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52
밥만 먹고 레벨업 353화
민혁의 말을 들은 루카로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은 이 영지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과거의 식신님을 섬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였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방랑자가 자신을 위해서 해준 말이 참으로 값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민감한 산양은 이 영지에서도 전설과 같은 존재.
그의 신선한 우유를 뽑아낸 자는 식신을 잇는다는 말이 있다.
‘그 때문에 내 손도…….’
안톤이 앗아갔다. 전대 식신을 섬기는 사람이 민감한 산양의 우유를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말은 고맙네만…….”
“아니요. 꼭 산양의 우유를 가져오겠습니다!”
루카로는 민혁의 눈을 바라봤다. 맑고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뭐 하나를 시키면 한 번에 알아듣고, 오히려 다른 것도 해내던 청년이다.
물론 이 빵집 내에서였지만 참으로 똑똑한 청년이었다.
‘나도 제자를 받을 수만 있다면…….’
이 청년을 제자로 받고 싶다. 하지만 망가져 버린 왼손을 가진 자신은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비루한 운명.
허허 웃다가 루카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 한 번 합세.”
민감한 산양의 우유 추출은 영지의 그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었다.
대신에, 민감한 산양에게 호되게 혼나는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그리고 민혁에게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민감한 산양의 우유 추출.]등급: SS
제한: 루카로와의 친밀도를 쌓은 자.
보상: 민감한 산양의 우유, 루카로와의 친밀도 최고치.
설명: 알베로 영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이 좋은 우유를 품은 민감한 산양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를 통해 우유를 추출할 수 있는 이는 단 세 사람밖에 없었다. 당신이 네 번째 사람이 되어보자.
민혁은 곧바로 루카로에게 위치를 전해 듣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민혁의 등 뒤에서 루카로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네.”
그러면서 루카로는 생각했다.
이번 미식 드래곤의 만찬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민혁에 대한 고마움은 무척 컸다.
그렇지만 민감한 산양의 젖을 짜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민감한 산양의 젖을 짜는 일은 장인급에 오른 요리사들도 모두 실패하지 아니했는가?
그나마 루카로의 경우 놀라운 손재주의 힘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카로. 그의 손재주 스텟을 유저처럼 표기한다면 약 2천 정도였다.
* * *
파라다이스 레스토랑.
알베로 영지에서 삼대 식당 중 하나라고 불리는 레스토랑이다.
그 전통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메인 주방장인 바르사는 알베로 영지에서도 몇 안 되는 장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요리사로, 장인의 경지에 올라선 지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장인’의 요리사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미식 드래곤의 만찬의 요리준비를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민감한 산양. 그 녀석의 젖을 추출만 한다면……!’
안톤 님의 후예가 될 수 있다.
안톤의 후예가 된다는 것은 곧 요리사들의 최정점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민감한 산양의 젖을 짜는 것뿐이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민감한 산양의 젖을 짜는 자는 식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식신!
그 위대하고 거룩한 이름!
비록 전대 식신은, 얼룩진 소문에 의하여 악인으로 각인되었다.
먹기 위해 죄 없는 자들의 마을을 습격하여 학살하고, 오로지 먹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거나 뺏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바르사는 알고 있었다.
전대 식신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걸.
모든 것을 안톤이 조작했다는 걸.
바르사는 전대 식신이 음식을 제외한 탐욕이 없는 자라는 걸 알았다.
반대로 안톤과 자신은 탐욕을 가진 인물. 이 영지가 과거의 탐욕 없는 영지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바르사는 안톤의 후예가 되어 돈, 권력, 명예, 그 어떤 것도 거머쥐고 싶기에 전대 식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수제자들과 함께 산을 오른 바르사는 민감한 산양이 사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땅!
푸르른 풀들이 한껏 자라나 있었으며 산양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몇몇 요리사가 민감한 산양의 젖을 짜기 위해 도전한다.
하지만 바르사 역시도 산양이 사는 곳을 보며 작은 신음을 흘렸다.
‘어찌…….’
그는 깎아 만들어진 듯한 절벽을 바라봤다. 산양은 주로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 인근에서 서식한다.
그리고 민감한 산양은 더욱더 위태로운 절벽 위에서 생활한다.
그것이 놈이 더 까다로운 이유다.
자칫, 절벽에서 발을 헛디딘다면 떨어져 죽음을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한 것이 민감한 산양!
바르사의 눈으로 오늘도 깍아진 듯한 절벽의 작은 모퉁이에 앉아있는 민감한 산양이 보였다.
녀석은 무리를 짓는 산양의 습성과 다르게 혼자 생활하였다.
또한, 그 크기는 세배 가까이 되며 휘어진 뿔은 커다랬고, 이빨은 날카로우니, 산양이 아니라 맹수를 보는 듯하다.
“으, 으아아아아악!”
절벽을 오르려던 요리사가 그대로 절벽에서 미끄러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윽!”
그리고 결국 다리가 부러지고야 만다.
이를 본 요리사들 몇이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다. 하지만 몇몇 의지 있는 요리사들은 끝끝내 도전해, 산양의 곁에 다가간다.
젖을 짜기 위해 손을 뻗어 그 젖을 쥔 순간.
뻐어어어엉!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요리사가 나가떨어진다.
다행히도 이 근방에는 영주 안톤이 배치해놓은 기사 셋이 있었기에 떨어지는 요리사들이 죽을 정도의 높이라면 신속히 움직여 받아낸다.
그리고 바르사.
그가 등에 커다란 빈 우유 통을 매고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꾸준한 운동과 어릴 때부터 해온 요리로, 나는 일반 요리사들과 다르지.’
자그마치 장인의 요리사!
그는 노련하게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역시 바르사 님이셔!”
“와, 다른 요리사들과 다르게 저 절벽을 저리 가뿐히도 올라가시다니!”
수제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바르사는 마른 침을 꿀떡하고 삼켰다. 가까이서 보니, 민감한 산양은 정말이지 무섭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 탐스러운 젖을 보라!
양손으로 꾸욱 잡아주면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가 나올 터!
또한, 그의 손재주는 영지에서 영주님 다음으로 이길 자가 없다!
아니, 이제는 왼손 병신이 된 루카로를 제외하고 말이다.
바르사가 천천히, 조심조심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산양의 젖을 잡는 데 성공했다.
“후우우우.”
“우, 우와…….”
“사, 산양의 젖을 잡는 데 성공하셨어.”
“세상에, 민감한 산양은 보잘것없는 요리사들은 젖도 잡을 수 없게 한다던데!”
수제자들의 감탄.
바르사의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자신이 또 다른 전설을 써 내려가리라!
그리고 손을 부드럽게 움직여, 산양의 젖을 짜려 했다.
하지만.
“……?”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부드럽게 산양의 젖을 쓸면서 다시 한번 힘을 주어봤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심기가 불쾌해진 산양.
“매에에에에에!”
화가 난 음성을 뱉어내며 바르사를 있는 힘을 다해 뒷발로 걷어차 버렸다.
“커헉!!”
그 힘에 절벽 밑으로 굴러버린 바르사가 재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나무뿌리를 잡아챘다.
“허억허억.”
뿌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주, 주방장님!”
“주방장니이임!!!”
수제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르사는 목숨의 위태로움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어차피 기사들이 자신을 구해줄 터. 하지만 그것보다는 창피함이 더 컸다.
‘이, 이 내가…… 알베로 영지의 최고의 요리사인 내가……!’
고작 산양의 우유를 추출하지 못하다니!
그런데, 바로 그때.
“어? 어어어어!”
“저, 저자는 누구지?”
“빠, 빠르다!!! 늑대 같아!!”
타타타타타타탓-
한 사내가 바람처럼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서, 설마 주방장님을 구하려고?”
“그렇지! 저 정체 모를 사내도 바르사 님을 알아본 게야!!!”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한 사내가 바르사의 옆에 섰다.
“어, 어서 나를 구해라. 나는 알베로 영지 최고의 요리사임을 알 것이다……!”
하지만 곧 사내는 곧바로 바르사를 지나쳐 쌩하고 절벽 위로 올라가 버렸다.
그가 선 곳은 산양이 있는 곳!
“무, 무엄하도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이더냐!!? 감히 나를 버리고…… 어?”
그러다 바르사는 아차 했다.
얼굴이 익숙하다 싶었다. 심지어 허름했던 옷이 바뀌어 빵집의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레스토랑에 왔던 사내.
“네, 네놈, 그 거지가 아니더냐! 어서 나를 구해라! 당장 나를 구하지 않는다면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바르사의 목에 핏대가 세워졌다. 잠시 절벽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사내.
그가 피식 웃었다.
“제가 왜요?”
“……!?”
“저는 허름한 거지입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을 자격을 논하며, 심지어 제가 돈이 있다고 해도 팔지 않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
바르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러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으시네요? 그러한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듯한 그 표정이요. 그런 생각으로 요리를 하시나요? 당신에게 요리는 권력, 명예, 돈을 위한 것일 뿐인가요?”
“다,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구든 원하는 게 그러한 것들이다!!”
“맞습니다. 모든 사람은 탐욕스럽죠. 하지만 그러한 탐욕을 품고 있는 한편으로, 요리사란, 내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가 내 음식을 먹어주고 기쁠 때, 나 또한 기쁜 것. 그게 요리사 아닌가요?”
바르사는 황당했다.
일개 거지가 무엇을 안다고 요리에 대해서 운운한단 말인가?
자신은 자그마치 장인급에 오른 요리사!
대륙에 장인급에 오른 요리사는 열 손가락에 꼽힌다.
그러한 자신에게 감히 요리에 대하여 운운하는가!!
“내 힘으로 올라서겠다. 네놈, 가만두지 않겠어!!”
바르사가 양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올려, 다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을 내디뎠을 때, 그제야 보였다. 사내가 가져온 빈 우유 통을.
“하!”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감히 일개 거지가 민감한 산양에게 도전하는가?
바르사는 밑의 기사들에게 외쳤다.
“이자가 절벽 밑으로 떨어지면 구하지 말거라!!”
“하, 하지만…….”
“이자가 나를 구하지 않는 걸 보지 않았느냐? 이 거지 같은 자의 목숨! 무엇이 중요한가! 그리고 자네들…… 요새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우리 레스토랑에 한 번 들리지.”
그 말에 기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다. 거지 따위의 죽음!
그 누가 신경이나 쓸 것인가, 안톤을 모시는 만큼 그들도 탐욕에 찌들어있던 것.
그리고 사내의 손이 젖을 향해 움직였다.
‘크흐흐흐흐!’
바르사의 입이 한없이 찢어졌다. 저 젖을 만지는 순간 사내는 산양에게 뻥 차여져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음을 면치 못할 터.
‘감히, 네깟 놈이 요리에 대해 논하는가?’
일개 거지 따위가?
그리고 그때, 사내 민혁의 손이 부드럽게 산양의 젖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 순간.
“매, 매에에에에에~♥”
“……?”
산양의 입에서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민혁이 손을 움직였다.
그 손놀림!
‘뭐, 뭐야? 마,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한 솜씨이다. 양의 젖을 섬세하게 매만지는 모습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다루는 것 같다!!’
그리고 민감한 산양은 어떠한가.
놈은 흉포하기 그지없는 녀석. 하지만 자신의 옆에선 민혁을 돌아본 산양의 얼굴이 사랑으로 가득 찼다.
눈에서 꿀이 뚝뚝 흐른다. 그뿐이랴? 민혁이 만지기 편하게 그의 옆으로 이동한다!
“……!”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광경이란 말인가?
그리고 다시 한번 사내, 민혁이 손을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파팟-
부드러운 움직임, 출렁거리는 젖과 산양의 뱃살!
그리고 끝내.
쉬이이이이이-
산양이 우유를 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