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72
밥만 먹고 레벨업 473화
자신에게 접근하는 100척이 넘는 배를 보는 민혁. 그는 계속해서 배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는 의아해졌다.
‘고르피도에 의해서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그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또한, 방금 전 들었던 것들을 추측하자면 고르피도에게도 무언가 알림이 들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민혁은 어느덧 150척이 넘게 된 배들이 접근하는 걸 보았다.
‘뒤로 빠져서 계속 각개격파한다. 그리고…….’
민혁은 피식 웃었다.
방금 전, 기분 좋은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슬슬 정체를 드러낼 때도 됐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고르피도가 민혁에게 한 걸음을 떼고 있다.
“네게 도움을 주마.”
“도움?”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르피도는 자신의 염원을 이뤄달라 부탁한 당사자였다.
그러한 그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다?
“아주 잠깐, 대해적 고르피도가 세상에 깨어날 뿐.”
쿠화아아아악-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르피도의 투명한 몸이 민혁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읍! 무, 무슨……!”
민혁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고르피도가 당신의 육체를 지배합니다.] [고르피도는 자신에게 벌을 내린 자로부터 한 가지 선물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준 당신의 몸에 빙의(憑依)하여 3분 동안 대해적 고르피도가 세상에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자신과 고르피도 사이에 생길 특별한 일.
고르피도에게 저주를 내렸던 누군가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에게 불가능의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민혁의 육체가 완전히 고르피도에게 넘어갔다.
민혁은 마치 본인이 고르피도의 몸을 빼앗은 이인 것처럼 생각과 바라보는 것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고르피도를 받아들이게 된 민혁.
그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올 정도로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를 중심으로 폭발한 거대한 검은 기운이 하늘을 향해 폭주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
바다가 출렁이며.
쐐에에에애에에에에엑-
거대한 바람이 주변에 휘몰아친다.
대해적 고르피도.
그가 감았던 눈을 뜨는 순간.
번쩍-
검은 하늘이 세상을 뒤덮었다.
대해적 고르피도. 수백 년 만에 깨어난다.
* * *
갑작스러운 한국인 유저와의 해상전에 의해 과거 ‘룬드누의 발언’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룬드누는 친한 기자 여럿을 모아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더 나아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유저인 식신을 바다에서 만나면 ‘루저’에 불과하다고 하셨었는데요. 아직도 변함없습니까?”
“기자분들께서 ‘루저’라고 거론했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는 단지 바다에서 그를 만나면 저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룬드누.
그는 분명 ‘루저’라고 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에 따라 일본인들 상당수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식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계속 ‘루저’라고 거론했다며 ‘추측성 댓글’이나 혹은 ‘기사’들을 내는 이들은 강경한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기자들. 그들이 다시 질문한다.
“쉽지 않다라…… 자신감 있는 말씀이신대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식신. 그는 분명 한국 최고의 유저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일반적인 필드와는 전혀 다릅니다. 바다에 빠지면 자유로이 움직이기 힘들뿐더러, 바다에선 유저 개인의 힘보단 배의 힘이 중요시되곤 하는 편이니까요.”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치로가 계속해서 떠든다.
“또한, 저의 배 고르피도의 해적선은 최강의 공격력,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한다는 사실 아실 겁니다. 아무리 식신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바다에선 절 상대하기 쉽지 않겠죠.”
그리고 이와 관련해 몇 마디를 주고받은 이치로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친한 기자 한 명이 따라붙었다.
“형, 정말로 바다에서 식신 만나면 쉽게 이길 수 있겠어?”
“말이라고? 식신 따위 바다에서 내 상대가 안 되지.”
이치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글세’라는 생각도 사실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뱉어내고 본다.
지금은 자신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놈을 만날 일이 있기나 하겠어? 응, 크흐흐!’
어차피 식신을 만나려면 세계통합 이후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지껄이든 그들에게 확인할 방법 따위는 없다.
또한.
‘서버통합이 되었을 때쯤엔 고르피도의 유물을 모아내어, 찢어발겨 주마.’
룬드누는 개인적으로 식신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그는 메시지를 통해, 백 척이 넘는 배들이 정체 모를 한국 유저를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둘러 가야겠군.”
드디어 정체 모를 놈의 ‘사냥’이 끝나간다.
룬드누가 재빠르게 아테네 접속 캡슐로 걸음 했다.
* * *
어느덧 총 160여 척의 배가 정체불명의 한국 유저를 둘러싸고 있었다.
[방금 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사내는 단 한 번에 배들을 무력화시키는 엄청난 힘을 가진 자입니다.] [도대체 저자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사실 ‘식신’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가 발현하는 스킬, 그의 얼굴이 그와 다르기에 뭐라고 말을 못 하겠군요.] [이제 이 추격전이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160여 척의 배를 혼자서 상대하기란 룬드누도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요.]해설자들이 열변을 토해낸다.
그리고 현재 세계의 많은 시청자 또한 주시하고 있다.
새로운 강자의 등장은 항상 그들을 흥분시키게 만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160여 척의 배가 무사히 그를 포위한다.
그런데 그때, 이변이 일어난다.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검은 기운이 하늘을 향해 폭주하기 시작한다.
바다가 강하게 출렁이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하늘은 어두컴컴해진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바다가 성났습니다. 심지어 하늘까지 어두워졌습니다. 수많은 해상전을 중계해 왔지만, 이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배에 올라있는 이들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괴현상이었다.
마치, 거대한 재앙이 인간들을 심판하러 오는 듯한 느낌.
긴장감에 그들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하늘 위로 천천히 누군가 비상해 오른다.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고 얼굴이 기다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다.
그가 쥔 검이 검은 기운에 일렁거리며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해적들을 바라본다.
그의 외형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으나 방금 전, 자신들이 쫓던 그 사내가 맞다.
그와 함께. 충격적인 알림이 강타한다.
[대해적 고르피도가 세상에 깨어납니다!] [대해적 고르피도. 그는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자리의 해적들을 심판하려 합니다.]“……!”
“……!”
“……!”
“……!”
“……!”
대해적 고르피도.
일본 서버에선 그를 ‘악귀’라 부른다.
수백 년 역사 속, 그의 기록을 살펴보면 악귀라 불려도 부족하지 않았다.
자신을 배신한 동료의 목을 베어 배의 돛처럼 걸어두어 까마귀의 먹이로 주며, 자신을 공격한 해적들, 해군들을 죽여 죽음의 섬을 만들었다 알려진다.
그러한 인물.
고르피도가 지금 깨어났다.
고르피도. 즉, 민혁이 쥔 검 끝으로 검은 피가 한 방울 또르르 타고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검은 피가 바다를 향해 한 방울 떨어져 내린다.
“……!”
“허억!”
“……!”
모두의 시선이 떨어져 내리는 검은 피에 향한다. 찰나가 영겁같이 느껴진다.
또옥-
그리고 바다에 떨어진 순간. 마치 도화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빠르게 번져나간다.
그리고.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
바다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가 몇몇 약한 해적선들을 그대로 부숴버린다.
꽈드드드드드득-
“으,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어어어!”
절규하는 자들, 비명 지르는 자들.
“보아라, 민혁.”
고르피도가 민혁에게 말한다.
어느새 거대한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친다.
콰르르르르르-
쾅쾅쾅!
“이것이 나의 마지막 ‘악행’이며 ‘심판’이다.”
민혁의 손바닥이 펼쳐진다. 서서히 들어 올려지는 그의 손에 맞춰, 거대한 해일이 일어난다.
해일의 높이 자그마치 약 15m에 이르고 있었다.
그 거대한 해일이 그의 팔의 움직임에 따라 배들을 집어삼킨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악-
꽈아아악-
그리고 주먹 쥔 순간.
집어 삼켜진 배들이 해일에 꽉 쥐어지듯, 부서진다.
꽈드드드드드득!
콰콰콰콰콰콱!
“흐어어어어억!”
“히이이이이이익!”
“마,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사, 살려줘어어어어어!”
[지,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도대체 뭡니까…….] [단 1분도 채 되지 않아 70척이 넘는 배가 가라앉았습니다!] [견디고 있는 배들도 위태롭습니다. 높은 파도에 의해 배들이 균형 또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해적 고르피도. 전설에 관해 기록된 역사서의 부록이 떠오릅니다. ‘에베르 바다. 악마 바알이 절망을 선사하기 위해 강림했노라. 그는 바다에서 대해적 고르피도라는 자를 만났노라. 대해적 고르피도. 그는 바다에서는 대악마보다 더한 악마였노니, 바알은 도망쳤다. 그리고 대해적 고르피도. 그는 바다에서만큼은 악마들을 짓밟으니. 절망하라. 두려워하라. 그의 이름.]해설자가 마른 침을 삼키며 뱉어낸다.
[대해적 고르피도다.]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았다. 민혁의 양팔이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은 죽음의 변주곡을 듣게 된다.
거세게 울부짖는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키고, 거치게 흘리는 바다의 눈물이 그들을 짓누른다.
마침내 연주를 멈춘 고르피도.
그의 주변에 남은 배. 고작해야 스무 척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신형이 날아간다.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르는 순간.
소용돌이치는 바닷물이 그의 검에 휘감긴다.
길이가 10m가 넘는 그 검이 단숨에 배를 쪼개낸다.
그가 빙그르르 회전한다. 그에 맞춰 춤을 추듯 움직이는 그의 검이 다섯 척의 배를 연달아 깨부순다.
고르피도. 그는 바다에서만큼은 대악마보다 두려운 존재였다.
이 자리에 있던 20척의 배를 모두 몰살시키고, 대해적 고르피도가 바다 위로 두둥실 올라 내달린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탓-
그가 에베르 바다에 있는 해적선들을 격파해나간다.
지금 그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전율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또 다른 300척의 배와 마주한다.
그 앞으로 거대한 해적선이 있었다.
바로 고르피도의 해적선.
룬드누와 그가 이끄는 부하들이 당도했다.
바로 그때.
수화아아아아아아아-
[대해적 고르피도와의 빙의(憑依)가 종료됩니다.]고르피도가 민혁의 몸속에서 빠져나갔다.
“…….”
“…….”
민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300척의 배를 보며 말문을 잃었다.
“꼭 여기에 데려다 놔야 했냐…… 해골 대가리……?”
“…….”
고르피도.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군.”
엉뚱한 구석도 있는 고르피도였다. 방금 전, 백 척이 넘는 배를 단숨에 부수던 그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그때, 민혁이 피식 웃었다.
“이제 2절은 내가 부르면 되는 건가?”
“무슨 소리냐. 도망쳐라, 넌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고르피도는 최대한 많은 적을 베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3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그때, 민혁이 고르피도를 돌아봤다.
“누가 혼자야?”
민혁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있었다.
단 한 척의 배가 300척의 배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저 배는 뭐죠?] [정체 모를 배가 지금 300척의 배를 향해 바다를 가르며 돌진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민혁. 그가 그들을 보며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배의 갑판 위.
양 팔짱을 낀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름다운 미녀가 중앙에, 그 옆으로 2m 크기의 장신의 이어폰을 꽂은 사내가.
그 옆으로 창을 든 노인이, 또 옆으로 라면을 끓이는 소년이, 또 그 옆으로.
“도, 동료의 나라에 오다니! 스고이!!!”
황금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마법사가.
그 외의 많은 이들이 양 팔짱을 끼고 오고 있다.
그들이 하늘 높이 올린 돛에 그려져 있는 문양.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되어 있다.
[처, 천외국!?!?!?!!?] [처, 천외국이 맞습니까!!!?]그리고 민혁.
그가 눈을 감았다.
[악마의 얼굴의 사용을 해제하셨습니다.]스르르르르-
민혁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다른 이의 얼굴이 허공에 사라진다.
그리고 민혁.
천천히 눈을 뜬다.
그의 얼굴이 세상에 드러난다.
식신의 등장이었다.