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5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5화
호우는 자신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민혁을 보며 놀랐다.
“앗, 네네!”
호우 역시 민혁에게 꾸벅하며 상체를 숙였다.
그는 필로스가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전히 공간을 넘어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 무슨……?’
끊임없이 등장하는 강자들은 하나같이 서대륙을 대표하는 자들이다.
다른 이름으론 이렇게 부를 수 있다.
‘필로스와 가족들’.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민혁의 지인들이 곧 필로스의 지인이다.
많은 이들이 필로스를 아끼고 사랑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호우에게 민혁이 말했다.
“필로스란 소녀를 아시죠?”
“알고 있죠. 제가 보호하고 있던…….”
호우가 말끝을 흐렸다. 그는 눈치가 없었다.
먼 곳에서 호우를 바라보는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아, 아니겠지. 그 가출한 소녀가…….”
“어라라……? 그러고 보면 호우한테 들었던 음식 많이 먹는 애라면…….”
“저, 정말 걔라고……?”
“아니, 호우는 근데 그걸 왜 몰라?”
“쟤 집에 TV도 없는 문찐이잖아.”
“아니야, 아닐 거야.”
친구들의 부정은 현실이 된다.
“제가 필로스의 오빠입니다.”
“아!”
호우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민혁의 말을 듣고 무언가 보상을 받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필로스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설 따름이었다.
“필로스가 많이 심술 났더라구요. 가출한 이유가 오빠가 같이 맛있는 걸 많이 먹어주지 않아서라고.”
“그랬던 거군요.”
민혁은 그제야 필로스가 가출한 이유를 깨달았다.
“보통 이런 때 보상부터 바라는데.”
민혁은 호우가 좋은 사람인 것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베푼 대로 돌아온다.”
그것이 악행이든 선행이든.
민혁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호우는 뻗어오는 손을 보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지, 지존의 손?’
단순한 지존과의 악수가 아니다.
만남의 기사라는 쓸모없어 보이는 클래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이 사람, 다 알고 있는 거야.’
호우는 그 손을 잡았다.
손을 맞잡자마자 민혁은 호우를 끌어당긴 후 힘껏 안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필로스가 새로운 걸 배웠거든요.”
알림에 의해 필로스가 배운 새로운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받았다면 베풀어야 한다.
필로스는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을 호우에 의해 배웠다.
[당신은 만남의 기사이십니다.] [당신은 강자와 악수하셨습니다.] [악수율을 측정…….] [측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측정됩니다!]띠링!
[만남의 기사 클래스가 만남의 왕으로 진화합니다.]‘컥!?’
악수율 100%가 되면 만남의 왕으로 전직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에?
‘그리고 강자와 악수하면 난 레벨도 오른…….’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끊임없이 떠오르는 알림에 소름이 돋는다.
‘56레벨업? 와이씨!?’
그때.
“이건 저와 필로스의 가족들이 함께 준비한 선물입니다.”
[민혁 님이 1만 플래티넘을 선물합니다.] [민혁 님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낸 무기를 선물합니다.] [민혁 님이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낸 방어구 세트를 선물합니다.] [서대륙의 주인의 가호가 당신께 깃듭니다.] [그 어떤 자도 서대륙의 주인의 가호를 받은 당신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크허어어억!?’
상상을 초월하는 값어치다.
쉽게 표현해 볼까?
이 정도 보상이라면 현실 재화로 바꿀 때 강남에 집 한두 채는 거뜬히 살 정도다.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우리 천외제국은 은혜를 입으면 배로 돌려주거든요.”
“예?”
민혁이 슬그머니 몸을 틀었다.
그러자 백여 명에 이르는 강자들이 호우에게 손을 뻗었다.
“우리 필로스를 챙겨줘서 고맙네.”
창신 밴.
악신 오블렌.
“꾸우우울!”
아기돼지 콩이.
우르르 몰려든 그들의 중심에 선 호우에게 그들의 손이 내밀어지고 있다.
[레벨업…….] [레벨업…….] [악수율…….] [악수율…….] [레벨업…….] [레벨업…….] [알림창이 잠시 중단됩니다.]그들과 모든 악수를 끝냈을 때.
[285레벨업 하셨습니다.] [만남의 왕이 만남의 신으로 전직합니다.] [당신의 모든 스텟이 변화합니다.] [새로운 스킬들을 개방합니다.]단숨에 640레벨이 되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저를 찾아와 주세요. 신의 검 기사단의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루브앙 제국의 신의 검 기사단.
이젠 천외제국의 신의 검 기사단이 되었다.
1군 기사단은 NPC들로, 2군은 유저들로 구축되어 있다.
확실한 건 아테네에서 가장 강력한 기사단으로 불린다는 것.
“네, 넵! 감사합니다!”
곧 민혁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그의 친구들이 너무 놀란 표정으로 호우를 바라보고 있다.
“따, 딸꾹!”
다른 친구가 동공을 떨었다.
“헐, 님……. 비법 좀.”
호우는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니들도 착하게 살아, 짜식들아!”
필로스가 먼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 * *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 거지?”
천외제국 알현실.
민혁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호우와 작별한 필로스가 자연스레 다시 품에 돌아올 줄 알았건만?
“아직 폐하에겐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는 거겠죠.”
민혁은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필로스의 가출에 마음이 허해졌다.
그때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그 전서구를 본 민혁은 곧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올림푸스의 최고신 제우스다.
민혁과 제우스는 꽤 돈독한 사이다.
하지만 제우스의 표정은 심각했다.
[올림푸스 신들의 목소리에 따라, 일주일 후에 서대륙과 가이아 대륙을 잇는 통로를 닫아야 할 것 같네.]“예?”
[계속 설득했지, 우리의 상생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 혼자 설득하기엔 쉽지 않은 일일세.] [자네가 워낙 미운털이 박혀서.]그럴 수밖에.
천계 때의 전투 당시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그 도움에서 이득을 본 건 나뿐.’
물론 그들도 ‘관심’이란 짜릿함을 얻었으나 그뿐.
[철저히 자신들이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민혁은 기둥 퀘스트: 올림푸스 주인들과 친분 쌓기를 떠올렸다.
‘너무 오래 미룬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서 그들을 설득…….”
[불가능하네. 방금 막 결정된 사안이네. 일주일 후 문을 닫고, 지금부터 자네의 가이아 대륙 출입을 금할 것으로.]“제우스, 이러기에요? 내가 탈모도 치료해 줬는데?”
[크, 크흐흠.]제우스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혹여 누군가 들을까 눈을 굴려 주변을 훑는다.
[나도 최선을 다했다네.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지.]제우스도 민혁이 받은 올림푸스 주인들과 친분 쌓기 퀘스트를 안다.
왜? 그것이 발동하게 한 장본인이다.
언젠간 이런 일이 터질 걸 예상한 것.
[자네가 보낸 누군가가 친분을 쌓으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푸드드득.
전서구가 사라졌다.
민혁은 심각해졌다.
당장 가이아 대륙과 진행 중인 모든 거래가 끊긴다.
“기존부터 거래가 없었으면 모를까, 편리함을 알게 된 대륙인들은 불만을 호소할 겁니다.”
으레 인간이란 그렇다.
“하지만 누굴 보내지? 아니, 누굴 보내는 것도 문제 아니야?”
밴을 보낸다 가정한다.
자칫 그곳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해 싸움이 벌어지면?
‘밴이 죽을 수도 있어.’
밴뿐만이 아니다.
천외제국 모두가 마찬가지다.
민혁 자신을 제하고 그 누구든 쉬이 보낼 수 없다.
“올림푸스 신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잖아?”
자신도 쌓지 못한 업적이다.
헤이즈와 민혁의 시선이 불안하게 얽혔다.
그때.
[보호자 모드 가동 중입니다.] [필로스가 가이아 대륙에 도착합니다.]“이제 하다 하다 가출을 가이아 대륙으로 한다고?”
이 정도면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출하는 정도다.
* * *
특별유저관리팀.
평화롭고 따분하다.
“민혁 유저는 폭식 결여증 완치 이후 조용하네.”
박 팀장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 말이다.
“맞아요, 필로스 양도 요샌 성장이 정체되어 아주 평화롭네요.”
물론 다른 특별한 일을 하는 유저들도 많긴 했다만.
민혁과 필로스만 하겠는가?
덕분에 평화롭지만, 활력은 없는 느낌이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이민화 대리.”
“너요.”
“…….”
두 사람은 최근 결혼식을 올려, 가장 뜨거울 때다.
그때 이민화가 모니터 속 필로스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필로스가……?”
필로스는 서대륙에서 분명 정체되었다.
천외제국에서 절대병기 만들기를 진행했고, 현재 그녀는 300레벨에 600레벨 이상 유저를 잡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천외제국의 많은 이들이 필로스에게 줄 수 있는 건 이미 뭐든 퍼줬기에 성장이 정체된 것.
“아, 아니이! 필로스가 가이아 대륙에 간다고!?”
박 팀장의 표정이 한껏 상기되었다.
이민화도 마찬가지다.
“응? 우리 왜 좋아하지?”
“……?”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었다.
일순 과거의 박 팀장과 이민화 대리이던 때로 돌아간다.
“이민화 대리. 왜 필로스가 가이아 대륙으로 가면 문제가 생기지?”
“천외제국에선 더 이상 필로스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가이아 대륙엔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이아 대륙 신들도 있겠죠. 대표적으론 올림푸스 신들도 있겠죠?”
“하지만 올림푸스 신들은 필로스와 전혀 무관하잖아.”
“그게 중요한가요?”
이민화가 씨익 웃었다.
“필로스가 ‘마음도둑’이란 사기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 * *
필로스는 아직 민혁에 대한 미운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했다.
오블렌을 비롯한 많은 눈들이 자신을 보고 있을 거라는 걸!
호우의 곁을 떠나자마자 나타난 이들이 그 증거다.
필로스는 아주 멀리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랬기에 가이아 대륙을 선택했다.
기둥들도 함부로 자신을 찾지 못하며 민혁 오빠도 오지 못하는 곳.
이것이 진정한 가출 아닐까?
민혁 오빠가 가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쉬이 올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찾아왔다.
그 시각.
[필로스가 아레스의 병사 훈련소에 입장합니다.]민혁은 당혹스러웠다.
“아니이이이, 필로스. 왜 가서 만나도 미친개 아레스를 만나냐고오오.”
내 동생이지만 똑똑하다.
아레스를 곁에 둔 그녀를 쉬이 만나러 갈 순 없을 테니까.
‘잠깐만.’
현재 민혁은 어떻게든 올림푸스 신들과 친분을 올려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가 지정한 1인이면 된다.
‘그걸 필로스가……?’
가능하다.
필로스는 올림푸스 신들과 친해질 수 있는 유일한 자일지도 몰랐다.
* * *
제우스는 아들 아레스를 통곡의 감옥에서 더 일찍 꺼내줬다.
가이아 대륙 군사력이 약화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아레스는 ‘아레스의 군대’ 전원을 천외제국에 빼앗겼고 새로운 군대를 육성하고 있다.
훈련 강도는 높았지만, 그때처럼 잔혹하진 않았다.
그런 그 앞에 건장한 병사들에게 우르르 둘러싸인 한 소녀가 왔다.
서대륙에서나 필로스에 대해 알려졌지.
이곳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여자애는 뭐냐.”
“아레스 님과 친해지고 싶다는데요?”
“……?”
미친 꼬마가 분명하다.
미친개라 불리는 자신과 친해지고 싶다니?
아레스가 미친 듯이 웃었다.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
그에 따라 주변 병사들도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꼬마야, 꿈도 크구나.”
“우쭈쭈, 가서 밥이나 더 먹고 오너라.”
아레스는 미친 자들을 좋아한다.
일반적인 병사들이 와서 받아달라고 했으면 사지를 찢었겠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친해지고 싶다?
감히 나와?
“꼬마야, 네 주변에 있는 병사들과 싸워서 이기면 너와 친하게 지내주마. 그깟 친구라는 것 한번 해주지.”
아레스는 피식 웃었다.
찢어 죽이지 않고 보낸 게 어딘가.
이 정도 대우는 아레스가 필로스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는 증거다.
병사들이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으하하하하하, 요 귀여운 계집애가 어찌 저희를 이긴단 말입니까?”
“아레스 님! 이깟 꼬마 녀석이라면 제가 한 손가락으로도 이깁니다.”
“우쭈쭈, 우리 꼬마 아가씨. 아저씨랑 인형 놀이 할…….”
“동물농장.”
콰지이이이이익-
쿠우우우우우우웅-
히히히히히히힝-!
“……?”
“……?”
“……?”
주변의 모든 병사들이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