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420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30화
이례 없는 폭설은 이필립스 제국만 맞이한 게 아니었다.
유독 이필립스 제국이 심했지만 서대륙 전체에 폭설이 내러앉았다.
카이단 제국.
이필립스 제국보다 내린 눈의 양은 적었다.
그곳에 현재의 카이단 제국의 상황을 알러주는 리포터가 있었다.
“지속적으로 내린 폭설로 이필립스 제국으로 지원 물품을 보내던 마차 행렬이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눈 심하게 오긴 하네…….] [리포터야. 너도 마차 좀 밀어봐라.] [이대로 계속 시간 지나면 상인들이랑 병사들 다 얼어 뒈지는 거 아님?]카이단 제국 상인들과 병사들이 사방을 가득 채운 눈을 보며 절망했다.
“나아갈 수 없습니다. 마차가 미끄러집니다.”
언덕을 지나야 한다.
“포기하고 돌아가면……”
상인 한 명이 뒤를 돌아보곤 눈앞이 아득해졌다.
언덕만 넘어 조금만 더 가면 이필립스 제국이다.
그런데 넘을 수 없었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뒤쪽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눈 때문에 전서구를 보낼 수도 없었다.
“하아하아.”
거센 눈보라와 추위에 상인들과 병사들의 입술이 파리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곳까지 오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병사가 3천에 상인들이 500명인가?] [하……,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눈은 언제 끝나냐.] [게임인데 자연재해 있는 갓테네…….]그때.
“꾸이이이이이익!”
어떤 존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모두 떨리는 눈으로 그 존재를 보았다.
“누구지?”
“뭐지,저 근육질 몬스터는?”
강림한 존재는 다름 아닌 피그랏.
“꾸이이이이익!”
“이 울음소린 수호자 피그랏 소리인데.”
피그랏은 온몸이 살로 이루어진 거대한 이족보행 돼지였다.
그런데 웬걸?
환상적인 이두근과 삼각근,대퇴사두근까지!
BJ 리포터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어……,여러분 제국 수호자 피그랏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아닠ㅋㅋㅋ 저게 뭐얔ㅋㅋㅋ] [세상에.] [누가 피그랏한테 언더아머 입혀놨냐.]피그랏은 헬스러들의 상징이자 3대 500 이상만 입을 수 있다는 언더아머를 입고 있었다.
콩이가 아테네 마켓에서 특가할인 5,600원 주고 사줬다.
피그랏은 뿌듯했다.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지 않은가?
피그랏이 어깨를 으쏙이며 상인에게 말했다.
“꾸익? 3대 몇?”
상인들 틈에 껴 있던 유저가 당혹하여 답했다.
“200…….”
“꾸이이이익.”
피그랏이 멋들어지게 답했다.
“난 2,000이다.”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피그랏은 부듯했다. 콩이 님 말씀이 사실이었다.
3대 몇을 치는지만 말해도 저 벙찐 표정올 짓고 전의를 상실한 모습!
마치 엄청난 디버프에 걸린 것 같지 않은가.
실상은.
‘뭐야,이 근육 돼지는.’
사내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어? 진짜 근육 돼지네?’
피그랏은 말로만 듣던 근육 돼지의 실사판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피그랏은 마차들을 빗줄로 연결했다.
그리고 연결된 맛줄들로 자신의 온몸을 칭칭 감았다.
피그랏은 언덕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스쿼트 800을 치는 피그랏의 다리근육이 팽창한다.
그가 걸을 때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마차들의 바퀴가 굴러갔다.
모든 마차들이 언덕을 넘는 데 성공했다. 피그랏은 그들을 이끌고 이필립스 제국에 당도할 수 있었다.
물론 이필립스 제국은 피닉스에 의해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때.
“고맙다,피그랏.”
“네 덕분에 살았어!”
“우리 제국 수호자!”
피그랏이 다시 유토피아로 돌아갔다.
이처럼 곳곳에서 수호자들이 큰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이필립스 제국에 내리던 눈이 멈추기 시작했다.
모든 제국의 눈을 녹이고 돌아온 피닉스에게 엘레가 말했다.
“고맙다,이필립스 제국 수호자여.”
‘와아아아아아아아!”
“피닉스 만세에!”
“만만세!!!!!”
피닉스는 세상에 울리는 환호 소리를 들으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 * * *
유토피아로 돌아온 수호자들의 얼굴이 상기 되었다.
[패황 엘레가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모습을 콩이 님께서 보셨어야 해요.] [만백성이 나의 이름을 부르짖는 걸 콩이 님께서 직접 보셨어야 합니다.] [우리가 나태하게 살아왔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었는지 이제 알았습니다.]신나서 떠드는 그들을 보며 콩이는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일이 끝났음을 알게 되었다.
‘꿀꿀. 꿀.(쉽지 않은 일이었지. 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콩이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거금을 들인 단백질 보충제!
피그랏과 미노타우르스의 자존감을 올려줄 언더아머까지!
하지만 이제 그들은 자신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귀찮은 일이 모두 끝났으니 이제 다신 만날 일이없을 것이다. 콩이가 씩 웃었다.
그때.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피닉스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콩이를 보았다.
“꿀?(뭘?)”
콩이는 당황했다.
자신이 후딱 처리하고 그들과 헤어지고 싶었다는걸 그들은 눈치채고 있었던 건가?
[콩이 님께서 우릴 엄청 아끼신다는 것올요.]“……?”
[절대신수로서 유토피아가 위험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오셨겠죠.]아테네가 보낸 거다.
[우릴 보자마자 안타깝게 느끼셨겠죠.] [이제 다 이해됩니다. 귀하디귀한 보충제란 영약을 주신 것과 언더아머라는 ‘상징품’을 주신 것이 그 증거겠죠.]“꿀……?”
서둘러 해치우고 싶었던 것분!
언더아머를 사준 이유는 365일 만에 오는 특가품이란 이야기에 혹해서 샀다 본인 사이즈가 안 맞았을뿐!
피닉스가 콩이에게 예의를 갖췄다.
자연스레 모든 수호자들이 그에게 예를 갖췄다.
[|우리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면 거죠?]빨리 집 가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여렸던(?) 콩이는 면전에 대고 ‘집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 유토피아의 왕. 당신을 영원히 모시고 따르겠습니다!]
[유토피아의 새로운 왕이시여!]
주인놈이……?
[천외제국과 유토피아를 왕래하면 되겠다구요! 콩이 님께서 요새 뒤처지는 것 같아 우울해하시는 것같았다는데,잘 되었다며 월 듯이 기뻐하시더군요.]피닉스는 단순히 섬기겠다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준비한 걸 드리자!]피닉스의 영단,미노타우르스의 힘 영단, 피그랏의 꼬리 영단.
하나같이 엘릭서급 가치를 지닌 엄청난 것들이 콩이에게 바쳐졌다.
[당신은 절대신수이십니다.] [절대신수로서 유토피아의 왕이 되셨습니다.] [당신의 모든 스렛이 25% 상승하며 포식자의 권능이 1레벨 상승합니다.] [당신은 수호자들의 어버이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것입니다.]콩이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 흘렸다.
‘꿀……,(내가 원했던 건 권력이 아니라 여자친구다. 꿀……)`
[콩이 님, 너무 기쁘셔서 우시는 겁니까?]
아니야.
[하하하,저희도 콩이 님을 섬기게 되어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젠 콩이 님 곁에 매일 붙어 있겠습니다! ] [껌딱지처럼 옆에 착 달라붙어 있겠어요!]
그거 아니라고.
[우리는 죽지 않는 불사의 수호자들. 영원히 콩이님 곁에 머물겠습니다. 그러니 울지 마십시오. 하핫!]영원히?
콩이는 푹, 하고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그때.
쩌저저저저저적-
요란한 소리가 돝려왔다.
콩이의 시선이 소리를 쫓아 돌아갔다.
그 끝에 여러 색의 오라를 흘리며 거대해진 알이 눈에 들어왔다.
아테네는 콩이가 유토피아의 이들을 훌륭히 바꿔 놓으면 알이 부화한다고 하였다.
거미줄처럼 번진 균열이 알 전체를 가득 채웠다.
[유토피아의 알은 오직 절대신수만이 부화시킬 수있습니다.]부화의 시기가 왔어도 결국 그 안의 존재를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건 콩이뿐이었다.
콩이의 손가략 끝이 알에 닿았다.
알 껍질을 뚫고 정체 모를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꿀……?”
그 손을 보며 콩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콩이의 피부는 옅은 분홍색이다. 알에서 튀어나온
손은 콩이보다 활씬 더 붉지만, 콩이와 닮아 있었다.
콩이가 그 손을 잡아 천천히 끄집어냈다.
알이 완전히 깨지며 속에 있던 존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꿀!”
콩이의 묵직한 꿀과 달랐다.
훨씬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그것은 누가 들어도 ‘암컷’의소리였다.
[유토피아의 여왕이 세상에 깨어납니다.]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기 돼지를 보며 콩이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꿀!(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아기 돼지는 처옴이다. 꿀!)’
당연하다.
콩이는 살면서 자신과 같은 이족보행의 아기 돼지를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콩이가 조심스레 손을 뻗자 유토피아의 여왕이 조심스레 그 손을 잡았다.
“꾸우울……”
여왕의 눈에도 호감이 깃들었다.
* * * *
창신 밴은 오늘도 어김없이 고양이 항문에서 나온 고양이동 커피를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벤의 앞에 한 쌍의 아기 돼지가 손을 잡고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꿀!(하하하하. 어서 오라구우우~)”
“꿀꿀!(기다려 줘요,나의 콩이 님!)”
밴은 도톰한 뱃살을 출렁이며 달려가는 아기 돼지들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정신을 차렸다.
“내가 월 본거지?”
눈을 의심했던 밴은 곧 피식 웃었다.
“콩이에게도 봄이 왔구나.”
콩이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콩이는 민혁과 만났다.
민혁은 콩이를 만나자마자 심히 당혹스러웠다.
콩이가 갑자기 데려온 또 다른 아기 돼지콩이가 암컷 아기 돼지와 손을 잡고 당당히 들어
섰기 때문이다.
“꾸우우을.(안녕하세요. 꿀.)”
콩이와 다르게 예의 바르고 단아했다.
상세정보를 확인한 민혁이 놀랐다.
‘유토피아의 왕비?’
더 깊게 파고들자 헛웃음이 나왔다.
절대신수의 아내가 될 재목?
처음부터 두 돼지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꿀,꿀꿀.(내 여자친구 이름 지어줘라,꿀!)”
콩이의 기대감 어린 시선을 받으며 민혁은 아주 좋은 이름을 지어줬다.
“콩순이.”
콩이와 콩순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두 돼지는 행복했다.
* * * *
폭설이 그치고 제국이 안정을 찾자, 엘레는 오랜만에 천외제국을 방문했다.
“콩이와 콩순이라. 아주 좋아 보이더구나.”
“그렇죠?”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콩이가 무엇을 하든 민혁은 괜찮았다.
녀석이 행복하면 그뿐이다.
함께 꼬부라진 꼬리를 흔들어대며 손을 잡고 달려가는 두 돼지는 분명 행복해 보였다.
“나도 랜 이전에 저토록 누군가를 좋아했던 때가있었지. 첫사랑이었어.”
엘레는 황궁 요리사 랜을 좋아했지만. 결국 둘의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첫사랑이요?”
패황 엘레가 과거의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민혁이 관심 어린 표정으로 그녀플 보았다.
상념에 빠진 그녀가 창밖 너머를 보며 작게 웃었다.
“내가 13살때의일이란다.”
패황 엘레의 첫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31 화
이필립스 제국은 예로부터 검의 제국으로 불렸다.
역대 황제들 모두 검의 대제로 칭송받으며 대륙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이필립스 제국 황궁 수련실.
한 소녀가 손바닥이 까질 정도로 밤새도록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때 엘레의 아버지 엘제슨 더 루이가든이 들어왔다.
루이가든 가문은 단 한 번도 여자가 태어난 적이 없었다.
검제의 대가 끊어졌다.
이필립스 제국은 그 찬란했던 영광을 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세간에서 들렸다.
엘제슨이 말했다.
“넌 베르가슨 검술을 완성할 수 없다. 여인이 다룰 수 있는 검술이 아니다.”
베르가슨 검술.
루이가든 가문에 대대로 내려져 오는 검술이다.
이 검술은 오로지 황제의 핏줄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검술을 익힌 자들은 검제로 이름을 떨쳤다.
결국 손바닥에서 피를 뚝뚝 흘리던 엘레가 엄춰섰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차디찬 음성으로 말했다.
“엘레,여인의 몸으로 해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검의 대제가 될 재목은 아니다.
엘제슨은 뒷말은 삼켰다.
차디찬 말을 뱉었면 아버지의 눈에 잠깐의 아쉬움이 스쳤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여인이라니.’
여인이 걷기엔 너무도 험난하고 어러운 길이다.
붉은색 머러카락의 소녀. 엘레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분만이 아니다. 모두 그녀가 검제가 될 수 없을 거라 말하였다.
남들보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고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다.
‘난 무너지지 않아.’
엘레는 더 꽉 검을 쥐었다.
그때 아버지의 등 뒤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검성 로한이다. 이름은 들어봤겠지?’
쾌활하게 생긴 청년은 고작 19살 정도 될 법했다.
엘레도 검성 로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난한 빈민가에서 태어난 로한은 병사로 시작해 빠른 속도로 백작위의 자리에 올랐다.
미천한 신분인 그가 그토록 빠르게 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그가 루이가든 가문이 탐낼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네 검술 선생이다.”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가 몸을 돌려 나가셨다.
“안녕하십니까,오늘부터 검술을 지도하게 될 로한이라고 합니다.”
* * * *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로한은 매일매일 엘레의 곁에 함께였다.
엘레가 남들보다 월씬 더 오랜 시간 훈련을 할 때도,로한은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더 간결하고 짧게,또 묵직하게.”
엘레의 검술 실력은 빠르게 좋아졌다.
그녀는 로한을 시샘했다.
‘엄청난재능을 가진 자야.’
엘레는 그가 부러웠다. 로한은 감히 자신이 넘볼수도 없을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그렇게 휘두르는 게 아니라니깐.”
로한의 말에 엘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를 하대하십니까, 선생님?”
누가 뭐래도 엘레는 황제가 될 여인이다.
“이를 거야? 나 이르면 막막 머리만 덜렁거리면서 성벽에 달릴 텐데?”
“………”
로한은 유쾌한 사내였다. 머리가 달린 시늉을 하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물론 이르진 않는다.
이른다 해도 제국 검성의 목을 매달 자는 세상에 없었으니까.
“왜 선생님은 계속 제 옆에 붙어 계신 겁니까?”
“심심해서.”
로한의 업무시간은 오후 6시면 끝난다.
로한은 멋쩍게 웃었다.
물론 그가 심심할 리 없었다.
‘네가 외로워 보여서.’
라는 말은 삼켰다.
엘레는 누가 봐도 외로웠다.
황궁 사람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워낙 차가운 성격 탓에 친구도 없었다.
어찌다 생긴 친구들도 엘레가 여인이라며 무시했다.
물론 무시 받는다고 엘레가 가만있진 않았다.
엘레를 무시한 상대방은 어딘가 한구석 쥐어 터졌으니까.
그러면 어느 날 엘레가 또 한 번 검을 집어 던졌다.
“이래선 검술을 계승할 수 없어……”
베르가슨 검술은 천재들의 영역에 있는 검술이다.
또 오로지 순수한 혈통을 가진 자들만이 익힐 수 있는 검술이기도 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힘을 필요로 했다.
이 검술을 익히기엔 엘레의 근력이 너무 부족했다.
엘레는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엘레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힘이 부족하다면 작은 힘으로 강한 힘을 낼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 봤어.”
좌절하는 엘레의 어깨에 로한의 두꺼운 손이 얹어졌다.
“선조께선 루이가든 가문에 평생 남자만 태어날거라고 생각하셨을까?”
“운이 좋아 남자아이만 태어났던 것은 아닐까.”
“네가 운이 나빠 여자아이가 됐다는 말은 아니야.
내가 봤을 때 유연한 힘으로 강한 힘을 내는 것. 너만의 검술로 만드는것. 넌 할수있어.”
로한은 씩 웃었다.
“난 널 믿는다. 엘레.”
엘레에게는 처음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외면하는 황궁에서 유일하게 믿어 준다고 말한 사람은.
그것이 엘레의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유연하게.
부드럽게.
꼭 강한 힘을 낼 필욘 없다.
막을 수 없다면 홀려 버리면 그만이고.
한 번에 벨 수 없다면 두 번 세 번 베면 그만이다.
그녀가 검무를 춘다.
하루. 이틀. 사흘.
사계절이 지난다.
눈 내리는 수련소에서 엘레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검의 궤도로 눈송이가 발려 들어온다.
힘껏 내지르는 순간 눈송이가 한꺼번에 폭사한다.
로한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검제의 핏줄 그이상……,’
역대 어떤 검제들이 익혔던 베르가슨 검술보다 뛰어났다.
‘그리고 더 빠르다.’
엘레가 고작 19살의 나이에 베르가든 검술을 완전히 익힌 것을 볼 때, 그녀는 천재였다.
“서, 성공했어……!”
엘레는 날아갈 듯 기베했다.
로한과 자신이 함께 해낸 일이다.
월 듯이 기뻐하던 엘레가 로한을 바라봤다.
“아자아!”
로한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일인 듯 기베했다.
엘레가 로한을 향해 힘껏 달려가 안겼다.
“나, 해냈어. 누구보다 뛰어나게 해냈다고!”
그렇게 로한을 껴안고 기뻐하던 엘레가 멈칫했다.
“크흠, 로한 경. 그대가 한 일은 내 모르는 척해주겠네. 혈기왕성할 때이니 그럴 수도 있지.”
“지가 안겨놓고……?”
“다음부턴 그러지 마시게”
“어이가 없네?”
엘레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 * * *
엘레가 여태까지 로한에게 품은 감정은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의 품에 안긴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날 저녁.
엘레는 황궁을 걷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들었다.
“폐하, 여인은 검제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바르댕 공작의 목소리였다.
매번 엘레를 볼 때마다 기분 나쁜 시선으로 보던 자다.
“기대를 저버리셔야 합니다. 차라리 아로드 제국 콘스티누 황자와 혼인올 맺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르도 제국은 대륙 제일의 국가입니다.”
다른 공작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혼인을 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대국의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나븐 말로 팔려가는 거다.
그때.
익숙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안될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스승 로한이었다.
“제가 본 엘레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검의 대제가 될 것입니다.”
“로한 경의 그 발언이 제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요? 책임질 수 있소?”
바르명이 실소를 흘렸다.
“책임지겠습니다. 검성의 이름으로,스승의 이름으로.”
엘레의 얼굴이 붉어졌다.
모두가 부정하는 황궁 안.
유일한 내 편.
나를 위해 자신을 걸 수 있는 사람.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다음 날.
엘레는 아버지와 공작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검무를 췄다.
하나의 초식을 그와 함께 만들었다.
흔들리는 검 끝을 그가 잡아줬다.
거대한 힘 앞에 맞서는 법을 그가 가르쳐 줬다.
그와 내가 함께 가장 뛰어난 검술을 만들어냈다.
남자들만이 계승한다는 그 검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게 했다.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말씀하셨다.
“자랑스럽구나. 엘레.”
뒤돌아 걸어가는 엘레의 시선이 자신을 부정했던 공작들에게 닿았다.
그 검무를 본 공작들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어찌 저 나이에……`
‘엄청난재능이다.’
엘레는 공작들을 비웃어준 뒤. 아버지께 고했다.
“검의 대전에 참여하겠습니다.”
대륙의 17세 미만의 뛰어난 검사돝이 겨루는 곳.
이필립스 제국 황제들이 모두 거친 곳.
그러나 당시 황제들의 나이는 16세였다.
엘레가 그곳을 나섰다.
그리고 로한에게 이 사실을 전해줬다.
성벽 위에서 이야기를 들은 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할수 있을거야. 믿어”
그의 눈엔 맹목적 믿음이 가득했다.
로한은 성벽에서 보이는 한 빈민가를 바라봤다.
“엘레, 년어떤 황제가 되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엘레는 한참이나 생각했다.
어떤 황제가 되고 싶냐?
어떻게 보면 쉬운 질문이다.
어떤 제국도 무시하지 못할 가장 강한 제국을 만들고 싶다.
또 대륙에서 제일가는 황제가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다.
한참이나 생각하던 엘레는 그것이 답이 아님을 알았다.
“오로지 백성의.”
시야에 펼쳐진 이필립스 제국을 담는다.
“오로지 백성을 위한.”
“오로지 백성들을 위해 사는 황제.”
“그런 황제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강한 황제가 되고 싶었던 이유다.
로한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이나 그녀를 보던 로한이 피식 웃음 지었다.
“으으……, 오글거려……”
“이이익……!”
장난스레 웃은 로한이 빈민가를 돌아봤다.
“화려한 불빛들이 보여?”
보인다.
수도를 채운 불빛들.
“그리고 저곳 보여?”
역시 보인다.
화려한 불빛들과 다르게 어둠이 내리 앉은 곳.
엘레는 세상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내가 어디 출신인진 알고 있지?”
물론이다.
엘레는 그가 빈민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저곳에 배가 고파 죽어가는 이들이 넘쳐 나.”
“…….?”
엘레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이필립스 제국은 대륙에서 강국……”
“맞아, 강국이지. 하지민 ‘우리’는 저곳을 들여다 보지 않아왔어.”
그래서 검을 쥐었고, 검성이 되었다.
저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나를 대신해 저곳을 들여다볼 자가 생겼지.”
로한은 그렇게 말하며 빈민가를 내려다보았다.
그 후로 로한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엘레는 그를 보며 다짐했다.
‘검의 대전에서 돌아오는 날. 고백하겠어.’
다음날.
엘레가 검의 대전이 열리는 곳으로 출발했다.
* * *
바르댕 공작은 부정했다.
“어떻게 일군 제국인가.”
이필립스 제국 황제 엘제슨은 나날이 쇠약해져 가고 있다.
그가 별세한다면 고작 14세의 엘레가 여제가 된다.
“그녀가 황제가 되게 할 순 없겠지.”
엘제슨의 자식은 오로지 엘레 하나밖에 없다.
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자연스레 황위는 바르댕 공작이 가지게 된다.
여인이 황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 탐욕을 드러내는 거다.
“모두 준비해라.”
바르댕 공작이 이끄는 기사단이 복면을 썼다.
바르댕이 음침한 미소로 웃었다.
“안타까운 일이로다. 엘레는 검의 대전을 끝낸 후 돌아오는 길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돌아가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