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03
밥만 먹고 레벨업 204화
[……!] [……!] [……!] [……!]해설자 이성훈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 야유와 비난으로 가득했던 관중석 내가 침묵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가슴이 격하게 떨려오는 걸 느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 11조오오오오오! 민혁 선수가 71개의 촛불을 끄고 단 한 번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을 초토화시켰습니다!] [보셨습니까!? 저 스킬? 말도 안 되는 광역 스킬입니다!]“와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
해설자들이 중계를 시작했다.
[아,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민혁 선수는 오만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보셨습니까? 수백여 개의 낙엽이 보이지도 않을 빠른 속도로 날아가 단숨에 적들을 유린했습니다.] [압도적입니다! 너무도 압도적입니다. 지금 다른 선수들의 표정이 보이십니까? ‘내가 뭘 봤지?’ 하는 표정입니다!] [생산직 클래스 대회에서 이런 전투 능력이라니요!? 저 선수가 정말 생산직 클래스가 맞다는 겁니까?] [도대체 저 스킬은 뭡니까? 국내에 저런 강력한 힘을 드러내는 스킬이 있었단 말입니까?]이어서 한국전 진행 스태프 중 한 명이 서둘러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지금 인터넷이 난리 났습니다.”
“인터넷? 당연히 난리 났겠지. 지금 저 선수가 보여준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그게 아닙니다.”
“그럼?”
“저기 저 유저가 프라이팬 살인마랍니다.”
“……!”
“……!”
이성훈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관중석이 웅성거리는 걸 들을 수 있었다.
“프라이팬 살인마?”
“진짜?”
그들도 막 현실에 있는 이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때였다.
“와…… 저 사람이…… 근데 프라이팬 살인마 전투직 클래스 아니었어?”
“뭔 소리야, 요리로 발카스 왕국 구했었잖아.”
“프라이팬 살인마…… 매일 투구 쓰고 다녀서 엄청 추남일 거라고 했던 사람 누구냐…… 미친 듯이 잘 생겼는데…….”
그리고 관중석에서 한 무리가 외치기 시작했다.
“팅! 팅팅팅! 탱 탱탱탱! 팅팅! 탱탱! 프라이팬 살인마!”
“팅! 팅팅팅! 탱 탱탱탱! 팅팅! 탱탱! 프라이팬 살인마!”
“와아아아아아아!”
이날. 프라이팬 살인마의 팬카페 ‘프사모’가 결성되었다.
* * *
세계 공식 랭킹 5위.
미국 선수 파간은 흥미롭다는 듯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아테네:한국전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의 길드원 중 한 명이 함께 있었다.
“놀랍군요.”
길드원의 말에 파간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가 말입니까?”
“저 사람이 생산직 클래스라는 게요. 어떻게 저런…… 이제껏 살면서 보지 못한 광역 스킬입니다.”
그 말에 파간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턱 쉬었다.
“그렇죠. 놀랍죠. 그리고 저 선수는 보아하니, 신클래스입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저 유저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을 겁니다.”
“힘을 쓸 수 없어요?”
“예, 생산직 클래스가 가지는 한계죠.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쿨타임의 시간이 매우 길겠죠. 두 번 다시 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겁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파간은 침착한 목소리로 스크린을 보며 말했다.
“저 능력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아…….”
“브하드는 몬스터가 죽은 후에 그려내면 소환수로 부릴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치지 않겠죠. 하지만 저 유저는 이제 그 어떤 스킬도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다. 파간은 그가 운이 좋아 저런 스킬을 얻었고 운이 좋아, 하나의 스킬이 다른 스킬보다 뛰어나다 여겼다.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생산직 클래스가 얻을 수 있는 스킬은 명확했으니까.
“그럼 파간 님의 말대로라면 이제 뒤처지겠군요.”
“그렇죠. 그리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이제부터 이를 악물고 달리려고 할 겁니다.”
볼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린 파간.
그러던 중 떨리는 길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이제부터 이를 악물고 달린다고요? 아, 아닌데요?”
“예?”
파간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였다.
“……미친!”
달리긴 개뿔?
그는 해맑게 웃으며 뭔가를 줍고 있었다.
그것은 ‘음식 양피지’였다.
* * *
[이제부터 11조는 점수가 좁혀지지 않게 하려면 이를 악물고 달려야 할 겁니다.] [초반 기세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저 스킬 하나만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제 격차를 빠르게 좁힐 겁니다.] [응? 그런데 민혁 선수 뭐하나요?]“야호!”
놀라워하는 케리를 뒤로하고 민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음식 양피지’.
이 종목은 ‘빨리 먹기’이다.
그렇기에 음식 양피지라는 게 드랍되는데, 드랍된 음식 양피지를 찢으면 해당 음식이 곧바로 앞에 나타난다.
[서, 설마…… 초반에 기선 제압한 이유가…….] [다른 유저들 쫓아올 시간에 맛있는 걸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마, 맞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저 선수. 지금 정말 행복한 미소이지 않습니까?] [예…… 정말,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네요.]민혁은 자신의 앞에 수십장 놓여 있는 양피지를 보았다. 그중에 하나를 북 찢었다.
‘찹쌀 도너츠’ 양피지였다.
한바탕 소란을 만들어내고 민혁은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앞에 나타난 찹쌀 도너츠를 보며 감탄했다.
설탕이 발라져 있는 찹쌀 도너츠에는 기름기도 가득 묻어 있었다. 설탕이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빤 민혁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것을 막 입에 가져가려 했다.
“대, 대회 안 해요?”
“빨리 먹기 대회잖아요!”
“아, 아니…… 그거 이름만…… 빨리 먹기지…….”
케리가 당혹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실제로 이 양피지 음식들은 떨어진 MP를 채워준다거나 혹은 HP 회복, 또는 운영자들이 말했듯이 간혹 특별한 힘을 담긴 것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누가 먹겠는가?
그 먹는 시간에 유저들은 빠르게 좁혀올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 시간에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고요! 봐요, 지금 옆에 저놈들이 치고 오잖아요!”
“에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님도 앉아 봐요. 이 설탕 가득 묻은 도너츠 한 입 먹어봐요.”
“난 몰라! 저는 계속 촛불 끄고 사냥할 거예요!”
그리고 민혁은 앉은 자리에서 드디어 만난 찹쌀 도너츠를 입에 넣었다.
입에 들어간 찹쌀 도너츠의 겉에 묻은 달콤한 설탕 맛이 느껴진다.
베어 물고 쭈우욱 당기자 입안에서 쫀득쫀득 씹히는데, 그 안에 가득 든 뜨끈뜨끈한 팥이 입안을 달콤하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번엔 ‘속초 닭강정’ 양피지를 찢었다.
속초 시장의 명물!
속초 닭강정.
땅콩이 뿌려져 있는 속초 닭강정은 뜨끈뜨끈해 보였다. 그것을 포크로 쿡 찍어서 입에 집어넣었다.
바삭바삭-
씹히는 질감이 아주 좋다. 바삭바삭하고 매콤달콤한 튀김옷 부분을 지나면 이제 씹히는 것은 부드러운 살코기이다.
그 살코기를 먹어주다가, 이번엔 또 다른 양피지를 찢었다.
‘콜라’였다.
콜라를 꼴꼴꼴 따라준다.
치이이이익-
안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터져나가며 들리는 경쾌한 소리.
식품 보관 인벤토리에 얼려두었던 얼음을 꺼내 잔에 담았다.
태르르르르-
촤아아아-
기포가 더 많이 생성된다.
그리고 그 컵을 들어 올려 목을 축인다.
꿀꺽꿀꺽꿀꺽-
“크-!”
목이 따가울 정도로 시린 콜라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한 해설자가 낸 소리가 퍼졌다.
[꿀꺽-]그것은 침 삼키는 소리였다.
* * *
콜로세움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관중석. 수많은 사람이 커다란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다.
[꿀꺽-]한 해설자가 침을 삼키는 소리처럼, 우리나라 유저들의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유저들은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러다 드는 의문.
“뭐지? 나 왜 보는데 먹고 싶어지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저 선수 얼굴 좀 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여.”
“야, 나 아빠 미소 짓고 있는 거 실화냐?”
관중석의 유저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대되었다. 다음엔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어서 스크린 속의 민혁이 또 다른 양피지를 찢었다.
“라, 라면 김밥 조합……!”
“지, 진리다. 이것은 진리야……!”
마치 김밥헤븐의 필수조합 같았다. 시장 안에서도 김밥과 라면을 파는 곳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 해설자들은 세계에 실시간 생방송 되는 걸 빠르게 해설하고 있었다.
[한국의 민혁이란 유저가 처음 보여주었던 저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비웃던 후보 선수가 보여낸 그 힘. 그 힘은 아직 저 또한 세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광역 스킬이었습니다.] [저 유저의 정체는 뭘까요?] [아, 그런데 저 유저는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모르는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입가에 침이 고입니다.] [이거 한국행 비행기 표가 매진될 것 같은 분위기군요. 지금 이 생방송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이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고 저걸 먹으러 갈 테니까요.]그리고 다시 한국 해설자.
[저, 정말 보면서 침을 안 삼킬 수가 없군요. 빨리 먹기 종목이 어떤 것인지 명명백백 보여주는 민혁 선수입니다.] [아아! 들었습니다. 민혁 선수가 젓가락을 들었습니다.] [한 젓가락에 다 먹어버리겠다는 듯 엄청난 양의 면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가 먹는 모습에 많은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가 김밥과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겠죠. 그는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먹을까요!?]* * *
커다랗게 집어 든 라면.
온종일 한 끼도 먹지 않고 배고플 때,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어보니 있는 건 잘 익은 김치와 계란 뿐이다.
그럴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바로 라면이다. 심지어 참기름이 가득 발라지고 그 위로 솔솔 깨가 뿌려져 있는 김밥은 참으로 먹음직스러웠다.
심지어 빨리 먹기 대회에서 만들어낸 김밥은 환상의 비율이었다.
‘단무지는 작고 햄은 크구나!’
간혹 별로인 김밥헤븐에 가면 단무지는 엄청나게 큰데, 햄은 무척이나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김밥을 먹으면 내가 단무지를 먹는 건지, 김밥을 먹는지 모를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김밥은 햄이 아주 커다랗고 계란도 풍성하게 들어 있다는 거다.
‘듣기론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음식을 만드신 할머님들이나, 아주머니들이 이번 대회의 요리를 만들었다지?’
국내 최고의 대회인 만큼 아테네는 요리도 결코 호락호락한 걸 준비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음식만 만들어낸 장인분들의 음식이다.
면을 한가득 크게 들어 올린 상태. 항상 허기가 진 민혁은 그 어떤 때보다 배고픈 모습이다.
그 상태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면발을 ‘후! 후!’ 하고 불어준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입안 가득 단숨에 밀어 넣는다.
“후루루루루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