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82
밥만 먹고 레벨업 182화
민혁은 문에 바짝 붙어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괜찮아, 뭘 그런 걸로 가지고 그러나. 허허허!”
문 너머로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목소리에 묻어 있는 씁쓸함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일세, 칼라메의 땅에서 얼음조각을 얻지 않았나. 내 그건 꼭 지켜냈네.”
‘칼라메의 땅?’
민혁은 칼라메의 땅을 곱씹어봤다.
칼라메의 땅.
유저들이 도전하지 않는 지옥 같은 차가움이 서린 땅이었다.
그곳에 도전하는 유저들 대부분은 동상에 얼어 죽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가는 길마다 존재하는 시련들은 절대 쉽지 않았다.
한 유저는 그 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실에서 조금만 추워도 미칠 노릇인데, 거기선 동상 걸려서 죽는다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줄 알아?’
그처럼 얼어 죽는다는 건 게임 속이라고 할지라도 두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런 칼라메의 땅에 갔다?
‘생각보다 레벨이 높으신 건가?’
그리고 곧 강민후와 박문수가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다행이야, 녀석이 게임을 시작하고 나도 함께 시작했는데, 이제야 녀석에게 맛있는 ‘널빙’을 먹일 수 있겠어.”
“회장님…….”
박문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민혁의 눈도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치료를 시작한 후에 아버지는 함께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묵묵히 자신을 위해 강해진 거다.
그리고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두고 달렸다.
자신에게 맛있는 것,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말이다.
민혁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바크란 길드.
얼마 전에 루크토의 무덤에 함께 들어갔던 자빈, 버클도 바크란 길드였다.
또한, 펜루스를 타고 이동할 때 카이스트라가 해주었던 말에 따르면 바크란 길드가 자신의 맷돌을 노리기 위해 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민혁은 바크란 길드에 대해 검색해 봤다.
악명 높은 비매너 길드.
하지만 대형 길드도 굳이 자신들과 마찰이 생기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 길드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한다고 볼 수 있을 거다.
민혁이 몸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캡슐에 접속했다.
한편, 박문수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허허허 웃는 강민후 회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뭐 젊은 친구들이 그럴 수도 있지, 허헛! 난 한숨 자야겠어. 잠도 안 자고 게임을 했더니, 너무 피곤하군. 아참, 내 책상 좀 치워주시게.”
강민후가 문을 열고 나갔다. 작게 묵례를 취한 박문수는 그가 나서자마자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가 천천히 자신의 뿔테 안경을 벗고 왼쪽 상의 포켓에 걸었다.
‘감히……! 감히……! 회장님을 건드려어어! 내 기필코 이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박문수는 이제까지 살면서 그 어떤 때보다도 분노하고 있었다.
물론 가상현실일 뿐이지만 회장님의 몸에 검을 꽂고 낄낄 웃어대었을 놈들을 생각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책상을 치우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노트에 끼워진 만년필을 발견하고 빼내어 잘 정돈하려던 때였다.
‘음?’
박문수는 노트를 펼쳤다.
그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
[후…… 내가 PK를 당하다니 씁쓸하구나, 이럴 때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아…… 일화건설 김태식 그 친구도 아테네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노뚜기의 이태진 사장도 그렇고.]박문수는 회장 강민후가 나선 자리를 돌아봤다.
현재 강민후 회장이 아테네를 한다는 사실은 일화그룹 수뇌부 중 소수의 이들이 알고 있었다.
또한, 아테네라는 게임 자체는 근래 유명 인사들도 많이 하는 게임이었기에 나이가 좀 있는 이들이 해도 이상하게 볼 사람은 없었으며 수뇌부 다수가 랭커였다.
박문수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신호’였다.
‘감히 회장님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해주마……!’
그가 분노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각.
회의를 진행 중이던 일화건설 사장 김태식이 비상연락망을 통해 박문수 비서에게서 온 내용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회장님께서 바크란 길드에게 PK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벌떡.
그가 몸을 일으키자 잠시 회의장 내가 침묵이 감돌았다.
“계속하지.”
자리에 앉은 김태식 사장.
그는 어린 시절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막노동부터 시작해 올라왔다.
하지만 결국 학벌에 의해 한계에 부딪혔다.
그때 학벌이나 혹은 출신 등을 따지지 않고 거두어준 게 강민후 회장이었으니 그는 곧 은인이었다.
그리고 아테네에서의 그의 레벨 424의 마법사였다.
그는 단톡방을 켰다.
단톡방에는 총 네 사람이 있었다.
노뚜기 사장, 일화유통 사장, 일화전자 사장, 그리고 자신까지 총 네 사람.
이 네 사람이 함께 아테네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고 모두가 400레벨대의 고렙 중의 고렙들이었다.
또한, 값비싼 아티팩트로 도배된 템을 무장한 그들은 항상 검은 가면을 착용하고 다녔으며 고독히 사냥터를 돌아다니는 그들에겐 ‘4인의 하이에나’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채팅방엔 불이 나 있었다.
그들 모두 강민후 회장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
곧 김태식 사장이 채팅을 쳤다.
[김태식: 하이에나들, 사냥을 준비하지.]* * *
클론.
그는 얼마 전 켄라우헬로부터 편지를 한 통을 받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프라이팬 살인마로부터 재앙 아티팩트를 회수할 것, 그 과정에서 레전드 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합의점을 찾아도 된다. 만약 그게 불가할 시에 레전드 길드와 프라이팬 살인마를 사냥할 것. 그를 위한 지원으로 블랙스톤 멤버 ‘파라오의 사자’의 지원을 비롯한 블랙스톤과 연결된 아스간 대륙 귀족들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아스간 대륙은 대한민국 서버의 대륙이었다.
정말이지 파격적인 제안이었었다.
블랙스톤 멤버는 국내에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국내 멤버 중 독보적인 스톤 멤버가 존재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파라오의 사자였다.
파라오의 사자는 놀랍게도 고대 전사들을 소환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제아무리 레전드 길드라고 해도…….’
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그러던 중, 클론은 생각해봤다.
‘지니가 과연 수긍할까?’
대답은 NO였다. 사실 들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프라이팬 살인마는 재앙 아티팩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레전드 길드처럼 랭커들로만 똘똘 뭉친 집단과 최고만을 추구하는 곳에서 재앙 아티팩트의 값어치를 낼지언정 넘긴다?
그럴 턱이 없다는 거다.
때문에, 클론은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낸 게 있었다.
먼저 레전드 길드에서 자신의 길드원을 죽인 것처럼 위장하면 된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입가가 비틀어졌다.
‘그래, 그자를 이용하면 되겠어.’
현상금 사냥꾼 크로우.
그를 이용해 자신들이 먼저 공격당한 것처럼 꾸밀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그 일은 바로 진행하기로 생각한 클론.
그는 현재 만약을 대비해 미리 바할라 소도시로 도적 클래스 유저 한 명을 투입시켜 놨다.
위치를 아는 데는 어렵지 않다. 레전드 길드 쪽에서도 영지를 승격시키기 위해 유저들이 바할라 소도시로 몰리는 게 좋았기에 이미 공식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 위치가 게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보낸 이는 현재 바할라의 전력을 살펴보고 있었다.
* * *
바할라에 있는 유저 카른은 주변 전력을 살피고 있었다.
‘개발되려면 한참 멀었군.’
유저들은 자원이나 혹은 본인들의 길드 자금을 이용해 건축물을 건설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아직 하사받은 지 얼마 안 된 바할라는 황량했다.
‘경비병의 숫자도 적어…….’
카른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전에 있던 영주 헤스돈은 무능한 자였다고 들었다.
또한, 그 무능한 헤스돈은 많은 병력을 무모하게 토벌대에 투입시켰다가 잃기도 했다.
그 때문에 발렌 왕으로부터 작위를 박탈당한 인물이었고 때마침 레전드 길드가 온 것이다.
‘분명히 이 영토에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
레전드 길드는 발키리 왕국의 영웅이었다.
그런 자들에게 이런 아무것도 없는 영토를 주었을 리 없다.
분명 다양한 퀘스트 및 자원 등이 있을 확률이 높다.
‘흠…….’
카른은 주변을 살피고 이제 수뇌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영주의 가신.
가신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혹여 가신이 자신의 생각보다 영향력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또한, 대부분 첫 번째 가신의 경우 부영주 자리에 있을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신들은 24시간 이곳 아테네 세상에 있으니까.
그러던 중, 카른은 사람들로부터 영주의 자택이라고 들은 곳에서 나오는 한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부영주님. 안녕하세요.”
끄덕.
시민들의 말에 끄덕거리는 노인.
그는 꽤 포스가 있었다.
그러다 그는 걸음을 옮겨 어딘가로 향했다.
카른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한 인물?’
그리고 이어 노인 밴이 향한 곳은 자택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농장이었다.
‘잉?’
그리고 곧 노인 밴은 희한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농장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의 항문을 유심히 보는 것.
그리고 수첩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옳지, 옳지. 잘 싸는구나~ 이렇게 하면 영주님이 오면 루왁 커피를 아주 좋아하시겠어.”
껄껄거리는 노인 밴.
‘뭐야? 저 노인?’
이상했다.
그러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 부영주님 또 저러시네.”
“그러게…….”
“세상에 우리 바할라가 어떻게 되려는지.”
“부영주님, 예전에 자식을 잃었다잖아, 그런데 그 자식이 커피를 그렇게 좋아했다지 뭐야? 우리 새로 부임하신 영주님이 저 노인을 부양하게 되었나 봐. 그때부터 우리 영주님이 자식인 줄 알고 매일 커피를 그렇게 타서 받친다던데?”
“그러니까 말이야. 근데 저런 노인이 왜 부영주인 거야?”
“미친 노인인 걸 알면 사람들이 무시할 테니까, 영주님이 마음을 쓴 거지.”
“에휴, 그래도 부영주가 저런 노인이라니. 이거 건의를 해야겠어.”
“쉬잇, 들을라.”
소문은 본래 이상하게 도는 법.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카른은 낄낄 웃었다.
‘저 고양이 항문이나 보는 할배가 첫 번째 가신에 부영주라고? 미치겠군!’
아마도 레전드 길드는 아직 적당한 가신을 두지 않아, 임시적 부영주를 임명한 듯싶었다.
이 정도면 걱정했던 가신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사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저자도 가신인 것 같군.’
듬직한 몸, 굵은 팔뚝!
바로 천명의 창술사 중 하나인 쟌크였다.
곧 쟌크는 노인 밴의 인근에서 웨이터처럼 걷기 시작했다.
“예끼, 이놈! 그래서 영주님 커피를 신사적으로 드릴 수 있겠느냐? 어찌 된 게 넌 힘만 세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게냐!”
“죄, 죄송합니다.”
‘뭐야, 웨이터?’
그에 카른은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노인에게 혼나는 웨이터 하는 남성이라?
이들은 더 이상 볼 필요 없다는 생각에 카른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영주의 자택에 침투했다.
그곳엔…….
한 아프리카 소년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다시 빵을 먹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소년 카이스트라는 헤헤하고 웃었다.
(장인의 설거지)
엑티브 스킬.
등급: 유니크
레벨: 1Lv 숙련도: 36%
소요마력: 20
쿨타임: 없음
효과:
⦁설거지 속도가 ×2배로 빨라진다.
⦁물 없이도 빠른 설거지가 가능하다.
설명: 죽도록 설거지만 한 당신을 위해 나타난 설거지 스킬! 더 노력한다면 신의 설거지를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민혁 님이 설거지 더 잘하게 되었다고 칭찬하겠지?’
그러면서 빵을 먹다 헤죽헤죽 웃는 모습.
“…….”
은신해 숨어있는 카른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빵 하나에 이토록 기뻐하는 소년이 있는 곳이라니…….’
그는 눈물을 삼키며 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확신했다.
‘지금 이 영지를 습격하는 게 가장 적기군.’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설거지하려던 카이스트라.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바닥에 떨어져 있는 1골드를 발견했기 때문.
“오, 1골드 주웠다.”
그가 밝게 웃었다.
* * *
[카른:레전드 길드가 이전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병력을 비롯한 대부분의 것이 아직 미흡합니다. 심지어 부영주에 있는 가신은 노망이 난 노인이더군요. 특별히 신경 쓸 건 없어 보입니다.]‘노망난 가신?’
클론은 피식 비웃었다. 한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바할라 영토는 하사 받은 지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레전드 길드원의 숫자였다.
그들은 소수정예라는 명목하에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아무리 강한 존재들이어도 때론 다수가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때 클론은 옆을 돌아봤다.
파라오의 사자.
국내에 있는 신클래스 중 한 명.
고대 파라오의 전사들을 소환할 수 있는 이였다.
고대 파라오의 전사들은 레벨 350~450까지 다양한 편.
그는 어떻게 보면 소환술사에 가까운 편이다.
“일은 언제쯤 진행되지?”
“일단은 레전드 길드가 먼저 공격을 한 것처럼 위장하고 바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파라오의 사자는 파라오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이질적이었다.
“듣기론 파라오께선 마계의 마물도 소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파라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어차피 자신과 이 앞의 클론이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 파트너라는 것을 알았기에 말했다.
“바포메트를 소환할 수 있지.”
“오호, 바포메트라면…….”
클론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이족보행의 ‘양’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