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57
밥만 먹고 레벨업 157화
그리고 간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캬리는 속으로는 안도했다.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몰라.’
캬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변해버린 용왕님의 그 탐욕스러운 눈빛, 만약 간만 얻을 수 있다면 당장 자신을 죽일 듯한 눈빛이었다.
그것이 제빗이라고 할지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데, 이제 제빗에겐 토끼의 간이 없다.
만약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용왕님이 나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거다.
“용왕님을 알현해야겠어.”
“이 몸으로?”
제빗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랜 시간을 비웠다는 걸 알았다.
“함께 가자.”
캬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었다.
‘아무리 변한 용왕님이라고 할지라도…….’
제빗이 그를 위해 조개 골렘과 싸웠고 죽을 뻔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다를 것이다.
캬리는 제빗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리고 용왕님이 계신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용왕님이 계신 곳에 도착한 캬리와 제빗은 그 커다란 문을 바라봤다.
캬리가 노크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끼이이이익!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용왕님이 있었다.
제빗은 용왕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어, 얼굴이…….’
용왕님은 며칠 사이에 더욱더 야위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검은빛이 감돌았다.
대마도사 아필드.
그가 다른 이들보다 이렇듯 빠르게 노쇠해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용왕 스스로가 안에서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었기에 강력한 그 힘과 싸우기에는 대마도사 아필드조차도 힘에 겨웠기 때문이다.
“용왕님을 뵙습니다.”
캬리와 제빗이 꾸벅 절을 했다.
캬리는 먼저 토끼의 간이 사라졌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왕…….”
한데, 그 순간.
용왕의 손이 움직였다.
물로 이루어진 창이 생성되어 빠른 속도로 제빗을 향해 날아갔다.
‘아, 안 돼……!’
캬리의 손이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생성해낸 물의 장벽이 솟아나 제빗의 앞을 막았다.
하지만 용왕이 쏘아낸 창은 강력했다.
콰지익!
단숨에 장벽을 관통하고 제빗의 등에 창이 박혔다.
“커헉……!”
제빗이 비명을 토해냈다.
“제, 제빗……!”
캬리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비켜라, 캬리.”
“요, 용왕님 어, 어찌하여…… 어찌하여 이러십니까!”
“……듣지 않았느냐? 제빗이 가진 토끼의 간만이 나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또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대마도사 아필드는 전후 사정을 모른다.
지금 당장 토끼의 간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제빗이 들어온 순간, 그녀에게서 토끼의 간을 빼앗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캬리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제, 제빗에겐 토끼의 간이 없어요. 그러니, 제발……!”
“토끼의 간이 없다?”
용왕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2m 50㎝가 넘는 거구였다.
그런 그가 턱을 쓸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캬리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제빗은 용왕님을 위해……! 포식자와 싸웠다고요!”
캬리가 목 놓아 소리쳤다.
제발, 제빗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과거의 용왕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에 용왕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제빗, 캬리. 거짓말이 늘었구나.”
“거짓말이라니요! 용왕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캬리. 난 괜찮아.”
등이 관통되어 콸콸 피를 흘리는 제빗은 위태로워보였다.
“난 정말 괜찮아…….”
여전히 용왕만을 생각하며 그녀는 작게 웃고 있었다.
캬리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아-
촤아아아아-
촤아아아아-
용왕의 주변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 소용돌이는 점차 창의 형태를 이루어갔다.
곧 이어 거대한 물의 창이 맹렬한 회전을 일으키며 용왕의 앞에 나타났다.
“비켜라, 캬리.”
그와 함께, 그 창이 또 한 번 제빗을 향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갔다.
쑤화아아악!
캬리는 용왕과 제빗을 번갈아보았다.
싫었다.
아무리 용왕님이라고 해도 싫었다.
그건 안 된다.
제빗만은 안 된다.
“싫어……!”
파하아아앗!
캬리의 앞으로 물줄기가 생겨났다.
캬리가 그 물줄기를 쥐는 순간, 검이 되었다.
바다의 수호자의 검이었다.
로베스 신이 신의 아이 중 유일하게 첫 번째 아이인 캬리에게 내린 신성한 무기.
전설,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용궁 내의 최고의 명검.
촤아아아앗!
캬리가 힘껏 검을 휘두르는 순간 생겨난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웅장한 장벽.
그 장벽이 창과 충돌을 일으켰다.
쾅!
“캬리, 감히 네가 내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거냐!”
“제빗은…… 손댈 수 없습니다.”
캬리는 검을 쥐고 용왕을 노려봤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바다의 수호자의 검은 오로지 용왕을 지키기 위한 검.
그를 공격할 순 없다.
또한, 아무리 이런 상황일지라고 하더라도 캬리는 그를 공격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어떻게, 용왕님을 내 손으로…….’
그 순간.
분노한 용왕이 터벅터벅 한 걸음씩 내려왔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고 계십니까!? 제빗은 당신을 누구보다 아끼고 따랐습니다……!”
“용궁의 평화를 위해선 내가 서둘러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더냐, 캬리. 하나의 희생으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용왕님의 말도 안 되는 변…… 컵!”
그 순간, 어느덧 캬리의 앞으로 다가온 용왕이 그녀의 목을 잡아챘다.
‘이년들은 다루기 쉬워서 좋아.’
대마도사 아필드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방어하긴 했지만, 이들은 절대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
“컥, 정신 차리십시오. 용왕님, 지금 용궁을 위한 일은 제빗을 죽이는 것이 아니…….”
“아니, 내가 사는 것이 너도, 제빗도 사는 길이다.”
아필드는 일단은 캬리를 죽이자고 생각했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휘청
그는 극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큭…… 너무 오랜 시간 이 몸으로 있었어……!’
그리고 그가 휘청거리는 순간, 캬리는 볼 수 있었다.
‘방금 그게 뭐였지……?’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조금 전, 용왕의 몸 위로 정체 모를 검은 무언가가 솟아오르다가 다시 몸속으로 삼켜졌다.
아필드는 시간이 없다고 여겼다.
수화아아악!
허공에서 생겨난 검은 검이 캬리를 향해 쏘아졌다.
푸화앗!
“컵!”
복부를 관통당한 캬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또 다시 허공에서 움직이는 검이 그녀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왔다.
캬리의 검이 움직였다.
촤아앗!
아필드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캉!
순간적으로 생겨난 검은 실드.
그게 아필드의 목 옆을 방어했다.
하지만 캬리는 빠른 쾌검으로 목이 붙잡힌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결국 아필드가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털썩!
“꺅!”
바닥을 구른 그녀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아필드를 노려봤다.
“들켜 버린 것 같군.”
“……아필드!”
방금 전 그 검은 실드는 용왕님과 그가 싸울 때, 고전을 면치 못하게 했던 흑마법이었다.
그리고 아필드는 서둘러 이곳을 정리하고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숨겨놓은 마력을 폭사시켰다.
수화아아아아악!
주변에 소용돌이치는 검은 마력.
그리고 대마도사 아필드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죽어라.”
쏴아아아아아!
검은 화염의 구가 생성되었다.
그 구는 캬리를 단숨에 집어 삼킬 만큼 커다랬다.
그 강력한 화염이 캬리를 향해 날아갔다.
수화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캬리가 바다 수호자의 검을 땅에 꽂았다.
쿠쿠쿠쿠쿠!
땅이 진동하며 솟아난 강력한 파도가 4m 높이로 커다래졌다.
파도와 검은 화염이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강력한 진동이 터져나갔다.
잠시 두 힘은 호각을 겨루는 듯 했다.
하지만 캬리는 지금 복부에 커다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끄흐으읍!”
검은 화염이 파도를 꿰뚫고 캬리를 집어삼켰다.
“꺄아아악!”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 순간, 대마도사 아필드는 힘을 개방시켰다.
그와 함께 주변에서 검은 힘들이 넘실거리며 용궁 곳곳에 있는 자들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남아 있는 모든 영혼을 영혼 교환술을 이용해 집어넣은 거다.
그에 따라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용궁 내의 이들을 영혼들이 집어삼킨 거다.
‘서둘러야겠군.’
대마도사 아필드는 어서 빨리 토끼의 간을 챙겨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제빗에게 걸어갔다.
‘요, 용왕님이 아니셨어…….’
제빗은 분했다. 그를 위해 포식자와 싸웠다. 그를 위해 모든 걸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속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끼이이이익-
쿠우웅!
거대한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의 어깨 위로는 정체 모를 아기 돼지가 서 있었다.
사내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을 아필드를 향해 던졌다.
아필드가 몸을 옆으로 비틀어 피해냈다.
검이 벽에 박혔다.
아필드는 그런 조잡한 공격을 시도한 사내를 보았다.
“네놈은…….”
그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사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그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푸화아아앗!
대마도사 아필드는 등을 찢고 지나가는 강력한 충격에 순간적으로 크게 휘청였다.
“커허억……!”
단지, 검이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그런데, 엄청난 타격이 들어왔다.
푸쉬이이익!
그리고 그 부위가 타들어 가듯,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대마도사 아필드는 알 수 있었다.
‘이, 이건 강력한 신성력의 힘이다.’
그리고 자신의 등을 스치고 지나간 검.
그 검은 무사히 사내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들어온 사내는 민혁.
그가 조금 전, 사용한 능력은 엘레의 검에 붙어있는 특수능력.
회수였다.
* * *
즐투버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 속 이름 소민.
그리고 닉네임 주아는 안절부절못하며 바레트 왕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즐투버인 그녀는 얼마 전에, 로반과 프라이팬 살인마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실상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유저는 세상에 없었다.
또한, 그때 당시 주아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도 황홀한 두 사람의 전투,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
생방송을 끝낼 수 없었다.
그리고 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그녀는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그리고 프라이팬 살인마에게 퍼센트의 금액을 나눠주기 위해 수소문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공식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돈을 드릴테니, 연락 달라고.
하지만 그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다. 수락 후 방송이 아닌, 방송 후 수락을 받으려고 했다.
‘녹화해놓고 먼저 의사를 물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반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초상권 침해에 따른 고소장이 제출되었다.
‘원하는 게 뭐지?’
프라이팬 살인마의 법정 대리인은 모든 수익에 더해 피해보상금도 지불하겠다는 말에도 콧방귀를 끼었다.
그에 주아는 사정에 사정, 또 사정하여 어떻게든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지금 프라이팬 살인마와 가까운 측근이 이곳에 오고 있었다.
한 식당에 앉아 있는 주아는 곧이어 들어오는 우락부락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주아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내, 제네럴은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주아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에 제네럴이 말했다.
“죄송은 제가 아니라, 그 친구한테 해야죠. 주아 씨 덕분에 그 친구가 요즘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아세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세상에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니.
그녀가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깊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또, 영상을 올리고 프라이팬 살인마에 대한 애정도 가지게 되었고…… 또…… 저도 한 명의 팬이 된 입장으로써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역시 그 녀석은 앞을 꿰뚫어 본다니까.”
제네럴은 피식 웃었다.
제네럴은 현실에서 민혁과 유포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혹여나 유포자가 이 비슷한 말을 하면 이렇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 친구가 이런 말이 나오면 전해달라고 했어요.”
“네, 어떤……?”
제네럴은 잠시 민혁의 표정 말투를 흉내 내기 위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누가 그래요? 팬이면 이딴 짓 해도 된다고.”
“…….”
얼굴이 화끈해진 주아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