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41
밥만 먹고 레벨업 442화
로키를 비롯한 극강팔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혈혈단신(孑孑單身).
혼자서 문 앞을 막고 있는 여인. 허름한 투구에 허름한 가죽 갑옷, 그나마 꽤 괜찮아 보이는 검.
그녀의 체격은 일반 병사들에 비한다면 왜소한 편이었다.
그런 그녀가 검으로 거대한 공성 무기를 내려칠 때마다였다.
쩌저저저저저적-
콰아아아아아아앙-
작게 균열이 일어나더니 공성 무기가 폭발해버린다. 공성 무기를 양옆에서 잡고 있던 수십 명의 병력이 폭발과 함께 날아간다.
더 놀라운 사실. 단 한 번에 공성 무기가 부서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 여인은 뭐지!?’
‘먹자교에 저런 강군이 있었는가!?’
‘정체가 뭐야!?’
그들이 의문을 품을 때였다. 혼자 성문을 막은 여인. 그녀가 말한다.
“민혁 님 만세. 오빠의 영지. 내가 지킴.”
“……?”
“……?”
“……?”
“……?”
상태가 이상하다?
그들의 시선엔 먹자교 길드의 마스터 민혁의 빠순이로 보일 법하다.
로키가 정예 기사들 삼십을 한꺼번에 앞쪽으로 내세웠다.
잘 훈련된 기사들이 동시에 석궁을 쏘고 근접 기사들 여섯이 함께 검을 찌른다.
촤아아아아아앙-
그런데. 그녀의 검이 여섯 개의 검을 빨아들인다. 그렇다. 검의 궤도를 변형시켜 자신의 검과 충돌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촤아아아아아아앙-
한번 검을 휘두르자 강력한 검기의 폭풍이 단번에 여섯 명의 기사를 도륙해낸다.
화살?
까딱까딱
고개만 비틀어 피해낸다.
서른 명의 기사?
죽음을 맞이하는데 걸린 시간 고작해야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오빠, 영지. 내가 지킴.”
“……!”
로키의 치아가 꽉 물렸다. 지금 저 빌어먹을 계집 하나 때문에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던 성문 파괴가 막히고 있었다.
하나, 극강팔인들이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
그때, 앞으로 나선 사내.
바라스 왕국의 검공이라 불리는 이. 루와드였다.
루와드는 오로지 검 하나로 검공이라는 자리까지 선 희대의 천재였다.
만약 그가 생산직 왕국인 바라스가 아닌, 이필립스 제국이나 혹은 콜로디스 제국에서 태어났다면 대륙 전체를 아우를 검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진다.
“저 요망한 계집을 제가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루와드는 국왕 그레린에 대한 충성이 대단한 자였다. 뼛속까지 충신이었다.
그 또한 웬 정체불명의 여인 때문에 바할라 함락이 지체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루와드. 당신이라면 믿고 맡길 만하겠지.”
루와드와 극강팔인은 분명히 달랐다. 루와드는 본디 바라스 왕국 소속.
극강팔인은 돈에 따라 움직인다.
루와드는 자신이 지금 저 여인을 베어내는 게 합당하다 판단한 것.
그리고 루와드는 극강팔인들과 무력 부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앞으로 나선 루와드.
바라스 왕국군은 자신만만했다. 곧 저 여인의 머리가 댕강 떨어질 거라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루와드가 민혁 빠순이(?)를 향해 쇄도한다.
그리고 달려오는 루와드를 보며 빠순이. 엘레가 검을 굳건히 쥔다.
‘엘레의 검술은 펼칠 수 없다.’
엘레의 검술을 펼친다면 바보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엘레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패황검술을 펼친다.’
한때 엘레의 선조 중에 ‘패황’이라 불렸던 자가 있다. 그는 수천 년 역사속의 인물이다.
그러한 패황은 지금의 엘레보다 더 높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한때 왕국에 불과했던 이필립스를 제국으로 건립시킨 인물이다.
엘레가 가장 존경하며, 가장 위대하다 여기는 황제.
그 이유, 그가 마나를 품지 못하는 육체를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는 마나를 품지 못했으나 끝없는 노력과 검에 대한 천재성을 통해 대륙 모든 검사를 베어냈다.
애초에 마나를 품지 못할 거라던 육체로 아주 미약한 마나이나마 품게 된다.
그리고 그 미약한 마나를 운용하게 도와준 검술. 바로 패황검술이다.
엘레는 어려서부터 MP가 고갈되었을 때를 대비해 패황검술을 익혀왔다.
이 패황검술은 오로지 황제에 오를 자들만이 계승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패황검술은 미약한 마나를 발현하여 육체들을 강화시킨다.
즉, 봉인되어 있는 육체를 깨운다. 또한, 사람이 가진 감각들을 더 깨운다. 패황은 이 감각들을 깨웠을 때, 절대오감이라 표했다.
몸속 모든 감각과 힘을 깨우는 힘.
그 어떠한 이펙트도 발현되지 않는다. 달려오는 루와드.
그의 검이 매섭게 그녀의 목을 찌른다.
추와아아아아악-
엘레는 발끝만을 비튼다. 허공을 가른 검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목을 스쳐 지나간다.
그 상태에서 루와드는 손목을 비틀며 검으로 엘레를 쫓는다.
하나, 가뿐하다. 엄지와 검지의 끝으로 쫓아온 검의 면을 잡아챈 엘레.
검면을 밀어내고 다시 휘둘러지는 검을 보며 상체만을 슬쩍 뒤로 젖혀 피해낸다.
“……!?”
“……!?”
“……!?”
로키와 극강팔인들은 두 눈을 부릅 뜰 수밖에 없었다. 여인의 움직임. 너무도 간결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한 발자국도 떼지 않았다.’
‘이런 미친……!’
그렇게 생각한 그때였다.
[패황검술 2장. 사자의 기지개.]엘레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루와드를 향해 힘껏 검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 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러자 마치 사자의 기지개처럼 활짝 펼쳐진 검에 의해 루와드의 몸이 위로 날아오른다.
“크아아아아아악!”
날아오른 루와드. 그가 허공에서도 검기를 쏘아 보내는 노련함을 발현한다.
그렇지만 엘레는.
목을 한 번 까딱, 발끝을 한번 까딱, 허리를 한 번 까딱.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수십 개의 검기를 피해낸다. 그녀의 바로 뒤쪽의 땅이 검기에 움푹 패여 있다.
지금 그녀의 오감. 절정에 이른다.
본디 오감이란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시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 패왕의 검술의 오감은 달랐다.
전투에서 가장 쓸모가 없는 ‘미각’을 배제한다.
대신에 새로운 감각이 추가된다.
반사 능력.
이 반사 능력이 패황검술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두 배에서 세배 빨라진 반사 능력은 어떠한 것도 피해낸다.
탓-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른 엘레. 루와드가 힘껏 검을 찌른다. 그 순간, 엘레의 검면이 그의 검의 궤도를 바꾼다.
까드드드득-
그의 검이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다.
그리고 엘레의 검이 그의 갑옷의 이음새를 힘껏 찌른다.
그리고 손목에 강력한 힘을 준다.
[패왕검술 5장. 사자의 포효.]꽈드드드드드득!
그 순간, 이음새에 박혔던 검 끝의 마나가 그의 갑옷 전체로 번져나간다.
마침내, 사자의 포효처럼.
콰아아아아아아앙-
그의 갑옷이 폭발하며 잔해가 후두두둑 주변으로 떨어져 내린다.
이젠 맨몸이 된 루와드.
그가 당혹할 때.
로키와 극강팔인들이 서둘러 움직이려 했다. 하나, 엘레가 더 빨랐다.
그의 심장을 향해 검이 움직인다.
[패황검술 12장. 먹이를 노리는 사자.]정확하게 급소를 찌르고, 연속적으로 다섯 번을 빛의 속도로 찌른다.
푸푸푸푸푹-
“쿨럭!”
입에서 피를 흩뿌리며 루와드가 땅으로 추락한다.
검공의 마지막 생은 너무도 허무했다. 극강팔인들이 걸음을 멈춘다.
“병력 사이로 들어간다.”
로키의 명령에 따라 극강팔인들이 무수히 많은 병력 사이로 숨어들어 간다.
자신들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전쟁에 참가했다.
하지만 저 여인과 싸운다면.
‘죽는다.’
저 여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녀 혼자서였다.
그녀가 성문으로 밀고 들어오는 2만의 대군과 싸운다. 하나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오감이 깨어난 그녀, 귀신과 같다.
피피피피피피피피피핏-
쓰러지는 적군들이 뒤로 물러난다. 어떠한 이도 다가서지 못한다.
그녀의 검에 적의 피가 수백, 수천이 묻어난다.
그러나 지치는 기색이 없다.
파아아아아아앙-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적들의 한복판에 포탄처럼 떨어져 내린다.
그녀가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수십 명이 죽어 나간다.
꽈자아아아악-
그녀가 한 번 검을 내던지면 수십의 병사들의 목이 댕강댕강 떨어진다.
잠시 맨손이 된 그녀가 허리춤의 단도를 뽑아 든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다섯 명, 여섯 명, 일곱 명, 오십 명.
오로지 목만을 찌르며 종횡무진한다.
감탄이 나온다. 병사들이 목에서 흘린 피가 그녀의 투구를 붉게 물들인다.
악귀의 재림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도망쳐어!!”
“히이이이이이이이익!”
“악마다, 악마야!”
[병사들의 사기가 큰 폭으로 하락합니다.] [그들을 커다란 공포가 집어삼킵니다.] [모든 스텟이 25% 하락합니다.]2만의 대군이 한 여인을 피해 도망치는 모습.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
커다란 뿔 나팔 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엘레.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새까만 대군들이 바할라를 둘러싸고 모습을 드러낸다.
족히 13만은 되어보일 법한 대군.
바라스 왕국을 상징하는 ‘망치와 식칼’ 문양이 그려져 있는 깃발을 하늘 높이 세우고 있다.
13만의 대군이 일제히 뱉어낸다.
“승리를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
“적장의 목을 쳐라!”
“적장의 목을 쳐라!”
새까맣다. 득시글거린다. 엘레 또한 그 기세를 움츠리게 만드는 원군의 등장.
그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온다. 적을 베어내는 엘레의 손에 식은땀이 맺힌다.
‘민혁아, 어디 있는 거냐.’
* * *
[민혁의 열성 팬으로 추정되는 여인! 그녀가 2만의 대군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저 여인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세간에서는 엘레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녀가 펼치는 검술, 엘레가 평소 보이던 엘레의 검술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확실한 건 저 여인이 2만 대군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 어어어어!? 뿔 나팔 소리입니다!!!] [바할라를 둘러싼 10만 이상의 대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들의 함성이 바할라를 뒤흔들고 좌절로 몰아갑니다.]비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거실로 나온 민혁의 시선이 창욱이 보고 있던 TV로 향한다.
‘누나.’
민혁은 영상만 보고서도 지금 어떠한 상황이 도래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민혁아!?”
창욱이 놀라며 서둘러 그를 부축한다. 그 소리를 듣고 아버지 강민후 또한 나온다.
“민혁아! 정신이 든 게냐!?”
“가야 해요. 아빠.”
“아직은 안 된다. 안정을 취해야 해!”
너무도 강행군을 이어왔다. 만약 단순히 밤만을 지새웠다면 이렇게 쓰러지지 않았을 거다.
문제는 민혁이 ‘다이어트’와 함께 강행해왔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의 운동을 소화하고 아테네를 해왔다.
그가 잠을 자는 시각. 정말 최소화되어 있었다.
그러한 그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10만 이상의 대군이 바할라에 도달했다.
그리고.
“전해줘야 할 게 있어요.”
자신이 수개월 간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
그것이라면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었다.
아버지 강민후는 더 이상 그를 만류하지 못했다. 굳건한 의지 때문이었다.
민혁이 아테네 캡슐에 접속한다.
하나.
[현재 불안정한 심리 상태이십니다.] [접속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접속하실 것을 권장합니다.]아테네는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뇌파를 인지하고 현재의 몸 상태 또한 체크하는 기능이 있었다.
민혁은 며칠 만에 깨어난 상황이다. 영양이나 혹은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상태이다.
당장도 그의 시야는 크게 흔들리고 있을 정도였다.
“왜……!”
민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캡슐에서 빠져나온 그를 보며 강민후가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은 이 애비가 가서 막아보마.”
“…….”
민혁은 아버지께 그저 죄스러울 뿐이었다. 깨어난 아들이, 게임을 하려 하고 있으니까.
하나, 아버지 강민후는 알았다.
아들 민혁의 병을 치료하게 도와주는 아테네는 그의 또 다른 세상이고,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강민후이자 흑염룡.
그 또한 민혁이 없는 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캡슐이 열린다.
그리고 용들의 왕.
흑염룡.
그가 아테네에 접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