 눈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 말이 사실이다. 브로드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린 어쩌면, 너무 필로스를 안고 키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치만 필로스는 내 눈엔 아가인걸?
-그 뜻이 아닙니다. 우리를 벗어나 낯선 이도 만나 사교성을 기르고 세상을 보게 하자는 거죠.
민혁은 그 말엔 동감했다.
자신들의 품.
그것도 말도 안 되게 강한 자들 품에서 항상 오냐오냐 키워진다면 필로스의 가치관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다.
‘호우라고 했나?’
현재 필로스와 같이 다니는 유저다.
어떻게 보면 민혁이 그에게 은혜를 입은 셈이다.
민혁은 자고로 은혜를 입었으면 100배로 갚아주는 성격이었다.
* * *
탁-
한 친구가 맥주잔을 내려놨다.
“뭐어? 어린 꼬마를 데리고 다닌다고?”
호우 김진성은 친구의 말에 맥주를 들이켜곤 끄덕였다.
“응, 아주 이쁘고 귀여운 친구야.”
“어이구~ 이 호구 새끼야~”
주변 친구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 호구 새끼…….”
“아직도 그 오지랖 못 버렸냐.”
“식당에서 밥값이 2억 골드? 미친 새끼야. 너 사기당한 거야.”
진성은 친구들의 말에 발끈했다.
“무슨 소리야. 그 꼬마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라고!”
“야, 누가 봐도 식당 주인이랑 꼬마랑 짜고 너 등쳐먹은 거잖아.”
“내가 다 먹은 접시들도 확인했어.”
“그깟 접시 얼마든 못 만들어내겠냐!”
진성은 콧김을 뿜으며 친구들의 사기 당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친구 중 하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성아, 이젠 오지랖 좀 그만 부리고 남들 좀 돕고 하는 것 좀 적당히 하자. 결과만 놓고 좀 보자.”
친구가 한숨을 탁 쉰다.
“같이 아테네 시작한 지 벌써 2년 가까이 된다. 우린 벌써 600레벨 넘었는데, 너만 300레벨이야.”
진성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애초에 만남의 기사라는 클래스를 각성한 이유가 오지랖 부리고 다니다가 각성한 거잖아. 근데 툭까놓고 그런 강자들이랑 악수하기 쉽냐?”
절대 불가능하다.
자신이 패황 엘레와 악수하고 싶다고 악수할 수 없는 것처럼.
“그냥 클래스 버리고 새로 시작하자, 응? 그 꼬마애도 버리고! 우리랑 사냥이나 다니자니까.”
하지만 진성은 소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마음을 굳혔다.
“어른으로서 어떻게 가출한 소녀를 모른 체하냐.”
“어휴, 됐다 됐어!”
친구들이 졌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렸다.
“야, 나중에 장비까지 탈탈 털려 먹고 빈털터리 되어서 골드 구걸이나 하지 마라.”
“내가 한 가지 장담한다.”
“뭘?”
“이 새끼 결국 그 꼬마랑 다니다 아테네 접을 거다. 차라리 그렇게 호구처럼 퍼줄 거면 접어라!”
“에이씨!”
진성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니들이랑 술 안 마셔!”
그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물론 친구들이 걱정 어린 마음에 하는 말인 건 안다.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성격인 것을 어쩐단 말인가?
‘정말 그러면 어쩌지?’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의심이 들었다.
이제까지 매번 베풀었으나 그 행동이 호구 짓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함께 다니는 동안은 강자들 찾아다니는 거 중단해야겠네.’
하지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찌 어른이 되어 가출한 아이를 모른 체한단 말인가!’
내일 필로스와 같은 시간에 접속해 함께 다니기로 했다.
어른으로서 보호자의 곁으로 그녀를 무사히 인도하리라!
* * *
좋은 사람을 새로 만난 필로스는 기뻤다.
더 이상 오빠와 아빠, 삼촌, 언니, 고모, 고모부들 사이에 있지 않아도 된다!
호우와 같이 다니게 된 필로스는 자신의 가출이 성공적이라고 느꼈다.
또 그녀가 가진 마음도둑은 유저인 호우에게도 발동된바!
“아구아구, 우리 필로스 너무 예쁘다아!”
호우가 닭꼬치를 우물거리는 필로스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 흐뭇함은 오래가진 못했다.
“버, 벌써 다 먹었어?”
“응! 필로스, 배고파!”
“551개의 닭꼬치를 먹었는데도!?”
놀라는 호우를 보며 필로스는 의아했다.
이제까지 모두 당연하다는 반응이었으니까.
더 생소한 것도 있었다.
“어, 얼마예요?”
닭꼬치 가게 주인에게 가격을 묻는 호우가 짐짓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가격을 들은 호우가 자신의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그나마 있던 돈을 귀족 레스토랑에서 전부 써버렸기에 돈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아니이, 돈도 없으면서 무슨 애 닭꼬치를 이렇게 많이 먹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필로스는 처음 보는 장면에 의아했다.
호우가 난처한 표정으로 계속 죄송하다 말한다.
결국 인벤토리에 있는 것으로 값을 대신 치렀다.
“자아, 필로스. 다시 가자꾸나.”
그렇게 다시 호우와 손을 잡고 걷던 필로스는 이미 카페 앞에 멈춰 섰다.
“맛있는 거 마시고 싶어!”
“어, 응? 으응, 그, 그래!”
사실 필로스는 방금 전 많이 먹지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필로스의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다.
폭식 결여증이란 병마가 그녀를 음식 앞으로 이끌었으니까.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죄송한데, 이걸로 대신 값을 지불해도 될까요?”
“이게 뭐예욧! 우리 카페 명약도 먹었잖아요! 이게 얼만지 알아요!?”
“그, 그럼 이걸로.”
결국 호우는 자신의 무기를 내밀었다.
호우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필로스는 깨달았다.
‘당연한 게 아니었어.’
오빠, 고모, 삼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것을 사주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인의 수백 배 이상을 먹어치우는 자신을 감당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필로스가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감사해야 하는 거였어.’
‘언제나 그들에게 인사해야 하는 거였어.’
‘세상 모든 사람이 이 정도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
새롭게 배운다.
좁았던 필로스의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이었다.
[당신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보호자로 등록된 민혁이 당신의 깨달음에 대해 알게 됩니다.]필로스는 슬퍼졌다.
음식 먹기를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호우와 함께 며칠 동안 걸으면서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호우는 빈털터리가 되고야 말았다.
“에휴…….”
호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입고 있던 갑옷과 무기마저 팔았다.
‘착용하고 있던 것들이 그렇게 비싼 것들은 아니었지만…….’
워낙 호구스러운 성격에 호우는 돈을 모으지 못했다.
레벨 300에 레어 아티팩트를 딱 하나만 가지고 있는 이는 호우가 유일할 거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없다.
노멀로 이루어졌던 모든 아티팩트를 팔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필로스, 꼭 네가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게 해줄게.”
초보자들이 입는 흰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호우가 다짐했다.
손을 꼭 잡고 있던 필로스가 슬며시 그 손을 놨다.
필로스는 호우란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어린아이에겐 매우 중요한 거다.
“정말 감사했어요.”
“어, 응……? 혹시 보호자분께 돌아가려고?”
호우는 뭔가를 얻고자 그녀와 함께 한 건 아니다.
그녀가 보호자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길 바랐던 것일 뿐.
필로스가 그를 안아줬다.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필로스가 작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덕분에 지내는 동안 배고프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기.”
필로스가 보자기를 내밀었다.
인벤토리에 있는 잡템, 혹은 돈들은 거래할 때 이렇게 보자기 식으로 건넬 수도 있다.
“아니, 나 괜찮은데, 이런 거 받자고 한 게…….”
“아뇨. 누군가에게 받았으면 나 또한 그에게 베풀어야 한다. 호우 아저씨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호우는 멋쩍은 미소를 머금었다.
“호우 아저씨는 강한 분들을 찾고 계시다고 했죠?”
“그, 그렇지.”
“곧 만나게 될 거예요.”
호우는 그저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래, 고맙다. 필로스.”
사실 호우는 자신이 더 이상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음을 알았다.
모든 걸 탈탈 털어버렸으니까!
“제게 큰 배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필로스가 멀어졌다.
호우는 자신의 베품이 간만에 너무도 즐거웠다.
그러다 보자기가 생각났다.
꼬마 숙녀가 건네준 보자기.
귀엽다.
‘이제까지 모은 작고 소듕한 잡템들 같은 게 있으려나?’
[필로스의 보자기를 확인합니다.]띠링!
[엘릭서 36개, 신등급 재료 37개, 신등급 무기 2개, 신등급 방어구 6개, 신등급 스킬북 6개, 광물 아가가늄 8개…….]“허, 허어어어어억!?”
호우는 눈을 크게 떴다.
천문학적인 가치의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일단 엘릭서는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10플래티넘? 아니, 100플래티넘을 훨씬 넘는다.
호우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필로스가 떠나간 자리를 바라본다.
하늘 위에서 한 사내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악신 오블렌이다.
그가 서둘러 전음을 보냈다.
* * *
호우의 친구들이 한 작은 마을에 모였다.
“여기 있다고?”
“어, 호우한테 들었는데 결국 음식값 지불한다고 모든 장비 다 털렸다는데?”
“진짜?”
“응.”
“아오, 그 멍청한 자식!”
친구들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게 호구짓 좀 적당히 하라니까!”
그렇다고 그들이 호우를 미워하는 건 아니다.
단지 너무 걱정돼서 그런다.
“이번에 가서 내 그 호구 짓 기필코 고쳐내고 만다!”
“맞는 거 같지? 그 꼬마애가 호우 벗겨먹은 거!”
“야, 딱 보면 모르냐? 그냥 벗겨 먹은 게 아니라 아주 그냥 영혼까지 탈탈탈 벗겨먹었다잖아!”
“지금 호우 초보자들이 입는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있다는데?”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이번에 그 호구짓도 그만두게 하고 만남의 기사란 클래스도 그만두게 하자.”
아무리 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이 호우를 찾아 움직였다.
그때 작은 마을의 한편에 물끄러미 서 있는 호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 중 하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호우……!”
[서대륙의 주인의 출현!]“……!?”
갑작스러운 알림에 작은 마을이 술렁였다.
호우의 친구들도 당황했다.
서대륙의 주인이 누구인가?
서대륙 전체를 통합하였고 두 개의 기둥의 자리를 거머쥔 자다.
또 일화그룹 후계자이며, 아테네의 명실공히 한 지존인 바.
어지간한 사람들은 평생 그와 마주치지도 못할 정도의 인사다.
“지, 진짜 민혁이다!”
“와, 지존 민혁!”
“뭐지? 민혁이 어째서 이 작은 마을에 온 거지?”
공간이 열린다.
열린 공간을 천외제국을 대표하는 강자들이 함께 넘어온다.
“차, 창신 밴!”
“미친, 군신 브로드도 있어!”
“뱀의 신 엘리자베스?”
“절대성녀 로이나도 있다!”
“천외제국 주축들이 전부 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하늘 위에서 악신 오블렌도 모습을 드러냈다.
“허어어어억!”
“뭐, 뭐야!?”
“이 마을에 뭔가 있기라도 한 건가?”
호우의 친구들도 얼어붙었다.
몇백 명 안 되는 인파 속으로 지존의 시선이 돌아간다.
지존이 어디론가 걸음하기 시작했다.
“와씨, 나도 지존이랑 말 한마디 나눠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지존이 호우가 있는 곳으로 걸음했다.
친구들이 멍하니 서 있는 호우를 보며 제스처를 취했다.
‘야, 호우야! 비켜!’
‘얼 타지 말고 길 터드려! 지존 앞길 막으면 클난다!’
‘야야, 빨리 비키라고!’
그때.
“호우 씨?”
지존 민혁이 그 앞에 섰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호우와 민혁을 바라봤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하고 싶습니다.”
민혁이 90도로 정중하게 호우에게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