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0
밥만 먹고 레벨업 20화
[생각보다 많이 못 샀네, 총 얼마예요?]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던 이민화가 고개를 돌렸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박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팀장님.”
“그래.”
박 팀장은 한숨을 쉬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전설 퀘스트는 안중에도 없는데요……?”
“그러게나 말이다.”
로이나는 민혁 유저에게 양갱과 알론이라는 것에 대해서 언급했을 뿐이다.
그 정도라면 사실상 그녀는 아테네의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에 전설 퀘스트보다 양갱이 먹고 싶어서 바로 알론을 만나러 가다니…….”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참, 그런데요. 민혁 유저. 던전 사냥 처음이지 않아요?”
“그렇지.”
“혼자 필드 사냥은 그렇다 치고 던전 첫 사냥이면 파티 사냥해야 하지 않나? 또 황혼의 무덤이 애초에 파티 사냥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박 팀장은 고개를 주억였다.
첫 번째 던전 사냥은 무조건 파티로 가야 한다.
아니, 지금 민혁은 사냥 NPC를 만나야 하고 그 사냥 NPC가 그렇게 안내해 줄 것이다.
실제 일반 RPG 게임도 단계가 있다.
검을 휘두르시오.
아이템을 습득하시오.
첫 사냥을 하시오.
이것들을 할 때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모든 단계를 끝내면 자유로워지지 않던가.
그것처럼 아테네는 첫 파티 사냥도 퀘스트로 권유하고 그 이전에는 혼자는 던전에 들어갈 수 없게 설정되어 있다는 거다.
“뭐, 파티 사냥 튜토리얼이니까, 어렵진 않지. 또 황혼의 무덤 공략만 하면 직업 얻을 수 있으니까.”
“하긴…….”
아마 보스몹이 드랍하는 아이템에나 관심이 있을 것이다.
“참, 얼마 전에 인형술사 얻은 유저는 잘 크고 있나?”
“예, 시크릿 클래스 인형술사. 독특하면서도 생각보다 클래스 자체가 강한 클래스라, 빠르게 크네요. 근데 이 유저 지금…….”
박 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민화가 놀란 표정으로 박 팀장을 돌아봤다.
“……황혼의 무덤 파티원 구하는데요?”
* * *
민혁은 로이나가 권유했던 사냥 NPC 찰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찰리를 만나야지만 원활한 사냥 퀘스트가 진행된다고 말해줬다.
“오호, 밤깨비를 벌써 사냥했다고? 자네, 생각보다 강한가보군.”
“칭찬 감사합니다. 헤헤.”
“이제 황혼의 무덤으로 간다라…… 자네 첫 던전 사냥은 무조건 파티로 가야 한다네.”
“예?”
“파티도 아테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네, 들어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 던전 사냥은 파티로 가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네.”
파티 사냥.
혼자서 깨기 힘든 던전을 여러 명의 유저가 함께 모여 공략한다.
그리고 경험치와 아이템, 골드를 나눠서 획득한다.
‘그, 그런…….’
너무 돼지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황혼의 무덤에 대해선 알아봤지만 정작 남은 튜토리얼은 몰랐던 거다.
“자, 파티 사냥을 해오게. 아, 참. 파티 사냥만 해도 굳이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네. 또한, 이 파티 사냥은 사냥 튜토리얼과 다르게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 획득이 가능하다네.”
띠링!
[퀘스트: 첫 파티 사냥.]등급: 튜토리얼
제한: 없음
보상: 보너스 포인트 5, 10,000골드.
실패 시 패널티: 없음
설명: 아테네에서 파티 사냥은 매우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첫 파티 사냥으로 그 시스템을 배워라.
민혁은 잠시 생각해 봤다.
‘서, 설마…….’
그는 크게 걱정이 들었다.
‘돼지를 나 말고 원하는 유저가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 민혁 개인만의 걱정이다.
민혁 말고는 그럴 유저가 있을 리가 없었다.
‘에이, 이러면 나눠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민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민혁은 사냥 퀘스트를 주는 찰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중앙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접형 직업 빠르게 한 탐 모셔요!”
“꼬리 도마뱀 퀘 같이 하실 분, 급구여!”
“파워에이드 맛 나는 파랭이 팜여!”
“아테네 여친 구함! 전 열 세 살이고 학교에서 불주먹 에이스라고 불림여, 얼마 전엔 은평초의 샹크스도 이김여!”
중앙광장은 오늘도 활기찼다.
민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황혼의 무덤 파티원을 구하는 유저는 없는지 찾았다.
유저들 틈에 들어간 민혁은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황혼팟 빠르게 갑니다. 한 자리 남았어요!”
“오.”
민혁은 그쪽으로 걸음 했다.
그곳엔 쾌활하게 생긴 남성이 있었다.
그는 초보자용 레더 아머를 착용하고 창을 들고 있는 유저였다.
“님, 황혼팟이 황혼의 무덤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는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파티 껴 주실 수 있나요?”
“클래스가 뭐죠?”
그 말에 민혁은 멈칫했다.
그러고 보면 보통 10레벨이 되면 모두 클래스 전직을 한다고 들었다.
물론 일반 클래스로 전직을 해도 추후 특별한 클래스를 얻는 조건을 충족하면 변경될 수도 있고.
“아직 무직인데요. 참, 렙은 10입니다.”
“흠…….”
그는 민혁을 보며 얕은 신음을 흘렸다.
“첫 파퀘 사냥인가 봐요?”
“넵.”
“뭐, 상관없겠죠. 제가 황혼팟 끝물이라, 몇 번 깨봐서. 파티 걸게요. 제가 버스 태워 드리겠습니다.”
그가 주먹 진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주먹 진 손을 맞주어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겨주면 파티 알림이 뜬다.
툭-
[황혼팟 파티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네.”
[황혼팟 파티에 가입하셨습니다.]“자, 이쪽으로 오세요. 미리 와 계셨던 파티원 두 분 소개해드릴게요. 참, 저는 로이라고 합니다. 클래스는 창술사고요. 렙은 15입니다.”
“전 민혁입니다.”
“오, 이름 멋지네요.”
아테네는 파티의 경우 파티창에 닉네임과 레벨만 간략하게 뜨는 편이었기에 직업 같은 것은 따로 소개해줄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중앙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남녀가 보였다.
“마지막 파티원 한 분 구했어요. 인사들 하세요.”
여성은 갈색 단발머리에 허름한 베이지색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전직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마법사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남성은 키 170이 될까 말까였고 빨간색 머리에 조잡해 보이는 도끼를 들고 있었고 역시 조잡한 레더 아머를 착용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전 락쿠고요, 법사예요. 렙은 13이고요.”
“전 민혁이라고 합니다. 10렙. 무직입니다.”
“아, 무직…….”
그녀가 잠시 파티장 로이를 슬쩍 봤다.
그러다가 아차 했다.
“아아, 죄송해요.”
“아,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락쿠라는 여성은 빠르게 민혁에게 사과했다.
아마도 민혁의 레벨이 너무 낮고 직업이 없어 불안했던 듯싶다.
그리고 그 시선을 민혁이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게임인데도 매너가 있네.’
민혁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파티장님.”
“네?”
“무직에 완전 쪼렙인데, 안 위험하겠어요?”
“저 황혼팟 끝물이라 괜찮아요. 저 여기 파장 몇 번 해봐서 잘 압니다. 사실 뭐 세 명만 있어도 깨는데, 혹시 모르니까 한 분 더 받은 거죠.”
“그래요?”
사내는 자기소개도 하지 않고 민혁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툭 던졌다.
“전 베르입니다.”
“넵, 민혁요.”
“……?”
“와구와구?”
민혁은 불친절한 사람에게 굳이 친절한 필요가 없다 여겼다.
그래서 신경 끄고 빵만 먹었다.
그리고 베르는 사실 민혁이 들어오고 좀 싫었다.
‘아…… 잘생겼네, 짜증 나게.’
베르는 누가 봐도 추남이었다.
그래서 왠지 민혁 옆에 가면 자신이 호빗이 되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그는 방금 만났지만 락쿠에게 마음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만 보면 금사빠가 되는 것이었다.
즉, 그는 민혁은 관심도 없는데 혼자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중인 것이다!
“키 되게 크시네요.”
“와구와구, 감사합니다!”
락쿠의 칭찬에 민혁은 웃으며 답했다.
‘아, 역시 싫어……’
베르는 미간을 구겼다.
흔하디흔한 자격지심이었다.
“자, 이제 출발하죠.”
“넵!”
“출바알~”
네 명의 유저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스빈 마을 출구로 나와 숲 쪽으로 향했다.
“포만도가 낮아요?”
“아뇨, 맛있어서 먹는 거예요.”
“맛있어서…… 요?”
락쿠의 말에 민혁은 태연하게 답했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한 열 개 드신 거 같은데.’
그 정도면 캐릭터 배가 부른 걸 느끼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민혁은 열심히 빵 카스테라를 먹고 있었다.
‘진짜 맛있다……!’
민혁은 이제 골드도 벌었겠다, 값 좀 있는 빵인 카스테라를 넉넉히 사 왔다.
그리고 우유도 함께 사 왔는데, 달콤한 카스테라와 부드러운 우유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말 그대로 살살 녹았다.
‘나 카스테라 싫어하는데, 왜 이분 먹는 거 보니까, 먹고 싶지.’
락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락쿠 님, 혹시 ‘그 남자의 이야기 ’ 영화 봤어요?”
“네, 봤어요.”
그리고 그녀의 미간이 베르로 인해 구겨졌다.
그녀도 안다.
찝쩍대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베르는 정말 노골적으로 집적거렸다.
그녀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르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님, 스파게티 좋아해요?”
“극혐해요.”
“그럼 밥 종류 좋아해요?”
“쌀 알러지 있어서 안 먹어요.”
“……쌀도 알러지가 있나? 님, 그럼 혹시 영화 ‘불량’ 봤어요?”
“네.”
“맞다, 그거 아직 개봉 안 했…… 응?”
베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락쿠가 후다닥 집적되는 느낌이 없는 민혁의 옆으로 붙었다.
그러다 민혁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넋을 잃었다.
카스테라 반 개씩을 입안에 구겨 넣고 거기에 흰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붓고 있었다.
그에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꼴딱
“저 조금만 주…….”
“안 됩니다.”
‘단호박에 실드 치신 줄…….’
락쿠는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은 밝게 웃었다.
먹을 건 안 되지만 친절은 하다.
독특한 남자다.
“오늘 파티도 활기차네요.”
로이가 빙긋 웃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그 말에 유저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가는 동안 몇 마디 이야기가 오갔다.
주로 로이와 락쿠가 했고 베르와 민혁은 묵묵히 갔다.
“아, 퀘스트 때문에 하시는구나.”
“네, 이거 퀘 깨면 초보자 스태프 준다네요.”
뭐, 흔하디흔한 이유들이다.
곧이어 그들이 황혼의 무덤 앞에 도착했다.
던전은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와 흡사했다.
그리고 그 위로 안내가 써져 있었다.
[10~15레벨 제한, 4인 파티까지 가능.]이런 식으로 써진 경우도 있고 안 써진 경우도 있다.
“자, 포지션은 간단해요. 저와 베르씨가 선 쳐서 어그로 끌고 락쿠 님은 마법 쏘시면 돼요. 그리고 민혁 님은 정말 필요하다 싶을 때, 도와주시면 돼요. 무리하지 마시고요.”
10레벨, 그리고 첫 파퀘.
사실 이런 경우 간혹 실수를 해서 오히려 파티 사냥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민혁은 꼭 필요할 때 쓰는 병력이 된 거다.
“넵, 알겠습니다.”
“분배는 자동분배 시스템 활성화했으니까, 알아서 4등분으로 나눠 들어갈 거고요. 좋은 템 먹은 사람은 따로 팔아서 나눠 갖죠.”
자동분배는 습득하자마자 골드나 아이템이 나눠서 들어간다.
예를 들어 40골드를 먹으면 10골드씩 들어간다.
그리고 아이템 같은 경우 랜덤으로 들어가는데, 운이 좋으면 많이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 큰 차이가 없는 편이며 좋은 템은 누가 가질지 알 수 없다.
“먹튀 할 분은 안 계신 것 같네요. 들어갑니다.”
곧이어 그들은 황혼의 무덤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황혼의 무덤에 입장하셨습니다.] [공략 완료 후 밖으로 나가실 수 있으며 강제 종료 시 패널티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