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75
밥만 먹고 레벨업 175화
현실.
카이스트라.
그의 옆에는 마을의 친한 동생인 리체가 함께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언덕 위에 앉아 나무가 우거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이스트라는 리체의 몸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리체는 어렸을 적부터 카이스트라를 친형처럼 여기고 따랐다. 그리고 카이스트라 또한, 리체를 자신의 친동생만큼이나 아꼈다.
그런 리체는 지금 몹시 아팠다.
몸에서 펄펄 열이 끓고 있었다.
카이스트라가 돈을 들여 고용한 의사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지만, 이곳은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였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카이스트라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졌다.
‘안 돼, 제발 오지 마……!’
그는 절망했다.
아주 먼 곳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
헬기를 띄우기 힘들어진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면역력은 생각보다 약한 편이다.
또한, 의료시설이라는 게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할 수밖에 없었으며 병 또한, 일반 나라의 사람들이 걸리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현재 리체가 보이는 증상은 감기몸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니라면 어린 리체는 죽을지도 몰랐다.
“……카이스트라.”
“응?”
카이스트라가 애써 웃으며 리체를 돌아봤다.
본래 카이스트라는 그와 이곳에 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리체는 울며불며 꼭 매일 함께 가던 언덕에 가고 싶다고 했다.
“기억나?”
“…….”
카이스트라는 묵묵히 들었다.
“내가 뼈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분들이 왔잖아.”
카이스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리체도 카이스트라도 죽기 직전이었다.
기적처럼 일화그룹과 의료진이 도착했고 박문수라는 사람은 비상 연락수단 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라는 의미로 아테네 접속 캡슐을 선물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랭커가 된 카이스트라가 벌어들이는 수익 덕분에 마을은 안정을 찾았다.
“그때 먹었던 음식…… 아직도 잊지 못해.”
그중에 한 명은 요리사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미음과 같은 것들만을 아이들에게 먹였다.
그리고 떠나기 전, 건강을 찾은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닭 국물에 쌀알을 끓여 닭죽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었다.
“그거 정말 맛있었지. 근데 이상하다?”
마을에 있는 캡슐은 다섯 대.
태양열 발전기에 의해 이 캡슐은 꺼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그 안에서 리체도 다른 세상의 음식을 맘껏 먹어봤다.
“그때의 맛이 나지 않아…….”
하얗고 닭고기가 쭉쭉 찢어져 들어가 갖은 채소와 함께 잘 졸여진 닭죽은 정말이지 맛있었다.
한데, 더 이상 그때의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이스트라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나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맛을, 그 감촉을, 그 식감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음식의 맛은 구원이었다. 어쩌면 그때의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하기에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이스트라. 나 죽기 전에 부탁이 있어.”
“……리체, 그런 소리 하지 마!”
카이스트라가 소리쳤다.
하지만 곧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 맛…… 다시 느껴볼 수 있게 해줘.”
“…….”
카이스트라는 그에 잠시 말문을 닫았다.
그 말이 캡슐 안에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카이스트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프라이팬 살인마…….’
그의 요리실력은 황혼의 요리사 블랙보다 위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
카이스트라가 말했다.
“너 안 죽어, 그리고 그 맛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줄게. 이만 돌아가자.”
“응.”
카이스트라가 리체를 업었다.
두 사람이 먹구름이 덮치기 전에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후아.”
민혁의 입에서 떨리는 숨이 뱉어졌다.
그 앞에 두부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앞에 있는 가스버너 위의 뚝배기 뚜껑을 열었다.
솨아아아아-
첫 번째로 만들어낸 건 바로 순두부찌개였다.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그 상태에서 황금 닭을 통해 얻은 계란 하나를 탁- 까서 넣었다.
뜨거운 국물 속으로 퐁당 빠지는 계란.
그 상태에서 가스 불을 켰다.
겉면이 빠르게 익어가는 계란. 그리고 그 옆의 순두부와 바지락, 오징어, 돼지고기.
그리고 두둥실 떠오른 붉은 고추기름.
그뿐만이 아니었다.
옆에는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잘 썰어져 있는 두부가 나열되어 있었다.
김을 피우는 두부는 마치 시장에서 파는 뜨끈뜨끈한 두부처럼, 갓 만들었다.
그 옆에는 일반 김치보다 진한 빛을 띠는 볶음 김치가 놓여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두부로 만든 음식이 나열되어 있었다.
먼저 민혁은 천천히 식어가는 순두부찌개로 수저를 뻗었다.
휘휘 수저로 저어준 후에 그 뜨거워 보이는 국물 한 수저를 펐다.
“후! 후!”
입으로 불어준 후에 입을 벌리고 단숨에 후루룹!
“하, 뜨!”
하지만 그 뜨거움과는 무색하게 입안에 진득한 순두부찌개의 맛이 느껴졌다.
“어디 보자.”
이번엔 숟가락으로 순두부를 들어 올렸다.
탱글탱글해 보이는 순두부는 찌개를 흡수해 붉은빛을 보였다.
“후루룹!”
입안에 넣자 마치 계란찜처럼 가득 퍼져나갔다. 국물을 가득 머금은 순두부는 매콤달콤하니 맛이 좋았다.
민혁은 또 한 번 순두부찌개를 가득 펐다.
그가 푼 수저 위로는 돼지고기, 오징어, 바지락, 순두부가 가득이었다. 거기에 국물도.
그것을 자신의 밥그릇 위에 올린 후에 쓱싹쓱싹 비볐다.
순두부가 부드럽게 으깨지며 밥과 만났다.
그것을 단숨에 들어 올려 입안에 넣었다.
씹는 식감이 있는 오징어와 돼지고기가 먼저 씹히고 고소한 맛이 있는 바지락 맛이 난다.
그리고 보드라운 순두부와 얼큰한 국물, 그리고 쌀알이 입안에서 한데 어울려 춤을 춘다.
“크, 이 순두부찌개는 추울 때 먹으면 맛있는데.”
민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번엔 그 옆에 놓여 있는 뜨끈한 두부에 젓가락을 뻗었다.
그는 뜨끈한 두부를 젓가락으로 반절 꾹 갈라 먼저는 그냥 먹어봤다.
분명히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두부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뜨끈한 두부를 입에 넣고 씹자 기분 좋은 맛이 났다.
흐뭇한 미소가 감돌다가 이번엔 두부와 볶음 김치를 한 번에 집는다.
그리고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가득한 두부와 매콤하고 식감이 좋은 볶음 김치가 만났다.
아삭아삭-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맛을 채워주는 볶음 김치.
빙그레 웃다가 이번엔 젓가락을 두부조림에 뻗었다.
두부조림을 밥을 가득 푼 수저 위로 얹었다.
그다음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짭조름하게 양념이 잘 밴 두부김치는 다소 짠맛이 강하다.
그 때문에 밥도둑이라는 것이다.
그저 ‘짠’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밥을 한 숟가락 더 먹은 민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두부야, 넌 왜 몸에도 좋고 맛도 이렇게 좋은 거니?”
두부는 밭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리는 콩으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풍부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었고 언제 먹어도 부담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찌개 요리에 들어가도 어울렸다.
그렇게 두부 백 모 정도를 뚝딱 해치운 민혁.
그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풍부한 맷돌로 만든 순두부를 드셨습니다.] [경험치 40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단숨에 민혁의 레벨이 5가 상승했다.
5레벨의 상승과 지금까지 이곳에 올라오면서 레벨업 했던 것을 합치면 현재 민혁의 레벨은 318이었다.
두부를 모두 먹은 후에 민혁은 다시금 맷돌 앞에 앉았다.
이제 고작 하루를 갈았을 뿐이다.
다시금 그의 콩 갈기가 시작되었다.
* * *
민혁은 오늘도 맷돌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그는 뱀파이어 룬이 드랍했던 고귀한 뱀파이어의 피를 이용해 선지 해장국을 해 먹었다.
그리고 알림을 들었다.
[고귀한 뱀파이어의 피로 만든 선지 해장국을 드셨습니다.] [식신의 위대함.] [명약 패널티를 무시합니다. 단, 이는 여러 명이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명약 요리. 스킬이 강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출혈’을 획득합니다.]고귀한 뱀파이어의 피는 명약이었다.
그런데 다른 명약과 다르게, 스텟이 아닌 스킬을 올려준다.
식신은 스킬북으로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익히지 못할까 했는데, 익혀서 다행이었다.
민혁은 강화된 출혈이란 스킬을 확인했다.
본래 공격에 성공할 시 2% 확률로 발동되지만 식신의 위대함 효과에 3%로 늘었다.
그리고 공격한 대상의 10%의 데미지가 출혈이 멈출 때까지 발생한다.
스킬을 익힌 후, 민혁은 다시 맷돌 앞에 앉았다.
“자, 돌려보자!”
그리고 힘껏 맷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평소처럼 1시간, 2시간이 지나던 때였다.
“응?”
갑자기 맷돌에서 검은빛이 화아악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검은 빛과 함께 민혁의 인벤토리에서 저절로 숙성의 항아리가 나타났다.
검은빛을 띠던 맷돌도 허공에 떠올랐다.
두 개의 아티팩트가 허공에 떠 있는 이유를 민혁은 알 수 없었다.
곧이어 검은 빛은 숙성의 항아리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 알림이 들려왔다.
[풍부함의 맷돌이 ‘고락의 번개의 맷돌’로 변화하며 봉인이 풀립니다.] [고락의 번개의 맷돌과 고락의 숙성 항아리는 세트 아티팩트입니다.] [두 가지가 가진 성질에 따라 그 힘이 한 가지 아티팩트에 깃듭니다.] [고락의 번개의 맷돌이 유니크 등급에서 재앙 등급으로 진화합니다.]“재앙……?”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재앙 아티팩트?
처음 들어보는 아티팩트였다.
때문에 민혁은 곧바로 확인해 봤다.
(고락의 번개의 맷돌)
등급: 재앙
제한: 고락의 세트 아티팩트.
내구도: ∞/∞
특수능력:
⦁보유하기만 해도 기본 스텟+8% 상승.
⦁패시브 스킬 낙뢰(落雷)
⦁엑티브 스킬 낙뢰지옥(落雷地獄)
설명: 고락이 숨겨놓은 세트 아티팩트. 두 가지가 만나야지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세트 아티팩트이며 가장 성질이 좋은 두 가지 아티팩트가 만나 최고의 재앙을 얻었다.
(낙뢰)
아티팩트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없음
쿨타임: 없음
효과:
⦁고락의 번개의 맷돌을 보유하고만 있어도 적 공격에 성공할 시 5% 확률로 낙뢰가 2~4연속 내리치며 공격 데미지만큼 피해를 입는다.
(낙뢰지옥)
아티팩트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2,000
패널티: 5대 기본 스텟-1
쿨타임: 480시간.
효과:
⦁추가 데미지 120%를 내는 강력한 번개가 무차별적으로 반경 20m 앞으로 1분 동안 내려쳐 진다. 이는 맷돌의 손잡이를 잡고 돌려야지만 발동된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알림이 들려왔다.
[아티팩트 봉인 해제로 인해 7차 시련이 완료됩니다.] [루크토의 무덤 공략을 완료하셨습니다.] [경험치 500,000을 획득합니다.] [명성 300을 획득합니다.] [칭호 도달한 자를 획득합니다.]* * *
쿠르르르르!
루크토의 무덤의 입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사흘 동안 나태함에 빠져 있던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문구에 ‘7차 시련 완료.’라고 떴다.
그리고 그 문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의미는 다른 팀이 들어가도 된다는 뜻.
즉, 무덤이 클리어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서, 설마……!’
라크의 눈이 크게 뜨였다.
클리어 시 다른 입구로 나갈 수 있는 것.
그게 분명했다.
바크란 길드도 그것을 눈치챈 듯싶었다.
그리고 그때, 라크는 어느덧 카이스트라가 접속한 걸 깨달았다.
한데, 카이스트라는 갑자기 펜루스를 소환했다.
“저, 저게 말로만 듣던 펜루스…….”
“비, 빛의 화신!”
곧이어 카이스트라는 펜루스 위에 올랐다.
‘도대체 그는 정체가 뭐지?’
카이스트라는 접속하자마자 느꼈다.
펜루스가 소환의 방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또 다른 화신이 가까이에 있다.
그는 짐작했다.
프라이팬 살인마.
그가 또 다른 화신을 데리고 있는 거다.
수화아아아아아!
“빠, 빠르다!”
“헉!?”
“……!”
조금 전 카이스트라가 있던 자리.
그 자리에서 카이스트라가 빛줄기가 되어 사라졌다.
타타탓! 타타타타탓!
펜루스가 빠르게 달렸다.
카이스트라는 생각했다.
‘그에게 뭘 해줘야 할까.’
리체를 위해 부탁해야 한다.
돈? 아티팩트? 프라이팬 살인마는 강자다.
그는 과연 뭘 원할까?
타타타타타탓!
어느덧 빠르게 달리던 펜루스.
도착하자마자 프라이팬 살인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곧 바로 귀환서를 찢으려 했다.
그때 카이스트라가 외쳤다.
“배, 배고픈 아이가 있습니다!”
카이스트라의 머리가 하애졌다.
어떻게든 붙잡아야 했다.
그 때문에 생각해 두었던 많은 것들도 잊고 횡설수설했다.
“그 아이는 저와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에요. 너무 배고파하는 아이라고요. 그 아이가 한 가지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다 카이스트라는 아차 했다.
그제야 하얘졌던 머리가 본래로 돌아왔다.
아테네를 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좋은 아티팩트를 원하고 보상을 원한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것도 말하지 않고 다짜고짜 부탁하고 있었다.
마을로 가면 구걸을 하는 유저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과 그들이 다를 바가 뭔가.
그는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원하는 게 뭐죠?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게 있다면……”
“제가 원하는 거요?”
사내는 그 말에 대답했다.
“세상에 배고픈 사람들이 없는 거요.”
“……!”
그 말을 들은 카이스트라.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졌다.
그제야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날카로운 콧대와 다르게 사슴 같은 눈망울을 지녔으며 키 또한 훤칠했다.
순간 누군가와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심지어 조금 전 그가 했던 그 말.
들어본 적이 있다.
일화그룹 회장 강민후는 한 봉사기관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민후 회장님께선 아프리카를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아원, 양로원 등에도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대요, 그 이유가 있나요?] [세상에 배고픈 사람들이 없길 바라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카이스트라.
그가 입술을 떨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