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07
밥만 먹고 레벨업 208화
지수.
그는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키가 작은 편에 속했다. 심지어 얼굴은 못 생겼고 머리는 큰 편이었기에 ‘가분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운동조차 잘하는 것이 없었다. 또 여드름도 득실거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도 한 명 없었다.
그가 그나마 잘하던 것은 ‘게임’이었다. 주말이면 친구들끼리 모여 노래방을 가거나 PC방을 가도 지수는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기 일쑤였다.
오로지 자신에게 ‘게임’만이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수는 이성민과 그 친구들 무리로부터 돈을 뜯기게 되었다.
그때 학생회장이었던 자신과는 너무도 멀고 멀다고 느껴졌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그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얼굴이 곤죽이 되어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그는 계속 그 무리를 습격했다.
그리고 어느 날. 손에 돈을 꾹 쥐고 나타나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너한테 돈 달라고 안 할 거야.’
‘으, 응. 고마워.’
지수는 그가 짓는 부드러운 웃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사실 그게 끝일 거라 여겼다.
그와 자신은 너무도 거리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가 말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
‘응? 나? 나야 뭐…… 게임하지.’
‘오, PC방 콜!?’
‘코, 콜!’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와 함께 다니던 석태와 멧돼지 장군이라는 지혜가 함께했다.
‘아, 민혁이 겜 준나 못해!’
‘와, 민혁아 겜 접어라.’
‘너랑 같이 맨날 겜 하면 지잖아! 그러니까, 라면 사줘. 크하하핫!’
‘크하하하하! 날 이기려면 10년은 더 멀었도다!’
그리고 웃게 되었으며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이다울은 ‘그’를 욕했다.
잠시 생각했다. 그로 인해 내가 잃을 것들.
그런데 계산을 해보니, 까짓거 그런 것쯤 잃으면 어떤가 싶었다. 자신에겐 그보다 더 값진 게 있는데.
“우웨웩!”
“……!”
토를 하는 시늉에 이다울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 이런 미친……!”
“쪽팔리게 열등감에 찌들어서, 5년도 더 지난 일로 그러냐? 어휴, 한심한 놈아.”
지수가 차갑게 말하며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경기에서 뒤통수 조심해라.”
그리고 그 말을 끝내고 나가버렸다. 인터뷰 녹화를 중지했던 고은아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다른 선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로크 진짜 개념 없네.”
“뜬금없이 왜 저래?”
“매너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아하하, 전 괜찮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이다울은 가식적이게 웃었으며 석태 또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이다울을 보며 피식 웃고는 나가버렸다.
‘……이 새끼들 봐?’
이다울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경기에서 밟힐 놈들이었다.
* * *
세계수 대전 대회 당일.
박민규 팀장과 이민화 사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아테네:한국전의 마지막 날.
그리고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는 ‘세계수 대전’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수 대전의 경우 우승자는 ‘MVP’라는 트로피뿐만이 아닌 특별한 보상 하나도 받게 된다.
한데, 짓궂은 슈퍼컴퓨터 아테네는 아직 그 보상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경기 직전 밝힐 예정이라 하였다.
그에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즐거움 측도 마찬가지였다.
곧이어 해설자가 소리쳤다.
[아테네:한국전 마지막 날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그리고 관중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세계수 대전에는 총 서른 명의 유저들이 참가하게 됩니다. 하나 같이 우리나라 최고의 전투직 클래스들로 구성된 인원들이죠.] [맞습니다. 우리나라 랭킹 10위 권 내의 유저들이 다수 있군요. 심지어 이제까지 랭킹에서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의 경우 비공식 랭커들일 테니, 새로운 그들의 힘을 보는 게 재밌을 것 같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룰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 세계수 대전은 커다란 땅에서 시작합니다. 이 땅은 ‘이케아’라는 땅으로 한때 아주아주 풍요로운 땅으로 불렸지요. 씨앗을 뿌리면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지금. 그 이케아 땅을 지탱하던 세계수 나무가 ‘흰개미’들에 의해 갉아 먹히기 시작했습니다.] [흰개미요?] [예, 고대의 흰개미들은 세계수 나무의 뿌리부터 갉아 먹기 시작하고 있지요. 그리고 차츰 세계수 나무는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아, 그렇다면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게 좁혀지는군요?] [맞습니다. 선수들은 흰개미들을 사냥해야 합니다. 녀석들을 사냥하게 되면 ‘세계수의 생기’가 담긴 병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병을 세계수에 주입해야 하며 가장 많은 주입에 성공한 유저가 MVP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흰개미를 사냥했다는 것만으로는 점수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이겠군요. 선수들은 흰개미 사냥을 많이 한 선수가 ‘생기’를 주입하는 걸 방해할 테니까요.] [맞습니다. 사냥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흰개미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이어서 커다란 스크린 창이 떠올랐다. 그곳에 흰개미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와…… 흰개미들의 레벨이 자그마치 440~470 사이를 웃도는군요!] [맞습니다. 또한, 흰개미들은 각자의 타입에 맞는 다양한 속성을 띕니다. 빙(氷), 화(火), 수(水), 독(毒) 등 다양하죠. 이러한 속성을 가진 녀석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명에 보면 ‘세계수의 축복’이라는 항목도 명시되어 있네요?] [네, 세계수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을 위해 단 한 차례. 자신의 힘을 발현시킬 겁니다. 그때 모든 선수의 힘이 똑같아지며 흰개미들의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선수, 그리고 흰개미들의 힘이 똑같아진다고요?] [예, 아테네는 가상현실 게임인 만큼 현실에서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즐거움과 아테네 신이 만들어낸 이 ‘축복’을 통해 선수들은 능력치가 균등해지는 만큼 그들의 컨트롤 능력에 따라 실력이 좌지우지되겠지요.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의 스텟빨, 운빨, 템빨 등에 의해 밀리고 있던 선수들이 폭발적으로 치고 나갈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흰개미들도 선수들과 비슷하게 능력치가 평균화되지만, 선수들보다는 조금 더 약하게 하향됩니다.] [어떻게 보면 ‘축복’이 내렸을 때는 이다울 선수. 즉, 카르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합니다.]“와아아아아아아아아!”
[카르 선수가 입장하니 환호성이 장난이 아니군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런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르 선수가 아테네를 한다고 밝혔을 때는 정말 큰 주목을 받았죠.] [이어서 크레이지 프리스트 로크가 입장합니다.]“우우우우우우우!”
“꺼져라!”
“로크, 이 싸가지 없는 놈아, 카르 선수에게 사과해라!”
[관중들이 야유하네요.] [어제저녁 로크 선수가 카르 선수에게 토를 하는 시늉을 하며 욕을 하고 나갔다는 사실이 기사에 실렸었죠.] [심지어 많은 선수가 목격하여 ‘로크 선수의 무례함’을 지적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크 선수는 전혀 기죽지 않네요.] [오히려 신났네요.]* * *
관중들의 야유.
그에 로크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포효를 터뜨렸다.
“우어어어어어어어!”
크레이지 프리스트 로크!
그의 진면목 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칸이 걷고 있었다.
“야, 쫌!”
“아, 왜~”
“넌 지금 이 상황에 그러고 싶냐?”
“지금 상황이 어떤데.”
그 말에 칸은 잠시 입을 닫았다.
전국민이 너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카르가 분명히 자신들에게 견제를 가할 거라는 점이었다.
카르는 강력한 우승 후보.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칸은 할 말이 없었다. 왜냐, 사실 로크가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우우우우, 저 칸이라는 사람도 싸가지 없을 거야. 분명해!”
“맞아, 끼리끼리 논다고. 레전드 길드 의외로 다 싹수없을지도 몰라!”
그에 이어 칸도 하늘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리고 소리쳤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에라, 모르겠다였다. 자신이 로크였다면 침을 뱉고 나왔을 테니까!
그리고 경기 시작 1분 전이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땅 곳곳에는 개미굴이 가득합니다. 그 개미굴 속에서 녀석들은 뿌리를 갉아 먹고 있지요. 개미굴은 일종의 던전이죠.] [네, 그리고 땅 위에도 흰개미들이 아주 바글바글 하군요.] [아! 그리고 때마침 이번 세계수 대전 우승자에 대한 추가 보상에 대한 정보가 오픈됩니다!] [세계수 대전의 추가 보상은 바로 ‘세계수’입니다!!] [세계수! SSS등급. 아니 SSS등급이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아티팩트 재료!!! 그게 바로 이번 세계수 대전의 보상입니다!!] [그리고 지금 선수들의 랜덤 워프가 시작됩니다!]선수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땅 위에서 나타난 선수들도 있었고 땅속에서 나타난 선수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인, 칼로.
그는 미간을 구겼다.
칼로는 레벨 442의 ‘태양의 기사’였다. 그런 그는 지금 무척 심기가 불편했다.
‘로크와 같이 나타나다니.’
로크와 그가 같은 개미굴 안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직 ‘생기’를 얻은 이는 없었다. 초반부터 적과 싸울 바에는 차라리 생기를 먼저 습득하고 올리는 게 낫다.
그리고 칼로는 로크를 무시했다.
‘크레이지 프리스트’.
본래 힐러였다. 그런 그에 대해선 줄곧 들어왔던 칼로였다. 하지만 그를 칼로는 현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물론 전투직 클래스 대회 중 최고인 ‘세계수 대전’참가 자체는 그가 강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경쓸 필욘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칼로는 드디어 앞에 나타난 흰개미를 볼 수 있었다.
녀석은 마치 사람 같았다. 새하얀 흰개미는 이족보행이었고 등 뒤로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창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놈이 날갯짓을 한 순간.
팟-!
탱!
“크읍!”
칼로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미, 미친……!’
레벨 440~470대 사이라는 말은 들었다. 그렇지만 조금 전 그 공격은 너무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칼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파지지지지직!
놈의 주변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HP를 깎기 시작했다.
‘미친……!’
다양한 속성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해설자들이 빠르게 설명했다.
[아, 곳곳에서 흰개미들과 맞닥뜨린 선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흰개미들은 무척 강력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랭커들이 당혹함을 금치 못합니다!] [바로 그때. 강력한 우승후보 카르가 한 마리를 사냥합니다. 놀랍습니다. ‘검의 황태자’라고 직업을 밝힌 그가 손을 휘젓자 수십여 개의 검이 하늘에서 나타나 흰개미들을 꿰뚫습니다!] [원킬! 더블킬! 트리플킬!! 세 개의 ‘생기’를 획득! 압도적입니다!]그리고 한 해설자가 말했다.
[어……? 그런데, 지금 로크 선수의 손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로크 선수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칼로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위압감이 풍겼다.
‘그러고 보면…….’
레전드 길드에서는 어째서 로크를 출전시켰는가?
레전드 길드에는 암살자 중 하나인 아벨이나 혹은 전장의 신 아스갈 등이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로크가 나왔는가?
‘그러고 보니 도대체 어째서지……?’
물론 전장의 신 아스갈이나 아벨 등 그들은 다른 종목에 참가했다.
하지만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종목은 바로 이 ‘세계수 대전’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어째서? 레전드 길드는 그렇게 아둔하지 않지 않던가?
그리고 그 순간 로크가 있는 힘을 다해 붉은 기운이 감도는 주먹을 땅에 힘껏 꽂았다.
콰아아아앙!
* * *
팔라디의 마을에서 소고기를 마음껏 취했던 민혁은 현실로 쉬기 위해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지혜와 통화를 했다.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은 민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조금 전까지 그가 보았던 기사 내용인 ‘로크 선수의 무례함. 네티즌 비난’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TV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이번 세계수 대전 MVP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말 그대로 ‘세계수’입니다. SSS등급의 아티팩트 재료인 이 세계수는…….]그리고 민혁이 침을 꼴깍 삼키며 웃었다.
“세계수로 숯 만들어서 3천 년 장어구이 해 먹으면 맛있겠는데?”
그가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