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403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13화
조금만 더 선 넘어봐라, 조금만 더.
지수는 웃는 얼굴로, 이 자리의 모두가 ‘태구가 폭력을 당할 만한 발언을 했다’고 여길 만한 말을 하기 를 기다렸다.
사자가 움츠러드는 건 두려워서가 아니다.
방심한 먹잇감의 목덜미를 단숨에 물어뜯기 위함이다.
“그렇게까지 랭커를 해야 하냐? 전 세계사람들이 뽑은 비호감 1위가 너라며.”
“사실 조롱거리 되고 있잖아? 나 같으면 안 한 다.”
실실. 지수는 웃었다.
그러나 웃는 낯짝 뒤로는 마음이 아팠다. 정곡을 찔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하, 그렇지 차라리 태구같이 예쁜 여자친구랑 평범하게 사는 게 낫지!”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냐?”
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선화가 여우처럼 받았다.
“오빠들, 무슨 소리예요~ 그래도 지수 오빤 아테네 최고 랭커잖아요.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렇지.”
“하하, 지금 없는 건 괜찮은데,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잖아. 아, 선화야.”
“응?”
“네 친구들 소개해 주면 되겠네.”
“싫어.”
선화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지수를 보았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두 사람, 말 좀 가려서 해라.”
“뭐, 어때. 장난인데!”
“호호, 맞아욧.”
“지수야, 설마 때리게?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날 텐데, ‘술취한 로크, 호프집에서 난동’.”
“이러려고 동창회에 아득바득 부른 거냐?”
지수의 말에 태구가 어깨를 쳤다.
“야야, 장난이야, 장난!”
“장난? 나도 장난인데, 한번 볼래?”
지수가 옆에 앉은 태구의 안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쿠우웅-
태구는 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크흑!”
태구의 코에서 쌍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뭐야, 이 미친 새끼야!”
선화가 길길이 날뛰었다. 태구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는 듯 웃었다.
“진짜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겠는데? 너 아주 X됐어!”
딸랑-
그때 그들은 듣지 못했지만, 문이 열렸다.
소란에 집중되었던 이들의 이목이 문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또각또각또각.
“X되긴 뭐가 X되냐. 내가……!”
지수의 뒤통수를 선화가 후려치려 했다.
그때.
“넌 뭐니?”
불쑥 나타난 손이 선화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떤 X같은 년…… 님이……?”
선화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는 살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호프집의 우중충한 조명 아래서도 너무도 아름다웠다.
은빛의 머리카락과 은빛 눈동자.
한국의 미(美)도 담고 있는 그 얼굴은, 보는 순간 턱하고 말문이 막히게 했다.
호프집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외모에 넋을 잃었다.
흡사 이곳이 아테네였다면.
[매혹에 걸리셨습니다.] [그녀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복종할지도 모릅니다.]알림이 떴을지도 모를 지경이다.
선화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선화는 그녀가 찬 파테필락 시계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한정판……
잡지에서 본 적 있다.
이 시계를 만든 파텍필락의 디자이너는 자신이 인정한 스타들만 한정판 시계를 찰 수 있게 허락했다. 전세계를 통틀어 열 명도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모든 것이 압도되었다.
그녀 앞에서 감히 숨조차 내뱉어도 되는가?
그녀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
“왜 우리 지수 머리를 때리려고 해?”
그녀의 눈빛은 공허했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하찮은 벌레를 보듯,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기가 본능을 넘어섰다.
“아스갈? 왜 끼어들어, 그리고 우리? 얘가 네 남친이라도 되냐!?”
“남친은 아니지.”
호프집 모두가 수긍했다.
아스갈은 세계 최고의 미녀.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 수장들도 러브콜을 보냈지만, 무시한 여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 취급을 받는 지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단은 나만 좋아하고 있어.”
“볼 때마다 귀엽고 깜찍해.”
“지금 저런 모습도 멋있고 잘생겼어.”
“열심히 구애 중인데, 잘 안 돼.”
아스갈의 말에 호프집이 패닉에 빠졌다.
호프집에 있는 어떤 남성은 그녀의 팬이기도 했다.
“지, 진짜 아스갈이 로크를……? 전혀 안 어울리는……”
“안 어울리죠. 쟤가 더 과분한 것 같아서.”
말도 안 된다.
지수도 이 상황이 뭔지 몰라서 눈을 끔뻑였다.
선화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제 손을 잡은 아스갈의 손목을 부리쳤다.
선화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미친X이다.
“어디서 구라를……!”
짝-!
뺨 한 대를 맞았다.
아수라 아스갈의 시선이 꽂힌다.
“앉아.”
“넵.”
선화는 다소곳하게 무릎을 모으고 그 위에 양손을 얹었다.
코피를 질질 흘리던 태구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솔이 지수를 말렸다.
“으응?”
폭력은 좋지 않다는 걸까?
지수는 순순히 태구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태구가 으르렁거렸다.
“내가 너희 둘다 고소……”
짝-!
지수가 잘못 생각했다.
다솔이 지수의 손을 푼 이유는 폭력을 싫어해서가 아닌, 자신이 직접 때리기 위해서였다.
졸지에 태구와 선화 둘 다 뺨 한 대씩을 맞았다.
어안이 벙벙한 태구가 다시 목에 핏대를 세웠다.
“니네두우우울! 내가 고소할 거야! 아아, 엉!? 지금 여기에 데스패치 기자들 있는 거 몰랐지!?”
어쩐지.
지수는 어디선가 계속 플래시가 터지는 걸 느꼈다.
그런데 지수도 아테네 랭커로 살면서 배운 게 많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 때를 항상 대비하게 된다.
휴대폰에 녹음된 내용을 틀었다.
먼저 태구와 선화가 지수를 모욕하는 발언들이 담겨 있었다.
“해보든가. 나는 때릴 만했다는 말 들을걸?”
한 대 때린 거?
벌금 내면 그만이다.
“너는? 요새 네티즌들 신상 잘 털던데, 네 신상 3 시간이면 털릴 거고 그럼 너희 회사 무사하겠냐?”
태구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지만, 그래 봤자 중소기업이다.
“네 여친은? 배우지망생이었던 누구누구라며 인스타에, 페북에, 포털 사이트에 도배될걸?”
“해봐, 재밌겠네.”
지수가 몸을 낮췄다.
“내가 어린 시절의 일을 문제 삼지 않은 건 우리 둘다 어려서였어.”
“실제로 마음에 담아 두지도 않았고.”
“근데 넌 이 나이 먹도록 자격지심에 열등감 덩어리냐, 철좀 들어라.”
지수가 거침없이 몸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태구가 맥주병을 집어 들었다.
그때.
“X발. 좀 적당히 해라.”
“네가 잘못한 거 맞잖냐.”
동창들이 우르르 태구 앞을 막아섰다.
심지어 태구 편에 섰던 이들도 그가 선을 크게 넘었음을 알았다.
과연 어린 시절 태구는 지수만 괴롭혔을까?
“친구한테 맥주병을 들어?”
“오늘을 위해 주짓수 배웠다, 십새야.”
“어, 어어, 어!? 야, 미안, 미안, 미아아아안, 컥!”
비명이 시작되었다.
지수와 다솔이 호프집을 빠져나왔고 한 친구가 뒤따라 나왔다.
“지수야.”
“엉?”
모든 친구들이 태구 같았던 건 아니다.
“다음에도 동창회 와. 제수씨랑.”
“알았어.”
“그리고 태구 쟤는 다음부터 안 부를게. 아무튼.”
친구는 지수와 다솔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미녀와 야수랄까.
픽 웃었다.
“축하한다.”
친구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잠시 걸었다.
“언제부터?”
“그냥, 나도 모르게.”
지수는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도대체 내어디가 좋은 거야?”
“잘생겼어.”
“크흠, 으하하, 그, 그으래? 또?”
“귀여워.”
“크하하하하하, 그으래애애애!?”
“ 멋있어……”
“크하하하하하! 내가 좀 멋있긴 하지
지수는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 난 것 같았다.
“나도 네가 좋아.”
당연한이야기다.
지수는 매번 다솔을 볼 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산이라 여겨 바라보기만 했었다.
지수가 슬그머니 다솔의 손을 쥐었다.
두 사람이 함께 계속 걷는다.
하지만 지수는 앞으로 있을 파장을 떠올렸다.
지수와 다솔이 연애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작지 않은 파장이 불 것이다.
“잠깐은 비밀로 하자. 주변에서 너무 놀랄 테니까.”
굳이, 라는 말을 하려다 다솔은 말았다.
다솔은 괜찮다.
그녀에겐 ‘그 사람의 마음만을 보는 여자’란 타이틀이 따를 거다.
하지만 지수는 상황이 다르다. 다솔의 팬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겠지.
다솔은 지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
“동창회 애들이나 데스패치는 내가 말하지 못하게 막아놓을게.”
지수는 당분간은 정말 비밀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다음날.
로크가 접속했다.
민혁을 만났다.
“야, 민혁아. 오늘 날씨 좋지 않냐?”
우르르르르르
쾅쾅-
“어딜 봐서?”
“푸흡, 그래? 아아, 난 좋은 거 같은데에.”
“너뭐 좋은일 있냐?”
“아아니이이이, 난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에에, 네가 그렇게 알고 싶다며어어언~”
“안해도 되는데……”
“어쩔 수 없지~ 있잖아, 나 연애한다. 하이 참! 누구냐니? 알고 싶어?”
“누구냐곤 안 물었는데……”
민혁의 팔뚝을 툭 친다.
“스갈이랑~ 히히”
그리고 로크는 차를 마시러 나갔다.
“어르신, 오늘 차 맛이 좋네요.”
“허허, 그런가. 자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아이참~ 이렇게들 궁금해하시다니?”
“무엇이 말인가?”
“글쎄 제가 22년 모쏠을……”
***
다솔은 비밀로 하자는 지수의 마음을 이해했다.
지수가 집중공격을 당하고 모든 피해가 그에게 갈 테니까.
그래서 자신은 연애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아스갈 양. 로크와 연애한다면서?”
밴 어르신이 말했다.
“여어, 스갈아. 너 로크랑 연애한다며?”
“…….?”
지나가던 민혁이 말했다.
그리고 하늘 위.
[로크랑 연애한다고?]오블렌이 말했다.
“크르르르르르르 ”
“왈와와와르르르!”
“크하아아아악!”
켈베로스들도 말했다.
로그아웃한 다솔은 웃었다.
‘지가 못 견뎌서 자랑하고 다녔네. 어차피 자기가 피해 입는 거니까. 난 좋다만.’
다솔은 밝히길 바랐다.
그날 저녁,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인사들과의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다솔 양께서 지수 씨와 연애한다고요?”
아니, 대통령도 안다고?
이 정도면 지나가던 개도 알지 않을까?
다솔은 행복했다.
* * *
[로크으아스갈 공식연애 발표]
[지수, 당분간은 숨기고 싶었었다고 밝혀
[주변인들, 숨길 생각 없어 보였다고 말하다.]
[임다솔의 팬들, 로크 인스타에 악플]
[로크, 아랑곳하지 않고 SNS에 아스갈과 찍은 다정한 사진 올려]
[로크는 그런 것에 신경 쓰는 남자가 아니다.]
모태솔로 커뮤니티엔 전설을 넘어서는 신화가 있다.
글들이 올라온다.
[전설은 불주먹 에이스가 연애를 성공한 것이죠.]
닉네임 ‘37년째 모쏠’.
모쏠 커뮤니티의 ‘교주’였던 로크가 떠나자, 그가 대신 자리를 이어받았다.
[신화는 22년째 모태솔로로 살아갔던 교주, 모쏠 대장 로크님께서 만들어내셨습니다.]
모쏠대장.
그는 이곳을 떠나기 전 자신이 로크임을 밝히며 화려하게 떠났다.
[모쏠대장께선 세계 최고의 미녀 다솔 양과 연애 하는 데 성공했죠.]
[여러분, 어쩌면 우리의 모쏠기간은 더 훌륭하신 분을 만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 아닐까요』
[그가 이룬 신화. 우리도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제가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
[모쏠 모쏠! 모쏠! 모쏠!]
커뮤니 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13년 후.
교주가 말했다.
[지수와 로크의 연애, 그리고 결혼 골인은 모쏠 커뮤니티의 첫 번째 신화라 기록되고 있죠.] [두 번째 신화는.] [제가 50년째 모쏠이라는 것입니다.]37년째 모쏠은 더 성장하여 50년째 모쏠이 되어 신화로 기록되었다.
[ㅠㅠ]모두가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